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6] 작은자전거



  아이는 어른하고 함께 서면 키도 몸집도 작아요. 아직 작기에 아이요, 앞으로 무럭무럭 자랄 꿈이 있으니 아이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숨결인 아이를 가리켜 ‘작은이’라 할 수 있어요. 그저 작으니까 ‘작은이’입니다. 그러면 어른은 ‘큰이’라 해 볼 수 있을까요? 몸집만 놓고 본다면 ‘작은이·큰이’처럼 부를 만합니다. 어른은 아이를 낳은 뒤 어린이를 바라보며 ‘큰아이·작은아이’처럼 부르기도 해요. 처음에 낳은 아이는 언니가 되면서 큰아이 자리에 서고, 나중에 낳은 아이는 동생이 되면서 작은아이 자리에 서지요. 어른하고 대면 몸이 작은 어린이는 어른처럼 커다란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자그마한 자전거를 타지요. 그런데 어른 가운데에도 자그마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어요. 어른이라고 해서 굳이 커다란 자전거만 타야 하지 않거든요. 작고 가벼우면서 예쁜 자전거를 어른도 얼마든지 탈 만합니다. 자, 그러면 어른도 아이도 즐겁게 타는 자그마한 자전거 이름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작은자전거’입니다. 우리가 자전거로 산을 타면 ‘산자전거’가 되고, 바퀴 하나인 자전거는 ‘외발자전거’가 되며, 짐을 실어 ‘짐자전거’가 되고, 이밖에 ‘놀이자전거’나 ‘여행자전거’나 ‘씽씽자전거’나 ‘눕는자전거’가 있어요.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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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5] 입가심, 주전부리, 볼가심



  밥을 즐겁게 차려서 먹은 뒤에는 밥상을 치우지요. 빈 밥그릇을 개수대로 옮겨서 설거지를 할 테고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설거지를 할 수 있고, 어린이가 설거지를 도울 수 있습니다. 행주로 밥상을 닦아서 깨끗이 하고는, 다음에 먹을 밥을 생각하며 즐겁게 기운을 내어 놀 테지요. 또는 책을 펴서 읽거나 공부를 할 테고요. 때로는 밥을 다 먹고 나서 밥상을 곧장 치우지 않기도 해요. 입이 심심하다든지 밥상맡에서 이야기를 더 나누려 할 적에는 가볍게 ‘입가심’이나 ‘입씻이’를 합니다. 주전부리를 살짝 먹으면서 즐겁게 밥차림을 마무리합니다. 능금 한 쪽을 먹는다든지 케익 한 조각을 먹는다든지 감 한 알이나 수박 한 조각을 먹을 수 있어요. 영어로는 ‘디저트’라고 하고, 한자말로는 ‘후식’이라고 하니까, 이런 주전부리는 ‘뒷밥’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주전부리는 끼니가 아닌 먹을거리를 가리키는데, 들에서 흝는 까마중이나 찔레싹이나 감꽃도 주전부리예요. 이와 달리 ‘군것질’은 집 바깥에서 돈을 치러서 사다가 즐기는 가벼운 먹을거리를 흔히 가리킵니다. 밥을 먹고 나서 물이나 숭늉을 마셔서 입을 헹구면 ‘볼가심’인데, 배고플 적에 아주 가볍게 입맛을 다시듯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는 일도 ‘볼가심’입니다.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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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괭이 앞발 권법 - 박경희 동시집 담쟁이 동시집
박경희 지음, 이휘재 그림 / 실천문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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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78



동시에 욕만 잔뜩 쓰는 아이

― 도둑괭이 앞발 권법

 박경희 글

 이희재 그림

 실천문학사 펴냄, 2015.12.30. 12000원



  충남 보령에서 지내며 아이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박경희 님이 쓴 동시를 묶은 《도둑괭이 앞발 권법》(실천문학사,2015)을 읽습니다. 박경희 님은 시골에서 살며 시골 아이하고 느끼는 하루를 조곤조곤 동시로 묶어요. 시골 아이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쓰고, 시골 할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쓰고, 시골 아지매나 아재하고 부대낀 이야기를 써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사는 나도 이 아이들하고 어우러지는 하루를 곧잘 짤막하게 간추려 보곤 합니다. 이를테면, 두 아이가 서로 달리기 놀이를 하면서 겨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바람을 가르듯이 신나게 달리려 하는데 아무래도 키나 몸집에서 큰아이가 더 크니 작은아이가 뒤로 처져요. 이때에 작은아이는 누나더러 저보다 앞서 달리지 말라고 하기 일쑤인데, 어느 날 배시시 웃으면서 누나 신을 신겠다고 해요. 왜 그러한가 했더니 누나 신을 신으면 저도 누나처럼 잘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더군요.



빨간 휴지 줄까? / 파란 휴지 줄까? // 똥꼬에 불났네 / 내 꽁지에 불났네 (뒷간 귀신,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아무리 쳐 봐야 대답 안 해유.” // 수박 장사 아저씨 심드렁 심드렁 // 아까부터 수박 머리 두드리는 / 아줌마가 못마땅하다 (수박)



  어버이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아이한테 말을 처음으로 터뜨려서 보여주는 어버이는 언제나 시인이 됩니다. 어버이한테서 말을 처음으로 배우는 아이도 시인이 됩니다. 늘 새롭게 배우는 말로 언제나 즐겁게 말을 터뜨리는 아이는 그야말로 시인이 되어요.


  박경희 님이 쓴 〈빨간 금붕어〉 같은 노래는 박경희 님을 고모로 둔 아이가 어느 날 문득 터뜨린 말일 테지요? 박경희 님은 아이가 터뜨리는 멋지고 사랑스러운 말을 고스란히 옮겨적으면서 새로운 노래로 짓습니다. 아니, 아이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지요.


  여느 날 수수하게 아이하고 어우러져서 놀다가 노래를 부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아이하고 손을 맞잡고 노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금붕어를 보다가, 매미 울음소리를 듣다가, 바람소리를 듣다가, 또 빗물을 맞고 눈송이를 맞으면서 새삼스레 노래를 부릅니다.



둥치에서 뜨릅매미 / 뜨름 따름 뜨름 따름 // 가지에서 각시매미 / 쯔응 쓰루응 즈응 쯔루응 (매미)


고모! / 내가 자꾸 쳐다보니까 / 물고기가 / 부끄러운가 봐! (빨간 금붕어)



  이 땅에 새로 태어난 아이는 외양간도 소도 처음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눈을 끔뻑거리는 소를 마주보는 아이는 소하고 아마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리라 생각해요.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은 소랑 아이가 이루는 삶과 놀이를 가만히 마음으로 담아서 새삼스레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밥찌꺼기를 땅에 묻고 나서 만난 멋진 새싹(참외 싹)을 본 날에도 놀랍고 반가운 노래를 불러요.



외양간에 소를 처음 본 아이가 / 입김을 씩씩 불더니 / 소 눈을 들여다본다 (눈싸움)


음식물을 / 땅에 묻고 돌아선 지 / 일주일 만에 / 우둘투둘 씩씩하게 / 햇빛 뚫고 / 참외 싹이 났다 (참외 싹이 쑤욱!)



  《도둑괭이 앞발 권법》을 읽다 보면, 동시를 쓴 박경희 님이 만난 시골마을 아이들 삶이 찬찬히 함께 흐릅니다. 박경희 님한테서 글쓰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동시 쓰기’를 할 적에 욕만 잔뜩 쓰는 삶이 흐르고, 한국으로 시집온 이웃나라 사람들 삶이 흐릅니다.


  시골 아이는 왜 동시 쓰기를 할 적에 욕만 쓸까요? 아무래도 이 아이는 집이나 마을에서 늘 욕만 들었기 때문일 테지요. 이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늘 욕을 해대니 아이 마음속에 어느새 욕이 잔뜩 들어왔을 테고, 이 아이는 이 욕을 얼른 털어내고 싶으니 동시 쓰기를 할 적에 이 욕꾸러미를 몽땅 뱉어낼는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욕 빼고는 들은 소리가 없으니 욕꾸러미만 동시로 쓰는 아이일 텐데, 이 아이가 욕꾸러미를 다 뱉어내고 난 자리에 기쁜 노래가 한 가락이라도 스며들 수 있으면, 다음에는 이 조그마한 기쁜 노래를 동시에 쓸 수 있겠지요.


  한국으로 시집을 온 분들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한국 아이’가 됩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시집을 온 이웃나라 사람들은 아직 ‘한국 어른’으로 대접을 받지 못해요. “그냥 우리 동네 사람”일 텐데, 마을에서도 나라에서도 학교에서도 ‘이주 여성’이라는 눈길로만 바라봅니다.



동시를 쓰는데 / 용석이가 자꾸 욕을 쓴다 / 욕 쓰면 혼난다고 해도 / 자꾸 욕을 쓴다 // 그림도 게임에서 싸우는 / 그림만 그린다 / 칼을 들고 / 불을 내뿜는 용도 그린다 (동시 쓰기)


창준이도 / 배숙이도 / 윤진이도 / 성진이도 / 세환이도 / 다 엄마가 / 다른 나라 사람이다 (그냥 우리 동네 사람)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씨앗 한 톨을 손수 심어 볼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박경희 님한테서 글쓰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새봄에 저마다 씨앗 한 톨씩, 또는 두 톨씩, 또는 밭고랑 한 줄씩, 또는 밭뙈기 한 가득, 손수 씨앗을 심고서 이 씨앗을 손수 돌보는 여름을 누리고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동시 쓰기를 할 적에 욕만 쓰는 아이도 씨앗 한 톨을 손수 심어서 ‘관찰일기’를 동시로 써 볼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작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꽃이 피고 새로운 씨앗을 품은 열매를 맺어요. 아이들 가슴에 고운 씨앗이 사랑스레 자라서 웃음꽃이 피고 이야기꽃이 흐드러질 수 있기를 빌어요.


  두 손을 모아서 씨앗을 품을 수 있다면, 이 두 손을 모아서 짓는 노랫가락에도 사랑스러운 숨결이 흐를 수 있을 테지요. 두 손 가득 고운 꿈을 품을 수 있다면, 이 두 손을 새롭게 펼쳐서 기쁨으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지을 수 있을 테지요. 《도둑괭이 앞발 권법》을 빚은 박경희 님이 보령 시골마을에서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꾸러미를 기쁨으로 지어서 나누어 주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동시 읽기/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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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4] 바로밥, 빠른밥



  추운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밥이며 국을 그때그때 뜨끈뜨끈하게 끓여요. 따뜻한 것을 몸에 넣으면 몸은 이 따뜻한 기운을 받아서 기뻐하지요.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밥이며 국을 앞에 놓고도 밥상맡에서 장난을 치며 놀면 어느새 밥이며 국이 식어요. 바로 먹지 않으니 이내 차갑게 식지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많이 바쁘면 밥을 바로바로 차리지 못합니다. 때로는 전화를 걸어서 바깥밥을 시켜서 먹고, 때로는 나들이를 나와서 바깥에서 사다 먹어요. 어느 때에는 집에서 손쉽게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밥을 장만해서 먹습니다. 끓는 물에 넣고 몇 분을 기다린다든지 전자레인지에 몇 분을 돌리면 되는 밥인데, 이른바 ‘바로밥’입니다. ‘즉석 식품’이라고도 해요. 라면도 끓는 물에 넣고 양념을 타면 곧바로 먹을 수 있으니 ‘바로밥’ 가운데 하나예요. 햄버거를 파는 곳에서는 우리가 이것저것 달라고 시키면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척척 내어줍니다. 이런 곳에서는 우리한테 ‘빠른밥’이나 ‘빠른빵’을 베푼다고 할 만해요. 이를 ‘패스트푸드’라고도 합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한두 시간쯤 걸려서 차근차근 지어서 먹는 밥이라면 아무래도 천천히 누리는 밥이니 ‘느린밥’이 될까요? 영어로는 ‘슬로푸드’라고도 해요. 4349.1.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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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83] 점글·점길·손말·손빛



  눈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으로 앞을 보면서 이웃을 사귀어요. 눈으로 앞을 볼 적에는 눈에 기대어 글씨를 읽고 얼굴빛을 살핀다면, 마음으로 앞을 볼 적에는 오로지 마음으로 서로서로 어떤 숨결일까 하고 읽지요. 마음으로 앞을 보는 사람은 ‘손’을 써서 ‘손결(손 느낌)’로 물건을 느끼고 얼굴을 느끼며 글씨를 헤아려요. 하얀 종이에 조그마한 동그라미 무늬를 오돌토돌하게 내어 손끝으로 살펴서 읽도록 하는 글씨를 헤아립니다.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글씨를 가리켜 ‘점글(점자)’이라 해요. 때로는 길바닥에 있는 살짝 도톰하게 튀어나온 판을 볼 수 있어요. 길바닥에 있는 도톰하게 튀어나온 판은 바로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걸어다닐 적에 길을 잘 어림하도록 돕는 자리이지요. 이러한 길은 ‘점길(점자블록)’인 셈입니다. 그리고 말을 입이 아닌 손으로 나누는 사람이 있어요. 손으로 말을 나누려면 손짓하고 손가락짓을 바지런히 하지요. 이처럼 손으로 나누는 말은 ‘손말(수화)’이라 합니다. 손말을 나누는 이웃이 있으면 즐겁게 손말을 배워 보셔요. 우리 두 손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고운 손빛이 됩니다.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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