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덩굴이 돋는 늦겨울



  갈퀴덩굴이 돋는다. 우리 집 봄나물이 천천히 태어난다. 반가우면서 고맙다. 겨울을 떠나보내려 하는 늦겨울비가 내리면서 마을도 집도 온통 포근하다. 이 포근한 기운을 받아서 갈퀴덩굴은 한결 푸르게 돋겠지.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 않았기에 마알간 풀빛은 아니지만, 해가 차츰 높아지면서 마알간 풀빛으로 거듭나겠지. 귀여운 봄풀아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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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명 分明


 얼굴을 분명하게 알아보다 → 얼굴을 또렷이 알아보다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다 →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다

 발음이 분명하다 → 발음이 좋다 / 알아듣기 좋다

 분명한 증거 → 뚜렷한 증거 / 틀림없는 증거

 삶의 목표가 분명치 않다 → 사는 뜻이 흐리멍덩하다

 이 사건은 타살임이 분명하다 → 이 사건은 틀림없이 타살이다

 그녀는 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그 여자는 틀림없이 운다

 태도가 분명한 사람 → 매무새가 또렷한 사람


  한자말 ‘분명(分明)’은 어찌씨로 “틀림없이 확실하게”를 뜻하고, 그림씨로 “1.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2.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다 3.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확실(確實)하다’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에서 나온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틀림없이 틀림없게”로 풀이한 꼴이에요. 이 대목을 더 헤아린다면, 한국사람은 ‘분명하게’나 ‘확실하게’ 두 가지를 모두 쓸 까닭이 없는 셈이요, ‘틀림없이(틀림없게)’라는 한국말이 두 가지 한자말에 밀리거나 짓눌리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한국말로 ‘틀림없이’나 ‘뚜렷이’를 쓰면 돼요. ‘분명’은 ‘흐릿함이 없이’나 ‘똑똑히’나 ‘뚜렷하게’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참말 ‘흐릿하지 않게’나 ‘똑똑히’나 ‘뚜렷하게’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지요. 2016.2.13.흙.ㅅㄴㄹ



가게로 사용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 틀림없이 가게로 쓰였다

→ 가게로 쓰였구나 싶다

→ 가게로 쓰인 줄 알겠다

→ 아마 가게로 쓰였겠지

《로알드 달/김연수 옮김-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 10쪽


분명 멋진 일이지만

→ 틀림없이 멋진 일이지만

→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 대단히 멋진 일이지만

→ 아주 멋진 일이지만

《최기숙-어린이, 넌 누구니?》(보림,2006) 202쪽


분명히 다른 게 있을 거야

→ 틀림없이 다른 게 있을 거야

→ 반드시 다른 게 있어

→ 아무래도 다른 게 있어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정철우 옮김-나는 누구예요?》(분홍고래,2015) 12쪽


점점 더 분명해지는 점은

→ 차츰 더 뚜렷해지는 대목은

→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7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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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82 : 북쪽 방향



북쪽 방향에서

→ 북쪽에서


방향(方向)

1. 어떤 방위(方位)를 향한 쪽

2. 어떤 뜻이나 현상이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쪽



  한자말 ‘방향’은 “어느 쪽”을 뜻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첫 보기글로 “동쪽 방향”을 싣습니다. 이 보기글은 “동 방향”으로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북쪽 방향”도 “북 방향”으로 손질해야 올바르겠지요. 다만, 우리는 ‘동쪽’이나 ‘북쪽’이라고만 하면 돼요. 2016.2.13.흙.ㅅㄴㄹ



그 개는 북쪽 방향에서 왔다

→ 그 개는 북쪽에서 왔다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15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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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자 식물 - 식물 영과 함께하는 치유 가이드
팸 몽고메리 지음, 박준식 옮김 / 샨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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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45



새봄에 신나게 뜯을 쑥을 기다리면서

― 치유자 식물

 팸 몽고메리 글

 박준식 옮김

 샨티 펴냄, 2015.12.28. 18000원



  설날이 지나면서 겨울은 한껏 누그러집니다. 아직 이월이지만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뽕나무 둘레에는 쑥이 몽실몽실 돋습니다. 뽕나무 둘레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쑥싹을 만납니다. 곧 새봄 쑥을 신나게 뜯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겨울이 저물면서 쑥이 돋는 요즈음은 코딱지나물이나 곰밤부리나 봄까지꽃도 함께 올라옵니다. 갈퀴덩굴도 살그마니 고개를 내밀어요. 냉이도 이 작은 새봄 들꽃 곁에서 살짝살짝 인사를 합니다.


  겨우내 찬바람에 옹크리면서 포근한 볕을 기다리던 들풀은 곧 온누리를 푸르게 덮으리라 생각해요. 추운 바람이 불던 겨울이 길었어도, 이 긴 겨울 끝에는 포근하면서 보드랍고 살가운 봄바람이 찾아온다는 꿈을 나누어 주어요.



우리는 원래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으며, 따라서 식물과 우리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공통의 언어를 발견해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35쪽)


할머니는 식물을 사랑하는 분이셨다. 집안일을 모두 끝낸 오후만 되면 할머니는 풍성한 정원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따거나 꺾곤 했는데, 일하는 내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듯 계속 중얼거리셨다. (38쪽)



  팸 몽고메리 님이 쓴 《치유자 식물》(샨티,2015)을 읽으면서 봄풀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미국에서 ‘약초 치료사’이자 ‘식물 영 힐러’로 일한다고 하는 팸 몽고메리 님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같은 서양에도 ‘약초 치료사’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한국 같은 동양뿐 아니라 지구별 어디에서나 ‘풀로 몸을 다스리는 사람’은 늘 있었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왜냐하면, 먼 옛날부터 이 지구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땅을 일구어서 곡식이며 열매를 얻었으니까요. 땅을 일구기 앞서는 들풀이나 나무열매를 얻었어요. 언제나 풀과 나무한테서 밥을 얻었으니, 따로 치료사나 약초 치료사가 아니어도 풀을 잘 알거나 살피기 마련이에요.



매일 아침 새로운 날을 시작하면서 나는 밖으로 걸어 나가, 따스한 숨을 보내 주는 태양에 감사하고, 나에게 먹을 것을 주는 대지에 감사하며, 산소를 제공해 주는 나무에 감사하고, 이 땅에 생명수를 주고 내 몸에 필요한 수분을 제공해 주는 하트스프링의 순수한 물에 감사한다. (107쪽)


생명을 죽이는 방식의 현대화와 세계화가 전 세계를 잠식해 감에 따라 서구 외의 지역도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자연의 상품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참된 본성, 즉 우리가 지구를 통해서 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우리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분리된 상태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며, (129쪽)



  한국에는 한의사가 있습니다. 한의사로 일하는 분들은 한약을 바로 ‘풀’에서 얻습니다. 풀 아닌 것으로도 한약을 재거나 달입니다만, 한약은 언제나 ‘풀’이 바탕이 된다고 할 만해요. 쑥뜸을 뜨더라도 쑥이 있어야 쑥뜸이 되어요. 쑥을 가리켜 그냥 ‘쑥’이라고도 하지만 ‘약쑥’이 따로 있고, 쑥을 잘 말려서 찻물로 끓여서 마셔요.


  우리는 보리를 말린 뒤에 ‘보리찻물’을 끓여서 마셔요. 보리는 보리밥도 되지만 찻물로 거듭나는 ‘약물’이 되기도 하는 셈입니다. 옥수수차이든 결명자차이든 모두 매한가지예요. 요즈음 널리 퍼진 ‘허브’라는 풀도 바로 ‘풀’입니다. 약풀이기 앞서 언제나 풀이에요.


  가만히 보면,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도 풀입니다. 나락이라고 하는 풀을 논에 씨앗으로 심어서 거둔 뒤에 겨를 벗겨 쌀알을 얻어요. 이 쌀알로 지은 밥이니, 밥도 ‘풀숨’이라고 할 만합니다. 풀 기운을 먹는 밥이라고 하겠지요.



내가 학생들과 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밤 산책이다. 많은 사람이 어둠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는 자기 안의 두려움들을 대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211쪽)


우리가 육체의 눈만 사용해서 보는 까닭에 주변에 있는 것들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하고 한평생 살아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274쪽)



  《치유자 식물》은 우리 몸을 달래거나 다스리도록 돕는 풀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잊고 지낸 풀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조금만 돌아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풀 한 포기가 바로 우리 몸을 곱게 보살펴 준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멀리 있는 어떤 대단한 풀(약초)을 찾을 노릇이 아니라, 가만히 마음을 열어서 우리 보금자리를 둘러싼 풀을 알아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내 몸을 살리는 풀은 벼(쌀밥)가 될 수 있고, 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쑥이 되거나 냉이가 될 수 있습니다. 씀바귀나 고들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서나물이나 민들레가 될 수 있고, 젓가락나물이나 피나물이 될 수 있어요. 토끼풀이나 꽃다지가 될 수 있고, 머위나 뱀밥이 될 수 있지요.


  상자나 그릇에 담아서 키우는 상추 한 포기가 우리 몸을 살릴 수 있고, 고춧잎이나 깻잎이나 콩잎이 우리 몸을 살찌울 수 있어요. 배춧잎이나 무잎이나 유채잎이 우리 몸을 보듬을 수 있을 테고요. 어느 풀이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어’서 마주할 때에 비로소 풀숨이 우리 몸으로 스며든다고 합니다.



보호와 관련해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여러분이 허용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여러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이다. (304쪽)


우리는 바구니를 들고 민들레가 엄청나게 피어 있는 큰 들판으로 향한다. 그 꽃의 숫자만으로도 이 평범한 꽃의 성공이 입증된다 … 민들레 같은 식물이 우리의 현관 바로 앞에서 엄청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336, 337쪽)



  새봄에 신나게 뜯을 쑥을 기다립니다. 새봄을 부르는 늦겨울비를 맞으면서 쑥잎을 쓰다듬습니다. 쑥잎 곁에서 하얗게 꽃을 피운 곰밤부리도 가만히 어루만집니다. 곰밤부리 둘레에서 보랏빛 꽃송이를 앙증맞게 터뜨린 봄까지꽃도 살며시 건드립니다. 빗방울이 톡 터지듯이 퍼집니다. 풀거미가 사는 거미줄에도 빗방울이 조롱조롱 달리고, 겨울을 이기고 맺힌 꽃눈하고 잎눈에도 빗방울이 알롱달롱 달립니다.


  우리 집에서 돋는 봄풀이 우리 식구한테 새로운 숨결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여다봅니다. 우리 이웃집에서 돋는 봄풀은 우리 이웃집 사람들한테 싱그러운 숨결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이웃 마을과 들에서 돋는 봄풀은 모든 이웃한테 사랑스러운 숨결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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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78] 이곳에서 저곳으로



  한 걸음 새로 내딛고

  두 걸음 다시 뻗으며

  사이좋게 서로 오가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갑니다. 저곳에서 이곳으로 옵니다. 서로 돌고 돌면서 아름다운 삶과 살림이 이루어지지 싶어요. 나는 너한테 가고, 너는 나한테 옵니다. 나는 너한테 마음을 띄우고, 너는 나한테 마음을 날려요. 나는 너한테 사랑스러운 손길을 뻗고, 너는 나한테 고운 손길을 내밀어요. 찬바람 불면서도 포근한 하루인 겨울이요, 더운 볕이 내리쬐면서도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 여름입니다.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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