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손놀림 글쓰기



  읍내로 나와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도록 하고는 겨울볕을 쬐며 손전화로 글을 쓰는데 그만 단추 하나 잘못 눌러서 제법 길게 쓴 글을 날린다. 어떤 글을 썼는가 하고 찬찬히 돌아본다. 빈책을 펼쳐서 새로 쓴다. 글 하나는 손전화에서 가뭇없이 사라졌어도 내 마음자리에 먼저 이 글을 써 두었기에 고스란히 되살린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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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4. 목소리



  즐거이 웃는 목소리일 적에 즐거이 배운다. 골을 부리는 목소리일 적에는 골을 부리며 배운다. 기쁘게 춤추는 몸짓일 적에는 기쁘게 노래하며 배운다. 잔뜩 찡그리는 몸짓일 적에는 잔뜩 찡그리는 몸으로 팔짱을 끼며 배운다. 가르치는 사람은 지식에다가 삶결을 온 목소리랑 몸짓으로 고스란히 가르친다. 배우는 사람은 지식을 못 배우고 온 목소리랑 몸짓만 고스란히 배우거나 물려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하다면 내 모습이랑 몸짓을 거울에 비추며 낱낱이 바라보아야 하는구나 싶다. 2016.2.18.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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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놀이터



  집에서 깍두기를 담가 보려는데 고춧가루도 마늘도 양파도 생강도 없으니 읍내마실을 하기로 한다. 두 아이랑 버스를 타고 간다. 아침 열한 시에 나서면 집으로 돌아갈 버스가 마땅하지 않다. 그러나 읍내에 있는 놀이터를 아이들이 한껏 누리니 이곳에서 다리쉼이며 어깨쉼을 한다. 바람이 좀 불어도 볕이 곱다. 오늘 우리는 다 같이 잘 놀고 깍두기잔치도 열어 보자. 2016.2.18.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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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2] 마음이



  새마음으로 아침을 열고

  온마음으로 낮을 살아

  한마음으로 밤을 맞지



  즐겁거나 기쁠 적에는 어떤 마음이 되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즐겁거나 기쁠 적에는 더 가지거나 이루려는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이 즐거움이나 기쁨이 새롭게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길을 생각합니다. 아침 낮 저녁에 이르는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낼 적에 스스로 즐겁거나 기쁜가 하고 생각합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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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6.2.17.

 : 해가 진 뒤



해가 진 뒤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 저녁을 차려서 아이들이 먹도록 하고 혼자 면소재지로 간다. 빨래비누를 살 생각으로 가는데, 내가 쓰는 빨래비누를 파는 가게인 면소재지 하나로마트가 일찍 문을 닫는다. 고작 여섯 시를 살짝 넘었을 뿐인데 벌써 닫나?


애써 나온 보람이 없네 싶지만, 구름을 보고 바람을 마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달리지만, 바람이 퍽 달라졌다. 올겨울에는 드센 바람이 얼마 안 불었다. 다른 마을이나 고장은 모른다. 내가 사는 이 마을에서는 매서운 바람이 무척 누그러졌다. 처음 고흥에 깃들어 겨울에 자전거를 탈 적에는 맞바람과 찬바람에 얼마나 고되었던가 하고 돌아본다. 참 아련하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예전 일은 안 떠오른다. 언제나 오늘 여기에서 달리는 이 자전거만 떠오른다.


마을로 돌아오니, 마을 앞 큰길에 마을고양이 두 마리가 살짝 떨어져 앉아서 논다. 우리 아이들처럼 이 마을고양이는 큰길 한복판에 떡하니 앉는다. 워낙 자동차가 안 다니니 큰길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놀 수 있겠지. 내가 자전거로 옆을 스치며 지나가도 꼼짝을 않는다. 하기는, 이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밥을 함께 먹는 사이인 터라 내가 옆을 스치며 지나가도 놀랄 일이 없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밤에 인터넷을 켜고 빨래비누를 살펴본다. 인터넷으로 장만하면 값이 훨씬 싸다. 더군다나 무거운 빨래비누를 애써 싣고 나르지 않아도 된다. 그렇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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