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6.1.23. 작은아이―버스 버스 버스



  그림돌이가 되어 가장 자주 그리는 모습이라면 버스이다. 언제나 버스, 또 버스, 다시 버스이다. 작은아이가 버스를 사랑하다 보니,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니던 발길을 줄이고는,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다니는 발길로 차츰 바꾼다. 가며 오며 버스를 한 번씩 탈 수 있으니까. 버스만 타면 히죽히죽 웃으며 좋아하는 작은아이는 언제나 버스를 사랑하는 그림이 흐르고, 버스에 탄 사람들도 저마다 즐겁겠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그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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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6.1.23. 큰아이―커다란 나무



  저녁에 밥상을 방으로 들여서 먹은 뒤, 문득 두 아이가 그림놀이를 하고 싶다며 부엌 바닥에서 물감을 풀며 물감그림을 그린다. 물감그림을 천천히 석 장 빚는다. 나비와 별과 새 들이 춤추는 그림, 스폰지밥 동무들 그림, 여기에 커다란 나무 그림. 이 그림마다 포근한 손길이 배면서 환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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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7] 눈 ㄴ



  밤새 눈이 내려요. 눈으로 하얗게 덮인 ‘눈길’이 고와서 얼른 옷을 껴입고 나와서 내 발자국을 하나둘 찍어요. ‘눈송이’를 뭉쳐서 ‘눈싸움’을 하고, ‘눈뭉치’를 모아서 ‘눈사람’을 굴려요. ‘눈덩이’를 단단하게 다져서 ‘눈집’을 지어 볼까요. 온통 새하얀 ‘눈나라’가 되니 자동차도 버스도 꼼짝하지 못해요. 어른들은 일터에 가기 어렵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이런 날은 하루쯤 일을 쉬고 어린이랑 함께 ‘눈놀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요.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입을 헤 벌리면서 받아먹고, 송이송이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면서 사진도 찍어요. ‘눈삽’을 챙겨서 눈을 슥슥 밀면 걸어다닐 자리가 생겨요. 넉가래를 쓰면 ‘눈더미’를 한쪽으로 밀어서 쌓기에 좋아요. 눈을 함빡 뒤집어쓴 나무에는 ‘눈꽃’이 피네요. 우리 마을도 이웃 마을도 모두 ‘눈누리’가 되니, 다 함께 ‘눈마을’이 된 셈이에요. 겨울에는 ‘겨울눈’이 내리고, 봄에는 ‘봄눈’이 내리며, 가을에는 ‘가을눈’이 내리지요. ‘첫눈’이 오기를 기다렸고, ‘막눈’이 내리면 아쉬워요. 폭신폭신한 눈길을 걸을 만한 ‘눈신’을 챙겨서 눈마실을 다녀 볼까요. 이 흰눈처럼 맑고 하얀 마음이 되고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님’한테 꿈을 빌어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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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화가 나요!
크리스틴 다브니에 그림, 스티븐 크롤 글, 이미영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8



부아가 나고 골이 나며 성이 터질 적에는

― 정말정말 화가 나요!

 스티븐 크롤 글

 크리스틴 다브니에 그림

 이미영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2005.5.30. 8000원



  아침에 큰아이를 불러서 나무랍니다. 여태 수없이 말한 대목을 오늘 아침에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책을 볼 적에 한손에 먹을것을 쥐지 말라 했으나, 큰아이는 또 아침부터 한손에 먹을것을 쥔 채, 다른 한손으로 책을 꾹 누르면서 넘깁니다.


  한손으로 책을 꾹 누르면 책이 다치고, 한손에 먹을것을 들면 가루나 물이 떨어지지요. 엊저녁에 아이들을 재운 뒤 방바닥을 치울 적에 살피니 만화책 한 권 곳곳이 얼룩지고 구겨졌습니다. 내가 못 본 사이에 또 이렇게 했네 싶었는데, 아침에도 다시 이 모습이기에, 책부터 얼른 덮으라 이릅니다. 먹을 적에는 먹고, 놀 적에는 놀고, 잘 적에는 자고, 읽을 적에는 읽고, 똑똑히 해야 한다고 이릅니다.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밉니다. 받아들이고픈 마음이 없는 셈입니다. 아이 마음속에는 ‘아차, 또 놓쳤네.’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나무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래.’ 하는 생각이 불길처럼 솟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 좋아할 거라고 말할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2쪽)


혼자서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4쪽)




  스티븐 크롤 님이 글을 쓰고, 크리스틴 다브니에 님이 그림을 그린 《정말정말 화가 나요!》(크레용하우스,2005)를 읽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재미나게 읽습니다. 아마 그림책 아이하고 저하고 비슷하게 흐르는 어떤 마음이 있을 테지요. 우리 집 아이들 스스로도 이 그림책 아이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일 테고요.


  아이가 싫어한다고 하는 일을 어버이가 시킬 적에 골이 날 수 있어요. 아이가 내키지 않는 밥을 먹으라고 어버이가 건넬 적에 성이 날 수 있어요. 누나처럼 잘 해내지 못한다고 여길 적에 성이 날 수 있어요.


  그러면 이런저런 일을 겪을 적에 성을 낼 만할까요? 아이로서뿐 아니라 어버이로서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내는 어버이’가 굳이 되어야 할까요? 아이들이 어떤 일을 잘못한다고 여겨서 ‘골내는 어버이’가 애써 되어야 할까요?



같이 놀고 싶은데 놀아 주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14쪽)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16쪽)




  부아가 나고 골이 나며 성이 터질 적에는, 부아도 골도 성도 모두 터뜨려야지 싶습니다. 부아도 골도 성도 터뜨리지 않고 마음속에 가두면, 그만 마음이 다치고 말아요.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성을 터뜨린다고 해서 잘못일 수 없어요. 이렇게 부아가 나는 마음을 지켜보고, 골을 부리려는 마음을 바라보며, 성을 터뜨리는 몸짓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성을 내다가 문득 배웁니다. 어버이도 아이한테 성을 내다가 ‘아이한테 성을 내는 몸짓’이 바로 어버이 스스로한테 성을 내는 셈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문득 배우고요.



그렇지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말하게 해 줄 때, 내 기분은 훨씬 좋아져요. (28쪽)




  아이도 성을 낼 수 있어요. 어버이고 골을 부릴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도 어버이도, 서로 성을 내거나 골을 부린 뒤에 마음을 훌훌 털고 새롭게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얘야, 네가 성을 낼 수 있지. 그러면 그 성부림이 어디에서 오는지 헤아려 보자. 나는 나대로 나한테 말합니다. 나는 왜 오늘 골을 부리는 어버이가 되었나 하고 되새기면서, 내가 짓는 골부림은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요.


  이러면서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얼마나 골이 나거나 성이 나거나 부아가 났는가를 이야기해요. 이러면서 말끔히 고요한 마음으로 거듭나도록 하면서, 다시 손을 맞잡고 신나게 놀지요.


  아이도 말해야 하고, 어버이도 말해야지 싶어요. 가장 따사로운 말을 마음속에서 길어올려서 말해야지 싶어요. ‘자, 우리 서로 손을 맞잡자’ 하고 말해야지 싶어요. 성이 나는 까닭을 살펴서 티없는 마음으로 털어놓고, 성이 나는 생각을 찬찬히 털어내면서 새로운 웃음과 노래가 피어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지 싶어요.


  너도 나도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뭔가 잘 안 되었을 뿐이니까, 뭔가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일이라서 이러한 몸짓을 하는구나 하고 여기면서, 즐겁게 밥을 차려 먹으면서 웃자, 하고 가만히 얼싸안아야지 싶습니다.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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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누구셔요


  “똑똑, 누구십니까. 꼬마입니다.” 하고 첫머리를 여는 어린이노래를 우리 집 아이들하고 함께 부릅니다.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아이들은 누구나 방문을 열기 앞서 ‘똑똑’ 두들긴 다음 안쪽에서 “누구셔요?” 하고 묻는 소리를 기다리겠지요. 아이가 방에 있을 적에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긴다면, 아이는 문 바깥에 대고 “누구셔요?” 하고 물을 테고요. 문을 똑똑 두들기면서 안에 있느냐 하고 물으니 ‘똑똑질’입니다. 영어로는 ‘노크’라고 하지요. 문을 두들길 적에는 한 번만 ‘똑’ 하고 두들길 수 있어서, 한 번만 두들기는 손짓은 ‘똑질’이라 할 만하고, ‘똑똑똑’ 하고 세 번 두들긴다면 ‘똑똑똑질’이라 할 만해요. 그런데 문을 쾅쾅 두들기거나 쿵쿵 찰 수 있어요. 좀 거친 몸짓일 텐데, 이때에는 ‘쾅쾅질’이나 ‘쿵쿵질’이에요. 수박이 잘 익었나 하고 통통 두들기면 ‘통통질’일 테고, 가볍게 콩콩 뜀뛰기를 하는 모습은 ‘콩콩질’이 되어요.


+


노을빛


  모든 것에는 빛이 있어요. 아는가요? 또는 느끼는가요? 빛이 없는 것은 없어요. 흔히 밤이 캄캄하다고, 아주 어둡다고, 어두워서 빛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밤에는 ‘밤빛’이 있어요. 그리고 이 밤빛을 ‘검정’으로 나타내지요. 아무 빛이 없는 밤이 아니라 검정이라고 하는 빛이 있는 밤이에요. 그림자에도 ‘그림자빛’이 있어요. 꽃만 ‘꽃빛’이 아니라, 풀은 ‘풀빛’이고, 나무는 ‘나무빛’이에요. 물은 ‘물빛’이고, 흙은 ‘흙빛’이지요. 노루는 ‘노루빛’이고, 토끼는 ‘토끼빛’입니다. 그러면 사람은 ‘사람빛’이 있다고 할 만합니다. 어떤 사람은 밝은 사람빛으로 사랑을 나누고, 어떤 사람은 어두운 사람빛으로 슬픔에 잠겨요. 어떤 사람은 환한 사람빛이지만 좀처럼 못 웃고, 어떤 사람은 캄캄한 사람빛이지만 마음에 꿈을 심으면서 씩씩하게 살아요. 자, 둘레를 가만히 살펴보아요. ‘구름빛’을 보고, ‘바람빛’을 느껴요. ‘햇빛’처럼 ‘별빛’하고 ‘눈빛’하고 ‘비빛’도 느껴요. ‘이슬빛’하고 ‘노을빛’을 느껴 볼까요. 냇물을 보며 ‘냇빛’을 느끼고, 샘터에서 ‘샘빛’을 느껴요. 밥 한 그릇에서 ‘밥빛’을 느끼고, 살림을 가꾸는 어버이한테서 ‘살림빛’을 느껴요.


+


숨은가수찾기


  노래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이 얼굴을 숨긴 채 오직 목소리만 들려주면서 사람을 찾도록 하는 방송 ‘히든 싱어’가 있습니다. ‘히든 싱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을 적에 무슨 말인가 하고 알쏭달쏭했는데, 이 방송을 얼핏 들여다보니 사회를 맡은 이가 “숨은 가수 찾기, 히든 싱어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어, 그래, 그렇구나, ‘히든 싱어’란 ‘숨은가수찾기’로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차렸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재미나게 즐기는 놀이로 ‘숨은그림찾기’가 있어요. ‘숨은가수찾기’는 ‘숨은 + (무엇) + 찾기’ 꼴로 재미나게 지은 이름이에요. 그러고 보면, 얼굴을 가린 채 손이나 발만 내밀며 ‘숨은엄마찾기’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몇 줄만 적어 보여주면서 ‘숨은책찾기’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숨은돈찾기’라든지 ‘숨은보물찾기’라든지 ‘숨은아이찾기’를 해 볼 만하고, 동무네 집을 찾아가면서 자꾸 길을 잃고 헤맨다면 마치 ‘숨은집찾기’를 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옆지기, 곁님


  말뜻으로만 본다면 ‘옆’이나 ‘곁’은 같은 낱말이라고 여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옆에 빈자리 있나요?” 하고 물을 뿐, “곁에 빈자리 있나요?” 하고 묻지 않아요. 왜 그러한가 하면, ‘곁’이라고 하는 낱말은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는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옆’이 ‘곁’보다 못한 낱말이지 않아요. “네 옆에서 늘 도와줄게” 하고 들려주는 말도 “네 곁에서 늘 도와줄게” 하고 들려주는 말처럼 따사롭습니다. 뜻은 같아도 쓰임새가 살며시 다른 ‘옆·곁’이기에, 두 낱말 뒤에 새로운 말마디를 붙여 봅니다. 이를테면 ‘옆사람·옆지기’처럼 써 보고, ‘곁사람·곁님’처럼 써 봅니다. 그저 내 둘레에 있는 사람이라면 ‘옆사람’이고, 내 둘레에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옆지기’입니다. 내 둘레에서 나를 보살피거나 도와주는 사람이라면 ‘곁사람’이고,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마음으로 아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곁님’이에요.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서로 ‘곁님’이 되고, 어버이와 아이 사이도 서로 ‘곁님’이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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