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330. 2015.12.4. 따뜻하게



  겨울에는 옷을 두툼하게 입자. 옷을 두툼하게 입으면 몸에 따스한 기운이 흐를 수 있지. 그런데 손은 빼꼼 내밀어야 책을 집을 수 있구나. 그러니 겨울에 책순이가 되려면 손이 따뜻해야겠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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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 문명의 뿌리 (웬델 베리) 한티재 펴냄, 2016.1.25. 19000원



  아침에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고서 옆에 가만히 앉아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는데 여러모로 재미있구나 하고 느낀다. 미국 문명 사회에서 왜 전문가를 키우려 하는가 같은 대목을 잘 파헤친 대목에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이 어느 한 가지만 잘 할 줄 아는 전문가로 바뀌는 동안 ‘삶을 누리는 재미’나 ‘살림을 짓는 즐거움’하고 멀어진다고 하는 줄거리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전문가는 언제나 전문가일 뿐 살림꾼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학자는 늘 학자일 뿐 어버이나 어른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사랑은 늘 사랑이고, 살림은 늘 살림이며, 삶은 늘 삶이다. 이 대목을 놓치거나 잘못 안다면 그만 생각도 흔들리겠지. 요즈음은 일본 한자말 ‘소농’을 그냥 쓰지만, “작은 농사”인 ‘소농’은 ‘홀로서기(자급자족)’을 가리킨다. “수수하게 살림을 손수 짓는 기쁨”을 ‘소농’이라는 낱말로 가리키는 셈인데, 얼마 앞서까지는 이를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같은 말로 흔히 가리켰구나 하고 느낀다. 작은 것이든 소농이든, 바로 내가 손수 짓는 삶·사랑·살림으로 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기쁨을 일군다. 2016.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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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 문명의 뿌리-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 제15회 환경책큰잔치 2016 올해의 환경책
웬델 베리 지음, 이승렬 옮김 / 한티재 / 2016년 1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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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75] 거룩한 힘



  사랑을 사랑으로 품기에

  겨울에도 늘 봄을 꿈꾼

  새눈이 곧 터진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일 뿐이지 싶습니다. 나무는 늘 나무일 뿐이지 싶습니다. 삶은 언제나 삶일 뿐이요, 어린이는 늘 어린이일 뿐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는 사랑입니다’ 같은 말로는 사랑을 그릴 수 없고, ‘나무는 ○○입니다’ 같은 말로도 나무를 그릴 수 없구나 싶어요. ‘겨울눈’이라는 이름이 붙는 ‘새눈’은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부터 천천히 자라요. 더 따지고 보면 늦가을 무렵부터 자란다고 할 텐데, 이 새눈은 언제나 마음 가득 봄만 떠올리기에 봄에 피어나는 새로운 눈이요, ‘봄눈’이라 할 만하지 싶습니다. 마음속이 봄이기에 봄을 터뜨릴 수 있고, 마음속이 겨울이기에 늘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될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434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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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더듬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01
유종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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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12



시와 주름살

― 얼굴을 더듬다

 유종인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2.9.19.



  아이들 손이나 볼을 살살 쓰다듬다가 문득 놀랍니다. 아이 손이나 볼이란 이렇게 보드랍구나 하고. 그렇다고 어른인 내 손이나 불은 꺼칠하거나 울퉁불퉁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음속에 근심이나 걱정을 담지 않으면서 밝게 웃으면서 삶을 짓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이 들어도 살결이 보드랍기 마련이라고 느껴요. 늘 물이나 흙을 만지는 할매나 할배여도 마음 가득 기쁨이 흐르는 웃음이라면, 주름살이 아닌 보드라운 살결이 되지 싶습니다.



하루는 눈물 글썽한 상거지가 다녀갔다 // 또 하루는 꽃도 없이 바위가 그늘졌다 / 오늘은 술이나 받게 (마음)


땅이야 나눈다지만 하늘을 나눌 순 없어 // 성북동 옛집 담장에 화분들이 올라 있다 (경계의 꽃밭)



  인천에서 나고 자라며 시를 쓰는 유종인 님이 빚은 《얼굴을 더듬다》(실천문학사,2012)를 읽습니다. 잠자리 이불깃을 여미면서 아이들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이 시집을 떠올리고, 밤에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찰 적에 주섬주섬 이불을 끌어모아 다시 덮어 주면서 이 시집을 돌아봅니다.


  ‘얼굴 더듬기’는 사람마다 달라요. 그냥 얼굴을 더듬어 볼 수 있고, 떠오르지 않는 모습을 더듬듯 그릴 수 있습니다. 따스한 손길로 살그마니 더듬을 수 있고, 아무 느낌이나 생각이 없이 그저 더듬을 수 있어요. 내가 내 얼굴을 문지르거나 비빌 적에도 아무 생각 없이 문지를 수 있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손길로 비빌 수 있습니다.



징검돌을 건너가는 여름 아이의 발뒤꿈치, / 바람에 멱을 감는 미루나무 휘인 허리를 / 저 해는 지지도 않고 첫날밤처럼 붉게 샜다 (이발소 그림을 보다)


꽃게에 물린 손가락 가만히 들여다보니 // 새만금 변산 앞바다 // 내 떠날 줄 미리 알고 // 썰물로 // 빠질 리 없는 // 이정표를 박았구나 (꽃게에 물린 자국)



  《얼굴을 더듬다》를 다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에 깃든 노래는 ‘시조’라고 합니다. 《얼굴을 더듬다》는 시조집이라 하는군요. 문득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인들 시조인들 그리 대수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도 시조도 모두 우리 삶을 기쁨으로 노래하고 슬픔으로 달래면서 빚는 글일 테니까요. 글 한 줄에 웃음을 싣고, 글 두 줄에 슬픔을 담으면서, 글 석 줄에 이야기꽃이 피어나도록 하는 시요 노래라고 느낍니다.



싸락눈이 내리치니 // 겹처마가 떠올랐다 // 싸락눈이 쳐대니 // 나막신이 걸어왔다 (싸락눈)



  겨울에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을 때에는 손을 빠르게 문지릅니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손이 곱기 때문입니다. 곱은 손을 비빔질로 녹인 뒤 불을 올리고 도마질을 합니다. 뜨거운 물을 틀어서 틈틈이 손을 녹이면서 푸성귀를 다듬고 국을 끓입니다. 행주로 밥상을 훔치고 수저를 올립니다. 바야흐로 밥을 다 차리면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부르지요.


  이제 아이들은 의젓하게 자라서 깔개도 스스로 놓고 손도 스스로 씻습니다. 한두 해 앞서까지만 해도 아이들 손이랑 낯을 모두 씻겨야 했으나, 이제는 말로만 타일러도 되어요.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아이들 몸짓을 바꿉니다. 내 손에서 태어나는 밥 한 그릇이 아이들 몸으로 스며듭니다.


  밥상맡에 다 같이 둘러앉은 뒤 국그릇을 두 손으로 고이 감쌉니다. 따스한 기운이 손바닥으로 들어와서 온몸으로 퍼집니다. 나는 이 두 손으로 일을 하고, 바람을 어루만지며, 기저귀를 빨았고, 이불을 건사하고, 살림을 돌봅니다. 귀가 간지럽다 하면 귀를 파 주고, 손톱이 자라면 손톱을 깎습니다. 나이에 따라 손에도 낯에도 몸에도 주름이 질는지 모르지만, 온누리 모든 어버이는 주름살마다 아이들하고 누린 삶이 사랑스러운 결로 깃들리라 느껴요.



아파트 육 층까지 비질 소리 올라온다 // 귀뚜리가 // 지구 위에 두 줄 수염을 내려놓고, // 뭘 쓸까 // 고민하다가 // 빈 마당에 // 소스라친다 (비질 소리)


누군가 내다 놓은 깨진 거울 속으로 // 문짝을 두드리듯 가만히 눈발 친다 (들판의 거울)



  새롭게 하루를 열면서 《얼굴을 더듬다》에 흐르는 노랫가락을 가만히 읊어 봅니다. 이제 겨울이 저물려 하고 봄이 오려 합니다. 아침에 마당에서 노는 작은아이가 묻습니다. “아버지, 이제 봄이야?” “음, 아니. 아직 겨울이고, 봄이 오는 문턱이야.”


  아이한테 ‘봄이 오는 문턱’이라고 말하다가 불현듯이 놀랍니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오랜 옛날부터 들었다고 느껴요. 아마 내가 아기였을 무렵 둘레 어른들이, 또 우리 어버이가 ‘봄이 오는 문턱’이라고 말했을 테지요. 그냥 ‘봄이 온다’고 할 수 있는데, 누군가 ‘봄이 오는 문턱’이라 말했고, ‘봄이 문지방을 타고 넘는다’ 같은 말꽃을 피웁니다. ‘봄바람이 귀를 간질인다’라든지 ‘봄볕에 옷섶이 짧아진다’고도 해요.


  유종인 님이 아파트 육 층에서 비질 소리를 노랫소리로 듣듯이, 슥슥거리는 소리가 온 지구를 쩌렁쩌렁 울린다고 느끼듯이, 우리 삶자락은 온통 시로 태어날 소리요 결이요 무늬요 사랑이며 살림이지 싶습니다. 시골집 마루문을 때리는 눈발은 사라지고, 길게 드러눕던 겨울 그림자도 짧아집니다. 낮에는 처마 밑으로 햇볕이 들지 않아요. 해가 차츰 높아집니다. 나무마다 겨울눈이 봉긋봉긋 이쁘게 돋는 겨울 끝자락입니다. 434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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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돈키호테적


 돈키호테적인 행각에 웃다 → 돈키호테 같은 짓에 웃다 / 바보스러운 짓에 웃다

 돈키호테적 발상 → 돈키호테 같은 생각 / 엉뚱한 생각

 돈키호테적으로 황당한 계획 → 터무니없는 계획 / 엉뚱한 계획

 돈키호테적 성향 → 돈키호테 같은 성향 / 돈키호테 마음씨


  ‘돈키호테적’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돈키호테(Don Quixote)’는 에스파냐 작가 세르반테스가 지은 소설에 나오는 사람으로, 과대망상에 빠져서 여러 가지 익살스러운 일을 저지른다고 해요. ‘과대망상(誇大妄想)’은 “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증상”이라고 하니, ‘돈키호테적’이라고 할 적에는 ‘터무니없는’ 어떤 모습을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터무니없기에 ‘어이없다’고 할 만하고 ‘어처구니없다’고 할 만합니다. ‘바보스럽다’거나 ‘우스꽝스럽다’거나 ‘엉뚱하다’거나 ‘생뚱맞다’고 할 만해요. 어느 때에는 ‘배짱이 좋다’고 할는지 모르고, ‘야무지다’거나 ‘당차다’고 할는지 모르지요. 때로는 ‘꿈 같은’ 몸짓일 테고요. 4349.2.9.불.ㅅㄴㄹ



돈키호테적인 맹세를 해도

→ 돈키호테 같은 다짐을 해도

→ 이룰 수 없는 다짐을 해도

→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해도

→ 꿈같은 다짐을 해도

→ 부푼 꿈을 안고 다짐을 해도

→ 배짱 좋게 다짐을 해도

《랠프 랩/표문태 옮김-핵전쟁》(현암사,1970) 48쪽


이런 생각이 돈키호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엉뚱해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뚱딴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바보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우스꽝스레 보일지 모르지만

《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야생의 실천》(문학동네,2015) 87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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