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문을 활짝 연 겨울 끝자락



  그제 낮부터 도시로 돌아가는 자동차가 줄을 잇는다. 어제 아침하고 낮에 가장 많이 도시로 돌아갔지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온 마을이 조용하다. 엊저녁에는 바람이 좀 분다 싶더니, 오늘은 바람조차 잠든다. 겨울볕이 무척 포근하다. 뒤꼍 뽕나무 둘레에는 어느새 쑥이 돋는다. 아주 어린 쑥이기에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월 한복판으로 접어드는 겨울볕은 보드라우면서 곱다. 방문을 열고 마루문을 연다. 오늘은 방바닥에 놓은 깔개를 걷어서 방바닥부터 훔친 뒤에 깔개를 빨기로 한다. 먼지를 뒤집어쓴 몸을 찬물로 씻는데 처음에는 아차차 싶더니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다. 바야흐로 전남 고흥은 봄을 코앞에 둔 막바지 겨울이다.


  방석 넉 점을 마당에 내놓는다. 함께 청소를 해 준 아이들은 고샅을 달리면서 놀고, 나는 옷을 모두 갈아입고는 기지개를 켠다. 두 아이가 먹고 남긴 그릇을 치운다. 노래를 크게 틀고 집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4349.2.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야생의


 야생의 약초 → 들에서 캔 약풀 / 들풀

 야생의 짐승 → 들짐승

 야생의 땅 → 들판 / 들녘 / 거친 땅 / 사람 발길이 안 닿은 땅

 야생의 숲 → 깊은 숲 / 사람이 안 사는 숲

 야생의 세계 → 들짐승 나라 / 들나라 / 숲나라


  ‘야생(野生)’은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을 뜻한다고 해요. ‘야생동물’이라든지 ‘야생초’라는 한자말을 쓰기도 하는데, ‘들짐승’이나 ‘들풀’을 가리킬 뿐입니다. ‘야생 + 의’ 꼴로 “길들지 않음”이나 “사나움”이나 “거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말뜻 그대로 “길들지 않은” 무엇이라 하거나 “사나운” 무엇이라 하거나 “거친” 무엇이라고 하면 돼요. 때로는 “사람이 살지 않는”이나 “사람 발길(손길)이 닿지 않은” 무엇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이 뜻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어느 때에는 ‘들·들판·들녘’으로 손볼 만하고, ‘숲’이나 ‘깊은 숲’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2.10.물.ㅅㄴㄹ



야생의 세계에서 보낸

→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보낸

→ 들판에서 보낸

→ 들녘에서 보낸

→ 들에서 보낸

→ 숲에서 보낸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271쪽


야생의 말을

→ 거친 말을

→ 길들지 않은 말을

→ 들말을

→ 들판에서 뛰노는 말을

→ 들에서 자라는 말을

《류은-바람드리의 라무》(바람의아이들,2009) 107쪽


야생의 식물들을 채취해서

→ 들풀을 뜯어서

→ 들나물을 훑어서

《용서해-삶의 마지막 축제》(샨티,2012) 173쪽


야생의 땅에 모였다

→ 들판에 모였다

→ 들녘에 모였다

→ 들에 모였다

→ 깊은 숲에 모였다

《아르네 네스와 네 사람/이한중 옮김-산처럼 생각하라》(소동,2012) 171쪽


야생의 피가 뜨겁게 흐른다

→ 거친 피가 뜨겁게 흐른다

→ 사나운 피가 뜨겁게 흐른다

→ 들사람 피가 뜨겁게 흐른다

→ 들짐승 피가 뜨겁게 흐른다

→ 들불 같은 피가 뜨겁게 흐른다

《김해자-집에 가자》(삶창,2015) 30쪽


이 로봇은 야생의 생물을 먹이로 삼아 빠르게 증식하게 된다

→ 이 로봇은 들짐승을 먹이로 삼아 빠르게 늘어난다

《프리먼 다이슨/김학영 옮김-과학은 반역이다》(반니,2015) 66쪽


야생의 늑대 무리가

→ 들에 사는 늑대 무리가

→ 들늑대 무리가

→ 거친 늑대 무리가

→ 사나운 늑대 무리가

《짐 더처·제이미 더처/전혜영 옮김-늑대의 숨겨진 삶》(글항아리,2015) 7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가 잠든 군내버스



  읍내마실을 다녀오면 작은아이는 으레 잠든다.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고개가 폭 꺾이지 않도록 다스린다. 쉬잖고 뛰어노느라 지쳤지. 거침없이 달리면서 노래하느라 기운이 빠졌지. 이제 집에 닿으면 어느새 기운이 샘솟을 테지. 느긋하게 쉬면서 새로운 기운을 북돋우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212. 눈맛 (2016.1.26.)



  마당 한쪽에 한동안 쌓은 눈더미는 아이들 놀이터였는데, 놀이순이랑 놀이돌이는 이 눈더미를 호미로 콕콕 찍은 뒤 ‘하얀 것’은 냠냠하고 먹었다. 맛있니? 그런데 이 눈은 먹으라는 눈이 아니라 놀라는 눈이니까, 이 눈 말고 다른 걸 먹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가족·일가족/한가족·핵가족 家族·一家族·核家族


 가족을 부양하다

→ 식구를 먹여살리다

→ 한집을 먹여살리다

 열흘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 열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 열흘 만에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 열흘 만에 한집 품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 가족적 분위기

→ 모처럼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 따스한 느낌

→ 모처럼 한집이 한자리에 모인 도란도란 즐거움

→ 모처럼 한집안이 한자리에 모인 사랑스런 기운

 이러한 작은 일은 가족적으로 해결해도 된다

→ 이러한 작은 일은 식구끼리 풀어도 된다

→ 이러한 작은 일은 우리끼리 풀어도 된다

→ 이러한 작은 일은 집안에서 풀어도 된다

 일가족 여섯이 한자리에 모이다

→ 한집 여섯이 한자리에 모이다

→ 한집안 여섯이 한자리에 모이다

 일가족을 이끌고 피난을 가다

→ 한집안을 이끌고 피난을 가다

→ 한집을 이끌고 싸움통을 벗어나다

 핵가족이 늘고 있다

→ 작은집안이 는다

→ 작은집이 늘어난다


  ‘가족(家族)’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 하고, ‘일가족(一家族)’은 “한집안의 가족. 또는 온 가족”이라 합니다. ‘한집안’은 “1. 한집에서 사는 가족 2. 일가 친척”이라 하고, ‘한집’은 “1. 같은 집 2. = 한집안”이라 해요. 그러니까, ‘일가족 = 한집에 사는 가족의 가족’인 셈인데, 이도 저도 모두 두루뭉술한 말풀이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살펴보면 ‘한식구’라는 낱말은 따로 안 나옵니다. 아마 예부터 ‘한집·한집안’이라는 낱말만 썼으리라 봅니다. ‘가족’이라는 한자말은 일본에서 널리 쓰고, 일제강점기 뒤로 아주 빠르게 퍼졌습니다.


  시골에서 마을 할매와 할배는 으레 ‘지비(집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녁’을 가리킬 적에 곧잘 이런 말을 쓰는데, ‘집’이라는 낱말로 ‘사람’을 가리킵니다. ‘집’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집’은 “사람이 지내는 곳”을 가리킬 뿐 아니라, “집안”을 가리키고, “사람”을 가리킵니다. 오늘날 한국말사전은 “‘사람’을 가리키는 ‘집’”이 가시내(여자, 어머니, 아내)이기만 한 줄 잘못 풀이하지만, 예부터 ‘집’은 한집안 사람 누구나 다 가리켰습니다. 왜냐하면 가시내만 집에 살지 않고, 사내도 집에 함께 사니까요.


  오늘날 문명사회에서는 ‘사내가 바깥에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얼거리입니다만, 이런 모습도 아주 살짝 드러났을 뿐, ‘바깥에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사람’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입니다. ‘집’은 먼 옛날부터 ‘사람’을 가리키는 낱말이에요. 가시내만 따로 가리키는 ‘집사람’이 아니라, “집에서 살림을 짓고 삶을 꾸리는 사람”이 모두 ‘집사람’입니다. 이를 짤막하게 ‘집’이라 하거나 ‘집 + 이(사람)’ 꼴로 ‘집이(지비)’처럼 쓰는 셈입니다.


  한국말은 ‘집·집안·한집·한집안·온 집(온집)·온 집안(온집안)’입니다. 한자말은 ‘식구·가족’입니다. 한자말 가운데 ‘식구’는 한국 한자말이요, ‘가족’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말뿌리는 이렇습니다.


  ‘핵가족(核家族)’은 “한 쌍의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구성된 가족”이라 하니, ‘작은집안’이나 ‘작은집’으로 손질해서 쓸 만합니다. 2016.2.10.물.ㅅㄴㄹ



일가족이 함께 세상을 등지는 마당에

→ 한집이 함께 이 땅을 등지는 마당에

→ 한집안이 함께 이 땅을 등지는 마당에

→ 온 집이 함께 이 땅을 등지는 마당에

→ 온 식구가 함께 이 땅을 등지는 마당에

《편집부 엮음-또 하나의 입덧》(따님,1990) 80쪽


일가족이 자살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 한식구가 자살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 한집안이 스스로 죽으려 하는 사람들한테

→ 한집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들한테

《손석춘-10대와 통하는 사회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41쪽



늑대 무리는 핵가족 형태로, 부모와 새끼 몇 마리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늑대 무리는 작은집안 얼개로, 어미와 새끼 몇 마리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늑대 무리는 작은집 얼거리로, 어미와 새끼 몇 마리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늑대 무리는 작은식구 모습으로, 어미와 새끼 몇 마리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짐 더처·제이미 더처/전혜영 옮김-늑대의 숨겨진 삶》(글항아리,2015) 75쪽



늑대 무리가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 늑대 무리가 한집안임을

→ 늑대 무리가 한집임을

→ 늑대 무리가 한 식구라는 대목을

《짐 더처·제이미 더처/전혜영 옮김-늑대의 숨겨진 삶》(글항아리,2015) 37쪽



우리 가족은

→ 우리 집은

→ 우리 집안은

→ 우리는

《나카가와 치히로/홍성민 옮김-천사는 어떻게 키워요?》(동쪽나라,2005) 22쪽


가족 신문 만드는 날

→ 우리 집 신문 엮는 날

→ 우리 집안 신문 내는 날

《김미혜-아빠를 딱 하루만》(창비,2008) 40쪽


세 나라의 관계를 ‘한 지붕, 세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구나

→ 세 나라 사이를 ‘한 지붕, 세 집안’이라고 하고 싶구나

→ 세 나라 사이를 ‘한 지붕, 세 집’이라고 하고 싶구나

→ 세 나라 사이를 ‘한 지붕, 세 식구’라고 말하고 싶구나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130쪽


생쥐 가족은

→ 생쥐네 집은

→ 생쥐네 집안은

→ 생쥐 집안은

→ 생쥐 집은

→ 생쥐 식구는

《로버트 배리/김영진 옮김-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길벗어린이,2014) 31쪽


한 집에 사는 가족들은

→ 한집안 사람들은

→ 한집 사람들은

→ 한집에 사는 사람들은

→ 한집에 사는 식구들은

《토머스 R.마틴/이종인 옮김-고대 그리스사》(책과함께,2015) 263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