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핀 꽃 국민서관 그림동화 174
존아노 로슨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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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추고 들꽃을 바라보는 기쁨

― 거리에 핀 꽃

 존아노 로슨 기획

 시드니 스미스 그림

 국민서관 펴냄, 2015.8.31. 1만 원



  길을 가다가 꽃을 봅니다. 꽃씨는 가볍게 바람을 타고 날다가 이곳에 저곳에 살며시 깃듭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아주 빈틈없이 깔아서 길바닥을 메웠다 하더라도, 아주 자그마한 틈이 있으면 꽃씨는 이곳에 기쁜 마음으로 내려앉습니다.


  자동차가 싱싱 달리는 찻길이어도, 구석지거나 응달진 자리여도, 전봇대 옆이나 가게 앞이라도, 꽃씨는 해바라기를 꿈꾸면서 고요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립니다. 작은 들꽃이 피어나면 이 들꽃을 바라보면서 “어머, 이곳에 이렇게 고운 꽃이 피었네!” 하면서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은 들꽃이 피어나면 이 들꽃을 냉큼 뽑으면서 “뭐야, 언제 여기에 이런 잡초가 다 돋았어!” 하면서 골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축구장 같은 너른 잔디밭에 들꽃이 필 수 있을까요? 축구장 한쪽에 민들레나 질경이가 돋아서 꽃을 피우면 잔디관리사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축구 선수는 공을 차다가 들꽃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축구장 한쪽에 핀 꽃을 바라볼 틈이 있을까요? 이름난 선수 등번호를 좇는 사진기는 축구장 구석진 곳에 조용히 돋은 들꽃한테 눈길을 맞출 수 있을까요?


  존아노 로슨 님이 기획하고, 시드니 스미스 님이 그림을 빚은 《거리에 핀 꽃》(국민서관,2015)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아무 말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말이 고요히 흐릅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는 아버지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요. 빨간 옷 아이는 아버지랑 길을 걷다가 자꾸 걸음을 멈추어요. 왜 멈추느냐 하면 들꽃을 보기 때문이에요.


  ‘빨강아이’는 어느새 ‘들꽃아이’가 됩니다. 한손 가득 들꽃을 쥐어요. 들꽃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들꽃아이’는 굳이 꽃을 꺾어서 그러모읍니다. 이 아이는 왜 들꽃을 꺾어서 모을까요?


  아버지하고 이 골목 저 거리를 걷던 어느 때부터 들꽃아이는 손에 잔뜩 그러모은 들꽃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어디에 내려놓는가 하면, 공원 긴 걸상에 드러누워서 자는 아저씨, 어쩌면 한뎃잠이일 수 있는데, 이 아저씨 발치에 들꽃을 놓아요. 공원 한쪽에서 숨을 거둔 참새 곁에도 들꽃을 놓지요.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품에 안길 적에 ‘어머니 몰래’ 어머니 귓등에도 들꽃을 살짝 꽂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꽃내음이 나네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알아채고는 빙긋 웃어요. 들꽃아이는 동생한테도 들꽃을 나누어 줍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가 ‘골목마실’을 누리는 길이란 ‘꽃마실’인 셈이요, 이 꽃마실을 누리면서 만나는 어여쁜 들꽃이 수많은 이웃과 살붙이한테 새롭게 다가가서 기쁨을 퍼뜨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로구나 싶어요.


  그림책 《거리에 핀 꽃》은 ‘거리에 핀 꽃’이 ‘마음에 피는 꽃’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골목에 핀 꽃’이 ‘사랑으로 피는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숨결을 보여줍니다. ‘온누리에 피는 꽃’이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으로 피는 꽃’이네 하는 모습을 알려주어요.


  자, 우리도 문득 걸음을 멈추어 볼까요? 우리도 자동차에서 내려 볼까요? 우리도 작은 들꽃 곁에 쪼그려앉아서 가만히 들꽃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삽차도 밀차도 모두 멈추고 이 골목에 저 숲에 그 바닷가에 나긋나긋 춤추는 상냥한 들꽃을 함께 바라보면 어떨까요? 우리 마음속에 꽃이 필 적에 이 땅에 사랑이 함께 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피어나는 꽃을 곱게 마주할 수 있을 적에 서로서로 아끼고 돕는 어깨동무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2.2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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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84] 살림살이



  경제발전 안 해도 돼

  사회발전 없어도 돼

  어깨동무 살림살이면 돼



  정치를 다루는 정치라든지 경제를 다루는 회사에서는 으레 ‘발전’을 말해요. 한국말로는 ‘발돋움’이라 할 텐데, 경제발전이나 사회발전이라고 할 적에는 언제나 ‘숫자 늘리기’에 그치기 일쑤예요. 이러면서 ‘숫자(돈)’를 앞세워 온누리를 파헤치고 숲을 무너뜨리는 길로만 나아가곤 해요. 이런 모습이 ‘얼마나 발돋움다운 발돋움인가?’ 하고 돌아본다면, ‘자원을 소비해서 돈을 얻는 길’일 뿐이지 싶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나아갈 즐거운 길이라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기쁜 살림살이일 때이리라 느껴요. 어깨동무를 하고, 살림살이를 가꾸면서, 기쁜 노래와 웃음으로 사랑을 나눌 적에 비로소 삶이 새로울 수 있다고 느껴요. 2016.2.2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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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1 10:10   좋아요 0 | URL
어깨동무 살림살이, 좋은 말입니다. 더불러,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그려봅니다. *^

파란놀 2016-02-21 10:13   좋아요 0 | URL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살림살이가 되는 길로
저마다 손을 맞잡는 길을
언제나 꿈꾸어요 ^^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행 遂行


 업무 수행 → 일하기 / 일을 함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군수품 → 전쟁에 들어가는 물건 / 전쟁에 쓰이는 물건


  ‘수행(遂行)’은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일을 해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을 해냄”이라고 하면 됩니다. “작업 수행” 같은 말을 쓰는 분이 더러 있는데, ‘작업(作業)’은 “일”을 뜻하는 한자말이에요. 그러니 ‘작업 수행 = 일 일’이나 ‘작업 수행 = 일을 함을 일을 해냄’을 가리키는 꼴이 돼요. 일을 하기에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 모습 그대로 살필 노릇입니다. 2016.2.20.흙.ㅅㄴㄹ



선전기관 역할을 수행했다

→ 선전기관 노릇을 했다

→ 선전기관으로 있었다

→ 선전기관이 되었다

→ 선전기관을 맡았다

《가지무라 히데키/이현무 옮김-한국사입문》(백산서당,1985) 129쪽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작업

→ 전문가들이 하는 일

→ 전문가들이 꾀하는 일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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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밥 장만하기



  우리 집은 그냥 시골집이고, 이 마을이나 옆마을을 아울러 오직 우리 집에만 아이가 있기에 ‘애들 소리 나는 집’인데, 내가 책을 많이 건사하니 ‘책집’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길은 ‘숲집’이요, ‘사랑살림집’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이름이 더 붙을 만하니, ‘고양이집’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는다. 마을고양이는 저마다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우리 집 광에서 해마다 두 차례씩 새끼가 태어난다. 새끼를 낳으려는 어미 고양이가 으레 우리 집 광에 깃든다. 이러면서 다른 마을고양이도 날마다 몇 차례씩 돌담이랑 마당을 가로지른다.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가운데 몇 마리는 우리가 신을 놓는 섬돌에 앉아서 자거나 해바라기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손길을 타지는 않는다. 매우 가까이까지 다가서지만 쓰다듬을 안 받고, 달아나지는 않으나 다가오지도 않는다.


  우리 집이 ‘고양이집’, 아니 ‘마을고양이집’이 되면서, 우리 집에는 쥐가 한 마리조차 없다. 처음 이 시골집에 깃들어 이태째까지 천장을 기어다니는 쥐를 느낄 수 있었으나, 세 해째 접어들 무렵부터 쥐소리는 그야말로 ‘쥐 죽은듯이’ 사라졌다.


  따로 고양이한테 밥을 준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밥찌꺼기를 고양이밥으로 마당 한쪽에 놓았고, 때때로 짐승먹이(고양이사료)를 장만해서 그릇에 담아 준다. 읍내에 있는 가게에서 파는 짐승먹이가 얼마인가 헤아리니 1.5킬로그램에 9500원이다. 인터넷으로 살피니 30킬로그램에 3만 원 즈음 한다. 이렇게 값이 벌어지네. 몰랐다.


  언제나 쥐를 잘 잡아 주는 이쁜 녀석들이다. 우리 집뿐 아니라 마을 곳곳을 돌며 우리 마을에서 사는 쥐는 거의 씨를 말려 놓지 싶다. 마을 이웃집에서는 우리가 고양이한테 밥을 주는지 알까?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 집에서 고양이한테 때때로 밥을 주면서 이 아이들이 마을고양이로 오래도록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알게 모르게 마을쥐를 쫓으면서 마을 할매랑 할배는 쥐가 곡식을 쏠아먹는 걱정을 덜어 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2016.2.2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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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그림을 곱게 넣어



  세모난 상자를 작게 빚는다. 세모 자리에 그림을 넣으면 더 곱지 않을까 하고 물으니, 놀이순이는 아하 그렇지 하면서 척척 그림을 넣는다. 그냥 세모 상자를 빚어도 곱고, 그림을 넣으면 한결 곱고, 그림을 넣어 상자를 빚는 손길도 늘 곱고.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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