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유유 悠悠


 강이 유유하게 흘러가다 → 강이 느릿느릿 흘러가다

 유유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 천천히 헤엄쳤다

 유유한 세월 → 아득한 세월 / 오래된 나날


  ‘유유(悠悠)’는 “1.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다 2. 아득하게 멀거나 오래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가(閑暇)하다’는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를 뜻한다 하고, ‘여유(餘裕)’는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유유 = 여유 있고 여유가 있고 느리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다른 한자말을 겹말로 넣은 얄궂은 풀이입니다. 그런데 ‘여유’는 ‘느긋하다’를 가리키기도 하니까 ‘유유 = 느긋하고 느리다’를 가리킨다고도 할 만해요.


  흐름을 살펴서 ‘느릿느릿’이나 ‘가만가만’이나 ‘천천히’나 ‘찬찬히’를 쓸 수 있고, ‘한갓지게’나 ‘부드럽게’를 넣을 만합니다. 2016.2.14.해.ㅅㄴㄹ



유유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느긋이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가만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천천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마르쿠스 피스터/지혜연 옮김-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시공주니어,1999) 5쪽


유유히 들어오는 연락선

→ 한갓지게 들어오는 연락선

→ 부드럽게 들어오는 연락선

→ 느긋하게 들어오는 연락선

→ 천천히 들어오는 연락선

《최윤식-웅이의 바다》(낮은산,2005) 9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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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고형렬) 최측의농간 펴냄, 2016.2.4. 14000원



  ‘판이 끊어진 책(절판본)’만 펴내기로 한다는 ‘최측의농간’ 출판사에서 선보인 《은빛 물고기》를 읽는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짓는 틈틈이 읽고, 큰아이가 혼자 책을 읽어 주는 틈을 타서 읽는다. 연어가 바다에서 냇물로 접어들면서 알을 낳고 숨을 거두기까지 어떤 흐름인가를 좇아서 펼친 이야기꾸러미이다. 2002년에 한국말로 나온 《수달 타카의 일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놀라운 이야기책을 써내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는데, 《은빛 물고기》도 여러모로 놀라운 이야기책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수달 타카의 일생》은 수달하고 한넋이 된 헨리 윌리엄슨이라는 영국사람이 쓴 책이고, 《은빛 물고기》는 연어와 사람 사이를 오가는 마음이 되어서 고형렬 시인이 쓴 책이다. ‘최측의농간’에서 선보인 《은빛 물고기》 같은 ‘되살린 절판책’을 놓고 ㄱ신문에서 기사를 썼기에 살짝 훑으니, ‘새로운 문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착시효과’라는 대목이 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어리둥절하다. ‘되살린 절판책’은 언제나 꾸준히 나왔다. 요즈음만 나오지 않는다. 라면하고 냄비를 거저로 얹어 준다고 했던 ㄱ 작가 산문책도 ‘되살린 절판책’이 아닌가? 책을 읽고서 소개글을 쓸 생각이 아니라면, 애쓰고 땀흘려서 빚은 고운 열매를 함부로 다루는 신문글을 싣지 말아야 할 노릇이지 싶다. 간추려 말하자면,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 하느라 바쁜 틈에도 반나절 만에 《은빛 물고기》를 다 읽었다.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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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2월 1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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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비랑 봄까지꽃



  늦겨울비가 이틀째 내린다. 이제 마당 둘레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새롭다. 다시금 봄이 오네. 새로운 한 해를 맑게 여는 봄바람이 살랑이네. 바야흐로 봄풀이 새싹을 틔우고 봄꽃으로 온 들이 가득하겠네. 곰밤부리보다 살짝 크지만 아기 손톱보다 훨씬 작은 보랏빛 꽃송이가 곳곳에 잔치를 벌이겠네. 비 한 방울이 떨어지면 꽃송이에 가득할 듯한 조그마한 봄까지꽃을 살그마니 들여다본다. 너는 참말 비 한 방울만 맞아도 아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구나.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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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퀴덩굴이 돋는 늦겨울



  갈퀴덩굴이 돋는다. 우리 집 봄나물이 천천히 태어난다. 반가우면서 고맙다. 겨울을 떠나보내려 하는 늦겨울비가 내리면서 마을도 집도 온통 포근하다. 이 포근한 기운을 받아서 갈퀴덩굴은 한결 푸르게 돋겠지.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 않았기에 마알간 풀빛은 아니지만, 해가 차츰 높아지면서 마알간 풀빛으로 거듭나겠지. 귀여운 봄풀아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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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명 分明


 얼굴을 분명하게 알아보다 → 얼굴을 또렷이 알아보다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다 →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다

 발음이 분명하다 → 발음이 좋다 / 알아듣기 좋다

 분명한 증거 → 뚜렷한 증거 / 틀림없는 증거

 삶의 목표가 분명치 않다 → 사는 뜻이 흐리멍덩하다

 이 사건은 타살임이 분명하다 → 이 사건은 틀림없이 타살이다

 그녀는 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그 여자는 틀림없이 운다

 태도가 분명한 사람 → 매무새가 또렷한 사람


  한자말 ‘분명(分明)’은 어찌씨로 “틀림없이 확실하게”를 뜻하고, 그림씨로 “1.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2.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다 3.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확실(確實)하다’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에서 나온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틀림없이 틀림없게”로 풀이한 꼴이에요. 이 대목을 더 헤아린다면, 한국사람은 ‘분명하게’나 ‘확실하게’ 두 가지를 모두 쓸 까닭이 없는 셈이요, ‘틀림없이(틀림없게)’라는 한국말이 두 가지 한자말에 밀리거나 짓눌리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한국말로 ‘틀림없이’나 ‘뚜렷이’를 쓰면 돼요. ‘분명’은 ‘흐릿함이 없이’나 ‘똑똑히’나 ‘뚜렷하게’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참말 ‘흐릿하지 않게’나 ‘똑똑히’나 ‘뚜렷하게’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지요. 2016.2.13.흙.ㅅㄴㄹ



가게로 사용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 틀림없이 가게로 쓰였다

→ 가게로 쓰였구나 싶다

→ 가게로 쓰인 줄 알겠다

→ 아마 가게로 쓰였겠지

《로알드 달/김연수 옮김-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 10쪽


분명 멋진 일이지만

→ 틀림없이 멋진 일이지만

→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 대단히 멋진 일이지만

→ 아주 멋진 일이지만

《최기숙-어린이, 넌 누구니?》(보림,2006) 202쪽


분명히 다른 게 있을 거야

→ 틀림없이 다른 게 있을 거야

→ 반드시 다른 게 있어

→ 아무래도 다른 게 있어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정철우 옮김-나는 누구예요?》(분홍고래,2015) 12쪽


점점 더 분명해지는 점은

→ 차츰 더 뚜렷해지는 대목은

→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7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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