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놀이 12 - 눈굴을 뚫자



  마당 한쪽에 쌓은 눈을 손으로 호미로 꽃삽으로 살살 구멍을 내어 눈굴을 뚫자. 눈굴을 뚫으면 서로 손이 만나고, 장난감 자동차도 이 눈굴을 오갈 수 있지. 이 작은 눈밭에 우리 손으로 새로운 길을 하나 내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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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자동차 놀이 14 - 눈밭에 굴리기



  놀이돌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어디에서든 신나게 굴리고 싶다. 장난감 자동차는 놀이돌이랑 함께 바다에서도 골짜기에서도 버스에서도 집에서도 마당에서도 자전거에서도, 또 고흥에서 보기 드문 눈이 내려서 눈밭이 된 고샅에서도 싱싱 달린다. 무엇이든 다 헤치면서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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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Kitchien 7 - 완결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맛을 내는 솜씨는 늘 네 손길에 있어

― 키친 7

 조주희 글·그림

 마녀의책장 펴냄, 2012.1.30. 1만 원



  조주희 님이 빚은 만화책 《키친》(마녀의책장)은 2009년에 1권이 나왔고, 2012년에 드디어 7권이 나오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맛있는 이야기를 수수한 밥상에서 찾는 만화책 《키친》이기에 이 만화책이 7권에서 끝나지 말고 10권이든 20권이든 30권이든, 그야말로 오래오래 나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도 이 만화책이 일곱 권이나 나올 수 있었다는 대목으로 반가우면서 고맙다고 여기고 싶습니다. 요리 솜씨를 뽐낸다든지, 요리 대회를 겨룬다든지, 맛집 순례를 한다든지, 이런저런 흔하거나 뻔한 얼거리가 아니라, 삶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이 되어 밥 한 그릇을 나누는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낸 숨결이 더없이 고운 《키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비온 뒤의 죽순마냥 쑥쑥 자라고, 영감이 아직 듬직한 어깨를 가진 건강한 사내였을 땐, 두부로 온갖 음식들을 만들어냈다. 바싹 부쳐낸 두부를 간장과 갖은 양념으로 조려낸다거나, 호박과 양파로 달달하게 끓여내는 된장국에도 빠짐없이 자리잡았다. 영감에게 바가지를 박박 긁은 저녁에는 미안한 마음에 두부김치를 내놓았었다. (10∼11쪽)



  만화책 《키친》 일곱 권을 읽는 동안 늘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맛을 내는 솜씨는 늘 네 손길에 있다고, 또는 맛을 내는 솜씨는 바로 내 손길에 있다고, 어디 먼 데에서 맛이나 멋을 찾지 말자고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남이 차려 주는 밥이 아니라 내가 손수 차리는 밥이 맛있고, 내가 온 사랑을 담아서 짓는 밥처럼 남들이 나한테 이녁 온 사랑을 담아서 지어 주는 밥이 맛있다는 대목을 이 만화책을 읽는 동안 새삼스레 되새겨 보았습니다.


  집일이 고단하다면 그야말로 ‘남이 좀 밥을 차려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너무 고단하니까요. 그런데, ‘고단하다는 핑계’로 ‘남이 차린 밥’을 먹을 적에는 으레 뭔가 아쉽거나 섭섭하거나 모자라다고 느끼기 마련이지요. 왜냐하면 ‘돈으로 밥을 사다가 먹을 적’에는 밥맛에 마음이 깃들지 못하거든요.


  편의점 김밥이나 도시락을 사다가 먹더라도, 이 편의점 김밥이나 도시락을 밥상에 차리는 손길이 따스하거나 포근하다면, 이 편의점 김밥이나 도시락도 무척 맛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과자이기에 덜 맛있지 않아요. 《키친》 일곱째 권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처럼, 소년원에 들어간 제자(학생)한테 과자를 사식으로 넣어 주는 담임교사는 이녁(담임교사)이 나누어 줄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맛’을 아이한테 나누어 주는 셈입니다.



전학 온 첫 날 찾아온 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 녀석은 사랑은커녕 밥조차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랐겠지? (68쪽)


목록에 적힌 과자 항목을 모조리 체크했다. 같은 방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큼.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주어진 것이 없었던 너에게 더 많은 것이 돌아가야 하지만, 달콤하게 반짝여야 할 유년의 세계, 너는 아직 알록달록한 과자들에 열광할 어린아이인걸.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맛보았으면. (74∼75쪽)



  만화책 《키친》은 ‘밥맛’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잘 밝히기 때문에 더없이 돋보입니다. 라면 한 그릇을 이야기해도, 과자 한 봉지를 이야기해도, 소주 한 잔이나 막걸리 한 잔을 이야기해도, 달걀을 삶거나 부친다고 하더라도, 밥맛이란 늘 ‘삶맛’이요 ‘사랑맛’이며 ‘살림맛’이라고 하는 대목을 찬찬히 잘 들려줍니다.


  가장 빼어난 요리사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 《키친》입니다. 가장 훌륭한 요리 장인을 밝히려고 하지 않는 《키친》입니다. 수수하다면 수수하고 투박하다면 투박하지만, 우리가 늘 마주할 수 있는 이웃들이 저마다 즐겁게 삶을 사랑하면서 짓는 밥 한 그릇을 이야기하는 《키친》이지요.



“조선은 그저 유교의 감옥일 뿐입니다. 이 작은 계란처럼 꼭꼭 갇혀 있어 깨닫지 못하는 것이지요.” (36쪽)


“다들 선비님처럼 숨어서 불평만 한들 조선이 달라질 리는 없지 않습니까. 선비님 같은 양반들이 탁상공론만 일삼으니 조선이 이 모양이 된 겁니다.” “여전히 내가 알 속에 있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떤가요. 대영제국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강대국이란 알의 껍질은?” (50∼51쪽)



  어버이는 아이한테 밥을 차려 줍니다. 밥을 잘 짓든 못 짓든, 어버이는 어버이 나름대로 가장 맛나게 밥을 차려서 줍니다. 할머니한테서 얻은 김치로 밥상을 차리든,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서 밥상을 차리든, 소시지를 볶거나 된장국을 끓여서 밥상을 차리든, 아이들은 어버이가 나누어 주는 따스한 손길에 어린 숨결을 받아서 먹습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밥을 징검돌로 삼아서 사랑을 주는 사람이에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밥을 다리로 삼아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지요.


  손맛은 먼먼 옛날부터 고이 흐릅니다. 손맛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서 더욱 살뜰히 가다듬습니다. 손맛은 내가 나부터 즐기는 맛이면서 내 이웃하고 동무한테 베푸는 맛입니다. 손맛은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가 손수 짓는 꿈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맛입니다.



좋은 음식은 자식에게 내려오는 걸까? 독특한 향이 난다. 흙 냄새인가, 풀 냄새인가, 바람 냄새인가. 깊은 산의 모든 향기를 몇 년이고 안으로 안으로 담아둔 진한 향이 난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외갓집의 뒷산은 이런 보물을 조용히 키우고 있었다. (111∼112쪽)


“그럼 넌 성공한 거네. 가출했잖아.” “아니. 난 후회하고 있어. 엄마한테 미안해. 나름 엄마의 방식대로 너무나 사랑했어. 정말 날 사랑했어. 우리에겐 다른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129쪽)



  밥 한 그릇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빵 한 점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부 한 모에도 이야기가 있고, 콩 한 알에도 이야기가 있어요. 만화책 《키친》은 바로 이 같은 대목을 잘 살려서 보여줍니다. 밥 한 그릇에서 수수하게 이야기를 길어올리고는, 이 이야기로 따끈따끈한 사랑을 가꾸는 기쁨을 가만히 보여주어요.


  오늘 이곳에서 이 밥 한 그릇으로 새롭게 기운을 차리지요. 오늘 이 보금자리에서 이 밥 한 그릇으로 새삼스레 힘을 얻지요. 오늘 이 작은 집에서 이 밥 한 그릇으로 조촐하게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오늘 이 따사로운 살림터에서 이 밥 한 그릇으로 아기자기하게 웃음을 노래하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을 두 손을 모아서 쥐면서 나긋나긋 속삭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그릇을 두 손으로 아이들한테 건네면서 상긋상긋 속삭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이 고운 숨결로 새롭게 놀이를 즐기는 하루를 짓자꾸나.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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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고려원북스, 2016.1.5. 15000원



  사진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라는 책을 읽는다. 오늘 낮에 두 아이를 이끌고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군내버스에서 살짝 읽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두 아이하고 공부를 하다가 살짝 읽는다. 이제 절반쯤 읽는다. 사진이 꽃처럼 피어나고, 글이 구름처럼 흘러서,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를 읽는 일은 무척 홀가분하면서 재미있다. 무엇하고 빗대면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한국말로는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모르는 채 서양 이론하고 영어를 섞어서 강의를 일삼는 전문가나 교수하고는 사뭇 다르게, 아니 거꾸로라고 할 만큼, 이 책은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열 살 어린이나 스무 살 젊은이도 즐겁게 받아들여서 함께 생각하도록 북돋울 만한 이야기로 흐르니 더없이 재미있다.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라는 책이름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하고 말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사진길을 넌지시 말하는 셈이지 않을까? 쉽게 간추리자면, ‘사진하는 태도는 틀릴’ 수 없다. 모든 자리에서 무엇이든 다 배움이 되기 때문이다. 틀렸다고? 틀렸다고 말하는 그분한테 웃기지 말라고 하시라. ‘틀렸다’고 말하는 전문가와 교수야말로 ‘틀린’ 셈이다.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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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깨지고 까여도 출사는 계속된다, 박찬원의 열혈 사진 공부 이야기
박찬원 지음 / 고려원북스 / 2016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1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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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시골살이 일기'를 쓸 겨를이 거의 없이

신나게 아이들하고 지내는데

이 이야기만큼은 안 쓸 수 없어서

[시골노래] 한 자락을 오마이뉴스 기사로 올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7891



바야흐로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찬찬히 풀립니다.

참말 고흥에서는 눈 구경이 이제 끝난 듯합니다 ^^;;;


..



시골노래. 한 해에 꼭 한 번 ‘눈맛’ 보는 날



한 해에 한 번 눈이 내릴 동 말 동하는 전남 고흥에서는, 그나마 한 번이나 두 번쯤 눈이 내리더라도 하늘에서 모두 녹기 일쑤이고, 밤새 눈이 내렸으면 아침볕에 모두 녹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포근한 고흥인데, 어제랑 그제에는 한 해에 한 번 보기 어려운 눈발이 밤새 내리고 날이 꽤 추워서 겨울볕에 돋아난 갓이랑 유채는 모두 얼어죽고, 유자나무도 추위에 발발 떱니다. 이러면서 모처럼 마당하고 고샅에도 눈이 제법 쌓입니다.


눈을 쓸 일이 없다시피 한 고장에서 모처럼 아이들하고 눈을 쓸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온몸이 눈투성이가 되면서 눈밭을 뒹굴고, 온몸이 꽁꽁 얼어붙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가 줍니다. 아침부터 한낮까지 실컷 만지면서 놀던 눈은 두 시 즈음 지나니 어느새 녹아서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밤새 내린 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고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전남 고흥에서 살며 눈발을 모처럼 만나도 곧 녹아서 사라지는 줄 숱하게 겪었기에, 온 마을을 덮은 눈을 자루에 퍼담아서 마당 한쪽으로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눈더미에 구멍길을 내면서 놀고, 눈더미에 온몸을 던지면서 놉니다. 아이들도 나도 함께 볼이랑 손발가락이 꽁꽁 얼면서 눈을 쓸고 놀던 하루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눈맛 실컷 보았으니 배는 안 고프지? 이 예쁜 아이들아.


한 해에 한 번 겨우 구경할까 말까 하는 눈을 구경하면서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부터 마을 한 바퀴를 빙 돌면서 쓸고, 마을 어귀까지 씁니다. 이렇게 마을길을 빗자루로 쓰는 동안 면사무소에서 면내방송을 합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군내버스가 다니지 못하니 양해해 달라고 하는 방송입니다. 그런데 고흥에 내린 눈은 고작 1센티미터가 될랑 말랑 합니다.


이만 한 눈으로 버스가 못 다닌다고? 다른 고장에서도 이럴까? 다른 고장에서는 눈이 길바닥에 살짝 덮이기만 해도 버스가 안 다니나? 더구나 고흥에서는 한낮이 되면 마을이며 길이며 눈이 몽땅 녹는데?


밤이 지나고 새 아침이 찾아오면 날씨는 차츰 풀릴 테고, 날씨가 풀리면 이제 고흥에서는 눈을 볼 일이 더욱 드물 테지요.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눈 자국을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에 무척 아쉬워할 텐데, 눈 자국을 볼 수 없어도 다른 놀이는 많습니다. 부디 서운해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겨울 추위가 곱게 누그러지면서 한동안 포근한 바람으로 살가이 어루만져 주기를 빕니다. 추위가 너무 오래 이어지면 나무도 고단하거든요.


겨울아, 눈아, 반가웠어. 눈이 내려 주어서 비로소 이 겨울에 신나게 눈맛을 보고 눈투성이가 되면서 눈밭에서 구를 수 있었구나. 다음에 또 만나자.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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