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6.1.23. 큰아이―상자 그림



  뜨개질을 할 적에 실을 담는 상자를 두기로 한다. 종이상자 겉에 적힌 광고글을 가리려고 흰종이를 붙인다. 이런 뒤에 그림순이가 그림을 넣기로 한다. 네 군데에 저마다 다른 그림을 넣는다. 고운 손길을 받으면서 고운 이야기가 흐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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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어제하고 그제에 걸쳐 비가 그치지 않는다. 오늘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비가 그친다. 어제 우체국에 다녀와야 했는데 겨울비를 맞으면서 면소재지 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이 생각을 접기로 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가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졸음이 쏟아져서 낮잠을 자고, 큰아이는 꿋꿋하게 낮잠을 안 잔다. 작은아이까지 데리고 나갈 수는 없고 큰아이하고 둘이서 군내버스를 타고 마실을 간다. 언제나처럼 책 한 권을 가방에 챙겨서 나간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다니는 동안 큰아이는 조금도 쉬지 않고 조잘조잘 묻고 말하고 얘기한다. 나도 큰아이하고 말하고 얘기하느라 가방에 넣은 책을 한 번도 꺼낼 겨를이 없다. 가방에 챙긴 책은 ‘읽을 책’이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읽을 수 있으나, 군내버스를 타고 큰아이하고 마실을 다니는 바로 이때에 나누는 이야기는 바로 이때가 아니면 나눌 수 없다. 그러니, 책은 얌전히 뒤로 놓아 두고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면서 생각을 주고받는다. 4349.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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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8] 눈 ㄷ



  가을로 접어들면서 풀은 시들고 잎은 마르면서 져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가랑잎이 되어 떨어지는 잎이 있고,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먼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뒤 땅바닥에서 차츰 시드는 잎이 있어요. 이렇게 나뭇잎이 지면 나무는 앙상해서 마치 죽은 듯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면 잎이 모두 진 나무 곁으로 다가서서 찬찬히 들여다보셔요. 겨울을 앞둘 무렵부터 돋는 싹을 새롭게 볼 수 있어요. 긴 겨울 내내 찬바람을 먹으면서 씩씩하게 꿈을 키우려는 눈이 있어요. 이 눈을 가리켜 ‘겨울눈’이라 해요. 새봄에 새롭게 깨어나려고 하는 눈이니 ‘새눈’이나 ‘봄맞이눈’이라 할 수도 있고, 나무마다 맺는 ‘나무눈’이라 할 텐데, 꽃이 되려는 ‘꽃눈’이 있고, 잎이 되려는 ‘잎눈’이 있어요. 꽃이 먼저 피는 매화나무에는 꽃눈이 먼저 나고, 잎이 먼저 돋는 모과나무에는 잎눈이 먼저 나요. 둘이 넘는 싹이 함께 돋는다면 ‘겹눈’이고, 한 싹만 돋는다면 ‘홑눈’이에요. 이러한 눈은 씨앗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우리가 늘 먹는 밥을 가만히 살펴봐요. 노란 ‘씨눈’이 있나요? 노란 씨눈은 바로 새롭게 태어날 바탕이 될 숨결이랍니다. 우리가 마음에 담는 생각은 바로 씨눈하고 같아요. 씨눈 같은 생각을 키우면서 하루를 새롭게 열어 삶을 가꾸지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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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이수애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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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9



새봄에 새잎이 돋으니 걱정하지 마

―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이수애 글·그림

 한울림어린이 펴냄, 2015.12.24. 12000원



  겨울에도 제법 포근한 고장에서 살기 앞서까지 ‘늘푸른나무’는 거의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소나무나 잣나무쯤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매다는 줄 알았지만, 다른 나무는 생각해 보기 어려웠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겨울이 꽁꽁 얼어붙는 고장에서는 딱히 다른 늘푸른나무를 만나기 어려웠거든요.


  전남 고흥에서 살며 여러 가지 늘푸른나무를 만납니다. 맨 먼저 동백나무하고 후박나무를 만났고, 가시나무와 아왜나무를 만났어요. 유자나무를 만나고, 태산목 같은 나무도 만나고요. 이들 나무는 한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아요. 아니, 한겨울에도 잎을 푸르게 매단다고 해야 맞겠지요. 때때로 눈이 내리는 날씨가 찾아오면 이들 나무는 바르르 떨면서 눈송이를 잎에 얹는데, 햇볕이 나면서 눈이 녹으면 다시 기운을 내어 짙푸른 잎으로 바뀌어요.



“머리가 너무 둥글고 무거워요. 멋있고 화려한 양버즘나무 머리로 해 주세요.” “아하! 손님한테 잘 어울리겠네요.” 애벌레 미용사는 야금야금 나뭇잎을 갉아 대기 시작했어요. (6쪽)




  이수애 님이 빚은 그림책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한울림어린이,2015)를 읽으면서 나뭇잎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은 ‘가을이 한껏 무르익은 어느 날 잎이 무척 커다랗게 자란’ 나뭇잎 손님이 숲속 머리집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잎사귀가 아주 커다랗게 자란 손님은 ‘너무 크다 싶은’ 머리(머리카락 구실을 하는 잎몸)를 좀 손질해 주기를 바랍니다. 숲속 머리집 일꾼인 애벌레는 나뭇잎 손님 잎몸을 야금야금 갉으면서 이모저모 예쁘게 가꾸어 준다고 해요.


  그런데 숲속 머리집에서 나뭇잎 머리를 손질해 주는 애벌레는 고단합니다. 나뭇잎 손님은 이도 저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벌레 미용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갉아서 잎몸을 줄이기’뿐인데, 잎몸은 자꾸자꾸 줄지만, 나뭇잎 손님으로서는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마음에 안 들어요.



애벌레 미용사는 한숨을 폭 내쉬었어요. 그러곤 다시 나뭇잎을 야금야금 갉아 대기 시작했지요. 머리는 밝은 노란색으로 물들이고요. (14쪽)



  애벌레 미용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망설입니다. 가슴을 졸이고, 어쩔 줄 모릅니다. 이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요. 애벌레 미용사는 나뭇잎 손님 머리를 알록달록 꾸며 주지요. 잎몸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알록달록 새롭게 꾸민 모습을 본 나뭇잎 손님은 이를 마음에 들어 해요. 홀가분하면서 기쁜 몸짓으로 숲속 머리집을 나서지요.


  그렇지만 나뭇잎 손님한테는 또 괴로운 일이 닥칩니다. 아마 겨울을 재촉하는 비일 듯한데, 가을비가 쏟아지면서 ‘애써 손질한 머리’가 모두 망가져요. 나뭇잎 손님은 그저 울음을 터뜨릴밖에 없고, 울음을 터뜨리다가 졸음이 쏟아져서 얼른 나무로 돌아가서 겨울잠을 자기로 합니다. 깊고 깊은 겨울잠을, 고요하고 고요한 겨울잠을, 포근하면서 넉넉한 겨울잠을 달콤하게 자기로 해요.




나뭇잎 손님은 즐거운 마음으로 미용실을 나섰어요. 그런데 갑자기 톡톡톡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졌어요. “으악, 내 머리가 다 망가지겠어!” (26∼27쪽)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는 그림책이니까 나뭇잎이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고, 애벌레가 미용사 구실을 하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우리 삶으로 돌아본다면, 나뭇잎은 한 해나 여러 해를 살다가 져요. 한 해만 사는 나뭇잎이라면 겨우내 흙으로 돌아갈 테고, 여러 해를 사는 나뭇잎이라면 겨울잠을 잔다고도 할 만하지요.


  그러면 늘푸른나무는 어떠할까요? 늘푸른나무는 잎을 언제 떨굴까요? 우리 집 마당하고 뒤꼍에서 자라는 늘푸른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면, 늘푸른나무는 겨울을 뺀 봄이랑 여름이랑 가을 언제나 잎을 떨굽니다. 딱히 어느 철에 더 많이 떨군다고 하기보다는 세 철 내내 조금씩 잎을 떨구면서 새 잎으로 바꾸어요. 다른 철보다 늦봄하고 첫여름에 잎을 많이 떨군다고도 할 만해요.



나뭇잎 손님은 너무너무 슬펐어요.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지요. 나뭇잎 손님은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따뜻한 바람이 불 무렵, 나뭇잎 손님은 긴 잠에서 깨어났어요. (30∼32쪽)




  추운 겨울은 추위로 모두 얼어붙게 합니다. 추위가 닥치면 누구나 오들오들 떨면서 몸을 웅크립니다. 풀은 겨우내 거의 모두 시들어 죽고, 나무도 겨우내 잔뜩 옹크려요. 다만, 나무는 겨우내 몸을 옹크려도 씩씩하게 겨울눈을 내놓습니다. 가장 추운 겨울에 나무는 새롭게 꿈을 꾸면서 겨울눈을 두 가지 내놓지요. 하나는 꽃눈이고 하나는 잎눈이에요. 봄을 기다리면서 터뜨릴 새 꽃송이하고 잎사귀는 겨울 바람을 마시면서 고요히 꿈을 꾸듯이 천천히 자랍니다.


  그림책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는 겨우내 꿈을 꾸면서 새봄에 새롭게 깨어나는 나뭇잎을 가만히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은 숲속 머리집에서 온갖 예쁜 모습으로 잎몸을 꾸미는 줄거리를 길게 다루지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자리에서 ‘새봄 새잎’을 상냥하게 보여주어요.


  걱정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할까요. 커다란 잎몸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들 걱정할 까닭이 없다는 이야기를 속삭인다고 할까요. 새봄에 새롭게 돋으면서 그야말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테니까요. 그리고, 숲속 머리집 일꾼인 애벌레도 나뭇잎처럼 겨울잠을 잘 테지요. 겨울 들머리까지 힘껏 일하며 잎을 잔뜩 갉아먹은 애벌레는 이제 더는 잎을 갉을 수 없도록 자라서 기나긴 겨울잠을 자겠지요. 그러고는 새봄에 새잎이 돋을 즈음, 어여쁜 나비로 눈부시게 태어나서 나뭇잎한테 찾아갈 테고요. 나뭇잎한테 인사하고 함께 놀다가 어느 날 나뭇잎 뒤쪽에 앙증맞도록 작은 알을 깔 테고, 이 알은 다시 애벌레로 자라서 ‘숲속 나뭇잎 머리(잎몸) 손질’을 해 주는 몫을 맡을 테지요.


  어른인 나도, 어여쁜 아이들도, 날마다 즐겁고 고요히 밤잠을 자면서 새롭게 꿈을 꿉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와요. 하루를 기쁘게 누렸으니 즐겁게 잡니다. 아침마다 기지개를 한껏 켜면서 새롭게 노래를 부릅니다. 4349.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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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의미


 단어의 사전적 의미 → 사전에 풀이된 말뜻 / 사전에 나온 말뜻

 문장의 의미 → 글뜻 / 글월에 담긴 뜻

 삶의 의미 → 살아가는 뜻 / 사는 뜻 / 삶에 깃든 뜻


  ‘의미(意味)’는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말뜻·글뜻·뜻’으로 쓰면 됩니다. ‘뜻’을 ‘뜻’이라 하더라도 “-의 뜻”처럼 일본 말투를 쓸 분이 있을는지 모르는데, 먼저 낱말부터 곱게 추스르면서 말투를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9.1.30.흙.ㅅㄴㄹ



앨범의 의미는 무엇일까

→ 앨범은 무엇을 뜻할까

→ 사진첩이란 무엇일까

→ 사진첩은 무엇을 말할까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30쪽


단어의 의미라면 사전에 쓰여 있다

→ 낱말뜻이라면 사전에 쓰였다

→ 낱말풀이라면 사전에 있다

→ 말뜻이라면 사전에 있다

→ 말풀이라면 사전에 있다

→ 낱말은 사전에 다 풀이되었다

→ 낱말뜻은 사전에 다 나온다

→ 말뜻은 사전을 찾으면 알 수 있다

→ 말풀이는 사전을 뒤지면 된다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122쪽


고향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내 삶의 자양분으로 삼으면

→ 고향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를 내 삶에 밑거름으로 삼으면

→ 고향이 어떤 곳인가를 알고 이를 내 삶에 거름으로 삼으면

《장성익-있다! 없다!》(분홍고래,2015) 13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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