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218. 잠자리야 (2012.8.11.)



  여름날 우리 서재도서관에 얼결에 들어왔다가 그만 나가지 못하고 기운이 빠진 잠자리를 본 시골순이가 엎드려서 가만히 바라본다. 잠자리야 어쩌다가 우리 도서관에 들어왔니? 너른 숲에서 놀아야지? 부디 다시 기운을 내렴. 기운을 차리기 힘들다면 풀숲에서 고이 쉬렴. 너는 아름다운 새 숨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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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13] 라온



  닿소리 ‘ㄹ’로 여는 한국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오늘날 우리가 쓰는 ‘ㄹ’로 첫소리를 여는 낱말은 거의 외국말이라 할 만합니다. 옛날부터 한겨레가 ‘ㄹ’ 낱말을 안 쓰지 않았으나, 한글로 적는 맞춤법을 세우면서 ‘ㄹ’ 낱말은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ㄹ’ 자리를 살피면 거의 옛말이나 서양말이나 일본말인데요, 이 가운데 ‘라온’이 있어요. ‘라 + 온’인 낱말이고 “즐거운”을 뜻한다고 해요. 오늘날에는 안 쓰는 옛말이라지요. 그렇지만 오늘날에 이 ‘라온’을 쓰는 사람이 꽤 많아요. 회사나 공장을 열며 ‘라온’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있고, ‘라온’이라는 낱말을 넣은 아파트도 있지요. ‘라 + 온’으로 엮은 낱말인 ‘라온’에 다른 낱말을 엮어서 ‘라온눈’이나 ‘라온제나’나 ‘라온누리’나 ‘라온별’이나 ‘라온님’처럼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새로 짓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에서는 옛말로 다루더라도 오늘 우리가 새로운 숨결을 담아서 즐겁게 쓴다면 얼마든지 ‘오늘말’로 거듭나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제대로 안 쓰거나 잊는 낱말이라면, 이 낱말은 시나브로 ‘옛말’이나 ‘죽은말’이 돼요. 4349.1.3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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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9. 그림 짓는 기쁨



  아이들하고 살며 ‘아이한테 더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아이한테 그리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말 이대로 흐르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들이 잠든 뒤에 홀로 곰곰이 헤아리는데, 이런 생각은 늘 이런 생각으로 이어질 뿐,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하고 무엇을 즐겁게 하나?’ 하고 돌아보거나 ‘아이가 기뻐하는 때가 언제인가?’ 하고 되새긴다.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 놀’ 때에 기뻐하는데, 함께 그림을 새롭게 지을 적에도 참 기쁘게 웃는다. 뭔가를 바라보면서 똑같이 옮기는 그림은 ‘빈틈없이 그리는 즐거움’으로 이끈다면, 꿈을 지어서 그림으로 지을 적에는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으로 이끈다고 느낀다. 아이들하고 ‘그림놀이’나 ‘그림짓기’를 할 적에 아이들이 그림순이·그림돌이가 되어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서 보여주면 빙그레 웃는다. “그래 맞아, 네 몸에는 날개가 있어. 네 몸에 날개가 있어도 빗자루를 밟고 하늘을 날 수 있어.”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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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내 친구들 (2016.2.27.)



  그림순이가 “내 친구들”을 그린다. “내 친구들”은 즐겁게 함께 노는 동무이다. 기쁘게 서로 맞이하고 환하게 함께 웃으며 살가이 어깨를 겯는 동무이다. 마음을 따스히 나누기에 동무요,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기에 동무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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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는 삶



  부엌을 어느 만큼 치운 어느 날 곁님이 한 마디 들려주었다. 이렇게 치우니 내가 부엌일을 하기 좋지 않느냐 물었다. 그때에는 바로 대꾸하지 못했는데, 가만히 그 말을 돌아보니, 내가 손수 부엌이나 집안을 치우면 나부터 부엌이나 집안에서 여러 가지를 하기 수월했다. 맞는 말이다. 방바닥을 어지르면 아이들도 놀기에 나쁘고, 나도 다니기에 나쁘다. 방바닥을 잘 치우면 아이들도 놀기에 한결 낫고, 나도 다니기에 한결 낫다. 요즈음 도서관하고 집을 틈틈이 치워 보는데, 치워 놓고 보니 이것저것 하기에 참말 한결 낫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씨앗을 심어서 돌보고 갈무리하듯이, 집살림도 늘 아끼고 돌보며 추스르는 몸짓이 될 때에 비로소 스스로 아늑하면서 일이 잘 풀리네 하고 깨닫는다.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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