아이 그림 읽기

2016.1.4. 작은아이―자동차 그림자



  네가 그릴 수 있는 무늬부터 그리자. 그리고 말이야, 너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으니까, 서둘러 그리려 하지 말고 느긋하게 하나씩 그리자. 아주 천천히 천천히 더 천천히 천천히 차분하게 그리자. 연필을 단단히 쥐고 하나씩 아주 천천히 그리려 하면 무엇이든 다 그릴 수 있어. 버스 그림자뿐 아니라 버스도 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릴 수 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그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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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맡에 나란히 앉아서



  책상맡에 나란히 앉아서 종이를 펼친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를 종이에 담는다. 코앞에서 바라보는 장난감이든, 저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몸짓이든, 맛난 밥이나 주전부리이든, 꽃이나 나무이든, 모두 이 종이에 고이 담는다. 마음속에 꿈이 있기에 비로소 종이를 찬찬히 채울 수 있다. 그림으로 그리든 글로 나타내든, 또는 그림하고 글을 엮어 만화로 드러내든, 먼저 이 종이에 얹고 싶은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있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다. 생각을 꿈으로 지어서 펼치려 하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다. 입으로 말하는 대로 모두 우리 삶이 될 뿐 아니라, 마음에 품은 꿈을 손으로 엮고 빚고 짜고 가다듬고 풀어내면서 언제나 우리 삶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434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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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카베야 후요우 글 그림, 이유리 옮김 / 산하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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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604



엄마가 나만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카베야 후요우 글·그림

 이유리 옮김

 산하 펴냄, 2003.7.14. 8000원



  내 어릴 적을 곰곰이 돌아보니, 나는 어릴 적에 꿈을 품으라고 하는 말을 거의 못 들었습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모두 똑같은 말만 들었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공부해. 공부하면 돼.”입니다. 둘레 어른들은 하나같이 ‘공부’부터 해서 ‘대학교’에 가라고 말했고, 대학교를 마친 뒤에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면 ‘네가 하고픈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어린 나는 ‘내가 하고픈 것’을 오늘 이곳에서 바로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는 지 모를 까마득한 앞날까지 공부를 하고 대학교를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고 돈을 벌고 …… 그러고 나서 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꿈’이 아닌 ‘공부’만 하라고 일렀어요.



유치원에 갈 때, 이런 걸 타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봐, 휙휙! (4쪽)




  카베야 후요우 님이 빚은 그림책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산하,2003)를 읽으면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이 그림책은 아주 어린 동생을 둔 아직 어린 아이가 스스로 꿈을 꾸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로서는 ‘오늘 이곳’에서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꿈으로 꾸고, 이 꿈대로 이루어지기를 애타게 바라요.


  이를테면, 유치원에 가는 길에 ‘하늘걸상’을 타고 휙휙 날아가기를 꿈꿉니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아주 커져서 이 개를 타고는 하늘을 날아서 돌아다니기를 꿈꿉니다. 유치원에서 아주 커다란 케잌을 샛밥으로 주기를 꿈꿉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말고 살아서 늘 함께 놀아 주기를 꿈꿉니다.



우리 집 강아지 치비가 아주 커져서 하늘을 날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치비 등에 타고, 단숨에 날아서 갈 텐데. (8∼9쪽)



  꿈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다고 느껴요. 꿈이기에 아름답기도 하고, 이 꿈을 떠올리는 동안 마음에 기쁨이 흐르기에 아름답기도 해요. 꿈을 작은 씨앗 한 톨로 마음에 심기도 하기에 아름다우며, 이 꿈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씩씩하게 지으니 아름답지요.


  그래서 나는 내 어릴 적에 내 둘레 어른들이 나한테 ‘공부’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꿈’을 품으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어요. 먼저 꿈이 있어야 공부를 하지, 공부부터 하면서 꿈을 품을 수는 없다고 여겼어요. 이루려는 꿈이 있어야, 이 꿈에 맞는 공부를 찾을 수 있다고 여겼어요. 꿈이 없는 채 공부만 하다가는 머리통만 너무 커져서 ‘꿈이 없는 몸짓’이 되리라 여겼어요.


  어느 모로 보면, 우리 사회에는 꿈이 없는 채 공부만 매달린 사람이 너무 많을는지 몰라요.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는 꿈을 심지 못한 채 공부만 파고든 사람이 지나치게 많을는지 몰라요. 집이든 학교이든 마을이든 아이들이 꿈을 생각하지 못하는 채 공부만 해야 하는 얼거리가 되어 버렸는지 몰라요.




우리 집 목욕탕이 수영장만큼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빠, 엄마, 나리, 치비와 함께 다 같이 목욕할 거야. (19쪽)



  오늘 나는 우리 집 두 아이하고 꿈을 지으려고 생각을 기울입니다. 아이가 가을에 강냉이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가을에도 씨앗을 심습니다. 아이가 흙놀이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디 흙을 퍼 올 만한 데를 헤아려서 수레를 끌고 아이더러 스스로 흙을 자루에 퍼 담아서 뒤꼍에 흙을 실어 날라서 흙놀이터를 마련하자고 합니다. 이러면서 나도 내 나름대로 새로운 꿈을 하나씩 지어 봅니다. 나 스스로 이루려는 꿈을 종이에 그림으로 그립니다. 내 마음속에서 꿈이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꿈을 그린 종이’, 그러니까 ‘꿈종이’를 아침저녁으로 고요하게 바라봅니다.



엄마가 나만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러면 말이지, 나는 아주 착한 아이가 될 거야. 동생 나리도 예뻐해 줄 테야. (22쪽)



  그림책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 품에 살며시 안겨서 ‘어머니가 나만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살짝 비춥니다. 아이는 하늘도 날고 싶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할아버지하고 놀고 싶고, 케잌도 실컷 먹고 싶고, 이것저것 해 보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은데, 이 많은 꿈 가운데 어머니 사랑을 모두 차지하는 나날을 가장 이루고 싶습니다.


  자, 이 아이는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 어떤 말로 이 꿈을 곱게 이루는 길을 밝혀 줄까요? 여러 아이를 낳아서 보살피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면서 ‘너를 하늘처럼 땅처럼 사랑한단다’ 하는 뜻을 알려줄 만할까요?


  그림책을 덮고 생각한다면, 사랑이란 주고 또 주고 거듭 주고 자꾸 주고 꾸준히 주어도 줄지 않아요. 한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든 온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든 끝이 있을 수 없어요. 큰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이든 작은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이든 ‘둘을 반토막으로 갈라’서 물려주는 사랑이 아니라, 언제나 한 아이를 바라보며 한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입니다. 다 함께 있어서 기쁜 삶이요, 서로 아끼며 마주할 수 있는 살림이기에 사랑이 새로 샘솟습니다. 아이들아, 너희 어버이는 너희를 너희 숨결 그대로 사랑한단다. 너희 마음 그대로, 너희 넋 그대로, 너희 눈빛 그대로 사랑한단다. 4349.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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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가령 假令


 가령 너에게 그런 행운이 온다면

→ 너한테 그런 행운이 온다면

→ 모르지만, 너한테 그런 행운이 온다면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을 놓고

→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글을 놓고

→ 그러니까 다음과 같은 글을 놓고


  ‘가령(假令)’은 “1. 가정(假定)하여 말하여 2. 예를 들어. ‘이를테면’으로 순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가정(假定)’은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함”이라 하니, “가정하여 말하여”라면 “어림으로 말하여”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가령’ 둘째 뜻은 ‘이를테면’으로 고쳐쓰라고 나와요. 그러니까, 한국말을 알맞게 살펴서 잘 고쳐써야 하는 ‘가령’인 셈입니다. 4349.1.7.나무.ㅅㄴㄹ



가령 어떤 신문기사들은

→ 보기를 들어 어떤 신문기사들은

→ 말하자면 어떤 신문기사들은

→ 이를테면 어떤 신문기사들은

→ 그러니까 어떤 신문기사들은

《이명원-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2004) 245쪽


가령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그러니까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그러면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이를테면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그렇다면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한번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자,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음,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그래,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 어디, 농인이 회사에 들어갔다고 치자

《아키야마 나미,가메이 노부다카/서혜영 옮김-수화로 말해요》(삼인,2009) 112쪽


가령 식당에 간다든지

→ 이를테면 식당에 간다든지

→ 어쩌면 식당에 간다든지

《배리 존스버그/정철우 옮김-내 인생의 알파벳》(분홍고래,2015) 14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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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몬 연구실 1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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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91



아이처럼 배우는 공룡뼈 고고학자 이야기

― 나오시몬 연구실 1

 테라사와 다이스케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9.25. 4500원



  아이들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아이마다 다 다르기에 어느 아이는 이것을 잘 하고 어느 아이는 저것을 잘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이한테 ‘넌 이것을 못 해’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아이라도 무엇이든 다 잘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어른이 아이한테 섣불리 ‘넌 이것을 못 하는구나’ 하고 말하기 때문에 아이는 그만 마음속에 ‘난 이것을 못 하네’ 하는 생각을 품기 마련이고, 이러한 생각이 스스로 굴레가 되어 앞으로도 어느 한 가지를 못 하는 몸짓이 되고 마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테라사와 다이스케 님이 빚은 만화책 《나오시몬 연구실》(학산문화사,2015) 첫째 권을 읽으면서 이 같은 대목을 새삼스레 되짚습니다. 이 만화책은 일본에서 공룡뼈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고고학자 이야기를 다루어요. 테라사와 다이스케 님은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대단한 만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나오시몬 연구실》은 요리 만화하고 아주 동떨어진 자리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가지 만화는 어느 모로 보면 많이 닮아요. 어느 모습에서 닮는가 하면 ‘한길을 파면서 스스로 삶을 일구는 몸짓’이 닮은 사람이 만화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수선 전문 기술자를 교수님네 고향에서 뭐라고 부르는 말이 있다죠?” “제가 그랬던가요? 아무튼 다 됐슴다! 수지가 마를 때까지 건드리지 말라고 한 장 써 붙여 주세요.” (10쪽)


“그렇게 다 망가진 칠기를, 고치는 비용이 더 나오겠네! 차라리 버리고 새 걸 사는 게 싸게 먹힐걸요?” “돈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돌아가신 제 어머니의 유품이거든요.” (13∼14쪽)



  아이들은 신나는 노래가 흐르면 저절로 춤을 춥니다. 아이들은 신나는 노래가 없어도 스스로 신나게 놀면서 춤을 춥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재미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터뜨리면서 노래를 불러요. 아이들은 스스로 호미질을 익혀서 흙놀이나 밭놀이를 해요. 아이들은 씨앗을 잘 심을 줄 알고, 삽질도 제법 잘 해냅니다. 아이들은 끈을 잘 묶을 줄 알며, 짐도 꽤 잘 나를 줄 압니다. 아이들은 문법이나 학문을 알려주지 않아도 ‘말’을 그야말로 무척 빠르게 익히거나 받아들입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놀랍도록 빠르게 익히고, 미국에서는 미국말을 놀랍도록 빠르게 익히지요.


  나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이 같은 대목을 늘 마주하고 느낍니다. 참말 아이들한테 어른이 섣불리 ‘넌 못 해’ 같은 말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가만히 지켜보면, 아이는 누구나 스스로 차근차근 손놀림을 익혀서 무엇이든 척척 해냅니다.


  그러면, 이런 아이들 몸짓하고 《나오시몬 연구실》이라는 만화는 어떻게 얽힐까요? 네, 만화책 《나오시온 연구실》에 나오는 ‘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무척 닮습니다. 고고학과 교수로 일하는 사람은 고고학 연구만 할 줄 알 뿐 아니라 ‘유물 되살리기’를 무척 훌륭히 해냅니다. 흩어진 뼛조각이나 조각난 도자기를 무척 손쉽다 할 만한 손놀림으로 짜맞추어요. 마치 아이들이 놀이를 하듯이 유물 되살리기를 합니다.



“상칠을 할 때는 먼지 한 톨 앉아서는 안 돼. 그럼 완전히 못 쓰게 되거든. 옛날 칠장인들은 사람 없는 광 2층 같은 데서 조용히 작업을 했지.” (27쪽)


“당신이 기억하는 그 사발의 그윽한 윤기와 색조는, 오래도록 써 오신 어머님의 손때가 배면서 만들어진 색이니까요. 칠기는 도자기와 달리 쓰면 쓸수록 표면에 윤기가 나며 색조는 부드럽고 깊어지죠. 그건 칠이 사람의 온기로 인해 더욱더 아름답게 가꾸어지는 과정입니다.” (33∼34쪽)



  만화책에 나오는 ‘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책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쪽에서는 바지런히 배우면서 책이라는 이론에도 밝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바지런히 땀흘려 몸을 쓰면서 삶이라는 대목에서도 밝아요. 어느 때에는 미장이가 되고, 어느 때에는 칠장이가 되며, 어느 때에는 벽돌공이 됩니다. 어느 때에는 그림을 솜씨 있게 그리고, 어느 때에는 칼을 솜씨 좋게 다루어요. 머리로도 몸으로도 ‘못 하는 일’이 없어요.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해 내면서 스스로 해낼 줄 압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대학 교수’로 있는 분 가운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고학과 교수처럼 머리로나 몸으로나 모두 훌륭히 스스로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니, 이런 사람은 만화책에만 나오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 둘레를 찬찬히 살피면, 먼 옛날부터 여느 수수한 보금자리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누구나 집을 스스로 짓고 옷을 스스로 지으며 밥을 스스로 지었어요. 연장도 스스로 짓고, 새끼도 스스로 꼬며, 짚신이며 미투리이며 스스로 엮었습니다. 옛날에는 누구나 모든 삶을 스스로 지었어요. 일을 남한테 시키지 않고 언제나 스스로 해냈지요.



“곡목가구는 부드러우면서 심지가 굳은 너무밤나무가 제격이야. 내가 소중히 아끼는 이 곡목 의자도 너도밤나무로 만들었거든? 마코토, 너는 마음씨 상냥한 아이란다. 집이나 다리처럼 단단하고 거창한 인물은 안 되어도 좋아. 이 의자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사람이 되면 할아버지는 좋겠구나.” (132∼133쪽)


“너는 자기가 꽤나 남을 배려하는 줄 아는데, 상대나 주위 대상물을 전혀 보려고 하지 않아!” (179쪽)



  만화책 《나오시몬 연구실》을 읽으면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고학과 교수는 ‘공룡 조사 연구비’를 얻으려고 무척 애씁니다. 그렇지만 대학교에서는 ‘돈 안 될 만한 연구 조사’에는 지원비를 주기 어렵다고 합니다. 굥룡뼈를 깊은 땅속에서 캐낸들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하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이런 대목에서는 한국 사회도 엇비슷하리라 느낍니다. 흔히 말하잖아요, 돈이 안 될 만하면 투자를 안 한다고 말이지요. 돈이 될 만해야 비로소 투자를 한다고, 그러니까 돈이 될 만한 자리에 돈을 쓴다고 말이지요.



“막연히 보기만 하지 말고, 보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보이는 거야.” (181쪽)



  무엇이든 솜씨 있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은 무엇이든 가볍게 지나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솜씨 좋게 해내는 몸짓을 보여주는 사람은 무엇이든 찬찬히 바라보면서 깊이 생각하고 돌아봅니다. 그런데,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해서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마냥 뚫어지게 쳐다볼 노릇이 아니라, 무엇을 보아야 할는지 생각하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겠다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실마리를 스스로 찾겠다는 생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리하여, 나는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삶과 살림과 사랑을 모두 처음으로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우는 몸짓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받아들이면서 온마음을 기울이기에 아이들은 무엇이든 무척 빠르면서도 놀랍도록 알차게 배웁니다. 한길만 죽어라 하고 가기에 한삶을 아름답게 일군다기보다, 한길을 걷는 몸짓이 슬기롭고 차분하면서 야무질 때라야 비로소 한삶을 아름답게 일구지 싶어요. 그저 한길만 가서는 될 일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수수께끼와 실마리를 맺고 풀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꿀 때에 한삶을 이루지 싶습니다. 모두 두 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나오시몬 연구실》 둘째 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는지 궁금합니다. 4349.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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