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자연 그림책
아라이 마키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타카하시 히데오 감수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2



새봄에 해바라기씨를 심어 보자

― 해바라기

 아라이 마키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2015.8.10. 1만 원



  씨앗 한 톨에는 아주 멋진 숨결이 고요히 잠들어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씨앗 한 톨은 우리가 즐겁게 심어 줄 날을 기다리면서 새근새근 자요. 한 해를 자기도 하고, 열 해를 자기도 하는데, 때로는 백 해나 오백 해를 자기도 해요. 다만, 씨앗을 잘 건사해야 오래도록 새근새근 자면서 우리를 기다릴 수 있어요. 씨앗을 아무렇게나 둔다면 이 씨앗은 어느새 썩고 말 테지요.




손바닥에 있는 이것은 해바라기 씨앗이에요. 해바라기 씨앗은 4월에서 6월 사이에 심어요. (1쪽)



  아라이 마키 님이 빚은 그림책 《해바라기》(크레용하우스,2015)를 한겨울에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면 우리 집 마당이나 밭자락에 어떤 씨앗을 심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해바라기》에 나오듯이 해바라기씨도 심을 만합니다. 해님을 닮은 해바라기씨를 심어서 아이들하고 함께 언제나 해바라기 노래를 부를 만해요. 상추씨를 심을 수 있고 시금치씨를 심을 수 있어요. 어떤 씨이든 흙은 모두 고이 품어 줍니다. 어떤 씨이든 우리가 건네는 손길을 기다려요.


  햇볕이 씨앗을 포근히 어루만집니다. 빗물이 씨앗을 촉촉히 적십니다. 바람이 씨앗을 맑게 쓰다듬습니다. 여기에 사람들 손길이 살가이 닿으면서 사랑스러운 꿈 하나가 씨앗에 스며들어요.




해처럼 커다란 해바라기꽃이 피어납니다! (18쪽)



  우리가 심은 씨앗에 싹이 트고 뿌리가 내리면서 떡잎이 나오고 난 뒤에는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어버이 품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도 아기 티를 벗으면서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라면서 기다가 서다가 걷다가 뛰다가 달리다가 노래하다가 웃다가 울기도 하면서 씩씩하게 자라요.


  해바라기는 해님을 바라보면서 웃고, 아이는 어버이를 마주보면서 웃습니다. 해바라기는 해님 기운을 받으면서 잘 자라고, 아이는 어버이 사랑을 받으면서 잘 자라요. 해바라기는 이 바람을 기쁘게 맞아들이면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아이는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어버이 숨결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덩실덩실 춤을 춰요.


  정갈히 일군 밭에 씨앗 한 톨을 심듯이, 곱게 돌보는 아이 마음자리에 사랑씨 한 톨을 심습니다. 마당에서는 남새도 꽃도 자라고, 아이 마음속에서는 꿈도 기쁨도 자랍니다. 그리고, 이 보금자리를 가꾸고 이 아이를 보살피는 어버이 마음속에서도 새로운 꿈날개가 훨훨 피어납니다.




여러분도 해바라기 씨앗을 심어 보세요. 씨앗이 꽃을 피우고 다시 새로운 씨앗을 얻을 때까지 소중하게 키워 보세요. (32쪽)



  그림책 《해바라기》는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커다란 꽃송이로 거듭나는 해바라기 한살이를 꼼꼼하게 엮은 그림으로 잘 보여줍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씨앗심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른’도 재미나고 즐겁게 ‘씨앗심기를 배울’ 수 있도록 차분히 알려줍니다. 씨앗 한 톨에 뿌리가 내려서 줄기가 쑥쑥 오르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주고, 해바라기꽃을 이루는 혀꽃하고 대롱꽃이 저마다 어떻게 바뀌어 새로운 씨앗으로 거듭나는가 하는 대목을 가만히 알려주어요.


  이 그림책을 빚은 아라이 마키 님이 우리한테 씨앗 한 톨을 심어 보라고 넌지시 말씀하듯이, 참말 우리 스스로 곱게 씨앗 한 톨을 심은 뒤 꾸준히 지켜보고 살펴보면서 ‘그림일기’를 써 본다면, 그림책 《해바라기》 곁에 나란히 꽂을 만한 재미나고 신나는 ‘우리 그림책(관찰일기 그림책)’ 한 권을 빚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씨앗 한 톨이면 돼요. 딱 씨앗 한 톨만 심으면 돼요. 우리 보금자리마다 씨앗 한 톨이 싹을 틔워 꽃을 한 송이씩 피울 수 있으면, 우리 보금자리를 비롯해서 마을에도 나라에도 온누리에도 고운 꽃내음이 흐드러질 수 있어요.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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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78 : 뱉고 토하다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토해낸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뱉어낸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내쉰

→ 한숨을 뱉어내고, 한숨을 쏟아낸


토하다(吐-)

1. = 게우다

2. 밖으로 내뿜다

3. 느낌이나 생각을 소리나 말로 힘 있게 드러내다



  한숨은 ‘쉽’니다. 한숨을 크게 쉰다고 한다면 ‘뱉는다’고도 하는데, 이보다 더 크게 뱉는다면 ‘내뱉는다’고 할 만합니다. ‘내쉰다’나 ‘쏟아낸다’고도 할 만합니다. 입에서 나오는 숨이기에 ‘쉬다·뱉다’ 같은 낱말을 써요. 물이나 불이나 냄새나 빛이나 느낌을 밖으로 내놓을 적에는 ‘뿜다’ 같은 낱말을 쓰고요. ‘게우다’를 가리키는 ‘吐하다’를 빌어서 한숨쉬기를 가리킬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같은 말을 잇달아 쓰고 싶지 않다면 ‘뱉다·내뱉다·쉬다·내쉬다’를 섞으면 됩니다. 4349.1.20.물.ㅅㄴㄹ



한숨을 뱉어냈다 … 동시에 한숨을 토해낸 … 내뱉은 한숨이

→ 한숨을 뱉어냈다 … 나란히 함숨을 내쉰 … 내뱉은 한숨이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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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새롭게 살려서 쓰자고 하는 이야기를 적은 짧은 글을 이모저모 크게 손질해서 새로 올립니다.


..


어깨동무



  남녘과 북녘이 갈라지고 난 뒤부터 한 나라는 두 나라가 되었고, 이동안 두 나라에서 쓰는 말이 차츰 벌어져요. 나라는 같아도 고장이 다르면 말이 다르기 마련이라서 고장말(사투리)이 있지요. 고장마다 다르면서 즐겁게 쓰는 고장말이에요. 그런데, 우리 삶터에서는 남녘하고 북녘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되면서 ‘동무’라고 하는 살갑고 오래된 낱말이 짓밟혔어요. ‘동무’라는 낱말은 마치 북녘에서만 써야 하는 낱말인듯이 윽박지른 어른이 많았어요. 이리하여 남녘에서는 ‘친구’라는 한자말을 써야 했습니다. 남녘에서 새롭게 태어나 자라는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무’라는 낱말은 어쩐지 낯선 말로 여겨야 했어요. 그러나 ‘동무’라는 낱말은 ‘글동무·소꿉동무·어깨동무·놀이동무·길동무·책동무’ 같은 낱말에 씩씩하게 남았지요. 한 나라가 두 나라로 바뀌었어도 오래도록 사람들 삶에 뿌리내린 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아요. 이제 우리는 남녘하고 북녘 사이에서도 기쁘고 사랑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평화를 찾아야지 싶어요. 이웃에 있는 다른 나라하고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웃는 웃음동무도 되고 노래동무도 되며 꿈동무도 되는 삶으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


아주까리기름



  마치 사람 손바닥처럼 생긴 잎이 돋는 풀이 있어요. ‘아주까리’라는 풀인데, 이 풀에서 꽃이 핀 뒤에 씨앗이 여물어 열매가 맺으면, 이 열매를 얻어서 기름을 짜요. ‘아주까리기름’은 여러모로 살림을 북돋우는 구실을 해요.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기름을 살피면 으레 풀씨나 풀알(풀 열매)에서 얻어요. 참기름은 참깨를 짜서 얻고, 들기름은 들깨를 짜서 얻지요. 이밖에도 해바라기씨나 포도씨를 짜서 기름을 얻고, 유채씨를 짜서 기름을 얻기도 해요. 콩알을 짜서 얻는 기름이라면 콩기름이고, 옥수수알을 짜서 얻는 기름이라면 옥수수기름이에요. 우리가 쓰는 기름을 놓고 이처럼 어느 풀씨나 풀알에서 얻은 기름인가 하고 이름을 붙이면 알아보기 쉽지요. 그렇지만 어른들은 이런 쉬운 이름보다는 ‘캐놀라유’나 ‘채종유’처럼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해요. ‘캐놀라유·채종유’는 ‘유채기름(유채씨기름)’을 가리킨답니다. ‘아주까리기름’을 놓고도 ‘피마자유’ 같은 이름을 쓰려는 어른이 많아요. 그런데 말이지요, 시골에서 살며 아주까리풀이랑 아주까리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어린이라면 ‘아주까리’라는 이름도 똑같이 어려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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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



  조그마한 봄꽃을 놓고 세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아기 손톱만큼 조그마하면서 보랏빛 꽃송이가 피는 봄꽃인데, 이를 놓고 ‘봄까지꽃·봄까치꽃·개풀알풀꽃’이라고 가리키곤 해요. 이 가운데 ‘봄까지꽃’이 옳고 알맞게 쓰는 이름이에요. 이 봄꽃은 한겨울에 볕이 포근할 적부터 떡잎이 돋고 꽃망울이 터져요. 이러다가 봄이 저물고 여름으로 접어들면 모두 시들어서 사라지지요. 이름 그대로 “봄까지 피는 꽃”이기에 ‘봄까지꽃’이랍니다.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은 이 봄꽃 이름을 어느 분이 잘못 알아듣고 시를 쓰면서 잘못 퍼졌어요. ‘개불알풀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을 한국 학자가 고스란히 옮긴 이름이고요. 세 가지 이름을 놓고 어느 이름을 쓰더라도 우리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될 노릇이에요. 이름 때문에 꽃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이 작은 봄꽃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생각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작은 들꽃 한 송이한테는 누가 어떤 이름을 어떻게 지어서 붙일 적에 더없이 사랑스레 어울리면서 고울까요? 꽃이름은 예부터 이 꽃을 가까이 두며 아낀 사람이 붙일 만할까요, 아니면 식물학자한테 맡겨서 붙일 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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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빛



  제비꽃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하얗게 꽃송이를 피우는 제비꽃이 있고, 노랗게 꽃잎을 벌리는 제비꽃이 있어요. 가장 흔히 볼 만한 제비꽃이라면 보랏빛입니다. 한겨울에도 볕이 잘 드는 자리에서 씩씩하게 고개를 내미는 제비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제비꽃은 으레 ‘보랏빛’이라 하는데, 보랏빛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제비꽃빛’을 쓸 만하겠구나 싶어요. 하얗거나 노란 제비꽃을 볼 적에는 ‘흰제비꽃빛’이나 ‘노란제비꽃빛’이라 말하면 될 테고요. 그래서 빛깔을 나타낼 적에 꽃빛을 놓고 여러모로 재미나게 빛깔 이름을 지어 볼 수 있어요. 감꽃빛, 살구꽃빛, 탱자꽃빛, 벚꽃빛, 개나리꽃빛, 민들레꽃빛, 모과꽃빛, 능금꽃빛, 배꽃빛, 오얏꽃빛, 복숭아꽃빛, 콩꽃빛, 배추꽃빛, 무꽃빛, 유채꽃빛, …… 그야말로 모든 꽃은 저마다 꽃빛이 다르니, 이 다르면서 고운 꽃송이하고 꽃내음을 헤아리는 빛깔말을 지을 만하지요. 꽃빛으로 빛깔을 가리키면 빛깔뿐 아니라 그윽한 냄새까지 우리 마음으로 스며들리라 느껴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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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2] 툭탁질



  작은 일을 놓고 둘이 다툽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다투다가 어느새 손이 올라가더니, 한 사람이 때리고 다른 한 사람이 맞다가, 맞은 사람도 때린 사람을 때리면서 마구 뒤엉켜서 큰 싸움으로 번집니다. 작은 일을 놓고 둘이 옥신각신합니다. 한쪽이 옳으면 다른 한쪽은 그른 셈입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더니 다시 다툼질이 되고 싸움질로 되고 말아요. 작은 일을 놓고 서로 뜻이 안 맞습니다. 한번은 가볍게 티격을 벌이다가, 이내 티격태격 말소리가 높아지고, 어느새 툭탁거리면서 눈알을 부라리기까지 합니다. 어린이도 때때로 툭탁거리는 툭탁질을 합니다. 어른도 곧잘 툭탁거리면서 툭탁질을 해요. 우리는 누구나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마음이 다르기 마련일 텐데,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한 나머지 그만 다툼질을 하고 싸움질을 하며 툭탁질을 하고 티격질을 해요. 잘못하다가는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러다가는 서로 마음이 크게 다쳐서 앞으로 앙금이 깊이 쌓일 수 있어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툭탁거리는 소리가 잦아듭니다.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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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1] 날개 나래



  학교에서는 ‘상상화’를 그리라고 가르치거나 시킵니다. 나는 어릴 적에 ‘상상화’가 무엇인지 갈피를 잘 잡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상상’이라는 말부터 살갗으로 느끼기 어려웠어요. 어른들한테 상상화가 무엇이냐 하고 여쭈면 “상상을 그리면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상상’이 무엇이냐 하고 여쭈면 ‘생각’을 그리라고 하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생각’을 그리라고도 하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그리라고도 했어요. 이때에 비로소 알아차리지요. 아하, ‘꿈을 그리면’ 되는구나 하고. 이러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요. 꿈을 그린다고 한다면 ‘꿈그림’이라 말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나기를 바라거나 이루려는 꿈이라면 ‘앞꿈그림’이나 ‘새꿈그림’이라 이름을 붙일 만해요. 종이 한 장을 책상에 펼치고 내 꿈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내 꿈에 날개를 달아 보려고 합니다. 꿈날개를 펼쳐서 새로운 생각을 지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꿈나래를 펄럭이면서 마음껏 온갖 생각을 지으려고 합니다. ‘나래’는 ‘날개’를 가리키는 옛말이라고도 하고 고장말이라고도 해요.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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