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양말이란



  곁님이 곁님 동생이 낳은 아기한테 선물하려고 양말을 한 켤레 떴다. 이 뜨개양말을 보내는 길에 ‘아기띠’를 찾아서 함께 보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안고 업으면서 쓰던 아기띠를 잘 빨고 말래서 잘 두었는데, 막상 너무 잘 둔 탓에 어디에 두었는지 한참 못 찾았다. 아이들 겨울옷하고 봄옷을 갈무리하다가 드디어 아기띠를 찾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뜨개질이 손에 익고 손놀림이 빠르다면 하루에 여러 켤레를 뜰 수 있을까? 뜨개질을 해 본 사람은 알 텐데 양말 한 켤레를 뜨기까지도 품이 꽤 많이 든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손길하고 사랑이 작은 뜨개양말 한 켤레에 깃든다. 이를테면, 이 뜨개양말을 마무리하기까지 예닐곱 시간쯤 걸린다 하더라도 ‘뜨개질을 익히고 마름질을 배우며 실하고 바늘을 장만하기’까지 들인 품하고 겨를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냥 뜰 수 있는 작은 양말이란 없다.


  우리가 손수 살림을 짓는 길을 익힌다면, 무엇 하나 아무렇게나 다루지 않을 테지. 우리가 기쁘게 살림을 가꾸는 길을 걷는다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고운 손길을 담아서 아름다운 보금자리와 마을을 가꿀 수 있을 테지. 손수 하는 곳에 사랑이 흐르고, 손수 짓는 곳에 삶이 있다.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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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9. 내가 단추 누를게


  버스를 타면 언제나 놀이가 됩니다. 아니, 버스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타도 놀이가 되고, 기차를 타도 놀이가 돼요. 걸어서 다녀도 놀이가 되고, 자전거를 타도 놀이가 되지요.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몸짓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요. 마을에서 읍내로 갈 적하고 읍내에서 마을로 올 적에 단추를 한 번씩 누를 수 있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 한 번씩 단추를 누르기로 합니다. 큰아이가 읍내로 나가는 길에 누르면,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아이가 눌러요. 작은아이가 읍내로 나가는 길에 누르면, 돌아오는 길에는 큰아이가 누르지요. 단추를 언제 누를까 하고 재면서 빙글빙글 웃어요.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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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피는 꽃



  해마다 우리 집 나무가 무럭무럭 크는 줄 알지? 어느새 우리가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보아야 우듬지를 볼 만하구나. 그런데 동백나무 꼭대기에 꽃송이가 하나 터졌네. 우리 눈높이 자리에서는 아직 멀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햇볕을 듬뿍 받는 우듬지에서 꽃이 터졌네. 앞으로 하나둘 잇달아 터질 테고, 우리 집은 온통 꽃내음이 가득한 꽃집으로 거듭나겠구나.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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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4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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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02



나비를 보면서 봄인 줄 깨닫다

―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글·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10.5.25. 1만 원



  며칠 앞서 마당에서 평상을 손질하는데 널빤 뒤쪽에 달랑달랑 붙은 번데기를 보았습니다. 빈 번데기인가 꿈꾸는 번데기인가 하고 살피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번데기입니다. 어느 나비 번데기인지 알 길은 없지만 용케 평상 널빤에 붙었어요.


  나비 번데기는 나뭇잎이나 풀잎에도 매달리지만, 헛간 벽에도 매달리고 짐을 쌓은 뒤쪽 틈에도 매달립니다. 나비로 새롭게 깨어나려고 꿈을 꾸는 동안 꼼짝을 않고 잠을 자니까, 이동안 고요히 잠을 자려는 뜻에서 아늑하고 구석지며 조용한 자리를 찾는구나 싶어요.


  어제는 우리 집 뒤꼍 뽕나무 둘레에서 쑥을 뜯는데 애벌레를 잔뜩 보았습니다. 어느 애벌레인지 잘 모르겠지만 얼추 스무 마리 즈음 쑥잎에 붙어서 쑥잎을 갉습니다. 이 애벌레는 갓잎도 갉던데, 머잖아 번데기를 볼 수 있을 테고, 한 달 즈음 뒤면 어떤 나비로 깨어나는지 알 수 있을 테지요.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예쁜 나비를 본 적 있니? 나비들은 모두 나비 애벌레가 자라서 된 거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풀잎이나 나뭇잎에 나비 애덜레들이 살고 있어. (2쪽)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는 첫봄에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길벗어린이,2010)를 새삼스레 들춥니다. 참말 봄은 봄꽃으로도 느끼고 봄바람으로도 느끼지만, 봄에 눈부시게 깨어나서 팔랑거리는 나비로도 느껴요. 아니 봄에 나비를 보지 못한다면 봄다운 철이라고 하기 어렵지 싶습니다. 꽃이 피고 벌이랑 나비가 날며 바람이 따스하게 뺨을 어루만지는 고운 날을 맞이할 적에 비로소 봄이네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여러 마리가 모여 있으니까 더 무섭고 징그러워.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이렇게 못생긴 애벌레가 자라서 멋진 나비가 된다는 거야. (7쪽)



  애벌레는 징그러울까요? 어쩌면 징그러울 수 있습니다. 애벌레는 예쁠까요? 어쩌면 예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나비는 다 다른 애벌레로 살다가 깨어납니다. 다 다른 나비이기에 다 다른 애벌레로 살기 마련입니다.


  애벌레 모습만 들여다보고서 나비를 그릴 수 없어요. 참말 나비하고 애벌레는 사뭇 다르거든요. 불을 좇는 불나비(나방)이든, 해를 좇는 낮나비(나비)이든, 모두 오래도록 꿈을 꾸면서 새롭게 태어난 숨결입니다. 꼼틀꼼틀 천천히 기면서 푸른 잎사귀만 갉던 아이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며 아무것도 듣지 않는 기나긴 꿈에 포옥 잠겨서 이제부터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기를 바라는 그 엄청난 탈바꿈을 거쳐서 살풋 고개를 내밀어요. 더는 기어다니지 않아도 될 몸뚱이가 되지요. 하늘을 훨훨 날면서 어디로든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날개를 달지요. 꽃가루와 꿀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삶을 짓는 새로운 길을 열어요.



나비 애벌레는 자라면서 허물이 함께 늘어나거나 커지지 않아. 아이들이 자랄 때 더 큰 옷이 필요하듯 애벌레는 몸을 감싸고 있던 작은 허물을 벗어 버려. 이것을 허물벗기라고 해. 애벌레는 허물벗기를 할 때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 (35쪽)




  애벌레는 허물벗기를 하면서 새로운 몸으로 거듭납니다. 아이들은 애벌레처럼 허물을 벗지 않지만 날마다 조금씩 눈에 뜨이게 자랍니다. 말솜씨가 자라고 마음밭이 자랍니다. 머리카락이 자라고 뼈마디가 자랍니다. 살집이 오르고 키가 큽니다. 생각이 자라고 꿈이 큽니다. 사랑이 한결 따스하게 자랄 뿐 아니라, 손놀림도 몸짓도 씩씩하고 아름답게 자라요.


  새로 맞이한 봄에 마당도 뒤꼍도 마을도 들판도 마음껏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겨우내 잘 잤니, 반갑구나. 새봄을 맞이한 기쁨이 얼마나 크니, 너 참 곱구나. 나도 이제 묵은 허물을 벗고 즐겁게 기지개를 켜는 하루를 열려고 해. 싱그러운 봄바람을 마시고 밝은 봄볕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해. 우리 이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살자.’


  나비도 ‘나비꿈’을 꾸고, 아이들도 나도 ‘나비꿈’을 꿉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다시 태어나는 꿈을 꿉니다. 어제와 다를 뿐 아니라, ‘다르다’에서 그치지 않고 ‘새롭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꿈을 꿉니다. 봄바람이랑 봄볕이랑 봄비랑 봄구름이랑 모두 반가이 맞이하면서 우리 밭에 심을 씨앗을 헤아리고, 내 마음에 담을 ‘꿈씨앗’을 함께 생각합니다.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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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금 只今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만 놀자 → 이제부터 한 시간 동안만 놀자

 왜 지금에서야 말을 하느냐 → 왜 이제서야 말을 하느냐

 환갑을 넘은 지금까지 → 환갑을 넘은 오늘까지

 나는 지금 막 집에 도착했다 → 나는 이제 막 집에 닿았다

 그는 지금 운동을 하고 있다 → 그는 이제 운동을 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라 → 이제까지와는 달라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이제 만나러 갑니다 / 바로 만나러 갑니다

 지금 이 순간 → 오늘 이 순간 / 바로 이때

 지금 몇 시야 → 이제 몇 시야


  ‘지금(只今)’은 “말하는 바로 이때”를 뜻합니다. 한국말은 ‘이때’인 셈입니다. 흐름을 살펴서 ‘이제’라 할 적에 잘 어울리는 자리가 있고, ‘오늘’이나 ‘오늘날’이나 ‘여태’나 ‘바로’나 ‘아직’이라 할 적에 꼭 들어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2016.3.13.해.ㅅㄴㄹ



내가 단추를 주웠고 그 단추는 지금 집에 있다고 대답했어

→ 내가 단추를 주웠고 그 단추는 이제 집에 있다고 말했어

《준비에브 브리작/김경온 옮김-올가는 학교가 싫다》(비룡소,1997) 25쪽


지금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지금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인형 324개가

→ 오늘 내가 ‘거렁뱅이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며 파리잡이 끈끈이 살 돈을 벌면 … 이제까지 에밀이 깎은 나무 인형 324개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325번째 말썽》(논장,2003) 19쪽


지금도 가끔씩 근처의 테니스 클럽에 가요

→ 요즘도 가끔 가까운 테니스 모임에 가요

→ 요새도 가끔 가까운 테니스 모임에 가요

《키시카와 에츠코/노래하는 나무 옮김-힘내라! 내 동생》(꿈터,2005) 22쪽


공주의 이름이 뭔지, 공주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 공주 이름이 뭔지, 공주는 요즘 어디에 사는지

→ 공주 이름이 뭔지, 공주는 요새 어디에 사는지

→ 공주는 이름이 뭔지, 공주는 어디에 사는지

《마리 데플레솅/김민정 옮김-나는 사랑 수집가》(비룡소,2007) 19쪽


지금까지 발견된 유물

→ 이제까지 찾아낸 유물

→ 여태까지 찾아낸 유물

→ 오늘날까지 찾은 유물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6쪽


저는 지금 이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 저는 요즈음 이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 저는 이제 이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안드레아 카리메/김라합 옮김-바그다드에서 온 소녀와 이야기 양탄자》(고래이야기,2009) 5쪽


지금도 일본에는 조선에서 건너간 《팔만대장경》 인쇄본이 50여 부나 남아 있어

→ 아직도 일본에는 조선에서 건너간 《팔만대장경》 인쇄본이 50부 남짓 남았어

→ 오늘날에도 일본에는 조선에서 건너간 《팔만대장경》 인쇄본이 50부 남짓 있어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91쪽


학창 시절 만나 지금껏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 학창 시절 만나 이제껏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 학교 때부터 만나 여태 연락하는 동무도 있고

→ 학교 때부터 만나 요즘까지 연락하는 벗도 있고

→ 학교 때부터 만나 요새까지 연락하는 벗도 있고

→ 학교 다니며 만나 아직도 연락하는 동무가 있고

《한미화-아이를 읽는다는 것》(어크로스,2014) 47쪽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입고 있는 옷이나

→ 오늘 우리가 사는 집, 입는 옷이나

→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집, 입는 옷이나

→ 요즈음 우리가 사는 집, 입는 옷이나

《최원형-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59쪽


할매는 지금도 눈만 보면 막 신이 난데이

→ 할매는 아직도 눈만 보면 막 신이 난데이

→ 할매는 요새도 눈만 보면 막 신이 난데이

《길상효·조은정-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씨드북,2015) 3쪽


지금 여그는 앞산 뒷산이 개나리 천지라 샛노랗다마

→ 이제 여그는 앞산 뒷산이 개나리밭이라 샛노랗다마

→ 요새 여그는 앞산 뒷산이 온통 개나리라 샛노랗다마

《길상효·조은정-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씨드북,2015) 8쪽


여그는 지금 단풍이 들어가 앞산 뒷산 전부 활활 타는구마

→ 여그는 한창 단풍이 들어가 앞산 뒷산 죄 활활 타는구마

→ 여그는 요즘 단풍이 들어가 앞산 뒷산 모두 활활 타는구마

《길상효·조은정-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씨드북,2015) 1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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