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07. 논둑에 피어나는 꽃



  가을걷이를 마친 논은 빈논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 빈논에 늦가을꽃이 가만히 고개를 내밀어 꽃봉오리를 터뜨립니다. 들에서 피는 들국이기도 하고, 산에서 퍼진 산국이기도 한, 작고 노란 꽃송이는 퍽 먼 데에까지 꽃내음을 물씬 퍼뜨립니다. 이 아이들을 잘 훑어서 말린 뒤에 차로 끓여서 마시기도 하고, 차로 끓여서 마시지 않더라도 논길을 걷다가 짙은 꽃내음을 들이키면서 온몸으로 노오란 숨결을 받아들이기도 해요. 들에 피기에 들꽃이라면, 논에 피기에 논꽃이 될까요? 늦가을 논꽃은 ‘아직 꽃내음이 여기에 있어요’ 하고 넌지시 속삭입니다. 겨울 첫머리까지 눈부신 꽃송이를 퍼뜨리는 논꽃을 살살 쓰다듬습니다.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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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16년 1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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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도서관 풀내음

― 겨울에는 겨울다운 시골놀이



  겨울에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 쪽으로 마실을 가노라면, 고흥을 벗어나 벌교로 접어들 무렵 처음으로 눈밭을 봅니다. 벌교를 지나고 구례로 접어들면 지리산 둘레에서 더 하얀 눈밭을 보고, 임실이나 진안 옆으로 지날 무렵에는 더 두껍게 깔린 눈밭을 봅니다. 겨울에 고흥에서 서울 쪽으로 가면 추운 길입니다. 이와 달리 서울에서 고흥 쪽으로 오면 포근한 길입니다. 논산에서 익산으로 건너오면 한결 포근하고, 다시 임실하고 남원을 지나면 훨씬 포근하며, 곡성을 지나고 벌교 즈음 되면 시외버스에서도 옷을 한 꺼풀 벗을 만합니다.


  전라도에서도 남도하고 북도 사이에는 추위가 퍽 갈립니다. 남도에서도 곡성 구례 보성 고흥 사이에서 추위가 제법 갈립니다. 고흥에서도 동강 과역 읍내 도화 이렇게 읍이나 면 사이를 오르내리는 길에서도 추위가 살며시 갈려요.


  시골에서 일철이 끝나고 긴긴 겨울이 되면 마을이 조용합니다. 들이나 밭에 나와서 일하는 분도 없고, 나물을 한다거나 풀을 베는 손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시골돌이하고 시골순이는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얼마든지 마당에서 놀고, 얼마든지 들길을 달리며, 얼마든지 자전거를 타고, 얼마든지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장난을 칩니다. 무엇보다 겨울에도 맨발로 마당을 밟으면서 놀고 싶습니다.


  이 시골아이는 맨발이나 맨손인 채 혀를 낼름낼름 내밀며 눈을 받아먹다가 어느새 “귀가 차가워!”라든지 “손이 차가워!” 하고 덜덜 떱니다. 그러게, 처음부터 양말도 꿰고 신도 꿰어야지. 손에 장갑도 끼고 머리에 모자도 써야지. 그렇게 해야 더 오래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 옷부터 제대로 챙겨 입고 다시 놀자.


  내리기 무섭게 조금도 안 쌓이고 바로 녹는 고흥 시골마을 눈을 깔깔거리며 받아먹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 쓴 《신들의 바다》(녹색평론사,2015)라는 책을 헤아립니다. 일본 미나마타 바닷가에서 살던 사람들 목소리가 짙게 밴 책입니다. 미나마타 바닷마을 시골 할매는 “내는 암것두 몰러. 내가 미나마타병이라는 것밖에는 몰러(81쪽).” 하고 말씀해요. 그리고, “누에콩밭에 꽃이 필 무렵이면 새끼 여우들이 부모와 함께 해변까지 내려와서는, 밀물 드는 해변에 나비가 팔랑팔랑하는 것을 고양이 새끼들처럼 손을 뻗어 쫓아다니니까, 부모가 조마조마하며 말리는 것도 보였답니다. 얼마나 보기 좋던지(317쪽).” 하고도 말씀해요.


  겨울에도 포근한 고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겨울에도 새로 돋는 풀을 봅니다. 한겨울에도 새로 돋는 갓잎이랑 유채잎을 뜯어서 먹습니다. 한겨울에도 갈퀴덩굴을 훑어서 먹습니다. 냉이가 푸릇푸릇 올라오고, 쑥도 살곰살곰 고개를 내밉니다. 아주까리는 한겨울에도 푸른 잎사귀를 떨구지 않고 늘푸른나무처럼 우뚝 서서 바람 따라 한들거립니다.


  일본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바닷가에서 어미 여우가 새끼 여우를 데리고 바닷가에서 얼크러진 모습을 보았다면, 한국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포근한 시골이나 추운 시골에서 저마다 어떤 모습을 보았을까요? 어릴 적에 범이나 여우나 늑대를 본 일을 떠올리는 할매나 할배는 몇 분쯤 계실까요? 멧토끼가 뛰고 노루가 달리는 눈밭에서 눈사람을 굴리고 얼음을 지치던 일을 떠올리는 어르신은 얼마쯤 계실까요? 무엇보다 이러한 삶을, 이러한 숲이웃을, 이러한 시골살이를 가만히 가슴에 아로새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요즘 시골아이는 얼마나 될까요?


  크레이그 팜랜즈 님하고 마가렛 체임벌린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을 재미나게 읽습니다. 머스마가 공을 안 차고 뜨개질을 좋아한다기에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다는데, 이 아이는 어머니한테 “엄마? 내가 이상하고 특이한 거예요? 나는 왜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뜨개질하는 걸 좋아할까요? 엄마는 내가, 여자애 같아요?” 하고 여쭈지요. 이때 어머니는 머스마한테 무어라고 대꾸할 만할까요. 그래 너는 가시내 같으니 뜨개질 따위는 싸게싸게 그만두라고 외칠는지요. 아니면, 그래 너는 언제나 너답게 사랑스러우니 뜨개질도 즐기고 네가 스스로 하고픈 대로 싸목싸목 하면서 마음껏 놀라고 속삭일는지요.


  뜨개질을 하면서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뜨개옷을 선물할 수 있는 아이는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뜨개질이나 바느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힐 솜씨 가운데 하나예요.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옷을 입으니까요. 여기에 밥을 짓는 솜씨도, 집을 가꾸거나 손질하는 솜씨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출 솜씨 가운데 하나이고요.


  십이월에도 가만히 고개를 내미는 우리 집 마당 제비꽃을 쓰다듬습니다. 한겨울에도 막대솔을 들고 마을 어귀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는데, 빨랫돌 귀퉁이 조그마한 틈에서 제비꽃이 빙긋 고개를 내밉니다. 이 겨울에도 볕이 포근하니까 빨래터 물놀이를 할 만합니다만, 씽씽 차갑게 바람이 불어도 그야말로 씩씩합니다. 찬바람을 실컷 마시면서 들길을 달립니다. 찬바람을 기쁘게 마주하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처마 밑에 사다리를 놓으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줄자로 낚시놀이를 하고, 겨울이라 길게 눕는 해가 대청마루로 스미니, 마루에서 뒹굴며 만화책을 넘기다가, 후박나무 밑에서 볕을 누리며 책내음을 맡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겨울다운 삶을 이루면서 겨울놀이를 누립니다. 마당에서도 마을에서도 집에서도 새롭게 웃으며 뜀박질이 꽃송이처럼 날리는 겨울놀이입니다. 곧 동백꽃이 송이송이 터질 테고, 새빨간 동백꽃에 흰눈이 살그마니 내려앉으면 시골순이랑 시골돌이는 동백꽃송이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혀를 날름 내밀면서 핥아먹으려 하겠지요. 동백꽃송이에 얹힌 눈송이는 참말 나도 아이들 곁에서 함께 혀를 날름 내밀면서 핥아먹고 싶습니다. 새삼스러운 겨울맛으로 온몸에 짜르르 스며들리라 봅니다.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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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2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해?”

― 요츠바랑! 13

 아즈마 키요히코 글·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1.10. 5200원



  2016년 1월에 한국말로 나온 《요츠바랑!》(대원씨아이) 열셋째 권을 읽다가 문득 이 만화책 첫째 권을 떠올립니다. 《요츠바랑!》 첫째 권은 2004년에 나왔습니다. 어느덧 열두 해가 흐르는군요. 그런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는 열두 해 앞서나 이제나 거의 같습니다. 만화책 한 권을 통틀어서 헤아린다면, 만화책 한 권으로 ‘하루’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이틀이나 사흘’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지난 열 몇 해에 걸쳐서 열세 권이 나왔다 하더라도,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 ‘요츠바’는 그때나 이제나 엇비슷하다고 할 만합니다.


  《요츠바랑!》 첫째 권이 나올 무렵 우리 집 큰아이는 아직 안 태어났지만, 이제 우리 집 큰아이는 이 만화책을 재미있다고 여길 만한 나이까지 자랍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어느덧 ‘요츠바’하고 엇비슷한 나이로 자랍니다. 앞으로 이 만화책이 몇 권까지 나올는지 모르겠는데, 꾸준히 나오고 나와서 스무 권쯤 나올 때가 된다면, 어쩌면 우리 집 작은아이가 스무 살이 넘을 수 있으리라 느껴요.



“‘같이 모래놀이 하러 가고 싶다’고 해 봐!” “지금 좀 바쁘니까 담에 가자.” “엥? 엥? 에엥! 아빠는 모래놀이에 소질 있으면서.” (24∼25쪽)


“요츠바는 이담에 크면 뭐 할 건데?” “캠프.” “캠프가 재밌긴 했었지.” “아니면 우동 가게나 빵 가게! 아니면 요술쟁이나 주부.” “다양하네. 빵 가게는 처음 듣는걸.” “그치만 우동 먹고 싶은 날도 있고, 빵 먹고 싶은 날도 있잖아. 해파리 만들어 줘.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할 거야?” “응?” (57쪽)



  만화책 《요츠바랑!》에는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이야기가 나와요. 요츠바라는 아이가 아버지랑 둘이 살면서 만나는 이웃 이야기가 수수하게 나오고요. 요츠바라는 아이가 때로는 심심하게 때로는 재미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누리는 하루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웃 언니나 아주머니하고 노는 이야기가 만화책에 흐릅니다. 아버지랑 밥을 먹고나 몸을 씻으면서 나누는 짤막한 이야기가 흘러요. 열셋째 권에서는 먼 데에서 찾아온 할머니 이야기가 흘러요.


  그나저나 요츠바는 아버지한테 “아빠는 이담에 크면 뭐 할” 생각이냐고 묻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요츠바한테 무엇을 하고 싶다 하는 말을 딱히 안 합니다. 아니, 어쩌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모르나, 수다쟁이 요츠바가 혼자 신나게 말을 이어요.


  이 대목에서 우리 집 아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나한테 “아버지는 이담에 크면 뭐 할래?” 하고 묻는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가 이 물음에 대꾸를 할 때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끝없이 묻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어떤 말을 들려줄는지 궁금하니까 끝없이 묻지요. 나는 아이들이 묻는 말에 깊이 생각하고 곰곰이 헤아리면서 말합니다. 때로는 곧바로 말하다가 나중에 더 생각해 보고서 다시 말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만 무럭무럭 자라지 않고 어른도 무럭무럭 자라니까요. 아이 못지않게 어른도 몸이며 마음이 새롭게 자라니까요.



“왜? 무서운 꿈 꿨냐?” “꿈, 꿈은 꿨어. 두랄루민이랑, 어라? 까먹었어.” (71쪽)


“이거 요츠바가 만들었니?” “응! 할머니 온다고 그래서!” “그랬니? 고맙다. 요츠바 마음씨가 참 곱기도 해라.” (92쪽)



  만화책 《요츠바랑!》이 아니어도 우리 집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수수한 하루야말로 온갖 이야기가 흐르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달력이나 일기장에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는가를 적바림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잊으면서 지나가기 일쑤가 되지만, 달력이나 일기장에 오늘 하루 누린 기쁨과 재미와 보람을 가만히 적바림하면, 내 발자국은 어느덧 아름답고 알차며 신나는 삶이었네 하고 돌아볼 만해요.


  아이도 꿈을 꾸고, 어른도 꿈을 꾼다고 할 수 있지요. 아니, 아이만 꿈을 꾸는 삶이 아니라, 어른도 꿈을 꾸는 삶이라고 느껴요. 어른으로서 나부터 즐겁게 꿈을 꿀 때에 아이들한테도 즐겁게 꿈을 꾸는 길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면서 가르칠 수 있어요. 어른으로서 나부터 꿈을 즐겁게 꾸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아무런 꿈을 못 보여주고 못 들려주고 못 알려줄 뿐 아니라 못 가르치는구나 하고 온몸으로 느낍니다.



“할머니네 집에 있었을 때는, 맨날 아침마다 이 슥삭슥삭 소리가 들려서 좋았어!” “그럼 앞으로 요츠바가 이 소릴 내렴.” (122쪽)


“고맙지만 날씨가 좋아도 가 봐야 한답니다.” “그럴수가. 우우우. 우우우우.” “또 선물 갖고 올게.” “선물 같은 거 없어도 돼.” (196∼198쪽)



  아이들을 보러 오는 손님이 아이한테 꼭 선물을 해 주어야 아이들이 기뻐하지 않아요. 선물을 한다고 할 적에 값비싸거나 값진 것을 주어야 하지 않아요. 연필 한 자루나 지우개 하나라도 아이들은 ‘나(아이)를 사랑해 주는 분’ 손길이나 숨결이 깃든 것으로 여기면서 알뜰히 품습니다. 사랑을 받아서 사랑으로 자라는 아이들이기에, 대단한 선물이 아니라 고운 사랑을 바라요. 사랑을 먹으면서 사랑으로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이기에, 더 큰 선물이 아니라 넉넉하고 따순 사랑을 반겨요.


  함께 놀 수 있어서 기뻐하는 아이들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서 활짝 웃는 아이들입니다. 같이 밥상맡에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까르르 웃으며 춤추는 아이들입니다. 새롭게 나들이를 다니고, 살가이 손을 잡기에 언제나 노래를 부르면서 놀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만화책 《요츠바랑!》에 나오듯이 우리 삶도 무척 수수하기 마련이지 싶어요. 이 수수한 삶에서 모든 기쁨을 곱게 길어올릴 수 있지 싶어요. 수수하기에 아름답고 수수하기에 즐겁지 싶어요. 수수하기에 사랑스럽고 수수하기에 재미나지 싶어요. 그래서 나뭇가지 하나로도 신나게 놀 수 있듯이, 100원 한 닢으로도 해맑게 웃을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 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살림이 되느냐가 달라질 테고,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느냐에 따라서 어떤 꿈을 이루느냐가 달라질 테지요. 나도 아이들처럼 ‘이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는 하루가 흘러갑니다.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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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살그마니



  눈밭에 장난감 자동차가 그대로 있다. 아이들은 눈밭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고, 또 이 장난감 자동차 짐칸에 눈덩이를 싣고 놀다가 그만 잊은 듯하다. 이 장난감 자동차를 내가 챙기려 하다가, 아니야 하고 생각을 바꾼다. 눈밭에 파묻힌 채 두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아서 챙길 수 있기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두 아이는 언제쯤 ‘눈밭 장난감 자동차’를 떠올리려나 하고 지켜보니 두 시간쯤 걸린다. 잊지 않았고, 늦었어도 되찾아올 수 있었다. 장난감 자동차야 추운 눈밭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 주어서 고맙구나.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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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6] 눈 ㄱ



  따스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받으면 즐겁습니다. 네 마음이 내 마음으로 곱게 퍼집니다. 깊게 들여다보는 ‘눈썰미’가 훌륭합니다. 작은 곳도 살뜰히 바라볼 줄 아는 눈썰미가 야무집니다. 꼼꼼하게 살피는 ‘눈매’가 야무집니다. 빈틈없으면서도 차분하게 심부름을 하는 눈매가 멋집니다. 동무를 상냥하게 마주하는 ‘눈빛’이 맑습니다. 착하게 웃음짓는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곱네요. 빙긋 ‘눈짓’을 하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주고받지요. 서로서로 가만히 나누는 ‘눈웃음’에는 고요한 노랫가락이 흘러요. 어린 동생하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함께 놀고 알뜰살뜰 소꿉놀이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쳇 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보내는 ‘눈초리’가 매서워요. 어떤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가 하는 ‘눈결’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새롭게 거듭납니다. 내 눈은 너를 바라보고, 네 눈은 나를 마주보아요. 두 눈이 서로 만나면서 반짝하고 빛납니다. 우리는 ‘두 눈’으로도 바라보고, 마음속에 깃든 ‘온눈(모든 눈)’으로도 오롯이 마주보아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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