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미 幾微/機微


 기미를 알아차리다 → 낌새를 알아차리다

 기미를 눈치채다 → 낌새를 눈치채다

 수상한 기미 → 수상한 낌새 / 수상한 기척

 다시 살아날 기미 → 다시 살아날 낌새 / 다시 살아날 눈치


  ‘기미(幾微/機微)’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 낌새”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기미’라는 한자말은 털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말 ‘낌새’를 알맞게 쓰면 되고, 때로는 ‘기척’이나 ‘눈치’나 ‘느낌’을 쓸 수 있습니다. 4349.1.11.달.ㅅㄴㄹ



대문이 열리는 기미도 없는데

→ 대문이 열리는 낌새도 없는데

→ 대문이 열리는 기척도 없는데

《황선미-샘마을 몽당깨비》(창비,1999) 141쪽


미심쩍어하는 기미가 묻어났다

→ 못 미더워하는 낌새가 묻어났다

→ 못 미더워하는 눈치가 묻어났다

→ 못 믿는 느낌이 묻어났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9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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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척질척 철퍼덕 진흙 할아버지 꼬꼬마 도서관 5
오시마 다에코 지음, 육은숙 옮김, 가와카미 다카코 그림 / 학은미디어(구 학원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06



아이들은 흙을 만지면서 놀고 싶다

― 질척질척 철퍼덕 진흙 할아버지

 오시마 다에코 글

 가와카미 다카코 그림

 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펴냄, 2006.5.5. 8500원



  모래가 있는 바닷가에 가면 바닷물에 뛰어들어 놀 수도 있고, 모래밭에서 모래를 쌓으면서 놀 수도 있습니다. 볕이 따숩고 바람이 없는 날이라면 겨울에도 바닷가로 자전거를 달려서 모래밭놀이를 하러 갑니다. 다른 고장이라면 엄두를 못 낼 수 있지만, 전남 고흥이라는 고장에서는 한겨울에도 무척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곤 해서, 이런 날은 모래놀이나 흙놀이를 하기에 좋습니다.


  집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로 가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고, 뒤꼍에서 흙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호미로 땅을 쪼고 꽃삽으로 다지며 손으로 무늬를 그리면서 저마다 재미난 흙집을 지으면서 놀아요.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흙을 일구며 살았고, 흙으로 집을 지었으며, 흙에서 난 것으로 실을 얻어서 옷을 지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러한 피를 물려받아서 흙놀이를 좋아할는지 모릅니다. 몸으로 먼저 알기 때문에 흙을 맨손으로 만지면서 놀 적에 무척 기뻐하면서 하루 내내 재미나게 웃음을 지을는지 몰라요.



비가 내리는 숲 속은 안개가 낀 듯 흐릿해요. 나무가 도깨비처럼 보이고, 어쩐지 보통 때하고는 다른 기분이 들어요. “피피야, 어쩐지 무섭다. 그치?” (4쪽)




  오시마 다에코 님이 글을 쓰고, 가와카미 다카코 님이 그림을 그린 《질척질척 철퍼덕 진흙 할아버지》(학은미디어,2006)를 읽습니다. 어머니랑 아이랑 개 한 마리, 이렇게 셋이 깊은 숲에 있는 작은 집에서 산다고 하는데, 이 작은 ‘숲집’에 사는 아이는 날마다 숲마실을 다녀요. 나이로 치자면 예닐곱 살 즈음 되지 싶은 ‘그림책 아이’인데 개 한 마리를 이끌고 씩씩하게 숲마실을 누립니다.


  아이는 혼자 다닌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집에는 어머니가 있고, 언제나 함께 다니며 노는 개가 있어요. 그리고 숲에 깃들면 수많은 숲동무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요. 그림책 《질척질척 철퍼덕 진흙 할아버지》에서는 ‘진흙 동무’가 짠 하고 나타나지요.



단비는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면서 데굴데굴 구르네요. 바로 그때예요. 진흙탕 속에서, “어이쿠, 위험해!” 하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덩어리가 불쑥 솟아올랐어요. 그리고 단비를 와락 감싸 안았어요. (8∼9쪽)



  비가 오는 날 비옷을 입고 숲마실을 나온 단비(그림책 아이)는 어쩐지 이날 따라 무섭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앞뒤를 안 가리고 막 숲을 가로지르면서 달리는데, 돌멩이에 걸려서 넘어지려 해요. 이때에 땅밑에서 커다란 진흙덩이가 솟아올라요. 땅밑에서 솟아오르는 커다란 진흙덩이가 단비를 포근히 안아 주기에 단비는 조금도 안 다칩니다.


  커다란 진흙덩이는 단비한테 말을 걸어요. 이 진흙덩이는 진흙 할아버지라고 합니다. 지렁이를 귀여운 동무로 삼는 멋진 ‘흙 할아버지’입니다. 흙 할아버지 곁에는 흙 아이가 있어요. 이 흙 아이들은 단비라고 하는 멋진 아이가 숲으로 찾아와 주어서 반갑습니다. 흙 할아버지도 흙 아이도 숲 아이인 단비하고 함께 놀기로 합니다.




“할아버지, 우리 함께 놀아요!” 단비는 진흙 할아버지를 잡아끌었어요. “그래, 그래. 비가 그칠 때까지만이다.” 그때 여기저기 진흙탕 속에서 진흙 꼬마들이 나타나 진흙 할아버지를 따라왔어요. (12쪽)



  숲이란 어떤 곳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풀하고 나무만 우거지면 숲이라고 할 만한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흔히 시골이라 일컫는 곳은 논밭이랑 집만 있는 자리가 아니라, 마을이 숲에 포근히 안긴 곳이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도시하고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켜 시골이라 하지만, 예부터 시골이라고 하는 곳은 바로 숲으로 둘러싸여서 숲내음을 마시고 숲넋을 키울 만한 보금자리였지 싶어요.


  아이들은 숲에서 마음껏 여러 동무하고 이웃을 만나면서 놉니다. 어른들은 숲에서 나무를 하거나 나물을 합니다. 아이들은 숲에서 실컷 뛰놀거나 뒹굴면서 씩씩하고 의젓하게 자랍니다. 어른들은 숲에서 얻은 나무로 집을 짓거나 불을 피울 뿐 아니라, 숲에서 얻는 나물로 맛난 밥을 짓습니다.


  그리고, 숲이 있기에 늘 싱그러우면서 푸른 바람이 불어요. 맑으면서 따사로운 바람은 숲에서 태어납니다. 여기에다가 깨끗하고 시원한 물은 숲에서 샘솟지요. 냇물도 샘물도 숲에서 솟아요. 사람으로 태어나고 먹고 마시고 누리는 모든 숨결을 숲에서 얻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나, 진흙 할아버지 무릎이 의자가 되었네. 따뜻하고 흔들흔들 재미나요. 해님 냄새도 나고요.” 드르렁드르렁, 진흙 할아버지 숨소리가 들려요. 피피도 진흙 꼬마들도 잠이 들었어요. 단비도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23쪽)



  숲에 깃들어 흙 할아버지하고 노는 아이는 할아버지 몸에서 해님 냄새를 맡습니다. 해님은 흙을 따사로이 감싸고, 해님 기운을 받은 흙은 풀이며 꽃이며 나무이며 튼튼하게 북돋웁니다. 흙이 있어서 씨앗을 심습니다. 흙이 있기에 꽃이 핍니다. 흙이 있기에 숲이 우거져요.


  그림책 아이는 온통 흙투성이가 되도록 놉니다. 흙 아이를 동무로 삼기도 했고, 흙 할아버지가 지은 흙집에 들어가서 소꿉놀이도 하거든요.


  우리 집 아이들도 아주 꽁꽁 얼어붙도록 추운 날이 아니라면 맨발에 맨손으로 흙밭에 온몸을 맡기면서 놀기를 좋아합니다. 손발에서 흙내음이 나는 놀이를 즐기고, 온몸에서 흙가루가 포시시 떨어지도록 흙을 가까이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흙을 압니다. 흙을 만지면서 흙을 생각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흙을 노래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삶을 새로 배우고 사랑을 새로 가꿉니다. 4349.1.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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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근사 近似


 실전에 근사한 군사 훈련 → 실전과 거의 같은 군사 훈련

 예상과 근사하게 맞아떨어졌다 → 예상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근사한 옷차림 → 그럴듯한 옷차림 / 멋진 옷차림

 근사한 정원 → 보기 좋은 뜰 / 그럴듯해 보이는 뜰

 근사하게 보이다 → 멋지게 보이다

 근사하게 말을 꾸몄다 → 그럴듯하게 말을 꾸몄다


  ‘근사(近似)’는 “1. 거의 같다 2. 그럴듯하게 괜찮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거의 같다”라 하거나 ‘그럴듯하다’라 하면 됩니다. “거의 같다”라 할 자리에서는 ‘비슷하다’나 ‘엇비슷하다’나 ‘닮다’ 같은 말을 쓸 만합니다. ‘그럴듯하다’라 할 자리에서는 ‘그럴싸하다’나 ‘멋있다’나 ‘멋지다’나 ‘훌륭하다’나 ‘보기 좋다’나 ‘볼 만하다’ 같은 말을 쓸 만하고요. 4349.1.10.해.ㅅㄴㄹ



은색 비도 꽤 근사하네

→ 은빛 비도 꽤 그럴듯하네

→ 은빛 비도 꽤 멋지네

→ 은빛 비도 꽤 볼 만하네

→ 은빛 비도 꽤 곱네

《다카도노 호코/이서용 옮김-달라도 친구잖아!》(개암나무,2012) 24쪽


아빠 생신에 목도리를 떠 선물하면 정말 근사할 거예요

→ 아빠 생신에 목도리를 떠 선물하면 참말 멋질 거예요

→ 아빠 생신에 목도리를 떠 선물하면 매우 훌륭하겠지요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13쪽


너무 근사할 것 같지 않니

→ 무척 멋질 듯하지 않니

→ 매우 멋있을 듯하지 않니

→ 아주 훌륭할 듯하지 않니

→ 참 좋을 듯하지 않니

《유복렬-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눌와,2015) 21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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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탄생 (사이먼 윈체스터) 책과함께 펴냄, 2005.4.25. 14900원



  책이나 사전이 없었어도 말은 있었다. 책도 사전도 없었더라도, 글조차 없었더라도 말은 있었다. 그런데 글이 태어나고, 책이 나오고, 사전까지 나오면서 말은 비로소 새로운 숨결을 얻는다. 《영어의 탄생》은 영어라고 하는 말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새로운 숨결을 얻는가 하는 대목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일흔한 해에 걸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땀을 흘려서 일군 ‘옥스포드 영어사전’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는데, 영어사전 못지않게 이 책을 쓴 사람도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사람도 무척 땀을 쏟았겠구나 하고 느낀다. 참말로 말이란 무엇이기에 사전을 엮고 사전 이야기를 쓰며 사전 이야기를 옮길까. 아무래도 말은 그저 ‘기호’가 아니라 ‘생각을 담는 씨앗’이기 때문이리라. 삶을 짓는 바탕이 되는 생각을 나타내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씨앗이기에, 이 말 한 마디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슬기를 모으고 힘을 모았을 테지. 다만, 《영어의 탄생》이라는 책은 목숨줄을 오래 잇지 못하고 새책방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4349.1.1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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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탄생- 옥스퍼드 영어사전 만들기 70년의 역사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4월
14,900원 → 13,41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2016년 01월 1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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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7] 함석헌 집



  함석헌이라는 분이 있어요. 이분이 지난날 한 일을 기려서 ‘함석헌 기념관’이라고 하는 곳이 섰어요. 어린이문학을 널리 쓴 이원수 님을 기리는 ‘이원수 문학관’이 있고, ‘토지문학관’이나 ‘혼불문학관’처럼 뜻있는 일을 했거나 뜻있는 글을 쓴 분을 기리는 곳을 가리켜서 ‘기념관’이나 ‘문학관’ 같은 이름을 붙여서 새로운 집을 올리곤 해요. 여러 기념관이나 문학관을 살펴보면 으리으리하게 올린 집도 있지만 조촐하거나 수수한 집도 있어요. 그래서, 어느 모로 본다면 기념관이나 문학관은 ‘함석헌 집’이라든지 ‘이원수 집’이라 할 만하고, ‘토지 집’이나 ‘혼불 집’이라 할 만해요. 살림살이를 가꾸는 ‘집’이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넉넉하고 느긋하게 지내는 ‘집’이라고 할 테니까요. 어른들은 ‘기념관’이나 ‘문학관’ 같은 이름을 써야만 널리 기릴 수 있다고 여기기 일쑤이고, ‘역사관’이나 ‘박물관’ 같은 이름을 써야 비로소 뜻있는 자리가 된다고 여기기 마련이에요. 이런 이름이 나쁘지는 않은데, 가만히 헤아리면 ‘문학집’이나 ‘역사집’이라 해도 고운 이름이 됩니다. 한글을 기리는 곳이라면 ‘한글집’이나 ‘한글 넋집’이나 ‘한글 아름집’처럼 새로운 이름을 지어 볼 만하지요. 4349.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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