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빨래 실컷



  아침에 두 아이를 씻긴다. 이제 두 아이한테서 나오는 옷가지가 꽤 많다. 이 아이들이 옷을 두 벌 갈아입으면 그야말로 수북하다. 겨울옷이기에 수북할 수 있지만, 꽤 많이 자랐다는 뜻이다.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기저귀랑 배냇저고리랑 깔개랑 덮개랑 이불이랑 천을 날마다 신나게 빨았다면, 여섯 살 아홉 살을 지나가는 요즈막에는 웃도리랑 아랫도리랑 날마다 두 켤레나 네 켤레씩 나오는 옷가지를 이틀이나 사흘마다 신나게 빤다.


  내친 김에, 아이들이 쓸 폭신걸상도 빨래한다. 큰아이가 바깥물꼭지를 들어 주어서 한결 수월하게 빨래한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어때? 걸상 빨기가 어때 보여?” “재미있어 보여.” “그래? 그러면 잘 보고 다음에는 너희들이 해.”


  마당 있는 집에서 사니까 폭신걸상을 빨 수 있다. 마당 없는 집에서 꾸리는 살림살이라면 이런 덩치 큰 빨래는 어떻게 할까? 빨기도 말리기도 어렵겠지.


  이 다음으로 털장갑을 빨래한다. 곁님이 뜨개질로 빚은 아이들 장갑 두 켤레를 빨기는 수월하다. 척척 슥슥 쭉쭉 빨아낸다. 이리하여 우리 집 봄마당은 해바라기를 하는 빨래로 가득하다. 오늘부터 마을논을 가는 트랙터가 움직이고, 아이들은 트랙터를 구경하려고 고샅을 달린다. 나는 해바라기하는 빨래 곁에서 손목이랑 팔이랑 등허리를 펴면서 함께 봄볕을 쬔다. 2016.2.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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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무 - 그림으로 보는 자연의 경이로움
신여명 옮김, 토머스 로커 그림, 캔더스 크리스티안센 글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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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2



봄하늘을 마시는 기쁜 봄나무처럼

― 하늘나무

 토머스 로커·캔더스 크리스티안센 글·그림

 신여명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09.12.10. 9900원



  바야흐로 봄이 밝으니 바람결부터 새롭습니다. 그렇다고 겨울바람은 안 새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겨울에는 아침 낮 저녁으로 차갑거나 쌀쌀한 바람이 새삼스럽습니다. 이 추운 바람에 모기도 파리도 꼼짝 못하고 사라집니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모조리 자취를 감추지요. 나비도 벌도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야 합니다. 개미조차 이 겨울에는 돌아다니지 않아요.


  봄이 밝으면서 모든 숨결이 하나둘 깨어납니다. 숲에서는 크고작은 숲짐승이 깨어납니다. 마을에서는 들풀이랑 들꽃이 돋아납니다. 벌도 파리도 하나둘 깨어나고, 곳곳에서 이쁘장한 풀벌레가 천천히 고개를 내밉니다. 오늘은 아침에 쑥을 살짝 뜯어서 국에 넣습니다. 올들어 첫 쑥국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강가 언덕에 홀로 서 있었어요. 긴 여름날 동안 나뭇잎들은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4쪽)



  토머스 로커 님하고 캔더스 크리스티안센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하늘나무》(두레아이들,2009)를 찬찬히 읽습니다. 그림책 《하늘나무》는 하늘 같은 나무를 보여주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한 그루 숨결을 밝히는데, 봄에 여름에 가을에 겨울에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거듭나는가를 보여줍니다. 봄이면 어떤 잎이 푸르게 돋는지 보여주지요. 여름이면 어떤 잎이 짙푸르게 우거지는가를 보여주어요. 가을에는 어떤 잎이 붉게 물드는가를 보여준 뒤, 겨울에는 어떤 잎이 떨어지며 앙상한 가지가 되는가를 보여줍니다.




안개가 자욱한 어느 날 아침, 새 한 무리가 날아와 나뭇잎들이 달려 있던 나뭇가지에 앉았어요. 새들은 지저귀고, 짹짹 조잘대고, 노래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하늘로 모두 날아가 버렸지요. (14쪽)



  봄하늘을 마시는 기쁜 나무처럼 아이들은 봄바람을 마시며 기쁘게 웃습니다. 아이들은 ‘봄아이’가 되어 ‘봄놀이’를 누립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봄바람을 마시면서 ‘봄어른’이 되어 ‘봄일’을 여밉니다. 올봄에는 우리 뒷밭하고 옆밭을 어떻게 일굴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즐길 흙일과 흙놀이를 생각하고, 봄날에는 봄자전거로 어떤 봄마실을 누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매화꽃이 피면 매화놀이를 즐겨야지요. 매화꽃이 지면서 매화알이 굵으면 이 매화알로 신나게 효소를 담가야지요. 집 둘레에 돋는 갓하고 유채로는 갓유채를 고루 넣는 풀김치를 담자고 생각합니다. 곧 나무마다 꽃이랑 잎이 새로 돋을 테고, 동백꽃도 후박꽃도 우리 집 마당에 가득하리라 생각합니다.


  참말로 봄볕은 얼마나 고마우면서 아름다운가 하고 새롭게 헤아립니다. 나무마다 꽃눈하고 잎눈을 틔우는 봄볕입니다. 들이랑 숲마다 들꽃이랑 숲나물을 살찌우는 봄볕이에요.


  어버이는 따스한 눈길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어버이라면 포근한 손길로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해님은 지구라는 별을 따사로이 어루만진다면, 어버이는 아이라는 숨결을 곱게 품는다고 할 만해요.




밤이 되자 나뭇가지 사이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어요. 얼어붙은 강물 아래에서는 늙은 거북이 잠을 자고 있었어요. 온 세상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죠. (22쪽)



  그림책 《하늘나무》에 흐르는 나무 이야기를 곱씹습니다. 집집마다 나무를 몇 그루씩 건사한다면, 우리는 온누리 모든 나무가 저마다 어여쁜 ‘하늘나무’인 줄 알아채리라 생각해요. 온누리 모든 나무가 어여쁜 하늘나무인 줄 알아챈다면, 온누리 모든 아이가 ‘하늘아이’인 줄 알아챌 만해요. 그리고, 우리 어른은 저마다 ‘하늘어른’이요 ‘하늘사람’인 줄 알아챌 만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하늘숨을 마시거든요. 하늘숨이란 ‘하늘을 마시는 숨’입니다. 우리는 늘 숨을 쉬는데, 이 숨은 ‘바람’이에요. 이 바람은 ‘하늘’을 이루지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이루는 바람을 마시기에, 우리는 하늘사람이면서 하늘넋이기도 하다고 느껴요.


  하늘나무는 하늘을 마시며 자라고, 하늘사람은 하늘을 마시며 사랑합니다. 아이들이 기쁘게 봄노래를 부르면서 봄나무처럼 씩씩합니다. 어른들은 즐겁게 봄일을 맞아들이면서 봄꽃처럼 아름답습니다. 2016.2.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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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02. 이제 봄? (2016.2.19.)



  아침부터 포근하니 두 아이가 묻는다. “이제 봄?” “어때? 봄 같아?” “응. 봄 같아.” “그러면 이제 봄이지.” “봄이구나!” 마을길을 달리고 마당을 달린다. 어디이든 앞으로 환하게 트인 곳을 달린다. 봄이기에 더 기쁘게 웃으면서 달리고, 봄이 다가오니 이 봄내음을 듬뿍 마시면서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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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16. 흙무더기 오르기 (2016.2.19.)



  흙무더기를 보면 오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골아이. 흙을 보면 만지고 싶으며 밟고 싶은 시골아이. 돌을 보고 모래를 보면 손에 얹고 만지작거리고 싶은 시골아이. 바람을 마시면서 흙을 밟고, 하늘을 안으면서 흙내음을 맡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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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별도의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방이 따로 마련되었습니다

→ 방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이 문제는 별도의 기구에서 다룰 예정

→ 이 일은 다른 곳에서 다루려 함

→ 이 일은 다른 자리에서 다룰 생각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적금을 들어 두었다

→ 입학금을 마련하려고 따로 적금을 들어 두었다

 별도의 잣대

→ 새로운 잣대 / 다른 잣대 / 또 다른 잣대

 별도로 생각해 볼 문제

→ 새롭게 생각해 볼 일 / 따로 생각해 볼 일 / 더 생각해 볼 일


  한자말 ‘별도(別途)’는 “1. 원래의 것에 덧붙여서 추가한 것 2. 딴 방면”을 뜻한다고 하는데, ‘추가(追加)’는 “나중에 더 보탬”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더 붙이거나 넣을” 적에 ‘별도’를 쓰는 셈입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별도’는 ‘더’나 ‘딴’이나 ‘다른’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더 보태는’이나 ‘덧붙이는’을 가리킨다고도 할 만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별도’는 ‘다를 別 + 길 途’입니다. “다른 길”을 한자로 옮겼을 뿐입니다. 한국말로는 처음부터 ‘다른(다르다)’인 셈이고, 이 같은 얼거리를 찬찬히 읽는다면 ‘별도 + 의’처럼 쓸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 다른 말이 있을 때까지

→ 더 말이 있을 때까지

→ 따로 얘기가 있을 때까지

《류춘도-벙어리새》(당대,2005) 66쪽


40%의 별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 40%는 다른 넋이다

→ 40%만큼 다른 숨결이 있다

→ 40%는 따로 움직이는 넋이다

→ 40%는 딴 마음이 있다

→ 40%는 또 다른 넋이 있다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41쪽


 별도의 책을 만들지

→ 책을 따로 만들지

→ 책을 새롭게 만들지

→ 책을 더 만들지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16쪽


서로 겹쳐 있는 것임에도 종종 별도의 것으로 느껴집니다

→ 서로 겹쳐서 있지만 가끔 다른 것으로 느낍니다

→ 서로 겹치지만 더러 다르다고 느낍니다

→ 서로 겹치는데도 때때로 다르다고 느낍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66쪽


별도의 서문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분도

→ 따로 머리말이 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 새 머리말을 왜 써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질베르 리스트/최세진-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2015) 5쪽


이 대목에 대해서는 심화된 별도의 독서가 필요하다

→ 이 대목을 놓고는 더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은 더욱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을 말하려면 한결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장정일-장정일의 악서총람》(책세상,2015) 270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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