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둔하다 鈍


 머리가 둔하다 → 머리가 모자라다 / 늦되다 / 어리석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 → 어리석고 느린 사람

 움직임이 둔하다 → 움직임이 느리다 / 움직임이 굼뜨다

 차량들의 움직임이 둔하다 → 차량들이 느리게 움직인다 / 차량들이 느리게 간다

 신경이 둔하다 → 신경이 무디다 / 무디다

 둔해 보이는 몸집 → 투박해 보이는 몸집 / 무거워 보이는 몸집

 옷을 껴입었더니 몸이 둔하다 → 옷을 껴입었더니 몸이 무겁다

 둔한 흉기로 얻어맞은 → 묵직한 흉기로 얻어맞은

 둔하게 들리는 소리 → 무겁게 들리는 소리

 둔하게 빛이 나는 → 칙칙하게 빛이 나는


  ‘둔(鈍)하다’는 “1. 깨우침이 늦고 재주가 무디다 2.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3. 감각이나 느낌이 예리하지 못하다 4. 생김새나 모습이 무겁고 투박하다 5. 기구나 날붙이 따위가 육중하고 무디다 6. 소리가 무겁고 무디다 7. 빛이 산뜻하지 않고 컴컴하다”처럼 일곱 가지로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풀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늦다·무디다·느리다·굼뜨다·무겁다·투박하다·산뜻하지 않다(칙칙하다)·컴컴하다’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때와 곳과 흐름을 살피면서 알맞게 쓸 한국말이 저마다 다른 만큼, 온갖 한국말을 즐겁게 두루두루 쓸 수 있으면 됩니다. 4349.2.6.흙.ㅅㄴㄹ



움직임이 너무 둔해

→ 움직임이 너무 느려

→ 움직임이 너무 굼떠

《모리모토 코즈에코/장혜영 옮김-조폭 선생님 4》(대원씨아이,2003) 68쪽


벌레의 활동은 둔해지고

→ 벌레는 활동이 뜸해지고

→ 벌레는 줄어들고

→ 벌레는 사그라들고

→ 벌레는 잦아들고

《후루노 다카오-백성백작》(그물코,2006) 173쪽


운동 신경이 둔한데다​

→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데다

→ 운동을 잘 못 하는데다

→ 움직임이 굼뜬데다

《하나가타 미쓰루/고향옥 옮김-용과 함께》(사계절,2006) 48쪽


나도 참 둔하구나

→ 나도 참 무디구나

→ 나도 참 어리석구나

→ 나도 참 바보구나

→ 나도 참 오랫동안 몰랐구나

《스에요시 아키코/이경옥 옮김-별로 돌아간 소녀》(사계절,2008) 96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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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ㅂㅅㅇ (2016.2.5.)



  작은아이가 버스나 자동차를 몹시 좋아하기에 작은아이가 늘 갖고 놀도록 ‘종이버스’를 오려 보자는 생각이 든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작은아이가 갖고 놀 버스는 늘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를 테니, 바퀴가 아닌 다른 것으로 구르거나 날도록 헤아려 본다. 앞바퀴는 별이요 뒷바퀴는 꽃이다. 이리하여, 이 버스는 ‘ㅂㅅㅇ’라는 이름인데, “보스야(보라 버스야)”이다. 작은아이 이름이다. 그리고, “별숲이”이기도 하다. ‘별 + 숲(꽃)’으로 날아다니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어때? 마음에 드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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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73] 플라스틱



  가까이 두면서 늘 만지니

  하루하루 살가이 어우러져

  내 삶이지요



  아이는 손으로 만져서 입에 넣어야 ‘맛’으로 무엇이든 알아봅니다. 그러니 아이로서는 무엇이든 손으로 만지다가 낼름 입에 넣지요. 아이 놀잇감에 플라스틱을 되도록 안 써야 하는 까닭은 아이는 입과 혀로 첫 느낌을 알거나 배우려 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키우려면 어버이인 두 사람이 이러한 얼거리를 슬기롭게 살피면서 살가이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이라 하더라도 사랑으로 마주한다면 아이는 사랑을 배우고, 나무로 빚은 장난감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없이 물건만 내민다면 아이는 사랑이 아닌 물건만 배웁니다. 아이를 낳은 어른인 우리는 오늘 무엇을 만지면서 살까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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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우리 집에서만 놀기



  설날에 우리 집에서만 논다. 설날을 앞두고 아이들을 이끌면서 나들이를 가려고 생각해 보았으나 오늘(2.6)이 되기까지 찻삯을 모으지 못했다. 그러니 설날에 우리 집에서 조용히 지내야지. 아이들은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이모나 큰아버지를 만나서 함께 놀지 못하는 대목이 아쉽다고도 하지만 이내 잊고 저희끼리 재미나게 논다. 아침을 먹고 나서 뒤꼍에 올라 흙으로 만두랑 떡을 빚는 놀이를 하면서 깔깔깔 웃는다. 오늘 우리한테 살림돈이 퍽 적어서 설마실을 다니지 못하지만, 오늘 우리한테 있는 기쁨을 고요히 돌아본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이불을 빨래한다. 포근한 겨울볕은 이불을 잘 말려 주리라. 신나게 비빔질을 하면서 이불 두 채를 빤다.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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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1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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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05



이 돌에 흐르는 숨결을 읽을 수 있을까

―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 1

 니노미야 토모코 글·그림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2.15. 5000원



  낮에 읍내마실을 나가는 길인데, 두 아이가 마을 어귀 풀밭 한쪽에 있는 흙더미를 보았습니다. 이 흙더미는 아이들이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으레 밟거나 토닥이는 놀잇감이 되어 줍니다. 왜 그곳에 이런 흙더미가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아이들은 재미나게 이 흙더미를 매만집니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두 손이 시린 줄 모르면서 맨손으로 흙집을 짓고 흙떡이나 흙만두까지 빚습니다.


  “아버지 봐요, 흙만두예요. 예쁘지요?” 하면서 손에 흙을 가득 쥐고서 내밉니다. 손도 낯도 다 씻고 나왔지만, 이렇게 흙만 보면 만지면서 놀고픈 아이들은 어느새 흙손이랑 흙투성이가 됩니다. 마침 군내버스가 저 앞에서 달려오기에 “자, 얼른 흙 털고 버스 타자.” 하고 말합니다.



“자, 이걸 보렴. 이게 네가 지켜야 할 돌이란다. 우리 일족을 번영하게 해 준 풍요의 돌이지. 날개를 펼치고 붉은 하늘을 나는 새.” (3쪽)


“그딴 거 관두고 더 비싼 코너를 봐! 다이아 같은 것도 잔뜩 있잖아. 기껏 ‘듀가리’에 왔건만!” “그치만 난 빨갛고 귀여운 반지를 갖고 싶었는걸.” (16쪽)



  만화책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대원씨아이,2016) 첫재 권을 읽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빚은 니노미야 토모코 님이 새롭게 그리는 만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화책 이름에 나오듯이 ‘보석’을 다루고 ‘전당포’ 이야기가 흐릅니다. 보석은 여러 가지 돌 가운데 더 아름답거나 사랑스레 마주하는 돌입니다. “보배로운 돌”을 가리키는 ‘보석’이니까요.


  그런데 보배로운 돌이든 수수한 돌이든, 아이들 손에 쥐어 주면 모두 똑같은 ‘돌’입니다. 붉게 빛나는 보석이라면 아이들로서는 ‘붉은 돌’이에요. 파랗게 빛나는 보석이라면 아이들한테는 ‘파란 돌’이지요.



“내가 뭘 방해했다고 그래. 장사 방해한 게 오히려 누군데! 보석한테 ‘좋은 기운이 있는 아이’ 같은 괴상한 소리나 하고. 여긴 점집이 아니라고. 가게 평판 떨어뜨리는 짓은 그만둬.” (33쪽)


“왜 ‘합성’이야? 그게 어디가.” “어? 왜긴. 이 아이한테는 뭐랄까, 지구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악, 악. 그딴 소리 그만둬.” (35쪽)



  우리 집 아이들은 돌 아닌 ‘시멘트 조각’까지 갖고 놉니다. 뭐, 늘 온 마을 흙을 다 들쑤시면서 노니까, 돌뿐 아니라 시멘트 조각까지 주워서 놀 만합니다. 시멘트 조각을 주워서 ‘돌’로 여길 적에는 넌지시 불러서 “걔는 돌이 아니란다. 걔는 시멘트라고 하는 아이야. 걔는 버리고 다른 돌을 주워서 놀자.” 하고 얘기해요.


  아이들은 돌하고 시멘트 조각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 잘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적에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가를 제대로 몰랐어요. 어른들이 자주 이야기를 해도 늘 못 알아들었어요. 다만 손과 몸으로 하나를 느꼈습니다. 돌은 아무리 오랫동안 손에 쥐면서 놀아도 손이 안 아파요. 이와 달리 시멘트 조각을 오랫동안 손에 쥐면서 놀면 손이 아픕니다.


  요새는 시골도 마을길을 온통 시멘트로 덮고, 마당까지 시멘트로 덮으며, 도랑이나 논둑까지 시멘트로 덮어요. 흙길이나 흙마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입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논둑에서 넘어지면 무릎이나 팔꿈치가 크게 까지지요. 아이들도 여름에 민소매나 반바지를 입고 놀다가 마을길에서 넘어지면 바로 피가 철철 흘러요.



‘부인의 반지. 부인은 행복하구나. 그러니까 그 돌도 기분 좋은 듯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던 거야.’ (80∼81쪽)


‘그렇게 이상한 기운에 휩싸인 브로치였는데, 그 사람이 만진 순간 그게 사라졌어. 그 사람은 뭔가를 정화하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161쪽)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돌마다 흐르는 숨결을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얼마나 오랜 나날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얼마나 수많은 비와 바람과 해와 흙하고 동무가 되면서 살았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요즈음 사회나 문화로 본다면, 길바닥이 흙길일 적보다 시멘트나 아스팔트일 적에 자동차가 다니기 좋겠지요. 그런데, 길바닥이 시멘트나 아스팔트이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매우 나빠요. 어른들한테는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길이 되지만, 아이들한테는 뛰어다니거나 달리기를 하기에 매우 나쁩니다.


  흙바닥이라면 아이들은 돌을 주워서 흙바닥에 금을 그으면서 온갖 놀이를 하지요.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하기 어려워요. 더욱이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어른들도 일을 하다가 쉬면서 주저앉기에 썩 안 좋습니다. 흙바닥이라면 냉큼 앉을 만하지만,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뭔가를 안 깔면 앉기에 나빠요.


  무엇보다도 시멘트 조각은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가 흐르는 동안 ‘빛나는 돌’이 되지도 않아요. 시멘트 조각은 한 해 두 해 백 해 천 해 흐르는 동안 그예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값싼 건축재료라 하는 시멘트는 겉보기로는 ‘돌’처럼 딱딱한 듯하지만 이내 물러지고, 이내 바스라지며, 이내 쓰레기더미가 되고 말아요. 이와 달리 돌은 기나긴 해를 사람들하고 함께 살면서 이야기를 품지요. 보석도 여느 돌처럼 오랜 나날을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요.



“요즘은 보석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으니까. 천연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름다우면 합성이라도 좋다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천연도 커팅으로 연마해야 하니까, 아무튼 노력이 필요하잖아.” (110∼111쪽)



  만화책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에는 여러 사람이 나옵니다. 어릴 적에 전당포에 ‘매물’처럼 맡겨지면서 ‘전당포 집 아이’로 자란 사내가 있습니다. 전당포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석이라는 돌을 ‘돌에 흐르는 숨결’을 고스란히 읽으면서 ‘타고난 보석감정사’ 노릇을 하는 고등학생 가시내가 있습니다. 아무리 나쁜 기운이 흐르는 돌이라 해도 스스럼없이 두 손으로 만지면서 ‘깨끗하게 해 주는(정화해 주는)’ 보석세공사 사내가 있어요.


  보석은 값진 돌이기에 돈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되는 값비싼 돌이기에 목걸이로도 하고 손가락에도 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값지거나 값비싸기에 보석 구실을 하지는 않으리라 느껴요. 마음을 푸근하게 북돋운다든지, 마음을 따사로이 어루만진다든지, 마음을 넉넉하게 쓰다듬어 준다고 느끼기에 저마다 ‘내 빛돌(빛나는 돌)’을 가슴에 품을 만하리라 느껴요.


  돈으로 치자면 ‘돈돌’일 테지만, 삶에 빛줄기가 된다고 여기면서 아끼면 ‘빛돌’이 됩니다. 내 꿈을 아로새기려 하면 ‘꿈돌’이 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뜻을 함께 나루려고 주고받으면 ‘사랑돌’이 되어요. 우리는 어떤 돌을 곁에 둘까요? 우리는 돌 하나에 어떤 마음을 담으면서 곁에 둘까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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