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335. 2016.1.23. 손끝에서



  네 손끝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돋아난다. 한 쪽을 넘기고 두 쪽을 펼칠 적마다 새로운 그림을 마음속으로 빚는다. 책이 있어서 이야기가 있지 않고, 네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있기에 이야기가 있어. 모든 곳에서 샘솟고 언제나 흘러넘치는 수많은 이야기를 누리렴. 그 손끝으로.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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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힐 나이



  그림책을 읽힐 나이는 따로 없습니다. 퍽 두꺼운 종이를 댄 몇 쪽 안 되는 그림책(보드책)이라고 해서 두어 살이나 서너 살 아이한테만 읽힐 만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요. 거의 모든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읽을 만한 책’입니다. 아이는 ‘소리로 듣는 그림책’이고, 어른은 ‘입으로 말하는 그림책’이에요. 아이는 어버이가 그림책을 읽어 주는 목소리와 숨결과 따스한 기운을 느껴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더 빠르게도 더 느리게도 아닌 가장 알맞을 만한’ 목소리와 숨결과 따스한 기운을 모으지요.


  그림책은 줄거리로 읽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쓰거나 지은 어른들도 ‘더 멋진 줄거리’를 알려주려고 그림책을 엮지 않아요. 그림책은 ‘짧은 줄거리’에 사랑과 꿈을 곱게 실어서 엮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사람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 사랑과 꿈을 느끼고 배우며 받아들여요.


  그림책을 읽을 나이는 따로 없습니다. 다만, 두 살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있고, 다섯 살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있겠지요. 일곱 살이나 열 살부터 읽을 만한 그림책도 있을 테고요. 이러한 ‘몇 살부터’라는 틀은 ‘그 나이부터 모든 사람이 누구나 즐겁게’ 읽을 만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마음이 가는 대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손에 쥐어서 함께 누리면 되어요.


  아시지요? 어떤 그림책이든 아이는 어버이하고 함께 누릴 적에 몹시 좋아한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즐겁게 읽어 주는 그림책을 대단히 좋아한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만 읽으라고 그림책을 건넬 때보다, 나란히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서 함께 그림책을 들여다볼 적에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저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누리면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리라 느껴요. 차분하면서 고요한 넋이 되어 푸른 바람을 쐬는 몸짓으로 아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예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누리는 하루입니다. 2016.3.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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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함께 읽기



  아이가 읽는 모든 책은 어버이가 먼저 읽습니다. 어린이책을 아이하고 함께 읽으면서 아이 눈높이와 눈길에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길을 새롭게 배웁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책을 읽는 까닭은 책 한 권을 손에 쥐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추천도서이거나 명작도서이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아요. 아이들한테는 추천이나 명작이라는 이름은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들 마음에 와닿을 만한 이야기인가 아닌가 같은 대목만 대수롭습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어린이책을 읽으려는 어른이라면, ‘누가 추천했는가’ 같은 대목은 내려놓고 어린이책을 살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명작인가 아닌가’ 같은 대목도 내려놓고 어린이책을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해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해서 좋지도 않습니다. 그저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린 책일 뿐입니다.


  아이들하고 어린이책을 함께 읽을 적에는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먼저 ‘즐거운 삶’을 ‘기쁜 웃음과 눈물’로 다루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슬기롭게 엮고 맺는’ 책인가 하는 대목을 살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 못지않게 우리 어른도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삶을 배우고 살림을 새로 돌아보며 사랑을 기쁨으로 되새길 수 있어요.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우리 마음씨를 아름답게 다스립니다. 사랑스러운 어린이책을 읽는 동안 우리 마음결을 사랑스럽게 가다듬습니다. 즐거운 어린이책을 읽는 사이 우리 마음밭을 즐겁게 일굽니다. 제가 어린이책을 고르는 잣대는 늘 이 세 가지입니다. 아름다움인가 사랑스러움인가 즐거움인가, 이렇게 세 가지를 헤아려요. 2016.3.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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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책 (사진책도서관 2016.3.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내 서재를 고쳐서 꾸민 사진책도서관은 여느 도서관하고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돈을 들여서 도서관이라는 건물을 짓지 않았고, 아직 목돈을 모으지 못해서 폐교 건물을 이쁘장하거나 알뜰히 고쳐서 도서관을 꾸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그러모은 책이 있기에 이 책으로 도서관을 꾸립니다. 오늘날은 책이 그야말로 넘친다고 할 만하기에 ‘책만 가득한 도서관’은 좀 재미없을 수 있는데, 이 서재도서관은 ‘책마다 이야기가 묻어난 도서관’이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도서관은 ‘도서관지기가 모두 손으로 만지고 살피고 읽어서 모은 책’이 있는 책터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책을 쥐든 이 책을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책터라는 뜻입니다. 서지정보나 줄거리나 보도자료로 책을 다루지 않고, ‘어느 책 하나를 장만해서 읽고 누린 삶’을 풀어낼 이야기가 흐르는 책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책을 차근차근 들입니다. 여러 만 권 깃든 이 도서관에 새로운 책을 몇 권 섞는들 티가 거의 안 납니다. 스무 해 남짓 묵은 책 사이에서 새로운 책 하나는 그저 ‘하나 얹은’ 책입니다. 스무 해도 훨씬 지나 쉰 해나 백 해 즈음 묵은 책 곁에 꽂는 새로운 책 하나는 ‘낡고 닳은 책’하고 비슷한 숨결이 됩니다.


  사진책도서관이지만 사진책 말고 그림책하고 만화책하고 동화책을 나란히 둡니다. 사진책을 읽듯이 그림책을 읽으면 재미있고, 만화책을 읽듯이 사진책을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책과 책 사이에 놓인 마음바탕을 읽을 수 있다면, 어느 책을 손에 쥐더라도 기쁨을 누릴 만하리라 봅니다.


  봄을 맞이하니 날이 곱고 바람이 따스하며 볕이 부드럽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봄날에 나무 둘레를 뛰어다니며 놀기를 더 즐깁니다. 꽃삽을 들고 땅을 파고 싶습니다. 판 땅에 씨앗을 심고 싶습니다. 나무도 한 그루 심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책 하나는 나무 한 그루하고 같다고 느낍니다. 나무 한 그루는 새로운 책 하나와 같다고 느낍니다. 한손에 책을 쥐고, 다른 한손에 호미를 쥘 수 있으면, 우리는 저마다 우리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가꿀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늘빛이 새파랗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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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읽는다는 것 - 엄마 독서평론가가 천천히 고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책 40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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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배움책 38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배우는 살림

― 아이를 읽는다는 것

 한미화 글

 어크로스 펴냄, 2014.8.18. 14000원



  나는 어린이책을 어린이일 적에는 얼마 못 읽었습니다. 내가 어린이였던 1980년대 첫무렵에는 거의 다 전집책이었는데, 전집책은 집에 제법 돈이 있지 않고서야 들이지 못했습니다. 그즈음 내가 다닌 학교에는 학교도서관이 없었고 학급문고도 없었습니다. 내가 살던 인천에서 우리더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라고 알려준 어른도 없었습니다. 중학교에 가고서야 도서관은 ‘시험공부 하러 가는 곳’인 줄 알았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도서관은 새벽 여섯 시에 문을 여는데, 번호표를 주어요. 번호가 찍힌 표는 ‘책상 번호’이고, 이 종이가 있어야 도서관에 들어가서 ‘내 자리’를 얻어서 그 책상에 틀어박혀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도서관이 많이 달라지지요. 예전처럼 ‘책 없는 도서관’은 자취를 감추지요. 아무튼 나는 어릴 적에 어린이책은 거의 읽지 못한 채 마냥 뛰어놀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땅한 어린이책이 드물었고, 더러 손에 쥔 어린이책은 ‘요즈음 그 책을 다시 들추니 하나같이 일본 어린이책을 몰래 베낀 판’이었습니다.



어린이책을 읽자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 소녀가 걸어 나와 내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가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할 때 나는 심부름도 못 갈 만큼 외모를 신경 쓰던 사춘기를 떠올렸다. (9쪽)


똑똑한 척을 하려 들면 사람이 경직되기 마련이라 재미가 없다. 가장 큰 웃음은 자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때 나오는 법이 아닌가. (25쪽)



  책을 비평하는 일을 하는 한미화 님이 평론가 자리에서 살며시 내려와서 ‘어머니 자리’에서 어린이책을 읽은 느낌을 갈무리한 《아이를 읽는다는 것》(어크로스,2014)을 읽습니다. 한미화 님은 어머니(또는 어버이)가 되어 어린이책을 읽는 동안 평론가로서 어린이책을 읽을 때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린이책을 손에 쥐면서 ‘삶을 읽는 눈’이 달라지거나 새롭게 트이는구나 하고 느꼈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린이책을 어린이일 때가 아니라 어른일 때에 읽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어린이책을 읽었느냐 하면, 스무 살에 읽고 스물네 살에 읽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간 뒤에 대학교 둘레 책방을 다니다가 만난 어린이책을 읽고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글씨만 빼곡한 ‘어른 인문책’은 온갖 딱딱한 말투로 갖은 어려운 이론이 가득한데, 글씨도 적고 그림이 많은 ‘어린이책’은 퍽 쉽고 부드러운 말씨로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하더군요.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이토록 쉽고 부드럽게 들려주는 어린이책으로 ‘토론’을 한다면 훨씬 뜻있고 값있을 뿐 아니라 즐겁게 새 넋을 가꿀 만하겠다고 느꼈어요.



되돌아보니 잔소리는 부모인 내가 마음이 지치고 몸이 힘들 때, 아이를 지나치게 어리게만 취급할 때 더 심해졌던 것 같다. (44쪽)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애정을 쏟지 않는 한,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없다. (67쪽)



  나는 사내로 태어났기에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군대에서는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내가 군대에서 볼 수 있던 ‘글’은 연대장이나 대대장이 내리는 ‘지시사항’이었고, ‘스포츠신문’에다가 ‘ㅈ일보’하고 ‘국방일보’였습니다. 1990년대 군대에 책은 거의 들어올 수 없었지만 ‘재미있게’도 스포츠신문하고 ㅈ일보는 잘 들어왔습니다. 아무튼 군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첫 날 드디어 손에 쥔 책은 어린이책이었습니다. 스물네 살에 비로소 《몽실 언니》라는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이때부터 어른 인문책 곁에 어린이책을 나란히 놓으면서 읽었고, 둘레에서 이웃들이 ‘너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이면서 왜 어린이책을 읽니?’라든지 ‘너는 장가도 안 간 주제에 왜 어린이책을 읽니?’라든지 ‘너는 혼자 살고 애도 없으면서 어린이책을 왜 읽니?’라든지 ‘너는 대학교도 자퇴해서 앞으로 교사 일도 할 수 없을 텐데 어린이책을 왜 읽니?’ 같은 말을 물을 적마다 몇 가지로 대꾸했습니다. 첫째, “이 어린이책이 참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겠어요?” 둘째, “어른책보다 훨씬 훌륭하니까 이 어린이책을 읽어요.” 셋째, “나중에 혼인해서 아이를 낳은 다음에 어린이책을 읽는다고 하면 이미 늦어요. 이제부터 바지런히 읽어야 나중에 우리 아이한테 들려주거나 물려줄 어린이책을 제대로 가릴 수 있어요.”



《요술 손가락》을 읽어 보면 어린이들이 얼마나 틀에 박히지 않은 멋진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악당들이 끔찍한 최후를 맞는 걸 얼마나 즐기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79쪽)


그렇다면 톰은 왜 큰어머니나 오빠들 눈에는 보이지 않느냐고? 왜냐하면 그들은 해티만큼 간절하게 톰을 원하지 않으니까. (129쪽)



  한미화 님은 《아이를 읽는다는 것》이라는 책을 빌어서 이녁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놓습니다. 다만, 이 책을 살피면 한미화 님이 살림을 지은 이야기보다는 ‘책 줄거리 소개’가 조금 길어서 이 대목이 아쉬워요. 책 줄거리는 우리가 스스로 읽으면 얼마든지 다 알 수 있으니 ‘줄거리 소개’는 더 짧게 줄이거나 끊은 뒤에, 그 책을 왜 읽었는가를 들려주고, 그 책을 읽으며 받은 기쁨이나 슬픔을 밝히며, 그 책을 읽고 나서 한미화 님 아이하고 어우러지는 나날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대목을 풀어놓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나는 한미화 님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반갑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림을 지으면서 즐겁게 어린이책을 마주하는 이웃을 알았거든요. 평론가로서 추천도서를 소개하려는 책읽기가 아니라, 어버이로서 아이를 사랑하려는 책읽기를 보여주기에 반갑습니다.



직장에서는 해고와 실직이 아버지를 위협하고, 회사에 매여 가정을 등한시한 탓에 불만과 권태에 찌든 아내는 남편을 주눅 들게 하고, 성공과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돈 못 버는 아버지는 자식 앞에서 할 말이 없다. (208쪽)



  어린이책을 읽는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신나는 생각날개’를 가꾸는 기쁨을 누립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은 어른답게 ‘재미난 살림날개’를 가꾸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어린이는 어린이책에서 생각을 한껏 북돋우는 발판을 얻습니다. 어른은 어린이책에서 살림을 한껏 일으키는 바탕을 얻어요.


  자, 가만히 헤아려 봐요. 아이들은 우리 어른과 어버이한테서 무엇을 바랄까요? 더 많은 돈을 바랄까요? 어쩌면 더 많은 돈을 바랄는지 모르지요. 그래서 아이한테 더 많은 돈을 선물해 줄 수도 있지요. 그러면, 참말로 아이들한테 더 많은 돈을 선물해 보셔요. 그때에 아이들은 또 무엇을 바랄까요? 더 큰 집? 더 빠르고 새까만 자가용? 외국여행? 우주여행?


  아마 이 모두 다 아니리라 느껴요. 아이들은 우리 어른과 어버이한테 오직 하나를 바라요. “나랑 같이 놀자!”


  더 많은 돈을 버느라 바쁘기에 아이하고 못 놉니다. 아이하고 못 놀면 아이는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는 사랑스레 자라지 못합니다.


  사랑스레 자라지 못하는 아이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한테 더 많은 물질만 베풀려고 하다가 그만 물질에만 얽매이고 말아 ‘마음’을 잊고 ‘사랑’을 잃으며 ‘살림’을 놓치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마음과 사랑과 살림이 없이 아이를 키운다면, 정작 어른인 우리부터 스스로 안 재미있고 안 보람차고 안 즐거운 하루가 되지는 않을까 궁금합니다.



오로지 어린이책을 읽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 있다 … 꾸밈없이 순진한 세계를 어린이책에서 만날 수 있다. (249쪽)



  ‘엄마 독서평론가’라고 하는 한미화 님이 책 한 권으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주 조그맣습니다. 바로 사랑 하나입니다. 사랑으로 어린이책을 읽고, 사랑으로 이녁 아이를 돌보려 합니다. 우리도 저마다 사랑으로 어린이책을 읽을 적에 기쁩니다. 우리도 저마다 사랑으로 살림을 지을 적에 하루가 즐겁습니다. 아이하고 나눌 한 가지는 언제나 ‘즐겁게 어울려 놀듯이 짓는 사랑스러운 살림’이라고 느껴요. 이 대목을 늘 가슴속에 고이 새기면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하고 이부자리를 여미고 집안을 건사하고 텃밭에 씨앗을 심고 나무하고 인사하면서 삶을 누릴 때에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리라 봅니다. 2016.3.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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