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0] 두층침대



  집이 작은데 아이가 많으면 작은 방 한쪽에 침대를 위아래로 놓는 ‘두층침대’를 놓기도 합니다. 침대가 하나라면 ‘한층침대’라고 따로 말하지 않고 ‘침대’라고만 하겠지요. 층을 이루어 두 층이 되니 ‘두층침대’예요. 천장이 높은 집이라면 두 층일 뿐 아니라 석 층이나 넉 층이 되는 ‘석층침대’나 ‘넉층침대’를 마련할 수 있어요. 석 층이나 넉 층쯤 되는 침대에서 잠을 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높은 곳에서 자니까 아슬아슬하려나요. 아니면 높은 곳에서 자느라 한결 새롭거나 재미나려나요. 침대를 두 층으로 놓으면 ‘두층침대’이듯이, 집을 두 층으로 지으면 ‘두층집’이에요. 침이 석 층이라면? ‘석층집’일 테지요. 집이 넉 층이면 ‘넉층집’이고, 집이 다섯 층이면 ‘다섯층집’이나 ‘닷층집’입니다. 한국말로는 하나·둘·셋(석)·넷(넉)·다섯(닷)을 넣어서 “몇 층인 집”인가를 밝히는 셈이지요. 한자말 일·이·삼·사·오를 넣으면 ‘일층집·이층집·삼층집·사층집·오층집’이 돼요.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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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9] 튀김닭



  예전에는 기름을 얻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밀반죽을 해서 부침개를 먹는다거나 달걀을 기름에 자글자글 부쳐서 먹는 일조차 무척 드물었어요. 요즈음은 기름을 쉽게 얻어서 흔히 쓰고, 닭고기를 먹을 적에도 흔히 튀겨서 먹어요. 예전에는 닭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뜨거운 물에 펄펄 끓여서 으레 먹었지만, 요새는 어디에나 ‘튀김닭’을 파는 가게가 매우 많아요. 튀겨서 먹는 닭이기에 ‘튀김닭’이고, 닭을 튀겨서 먹는다고 하면 ‘닭튀김’이에요. 튀겨서 먹는 국수라면 ‘튀김국수’가 될 테고, 고구마나 감자를 튀긴다면 ‘고구마튀김’이나 ‘감자튀김’이 되어요. 배추를 튀기면 ‘배추튀김’이 될 테고, 당근을 튀기면 ‘당근튀김’이 되어요. 햄버거를 파는 가게에서는 감자튀김만 팔기 일쑤인데, 집에서 튀김을 손수 해 본다면 배추나 당근도 한번 튀겨 보셔요. 배추튀김이나 당근튀김도 무척 맛있답니다. 감자나 고구마나 당근이나 시금치를 섞어서 튀길 적에는 ‘남새튀김’이 되어요. 그런데 ‘남새튀김’이라 말하는 어른은 드물고 ‘야채’라는 일본 한자말을 넣은 ‘야채튀김’이라 말하는 어른이 아주 많네요. 튀겨서 먹는 닭도 ‘치킨’이라는 영어를 쓰는 어른이 아주 많아요.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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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8] 풀밥



  사람마다 좋아하거나 즐기는 밥이 달라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풀을 즐기는 사람이 있어요. 몸에 안 맞기에 달걀을 못 먹는 사람이 있고, 몸에서 밀가루를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쌀밥을 맛나게 먹지만, 누군가는 탄수화물을 못 먹는 몸이라서 밥이 아닌 다른 것을 먹기도 해요. 빵을 몹시 좋아해서 잘 먹는 어린이가 있다면, 밀가루가 안 받기에 빵은 손에도 안 대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며 자주 먹을 적에는 ‘고기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고기를 먹는다’고 할 수 있어요. 풀을 즐기며 늘 먹을 적에는 ‘풀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풀을 먹는다’고 할 만합니다. 고기도 풀도 다 먹으면 ‘그냥 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다 먹는다’고 하면 될 테지요. 밥을 먹는 결이 다르니, 고기밥이나 풀밥을 먹는 몸짓은 ‘밥결’이라고 나타내 볼 수 있어요. 어른들은 고기밥을 ‘육식’이라 일컫고, 풀밥을 ‘채식’이라 일컫기도 해요.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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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치유의


 치유의 숲 → 치유하는 숲 / 마음 씻는 숲

 치유의 노래 → 치유하는 노래 / 마음 달래는 노래

 치유의 글쓰기 → 치유하는 글쓰기 / 마음 씻는 글쓰기

 치유의 기도 → 치유 기도 / 마음 어루만지는 기도

 치유의 독서 → 치유 독서 / 마음 달래는 책읽기


  ‘치유(治癒)’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치료(治療)’는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함”을 뜻한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은 ‘치유’를 “병을 다스려 낫게 하여 병을 낫게 함”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좀 엉뚱한 겹말풀이가 돼요. 다시 말하자면, 쉽게 “병을 다스려 낫게 하다”라 말하면 되는 셈이고, ‘치유’나 ‘치료’ 모두 “낫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병은 고칩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아 병이 낫게 합니다. 병은 씻어내거나 떨칠 수 있어요. 이렇게 ‘고치다’나 ‘낫게 하다’나 ‘씻다’나 ‘떨치다’ 같은 말을 쓰면 되고, 한자말 ‘치유·치료’를 꼭 쓰려 한다면 ‘치유 + -의’ 꼴이 아니라 ‘치유 + -하는’ 꼴로 알맞게 잘 쓸 노릇입니다. 4349.1.15.쇠.ㅅㄴㄹ



詩는 이러한 治癒의 기술의 하나이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씻어 주는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달래 주는 기술이기도 하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다스려 주는 기술이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82쪽


치유의 방법

→ 몸을 고칠 방법

→ 몸을 낫게 할 방법

→ 병을 씻어낼 길

→ 병을 떨쳐낼 길

《삶이보이는창》 51호(2006.7∼8) 4쪽


마치 무녀와도 같이 치유의 능력까지 가지고 계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치유력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몸을 고칠 힘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몸을 낫게 할 힘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3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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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벤 스틸러 감독, 벤 스틸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월터가 꿈꾸면 이루어진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월터 미티라고 하는 사람은 영화 〈월터가 꿈꾸면 이루어진다(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서 잡지 《LIFE》에서 필름인화를 하는 일을 열여섯 해를 했다고 나옵니다. 월터 미티라고 하는 사람은 어릴 적에 ‘모히칸 머리’도 하고 ‘스케이드 보드’를 매우 잘 탔다고 해요. 그런데 어릴 적에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로는 ‘꿈꾸는 삶’을 잊고 말아요. 때때로 멍때리기를 하기는 하지만 꿈꾸기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사진잡지사에서 열여섯 해 동안 필름인화를 맡으면서 한길을 걸었어요.

  월터 미티는 앞으로도 필름에 파묻혀서 ‘사진작가들이 온누리를 누비는 이야기’를 필름으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월터 미티는 스스로 온누리를 누비지는 않고 ‘다른 사람이 온누리를 누비는 이야기’를 먼발치에서 필름으로만 구경하다가 삶을 마무리지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월터 미티한테 큰 고빗사위가 찾아옵니다. 사진잡지 《LIFE》가 더 나오지 못하고 말아요. 인터넷 사회로 크게 구비치면서 바뀌는 물결에 《LIFE》도 더는 어쩌지 못한다고 해요. 《LIFE》를 함께 짓던 모든 사람이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이제 마지막 호를 내놓고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야 하는데, 마지막 호 겉그림(표지사진)이 될 필름이 어디에 있는지 종잡지 못합니다. 이리하여 월터 미티는 ‘마지막 호 겉그림이 될 필름’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험’하고 ‘여행’을 하지요.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잊고 말았던 꿈을 이제부터 비로소 꾸기로 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난 월터 미티는 그린란드로 갑니다. 그린란드에서 ‘주정뱅이 헬리콥터’를 타면서 목숨줄이 어디로 가는가를 놓고 아찔아찔합니다. 모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으니, 주정뱅이 헬리콥터에서 북극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지요.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북극 바다에 뛰어든 월터 미티는 상어하고 싸워야 하는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어도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아이슬란드로 가야 하고, 아이슬란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두 다리로 달리다가 스케이드 보드를 얻어서 가파른 내리막을 가로지릅니다. 화산이 터지는 곳에서 겨우 벗어나고는, 이제 내전으로 아슬아슬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지요.

  월터 미티는 오직 필름 한 장을 찾으려고 이런 모험이랑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이 모험이랑 여행을 하면서 차근차근 깨달아요. 왜 사는가 하는 대목을 아주 천천히 느리게 깨닫습니다. 돈 때문에 일자리를 얻어서 살아야 할까요? 삶을 아름답게 누리고 싶어서 일자리도 찾고 돈도 벌어야 할까요? 꿈을 마음에 품고서 기쁜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고 싶어서 돈도 벌거나 일자리를 찾을까요? 월터 미티는 이제껏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사진잡지 《LIFE》에 실을 겉그림 필름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찾아냅니다. 아니 이 필름은 늘 이곳(그곳)에 있었어요. 사진작가는 바로 월터 미티 코앞까지 와서 넌지시 ‘선물’을 남겼거든요. 다만 월터 미티는 사진작가 한 사람이 이녁한테 준 선물이 무슨 뜻인가를 하나도 몰랐어요. 앞으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월터 미티 스스로 새로운 꿈을 지어야 한다는 뜻을 조용히 보여주었는데, 월터 미티는 스스로 꿈꾸기를 하지 않은 터라, 사진작가 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미처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월터 미티는 코앞에 있는 삶이랑 꿈이랑 사랑을 도무지 모르고 살아온 ‘오늘날 모든 사람들’을 나타내는 셈인데, 사진작가 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 어느 깊은 멧자락에서 눈표범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 월터 미티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대목을 고요히 알려줍니다.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내가 나한테 스스로 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대목을 몸소 보여주지요. 눈표범이 ‘카메라 렌즈’에 잡혔어도 단추를 안 누르면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거든요. 바로 그 한때를 지켜보면서 기쁨을 누리는 몸짓을 월터 미티한테 보여주어요. 월터 미티가 스스로 무엇을 깨닫고 배워서 새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가르칩니다.

  영화 〈월터가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이 이름 그대로입니다. 월터가 꿈꾸기에 이루어집니다. 월터가 꿈꾸지 않으면 안 이루어집니다. 월터가 꿈꾸기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월터가 꿈꾸기를 하면 스스로 꿈으로 나아갈 삶을 스스로 알고 깨달으며 그대로 나아갑니다. 우리도 누구나 스스로 꿈꿀 때에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요. 우리도 저마다 스스로 꿈을 지을 때에 새로운 삶으로 거듭납니다.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영화읽기/영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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