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살림 (2016.2.13.)



  부엌에 붙일 그림을 새로 그린다. 아침저녁으로 불을 올려서 밥을 지을 적마다 바라보려고 ‘살림’을 그린다. 집살림부터 도서관살림이랑 책살림이랑 마을살림이랑 글살림, 여기에 사랑살림이나 아이살림이나 옷살림이나 땅살림이라든지, 이웃살림이나 마음살림이나 노래살림이나 웃음살림이라든지, 풀살림이나 나무살림이나 꽃살림이나 하늘살림에다가, 꿈살림이나 넋살림이나 온살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골고루 살리려는 숨결을 담아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그림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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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14. 우리 놀이터 (2016.1.4.)



  뒤꼍 한쪽에 흙놀이터를 마련해 본다.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면서 놀 만한 흙놀이터이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맨손으로 뒹굴 만한 흙놀이터이다.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맨발로 뒹굴 테지. 크고작은 돌이 나오는 대로 이 흙놀이터 둘레로 둘러야지. 흙놀이도 하고, 나중에 이 둘레에 너희 손으로 씨앗을 심어서 푸성귀도 거두어 보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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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기우기



  봄가을에 입는, 그렇지만 나는 한겨울에도 입는 얇은 바지를 기운다. 엉덩이 쪽이 해져서 튿어졌다. 바지 밑단을 가위로 오려서 엉덩이 쪽에 대고 기운다. 바지 밑단이 살짝 길면 이렇게 쓸 수 있네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나중에 이 바지가 더 해져서 더 튿어지면 바지 밑단을 자꾸 오려서 위쪽에 대야 할 테고, 그러면 저절로 반바지가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입던 바지를 더는 기울 수 없을 무렵에야 비로소 새 바지를 장만하는데, 문득 돌아보니 이 바지도 열 해 남짓 입었구나 싶다.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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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8
브라이언 멜로니 글, 로버트 잉펜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25



걱정하니까 ‘죽음’, 웃고 노래하기에 ‘삶’

―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브라이언 멜로니 글

 로버트 잉펜 그림

 이영희 옮김

 마루벌 펴냄, 1999.11.21. 1만 원



  아이가 때때로 죽음을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한테 거꾸로 되묻지요. 넌 죽음이 뭐라고 생각하니? 아이는 선뜻 대꾸하지 못하면서 빙긋 웃습니다. 이러면서 책이라든지 영화라든지 할머니라든지 이웃이 들려준 말을 고스란히 되풀이합니다. 이때에 아이한테 더 물어요. 네가 한 말은 ‘네 생각’이니, 아니면 ‘다른 사람 생각을 그대로 옮긴 말’이니, 하고요.


  때때로 마당에 애벌레가 떨어져서 죽습니다. 드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애벌레는 나뭇잎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안 떨어지기 마련인데 바람 없는 날에 애벌레가 그만 마음을 놓았는지 마당에 툭 떨어지지요. 마당에 떨어진 애벌레는 씩씩하게 살아서 다시 나무로 기어가기도 하지만,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는지 몰라서 그만 햇볕에 타죽거나 고양이나 새한테 잡아먹혀 죽습니다.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서 죽은 애벌레를 나무 곁으로 옮깁니다. 아이한테 묻습니다. 이 애벌레는 어디로 갈까? 글쎄, 모르겠는데. 이즈음 아이한테 ‘죽음 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애벌레 몸은 흙으로 가지. 애벌레 넋은 몸에서 나와 새로운 곳으로 가고. 그러니 애벌레가 죽었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돼. 애벌레는 몸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태어날 테고, 몸은 고운 흙으로 돌아가서 나무와 풀을 살찌워 주거든.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단다. 그 사이에만 있는 거지. (2쪽)




  브라이언 멜로니 님이 글을 쓰고, 로버트 잉펜 님이 그림을 그린 《살아 있는 모든 것은》(마루벌,1999)을 가만히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은 “산 것”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는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삶은 어떻게 삶이라 할 만하고, 죽음은 어떻게 죽음이라 할 만한가를 넌지시 보여줍니다.


  아직 학교에 들지 않은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빚은 그림책입니다. 말은 되도록 줄이고, 그림을 곁들여서 “삶과 죽음 사이”를 쉽게 헤아려 보도록 북돋아 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고 보니, 참말 “삶과 죽음 사이”입니다. 눈을 뜨면 삶이고, 눈을 감으면 죽음이라 할 만해요. 밤에 잠자리에 드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할 수 있어요. ‘잠’이란 ‘새로운 죽음’이라 할 만하지요.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산다’고 할 테지요. 하루를 새롭게 산다고 할 만해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영원히 살지는 못한단다. 살아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따라 그리고 생물에 따라 오래 살기도 하고 짧게 살기도 하지. (10쪽)




  아이한테 물어봅니다. 얘야, 우리가 밤에 잠을 자면 우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있을까? 알 길이 없지요. 아파서 드러눕든 졸려서 드러눕든 둘은 똑같이 잠입니다. 잠이 들면서 꿈을 꾸어요. 어제하고 똑같은 꿈을 되풀이해서 꿀 수 있지만, 어제하고는 다른 꿈을 새롭게 꿀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잠에서 깨며 기지개를 켜고 눈을 크게 떠요. 어제하고 똑같은 방에서 일어났기에 ‘아이고, 어제하고 똑같이 지겹네’ 하고 여길 수 있지만, 어제하고 똑같은 방에서 일어났어도 ‘우와, 오늘 하루를 새롭게 선물로 얻네’ 하고 여길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을 어제랑 똑같이 맞이한다면 ‘죽음하고 같은’ 셈이고, 오늘 아침을 어제랑 다르게 새로이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삶’이라 할 만하구나 싶어요. 이리하여 우리는 누구나 아침이 되어 새로 눈을 뜨고 일어서면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빙그레 웃음지으며 절을 해요. “잘 잤니?” “즐겁게 꿈을 꾸었니?” “반가워요.” “잘 지내셨어요?” “아침 드셨어요?”



크고 강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단다. 햇빛을 받고 비를 맞으며. 어떤 나무는 아주 오래 살지. 오백 년도 넘게. 그것이 나무의 수명이란다. (18쪽)




  그림책 《살아 있는 모든 것은》은 삶하고 죽음을 다룹니다. 삶하고 죽음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고요히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은 ‘죽지 않는 삶’이라든지 ‘살아가는 뜻’을 밝히지는 않아요. 이 그림책은 오직 ‘죽음’은 언제 찾아오고, ‘삶’을 누리는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대목을 밝혀요.


  아이들은 때때로 궁금해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여든 해쯤 살다가 죽는다면 앞으로 일흔 해쯤 뭐를 해야 할까?’ 하고요. ‘어차피 죽을 텐데 왜 힘들게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도 궁금해 할 만해요.


  아이들이 이 대목을 궁금해 하면 나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그래, 너희들은 살고 싶니, 죽고 싶니? 이렇게 물으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죽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말을 할 테지요. 그러면 이제 다시 물어요. 어떻게 살고 싶니? 웃으면서 살고 싶니? 노래하며 살고 싶니?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리며 살고 싶니? 아이들은 늘 ‘웃고 노래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짜증이나 골이 아니라 기쁨 가득한 사랑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지. 풀도,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토끼도, 아주 작은 벌레까지도. 이 세상 어디에서나! (38쪽)




  웃음이 있는 하루이기에 삶이 된다고 느껴요. 온누리 모든 것이 다 그렇다고 느껴요. 풀도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토끼도 아주 작은 벌레까지도, 웃음과 노래가 흐를 적에 기쁜 삶이 된다고 느껴요. 웃음과 노래가 없이 짜증이나 골부림만 감돈다면 ‘살아도 삶 같지 않은 나날’이 된다고 느껴요.


  이리하여, 아이들을 무릎에 앉힌 채 더 말을 잇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니까 죽음을 걱정하는구나 싶어, 그래서 너희들 아버지는 삶을 생각하면서 이 삶을 즐겁게 짓는 길을 생각하고 싶어, 너희는 어떻게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겠니?


  삶과 죽음 사이에 무엇을 놓을지는 누구도 모르겠지요. 다만, 삶과 죽음 사이에 짜증이나 골부림을 놓는다면 죽음이 빠르게 찾아들리라 느껴요. 삶과 죽음 사이에, 아니 그저 삶이라는 자리에 웃음과 노래를 놓는다면, 언제나 웃고 노래하는 삶이 되어, 즐겁게 새로운 하루가 찾아오리라 느껴요.


  여기까지 아이들하고 이야기꽃을 피운 뒤에 그림책을 덮습니다. 자, 이제 우리 ‘꿈꾸러’ 가자. 오늘 하루는 여기에 내려놓고, 신나게 꿈을 꾸면서 새로운 하루로 나아가자.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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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장래의


 장래의 발전을 기대할 만한 → 앞으로 발전을 바랄 만한

 장래의 희망을 찾는다 → 앞날에 희망을 찾는다 / 새 꿈을 찾는다

 장래의 화가 → 앞으로 이룰 화가 / 앞날 화가 / 새로운 화가


  ‘장래(將來)’는 “1. 다가올 앞날 2. 앞으로의 가능성이나 전망 3. 앞으로 닥쳐옴”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앞날’은 “앞으로 닥쳐올 날”을 뜻하지요. 그러니 “다가올 앞날”을 뜻한다는 말풀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앞·앞날’은 ‘다가올’ 것이나 흐름을 나타내거든요.


  더 살펴본다면, “장래 희망”이나 “장래 직업”처럼 쓰기도 하면서, ‘-의’를 붙인 “장래의 희망”이나 “장래의 직업”도 나란히 쓰기 일쑤입니다.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의’를 털 노릇이고, 앞날을 새롭게 헤아리려는 마음이라면 ‘앞·앞날·새·새로운’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쓸 일입니다. 2016.2.14.해.ㅅㄴㄹ



장래의 계획에 관해서 설명하고 나서

→ 앞으로 할 일을 이야기하고 나서

→ 앞으로 어찌할지 이야기하고 나서

《원충연-이 줄을 잡아라》(설우사,1982) 24쪽


장래의 포부였고

→ 앞으로 하고픈 일이었고

→ 앞으로 이룰 꿈이었고

→ 앞으로 바라는 꿈이었고

《윤정모-누나의 오월》(산하,2005) 105쪽


장래의 성장 기회를

→ 앞으로 성장할 기회를

→ 앞으로 자라날 기회를

→ 앞으로 클 자리를

→ 앞으로 클 씨앗을

《이즈미다 료스케/이수형 옮김-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미래의창,2015) 7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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