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신기 神奇


 신기한 일

→ 놀라운 일

→ 남다른 일

→ 대단한 일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놀랍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다

→ 그 마술은 아무리 보아도 대단하다


  ‘신기(神奇)하다’는 “신비롭고 기이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신비(神秘)롭다’는 “사람의 힘이나 지혜가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신기하고 묘한 느낌이 있다”를 뜻하고, ‘기이(奇異)하다’는 “기묘하고 이상하다”를 뜻하며, ‘기묘(奇妙)하다’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를 뜻하고, ‘묘(妙)하다’는 “1. 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2. 일이나 이야기의 내용 따위가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신기 = 신비 + 기이’인데, ‘신비 = 신기 + 묘’이고, ‘기이 = 기묘 + 이상’이며, ‘기묘 = 이상 + 묘’이고, ‘묘 = 색다르다 + 기이’입니다. ‘신기 = 신비’이고, ‘신비 = 신기’라고 하는 말풀이부터 겹말이지만, 다른 말풀이도 서로 다른 한자말로 빙글빙글 도는 풀이입니다.


  참으로 알 수 없구나 싶은 말풀이인데, ‘신기’나 ‘신비’는 바로 이 “알 수 없음”을 가리키지 싶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데에서 ‘놀랍다’거나 ‘대단하다’거나 ‘남다르다’고 하는 느낌이 이어지지 싶어요. 4349.2.1.달.ㅅㄴㄹ



말 잘 듣는 호박도 신기하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놀랍고

→ 말 잘 듣는 호박도 재미나고

《이영득-할머니 집에서》(보림,2006) 42쪽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신기해한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놀라워한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갸우뚱한다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14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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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장 死藏


 사장된 미풍양속을 되살리다 → 묻혔던 아름다운 풍속을 되살리다

 창고에서 사장되고 있다 → 창고에서 썩는다 / 창고에서 묵는다

 뛰어난 재능을 사장하고 있다 → 뛰어난 재주를 썩힌다 / 뛰어난 재주를 묵힌다


  ‘사장(死藏)’은 “사물 따위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썩혀 둠”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썩혀 둠’이고, ‘묵혀 둠’이라 할 수 있어요. ‘사장’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분 가운데에는 다른 한자말 ‘사장’하고 헷갈려 할까 봐 한자를 ‘사장’ 뒤에 달아 놓기도 하는데, 이렇게 한자를 덧단대서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말로 ‘묻히다·파묻히다’를 쓰거나 ‘썩히다’를 쓰면 될 뿐입니다. 4349.2.1.달.ㅅㄴㄹ



아무도 쓰지 않아 사장된 언어

→ 아무도 쓰지 않아 사라진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죽은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묻혀버린 말

→ 아무도 쓰지 않아 잊혀진 말

《리타 페르스휘르/유혜자 옮김-아빠의 만세발가락》(두레아이들,2007) 59쪽


그런 능력이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많다

→ 그런 재주가 묻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솜씨가 파묻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재주를 썩히는 수가 잦다

→ 그런 솜씨를 잃는 수가 잦다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283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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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아주 부자인 사람을 한때 ‘백만장자’라는 이름으로 가리켰는데, 어느덧 ‘천만장자’라는 이름이 생기고, ‘억만장자’라느니 ‘조만장자’라느니 하는 이름이 생겨요. 앞으로는 숫자를 더 붙이는 이름이 새롭게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쓰고 쓰고 또 쓰고 더 쓰고 다시 써도 줄어들지 않는 보물단지를 가리켜 ‘화수분’이라고 해요. 화수분이란 이름은 중국에서 왔을 수 있는데, “돈이 샘솟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돈샘그릇’이나 “보물이 샘솟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보물샘그릇’이라고 할 만해요. 보물이 샘솟아서 ‘보물샘’이라면, 꿈이 샘솟는 ‘꿈샘’이라든지 사랑이 샘솟는 ‘사랑샘’이라든지 기쁨이 샘솟는 ‘기쁨샘’도 있겠지요. 쉬지 않고 글을 쓰는 동무가 있으면 “넌 ‘글샘그릇’이네.” 하고 말할 만하고, 한결같이 신나게 노래하는 동무가 있으면 “너는 ‘노래샘그릇’이네.” 하고 말할 만해요. 자꾸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무는 ‘이야기샘그릇’이고, 언제나 즐겁게 웃는 동무는 ‘웃음샘그릇’이에요.


+


혼인날


  ‘식구’하고 ‘가족’은 어떻게 다를까요? ‘혼인’하고 ‘결혼’은 어떻게 다를까요? 네 낱말은 모두 한자말이지만, ‘식구·혼인’은 한겨레가 꽤 오랜 옛날부터 쓰던 낱말이고, ‘가족·결혼’은 이 나라가 이웃나라한테 식민지가 되어야 하던 때에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에요. 요즈음은 영어도 아주 널리 쓰는 흐름이 되었기에 한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을 딱히 가리지 않는다고 할 만한데, 두 어른이 짝을 지어서 한집을 이루려고 할 적에는 ‘혼인신고’를 해요. 두 어른이 혼인을 하면서 하는 잔치는 ‘혼인잔치(혼례잔치)’라 하지요. 그런데 ‘혼인신고’를 해서 함께 살면서 요즈음 어른들이 기리는 날은 ‘혼인기념일’이 아닌 ‘결혼기념일’이에요. “혼인을 기리는 날”이라는 뜻으로 ‘혼인날·혼인기림날’처럼 쓰지 못해요. 한글이 태어난 날을 기릴 적에 ‘한글날’이라 하듯이, 어른들이 혼인을 기리는 날도 ‘혼인날’이라 하면 잘 어울리리라 생각해요. ‘식구·가족’이라는 한자말도 있지만, 이런 말이 있기 앞서는 ‘한집·한집안’ 같은 말을 썼어요. “한집 사람”이라고도 하지요. “한집 사람”은 ‘한솥밥’을 먹는 사이요, ‘한솥밥지기’나 ‘한솥밥님’이 됩니다.


+


읽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을 새롭게 가르쳐요. ‘읽기’랑 ‘쓰기’랑 ‘듣기’랑 ‘말하기’를 알맞게 갈라서 가르쳐요. ‘말’을 배우려면 언제나 이 네 가지를 골고루 살피고 헤아려야 하지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지요. 그리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하는 동안 가슴(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요. 온몸으로 말을 느끼고, 온마음으로 말을 헤아린다고 할 만해요. ‘읽기’는 ‘글읽기·책읽기’를 비롯해서 ‘그림읽기·영화읽기’로 나아가고, ‘사람읽기·사랑읽기·삶읽기’를 할 만하며, ‘사회읽기·문화읽기’까지 갈 수 있어요. ‘쓰기’는 ‘글쓰기’를 비롯해서 ‘책쓰기’도 할 만하고 ‘마음쓰기’나 ‘생각쓰기’도 할 만합니다. ‘듣기’를 할 적에는 가만히 듣다가 ‘귀여겨듣기’를 하지요. ‘말하기’는 내 뜻과 마음을 찬찬히 가누고 살펴서 알맞고 슬기로우면서 의젓하게 생각을 갈무리해서 들려주는 몸짓이 되어요. 읽기를 찬찬히 익히고 나면, ‘하늘읽기’나 ‘바다읽기’도 해요. ‘날씨읽기’나 ‘꿈읽기’도 하지요. ‘꽃읽기’나 ‘마음읽기’나 ‘생각읽기’도 합니다.


+


세겹살


  사이좋은 동무가 넷이면 이 넷을 아울러 ‘네동무’가 됩니다. 사이좋은 동무가 다섯이면 이 다섯을 아울러 ‘다섯동무’가 돼요. 동무는 ‘열동무’나 ‘스무동무’도 되고, ‘일곱동무’나 ‘두동무’나 ‘세동무’도 되어요. 고깃집에 가 보면 흔히 ‘삼겹살’을 파는데, 삼겹살은 “세 겹인 살”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세겹살’이라 하면 될 고기인데 ‘세(셋)’가 아닌 ‘삼(三)’이라는 한자를 넣은 셈이에요. 여럿으로 포갠 것을 셀 적에 ‘겹’을 써요. “한 겹·두 겹·세 겹·네 겹”처럼 쓰지요. “일 겹·이 겹·삼 겹·사 겹”처럼 쓰면 어딘가 안 어울려요. 한자인 숫자말 ‘일·이·삼·사’를 넣으려 할 적에는 똑같이 한자인 ‘중(重)’을 넣어서 ‘일중·이중·삼중·사중’처럼 써야 어울립니다. 그래서 ‘삼중주’라면 “세 악기 연주”인 “세 겹 연주”나 “세 가락 연주”인 셈이고, ‘사중창’이라면 “네 사람 합창”인 “네 사람 노래”나 “네 가락 노래”인 셈이에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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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29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마르크 부타방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33



말을 더듬어서 놀림감이 된 적 있니?

―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마르크 부타방 그림

 이정주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8.5.30. 5500원



  베아트리스 퐁타넬 님이 글을 쓰고, 마르크 부타방 님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문학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시공주니어,2008)를 읽는데 가슴이 짠합니다. 마치 내 어린 나날에 겪은 모습이 나오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말더듬이로 어린 나날을 보낸 어른이라면,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 같은 어린이문학을 읽기는 수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말더듬이 모습을 말끔히 털었기에 새삼스레 이러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누가 녀석을 ‘어버버’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말은 아니지만, 녀석한테는 잘 어울렸지요. 녀석도 아무 대꾸를 못했어요. 솔직히 그 말은 금방 입에 붙었어요. 우리는 화장실 문을 쾅쾅 차며 장난쳤지요. “경찰이다! 빨리 문 열어! 안에 누가 있냐?” “나 어버버야. 얘들아, 다다다른 데로 가 줘…….” 글쎄, 녀석도 이렇게 대답했지 뭐예요. (12쪽)



  어린이문학에 나오는 말더듬이 아이는 동무들한테서 놀림을 받습니다. 동무들은 이 아이가 쉬를 하러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문을 발로 쾅쾅 차면서 놀려요. 이렇게 놀리는 짓을 하는데 말리는 아이가 딱히 없습니다. 게다가 말더듬이 아이가 ‘말더듬질’을 하지 않으려고 ‘낱말을 바꾸어서 말하’면 담임 교사는 버럭 부아를 내요. 이 아이더러 왜 ‘거짓말’을 하느냐면서 여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나무라고는 교장실로 보내기도 해요.


  말더듬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무들뿐 아니라 담임 교사마저 이러하다면, 이 아이는 학교에 오기가 얼마나 싫을까요? 마치 학교를 끔찍한 불구덩이로 여기지 않을까요?


  동무들 사이에서는 늘 놀림감이 되는데다가, 담임 교사는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아 주지 못하니 더없이 괴로울 텐데, 이 아이는 앞으로 학교를 모두 마칠 때까지 늘 놀림감으로 살아야 할까요? 나중에 사회에서도 똑같이 놀림감이 되어야 할까요?


  놀림감이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놀림감으로 지내는 나날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놀림쟁이 짓을 하는 아이들은 여린 아이들이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거나 힘든가를 알아채기 어렵지요. 놀림쟁이 아이들이 여린 아이들 마음을 안다면 함부로 괴롭히지 않아요. 슬프고 괴롭고 아픈 아이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엿본다면 섣불리 따돌리거나 못살게 굴지 않아요.



“너도 귀머거리가 아니니까 알지. 내가 다다, 바바, 보보, 그그그런 바바발음을 잘 못하잖아. 내 이름을 말할 때마다 웃음거리가 되는 게 싫어. 정말 싫어. 끄끔찍해!” (20쪽)



  말을 더듬는 아이한테는 ‘말을 더듬는 목소리’를 ‘말을 안 더듬는 목소리’하고 똑같이 여기는 동무나 이웃이 있어야 합니다. 이 아이가 주눅이 들지 않도록 따사로이 바라보면서 마주해 줄 수 있는 동무하고 이웃이 있어야 해요.


  ‘발음 교정 교육’으로는 말더듬질을 바로잡지 못합니다. 말더듬질은 ‘바로잡아야’ 하는 ‘잘못된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몸짓이나 모습이나 숨결 가운데 하나예요. 누군가는 다리를 절 수 있고, 누군가는 눈이 나빠서 안경을 낄 수 있고, 누군가는 귀가 잘 안 들릴 수 있고, 누군가는 말을 더듬을 수 있어요. 웅변을 배우거나 합창 연습을 하면서 말더듬질을 찬찬히 고칠 수 있기도 하지만 꽤 오래 걸리기 일쑤예요. 말을 좀 더듬었대서 함부로 놀리거나 섣불리 웃지 않는 포근하고 살가운 터전이 있어야 하지요.



“저 안 뛰어내려요! 다들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저 좀 내버려 두세요! 다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진짜 말도 안 돼요. 어버버는 말을 전혀 더듬지 않았어요. (39쪽)



  어린이문학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는 퍽 짧게 이야기를 끊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너무 갑작스레 ‘말더듬이 아이를 괴롭히던 동무들이 괴롭힘질을 멈추’는 모습이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말더듬이 아이한테 아버지가 없다는 대목을 아이들이 알고, 말더듬이 아이가 학교 지붕에 올라가서 ‘혼자 있고 싶다!’고 소리를 지른 뒤에, 갑자기 ‘괴롭힘질·따돌림질’이 사라져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아주 작은 일 하나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말 이렇게 동무들이 하루아침에 따돌림이나 괴롬힙을 멈출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탕이 나쁘지 않았을 동무들’이라 할 테니까, 괴롭힘질이나 따돌림질을 스스로 부끄러이 여겨서 뚝 그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어린이책이기에 말더듬이 아이가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까지는 차마 안 그렸을 수 있지요. 다만, 어린이한테 ‘말을 더듬는 동무를 괴롭히지 말고 아끼자’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려고 한다면, 한 발짝 더 다가서면서 손을 내미는 얼거리를 보여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말더듬이 아이 목소리를 듣고, 말더듬이 아이가 좋아하거나 즐기거나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는 이야기도 담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해요.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내가 동무들 앞에서 말을 더듬거릴 적에 갑자기 둘레가 조용해요. 나는 이내 알아차리지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 말더듬이 듣기 싫었나? 내 말더듬이 웃긴가?’ 이때에 누구 하나라도 웃음을 터뜨리면 다 웃어 버리지만, 슬기로운 동무가 다른 쪽으로 눈길이 쏠리도록 말을 꺼내면 ‘말더듬’은 쉽게 잊고, 놀림감으로 삼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말을 더듬거리더라도 내 말을 듣는 아이가 차분히 내 눈만 똑바로 바라보면서 들어 주면, 다른 아이들도 웃지 않고 가만히 ‘말더듬이 목소리’를 들어 주면서 상냥한 흐름으로 바뀝니다.


  어린이문학 《말더듬이 내 친구, 어버버》에서는 이런 이야기나 실마리나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아요. 그래도 “그날 뒤로 어버버는 말을 덜 더듬었어요. 어버버의 말투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41쪽).” 하고 나와요. 짧은 한 마디로 슬그머니 넘어가는 셈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익숙하게 받아들이기’를 해 주기만 해도 말더듬이 아이는 씩씩하게 기운을 찾을 수 있습니다. 4349.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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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1] 심는다



  달력을 보면 나무를 심는 날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달력에는 ‘나무심기’ 같은 말은 안 쓰고 ‘식목일’이라는 한자말을 써요. ‘나무날’이나 ‘나무심기날’ 같은 이름을 쓰면 한결 재미있을 텐데요. 우리는 나무도 심고 씨앗도 심어요. 때로는 꽃을 심고, 꽃씨를 심지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심기’이거나 ‘씨심기’예요. 씨앗 가운데에는 우리가 따로 심어야 하는 씨앗도 있지만, 술술 뿌려도 되는 씨앗이 있어서, 이때에는 ‘씨뿌리기’라는 말을 써요. 땅에 씨앗이나 나무를 심는 모습을 빗대어 우리 마음에 생각을 심는다고도 말해요. 이른바 ‘생각심기’라고 할 텐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고이 헤아리면서 생각을 심지요. 생각을 심는 일은 ‘꿈심기’라고 할 만합니다. 이루려는 꿈을 생각으로 심으니까요. 이런 모습을 돌아본다면 ‘사랑심기’라든지 ‘마음심기’라든지 ‘믿음심기’라든지 ‘웃음심기’ 같은 말도 한결 살뜰히 쓸 수 있어요. 즐겁게 가꾸어서 기쁘게 거두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심을 만해요. 내 손길에 따스한 숨결을 담아서 씨앗을 심고, 우리 손마다 넉넉한 바람결을 실어서 꿈도 사랑도 노래도 이야기도 심어요. 4349.1.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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