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70] 길들지 않기



  길이 들어 익숙한 대로 가면

  새로운 자리하고는

  차츰 멀어지네



  늘 하던 대로 하면 늘 하던 틀에서 맴돕니다. 늘 하던 대로 한다면 잘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새로운 즐거움이나 기쁨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한길을 걷기에 무척 빼어난 솜씨를 보여줄 수 있고, 한길을 걷더라도 새로운 길을 내려는 몸짓이 되면 덜 빼어난 솜씨가 되더라도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운 숨결로 날마다 거듭날 수 있어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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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 (류대영) 생각비행 펴냄, 2016.1.15. 2만 원



  ‘파이어스톤 도서관’이란 어디일까?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라는 책을 손에 쥐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데, 도서관 이름이 무어 대수롭겠느냐 하고 여기면서 책을 읽는다. 두 아이가 재미난 노래를 듣도록 유투브를 살피면서 한 쪽씩 두 쪽씩 읽는다. 글쓴이 류대영 님이 되새기는 지난날 이야기는 새록새록 그림으로 떠오른다. 나도 적잖은 대목에서는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등화관제훈련’을 한다면서 갑자기 모든 집마다 불을 다 꺼야 하던 때, 나는 형이랑 마을 동무들이랑 밤별을 신나게 올려다보곤 했다. 때로는 민방위대원 마을 아저씨들 눈길에서 벗어나면서 숨바꼭질을 했다. 밤에 하는 숨바꼭질이란 얼마나 재미있던지. 지나온 나날을 되짚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에서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른 삶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뜻밖에 겹치는 ‘삶’이 있고, 생각 밖으로 만나는 ‘생각’이 있다. 340쪽이 살짝 넘는 도톰한 책인데 이야기가 아주 술술 읽힌다. 글로 쓴 글이라기보다는 ‘입으로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말로 하듯이 글로 옮겼기 때문일 테지. 류대영 님이 이녁 아이들한테 남기면서 들려주고픈 이야기일 테니까.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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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 (양장)- 일상과 그 너머에 대한 인문적 성찰
류대영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6년 01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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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난 다음에



  놀고 난 다음에 장갑에 묻은 눈이랑 얼음을 떨어낸다. 다 떨어지지 않는 얼음은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다. 햇볕이 드는 빨랫줄에 장갑을 널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장갑이 다 마르면 다시 신나게 눈놀이를 한다. 또 장갑이 눈투성이랑 얼음투성이가 되면 장갑을 벗기고 집안으로 들여서 손을 녹이도록 한 뒤, 새롭게 장갑을 널어서 햇볕하고 바람이 보송보송하게 말려 주기를 바란다.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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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이수애) 한울림어린이 펴냄, 2015.12.24. 12000원



  나뭇잎이 돋으니 애벌레가 자랄 수 있다. 풀잎이 나니 풀벌레가 자랄 수 있다. 애벌레와 풀벌레는 숲과 풀밭에서 삶을 기쁘게 누린다. 풀잎하고 나뭇잎은 작은 벌레한테 기꺼이 제 몸을 나누어 주고, 작은 벌레는 잎사귀를 먹으면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는데, 이동안 새한테 곧잘 잡아먹힌다. 그림책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는 잎하고 벌레 사이에 얽힌 삶 가운데 ‘잎을 먹는 벌레’가 ‘잎을 고운 무늬로 바꾸어 주는 손길’이라는 대목으로 바라보면서 상냥하고 예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뭇잎 손님은 마음에 드는 대로 ‘머리 가꾸기’를 하지 못하지만, 겨우내 깊이깊이 잠들고 새봄에 깨어날 적에 ‘모두 사라진 머리카락(잎몸)’ 자리에 자그마한 싹이 자란 모습을 보고는 새롭게 웃으면서 기뻐한다. 참말 그렇지. 머리카락은 언제나 새로 돋으니까. 나뭇잎도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머리카락이 새로 돋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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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이수애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2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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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3시의 무법지대 3
요코 네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99



일도 사랑도 목숨을 걸고

― 오전 3시의 무법지대 3

 네무 요코 글·그림

 김승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15. 5500원



  네무 요코 님 만화책 《오전 3시의 무법지대》는 세 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제때에 일을 마치고 집에 갈 수 있는 하루가 드뭅니다. 회사에서 밤을 새거나 잠을 자기 일쑤이고, ‘제때’라고 하는 때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맞는 짝을 만날 틈이란 없다고 할 만하고, 마음이 맞는 짝을 만나더라도 둘이 오붓하게 지낼 만한 틈을 내기가 힘들다고 할 만합니다. 밝은 낮에 팔짱을 끼면서 걷고 싶으나, 이런 나들이는 거의 꿈이라 할 만해요. 한밤을 함께 보내고 싶지만, 이런 일도 언제나 꿈과 같습니다.



‘어떡해. 조용히 혼자 있게 되면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 수많은 ‘만약’.’ (33쪽)


‘밤샘을 한 사람에게도,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도, 실연한 사람에게도, 발주서는 평등하게 날아온다.’ (42∼43쪽)



  수없이 많은 가게가 있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가게마다 광고종이를 뿌리고, 이 수없이 많은 광고종이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된 일을 잊으려고 돈을 써서 노는 사람이 있고, 고된 일이 바쁜 나머지 돈을 쓸 겨를이 없지만 다달이 집삯을 내야 하니까 돈을 자꾸 벌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쳇바퀴와 같은 일로 바쁩니다. 쳇바퀴처럼 도는 일을 하느라 몸이며 마음이 지치는데, 이러한 곳에서 만나는 반짝거리는 사랑은 새롭게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마음속에 환한 웃음꽃이 피도록 북돋우는 짝꿍이 없다면 수없이 많은 가게마다 밤새도록 불빛이 번들거리는 이곳에서 버티지 못할 만하다고 할 수 있어요. 목숨을 걸듯이 일을 하고, 목숨을 걸듯이 사랑을 합니다. 온힘을 쥐어짜내면서 일을 하고, 마지막 힘까지 버티면서 사랑을 품에 안으려 합니다.



“그 자식, 한 대 패주고 와.” “네?” “그게 머리 자르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일 거야. 이렇게 마냥 소화불량으로 끌어안고 살다간 위가 못 버텨.” (62∼63쪽)


“여유가 있으면 때려 보겠어.” “하하하. 때리는 건 여유가 없다는 증거 아냐?” “근데 나도 참 구질구질하다. 실은 멋지게 딱 포기하고 싶었는데.” “후후,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은 다 그래.” (66쪽)



  《오전 3시의 무법지대》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가씨는 사랑과 실연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가씨하고 짝꿍으로 맺어지는 사내는 이혼과 새 만남 사이에서 오락가락합니다. 이들은 저마다 어떤 발걸음으로 새 길을 나아갈 사이가 될까요. 젊은 날에는 밤 세 시나 새벽 세 시에도 불을 밝히면서 일을 한다지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도 이처럼 일을 하면서 둘 사이를 따사로이 이을 수 있을까요. 서로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채 멀리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나날을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고 쉰이 넘는 때까지도 이어갈 만할까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키스하지 않아도, 모든 게 납득되지 않아도, 진심은 늘 제자리에.’ (122쪽)


“모모코가 온 뒤로 너무 즐거워서, 그만둘지 말지 많이 고민했어.” (147쪽)



  내 새벽 세 시는 어떠한 때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나한테 새벽 세 시는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는 때입니다. 미처 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이부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서 일감을 붙잡는 때입니다. 아이들이 깨어날 아침에 어떤 밥을 새로 지을까 하고 생각하며 쌀을 씻어서 불리거나 다시마 국물을 내는 때입니다. 엊저녁에 고단해서 끝내지 못한 설거지가 있으면 얼른 마무리를 짓는 때입니다.


  만화책을 덮으며 생각에 잠겨 봅니다. 사람들마다 새벽 세 시, 또는 밤 세 시를 다르게 맞이합니다. 이때까지도 일하는 사람이 있고, 이때까지도 술자리를 이으면서 고단한 마음을 풀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에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이 있고, 이때에 홀로 쓸쓸히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있어요. 이때에 하루 일을 여는 사람이 있고, 이때에 하루 일을 기쁘게 마무리짓는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저마다 다른 사랑으로 저마다 다른 삶을 짓습니다.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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