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어른 - 김지은 평론집
김지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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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42



‘우주를 꿈꾸는 작은 집’에서 어린이책을 읽는다

― 거짓말하는 어른

 김지은 글

 문학동네 펴냄, 2016.1.8. 15000원



  꿈을 꿀 수 있는 삶이란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날마다 꿈을 꿀 수 있고, 이 꿈으로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으며, 이 꿈을 가슴에 품는 삶이란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그리고, 꿈을 꿀 수 없는 삶이란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느 하루도 꿈을 꿀 수 없고, 꿈이 없어 한 걸음씩 걷는 일이 없으며, 아무런 꿈도 가슴에 품지 못하는 삶이란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꿈을 꿀 수 있기에 살림을 새로 지을 만하지 싶습니다. 꿈을 꾸면서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기운을 내지 싶어요. 꿈을 꾸는 마음으로 손수 살림을 짓는 동안 사랑이 피어날 만하지 싶고요.


  그리고, 꿈을 꿀 수 없기에 살림을 새로 짓는 데에 마음을 못 쓰겠구나 싶어요. 꿈을 꾸지 못하기에 날마다 똑같은 쳇바퀴처럼 느낄 만하지 싶으며, 꿈을 가슴에 못 품으니 재미도 보람도 즐거움도 누리기 어려우리라 봅니다.



어린이들은 반항도 비판도 정해진 한계 안에서나 허용된다는 걸 안다. 그럴 때 그들의 마지막 방어는 ‘거기 없음’을 택하는 것이다.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혹은 ‘저는 없었어요’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15쪽)


어린이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지고 함께 굶주리는 일은 어떤 사실이나 보고서도 해낼 수 없는,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33쪽)



  어린이책 이야기를 쓰는 김지은 님이 선보인 어린이문학 비평인 《거짓말하는 어른》(문학동네,2016)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어린이문학을 바탕으로 비평을 들려주는 《거짓말하는 어른》입니다. 책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숱한 어른들이 ‘거짓말하는 삶’이라는 대목을 넌지시 짚으려고 하는 문학비평이라고 느낍니다. 참말이 아닌 거짓말로 기울고, 말뿐 아니라 생각도 마음도 거짓으로 기울며, 삶과 살림까지 거짓으로 기울다가, 그만 사랑까지도 거짓스러운 쪽으로 기우는 한국 사회 어른들 모습을 어린이문학으로 비추어서 보여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에 대하여 제멋대로 짐작해 버리는 것일까. 행복과 불행에 대한 우리의 기준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35쪽)


우리 동화에서 인물의 목소리가 저점 잦아들고 우물거림이 많아진다거나 인물의 동선이 좁은 영역에서 움을 파는 소극적 구성이 많아지는 것은 아이들의 처지는 물론 글을 쓰는 어른들의 우울함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65쪽)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행동에 날개를 달아 준다. 자유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67쪽)



  어린이문학을 비평하는 글은 어린이가 읽도록 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문학 비평은 아무래도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한테 읽히려는 글입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서 꿈씨앗 한 톨을 심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쓰는 글이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어린이책을 안 읽는 어른’한테도 어린이책 한 권이 곁에 놓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쓰는 글이리라 봅니다. 그리고, ‘어린이가 읽을 이야기를 글로 짓는 어른’이 읽도록 쓰는 어린이문학 비평일 테지요. 어린이는 어린이문학 비평을 읽지 않더라도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이 이러한 비평을 읽으면서 ‘어린이한테 어떤 이야기밥’을 나누어 주거나 베풀 수 있을 때에 어른으로서도 즐거우면서 보람이 있고 아름다운가 하고 돌아보도록 북돋울 만하리라 느껴요.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행동에 날개를 달아 준다(67쪽)”고 하는 대목을 새롭게 되새겨 봅니다. 어른이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될 때에 어른부터 스스로 즐거우면서 홀가분해요.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 스스로 즐거우면서 홀가분하다면 아이한테 늘 웃음짓는 얼굴로 노래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만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 스스로 안 즐거우면서 안 홀가분하다면, 그러니까 어른 스스로 늘 안 웃고 안 노래하면서 산다면, 이때에 이 어른은 어떤 몸짓이 될까요?


  다시 말하자면, 어른 스스로 즐거움이 없고 사랑이 없으며 웃음이 없을 적에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는 길을 가로막거나 괴롭히는 짓을 어른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저지르지 싶어요. 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은 어른이 어른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삶이기 때문에 벌어지는구나 싶습니다.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자기 자신의 문제이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변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운이 되어 줄 수 있다. (105쪽)


내 마음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사회적 마음을 상상하는 일은 소중하다. (116쪽)



  아이를 낳기에 어른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기에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를 가르치기에 교사가 아니라, 아이와 사랑으로 함께 배우는 숨결이기에 교사이지 싶습니다. 아이 곁에 있기에 어른이 아니라, 아이를 따사로이 품고 사랑할 수 있기에 어른이요 어버이라고 느껴요. 아이한테 책을 읽히고 교과서를 건네기에 교사가 아니라, 아이하고 함께 책을 읽고 아이하고 함께 선 이 자리에서 슬기롭게 함께 배우려는 몸짓이기에 교사이지 싶어요.


  어린이문학다운 어린이문학이라면, 언제나 사랑을 담으리라 봅니다. 교훈이나 훈계가 아닌 ‘사랑을 보여주고 사랑을 이야기하며 사랑을 느끼도록 북돋우는’ 이야기가 바로 어린이문학이 되지 싶습니다. 삶을 사랑하고, 살림을 사랑하며, 사람을 사랑해요. 새로운 하루를 사랑하고, 싱그러운 숲을 사랑하며, 슬기로운 이웃을 사랑하지요.



어린이들이 좀처럼 슬퍼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눈물을 흘리는 대신 욕설을 한다. (160쪽)


환상은 선과 악의 정의를 내리거나 명확한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에서 잘못과 잘못 아닌 것에 대해 돌이켜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199쪽)



  어린이문학 비평인 《거짓말하는 어른》은 여러 어린이문학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어린이문학을 어린이한테 읽히려는 뜻’을 새삼스레 되새기자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책을 많이 읽히자는 목소리가 아니고, 좋은 책을 읽히자는 목소리가 아닙니다. 어떤 책을 어린이한테 읽히더라도 아이들이 즐거운 삶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책을 어른도 함께 즐기자는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판타지를 골라서 읽힐 까닭은 없어요. 더 재미있거나 더 나은 판타지를 찾아서 읽힐 까닭도 없겠지요. 그리고 판타지이든 아니든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책이건, 어떤 문학이건, 어느 작가가 썼건, ‘내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찾고 느끼며 생각하도록’ 북돋우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하면 되리라 느낍니다.


  이 작은 집에서, 이 작은 마을에서, 이 작은 고장에서, 이 작은 나라에서, 이 작은 별에서, 이 작은 우주에서, 그리고 드넓은 온누리에서, 우리 숨결은 어떠한 뜻이고 넋이며 마음이고 빛이며 사랑이요 노래인가 하는 대목을 어린이가 스스로 되돌아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우리 어른들이 슬기롭게 헤아려서 가만히 들려줄 수 있을 때에 아름다운 삶이나 살림이 될 만하리라 봅니다.



아이들이 집을 되찾는 일은 학교가 달라지는 것, 나아가서 사회가 달라지는 것과 연관이 깊다. (222쪽)


집은 이런 곳이다. 우주를 꿈꾸는 곳이다. 회사가 학교가 주지 못하는 평온함을 듬뿍 안겨 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곳이다. 내 꿈을 어떤 잣대로도 잘라내지 않는 곳이다. (226쪽)



  우주를 꿈꾸는 작은 집에서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쳇바퀴를 도는 사회가 아닌, 크고작은 말썽이나 사건·사고가 끝없이 터지는 사회가 아닌, 체벌과 따돌림과 폭력이 춤추는 학교나 사회가 아닌, 불평등과 전쟁과 반민주가 넘실거리는 사회가 아닌, 그러니까 아름다운 삶이 흐르는 곳에서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이 흐를 수 있는 곳을 꿈꾸며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아름다운 살림을 가꿀 수 있는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마음 깊이 생각하면서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아이도 꿈을 꾸고 어른도 꿈을 꿀 수 있는 삶터를 헤아리며 어린이책을 읽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꿈을 꾸면서 이 꿈을 키워 삶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을 걸으며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참말로 ‘우주를 꿈꾸는 집’에서 어린이책을 읽습니다. 사건이나 사고나 전쟁이 아니라 삶과 사랑과 살림을 일으킬 수 있는 집·마을·고장·나라를 꿈꾸면서 어린이책을 읽어요. 조그마한 문학비평인 《거짓말하는 어른》이 이러한 삶길이나 책길이나 꿈길로 우리 어른들을 찬찬히 이끌 수 있기를 빕니다. 글을 쓰는 어른도, 그림을 그리는 어른도, 집살림을 도맡는 어른도, 교과서로 가르치는 어른도, 마을살림을 다스리는 어른도, 정치나 행정을 맡는 어른도, 기계를 다루는 어른도, 모두 홀가분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사랑스러운 어린이책’ 한 권을 손에 쥐고서 활짝 웃는 몸짓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2016.3.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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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애벌레 말캉이 (황경태) 소나무 펴냄, 2010.12.12. 9500원



  뽕나무 잎에 붙은 알에서 태어난 작은 애벌레는 뽕잎을 먹으면서 온누리를 찬찬히 배운다. 수많은 이웃이 작은 애벌레 둘레에 있는 줄 배우고 느끼고 마주하던 어느 날 말캉이는 저를 알로 낳은 어머니처럼 깊이 잠든 뒤에 나방으로 깨어난다. 새로운 몸과 날개를 얻어 하늘을 나는 기쁨을 누린 뒤에는, 저를 낳은 어머니가 했듯이 다시 뽕나무한테 찾아가서 알을 낳는다. 꼬마 애벌레는 꼬마 애벌레이지만 작은 목숨이다. 작은 목숨은 작은 목숨이지만 새로운 넋이다. 새로운 넋은 새로운 넋이지만 기쁘게 웃으며 하늘을 나는 별님이다. 만화책 《꼬마 애벌레 말캉이》는 자그마한 별님이 어떻게 이 땅에 찾아와서 어떤 이웃이나 동무를 사귀면서 새롭게 잠들어 꿈나라로 날아가는가 하는 대목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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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애벌레 말캉이 2- 심심한 건 더 못참아!
황경택 글.그림 / 소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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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 킨더랜드 책가방 1
오성균 지음, 류미선 그림 / 킨더랜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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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41



초등학교 교과서에 ‘어려운 한자말’이 많구나

―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

 오성균 글

 류미선 그림

 킨더랜드 펴냄, 2016.1.15. 14800원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킨더랜드,2016)은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이하는 몫을 맡는 ‘작은 사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부드럽고 재미난 그림이나 만화를 곁들여서 초등학교 낮은학년 어린이가 스스로 읽고 스스로 생각해서 수수께끼를 풀듯이 ‘말에 얽힌 궁금한 대목’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한다고 할 만해요.



낱말이 한자어인 경우, 한자의 음과 뜻을 알려주어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낱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유추해 보세요. (일러두기)



  그러면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말’이란 무엇일까요? 일러두기에도 나오는데, ‘한자말’이 어린이한테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을 보면 ‘한자말 풀이’에 크게 마음을 기울여서 이야기를 엮어요. 한자말을 놓고 어떤 한자로 엮었는지를 알려주고, 한자를 엮어서 어떻게 낱말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감동] 무언가를 보거나 듣고 크게 느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해요. (비슷한말 : 감명, 감탄)


[거인] 몸이 아주 큰 사람이에요. (비슷한말 : 대인) (반대말 : 소인)



  어른한테는 ‘감동’이나 ‘거인’ 같은 한자말은 대수롭지 않을 만합니다. 그러나 어린이한테는 달라요. 아무래도 낯설고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감동’을 “마음이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하고, ‘거인’을 “큰 사람”으로 풀이합니다.


  자, 여기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보면 어떠할까 싶어요. 이를테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감동’이라고 쓸 수도 있지만, 어린이가 누구나 쉽게 잘 알 수 있도록, 마음이 움직이는 때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할 만해요. 큰 사람을 보고 “야, 저기 거인이다!”라 하기보다는 “야, 저기 큰사람이다!”라 할 만하고요.


  한자로 ‘거 + 인’이라는 낱말을 지을 수 있지만, 한국말로 ‘큰 + 사람’이나 ‘큰 + 이’로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두고 ‘뭉클하다’나 ‘짠하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느끼다’를 쓸 만한 자리도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뭉클했어요”라든지 “이 영화를 보고 슬픔을 느꼈어요”라든지 “이 그림을 보니 아름다움을 느끼겠어요”처럼 말해도 얼마든지 ‘감동’이라는 낱말이 없이 이야기를 나눌 만합니다.



[고민] 어떤 문제로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괴로운 일을 말해요. (비슷한말 : 걱정, 근심)


[관람] 영화나 연극, 운동 경기, 전시 같은 것을 구경하는 일이에요 (비슷한말 : 구경)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은 ‘고민’을 “괴로운 일”로 풀이하고 ‘관람’을 ‘구경’으로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괴롭다’나 ‘구경’은 무엇을 뜻하는지 따로 풀이하지 않아요. 그리고 ‘걱정’이나 ‘근심’은 어떤 뜻인지 풀이해 주지 않습니다. ‘비슷한말’이라고 하면서 낱말만 보여줍니다.


  이렇게 되면, ‘근심’이나 ‘걱정’이나 ‘구경’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은가를 잘 알기 어려워요. 한국말 ‘걱정·근심·구경’ 쓰임새도 함께 풀어내면서, 이러한 낱말을 어린이와 어른이 슬기롭고 즐겁게 쓸 수 있는 길도 나란히 보여준다면,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은 한결 짜임새가 돋보이고, 어린이도 한국말을 한결 넓으면서 깊게 배울 만하리라 봅니다.



[가운데] 처음과 끝 사이에 있는 중간 부분이에요. (비슷한말 : 중앙, 한복판) (반대말 : 가장자리, 변두리)


[동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말해요 (비슷한말 : 벗, 친구)

-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학교에 함께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동무’라고 해요. ‘벗’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가운데’와 ‘동무’ 풀이를 살펴봅니다. ‘가운데’를 ‘중간’으로 풀이하고 그냥 넘어가요. 그래서 다른 한국말사전에서 ‘중간(中間)’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봅니다. ‘중간’은 “1. 두 사물의 사이 2. 등급, 크기 차례 따위의 가운데 3. 공간이나 시간 따위의 가운데 4.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여느 한국말사전에서는 ‘가운데 = 중간’이고 ‘중간 = 가운데’인 꼴이에요. 돌림풀이입니다. 뜻이 같지만 하나는 한국말이고 하나는 한자말인 셈이에요.


  우리는 두 가지 낱말을 다 쓸 수 있습니다만, 어린이한테 어렵다고 할 만한 ‘중간’을 구태여 써야 하는가를 곰곰이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가운데’라는 말을 쓰고, ‘한가운데’와 ‘한복판’과 ‘복판’은 또 어떻게 다른가를 알맞게 갈라서 알려줄 때에 한결 슬기로운 한국말사전 노릇을 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동무’를 “친하게 지내는 사람”으로 풀이해 놓는데, ‘동무’랑 ‘벗’이랑 ‘친구’는 어떻게 다른 낱말일까요? 왜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놓고 여러 가지 낱말이 있을까요? 이런 대목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찬찬히 수수께끼를 풀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에서는 이 대목을 다루지 못합니다.



[모둠] 어떤 모임이나 물건을 작은 꾸러미로 묶은 것을 말해요. (비슷한말 : 분단, 조)


[바탕] 어떤 물체의 틀이나 뼈대를 이루는 것 또는 사람의 타고난 마음씨를 말해요. (비슷한말 : 기반, 근본)


[흥미] 즐거운 마음이 생기는 일을 말해요. (비슷한말 : 재미, 관심)



  ‘모둠’이라는 낱말을 놓고도 비슷한말로 ‘분단’하고 ‘조’를 들기만 하는데, ‘분단’이나 ‘조’라는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을 털려고 ‘모둠’이라는 한국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요. 이러한 대목을 더 깊이 살펴서 들려주지 못하는 대목도 살짝 아쉽습니다. ‘모둠’을 놓고는 ‘모임·동아리·무리·떼’ 같은 비슷한말이 저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풀이하고 밝혀서 알려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바탕’은 ‘기반’이나 ‘근본’ 같은 비슷한말이 있다고 드는데, ‘바탕’하고 참말 비슷한 ‘밑바탕’이나 ‘바닥’이나 ‘밑바닥’이나 ‘틀’이나 ‘밑틀’이 그야말로 어떻게 다른가를 밝혀서 들려주는 쪽이 나으리라 생각해요.


  ‘흥미’라는 한자말은 ‘재미’라는 한국말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올림말]

(한국말) 가운데 겨레 고을 골탕 군더더기 궤짝 글 글자 까닭 꾀 꾸러미 꿈

(한자말) 가족 간판 감동 강당 거인 게시판 결승 겸손 경험 고민 고집 곤충 공격 공예 과정 관람 광장 교훈 구별 국어사전 궁리 권유 귀국 기본 기술


(한국말) 아우 외딴 이야기

(한자말) 안내 안전사고 야단 약도 약초 역할 연속 염료 염색 예절 완성 요술 우주 운전면허 원인 위험 유학 은혜 응원 이장 이해 인심 인형극


(한국말) 자랑 줄거리 쪽지

(한자말) 작문 작별 잡지 장면 재치 전학 접수 정성 정직 조리 조립 조사 조상 존중 종류 주인공 주장 준비 지혜 짐작


(한국말) 토박이말 하루 허수아비

(한자말) 차례 참견 채점 처방 처자 처지 천연 체감 체조 체험 초대 추천 추측 축하 충고 치료 친정 탑승 태도 태연 특징 파견 판결 편리 평생 포장 표정 표지판 표현 필요 합격 해결 행사 형식 확인 환호 활용 훈화 흡입 흥미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이라는 책에 실린 올림말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ㄱ’에서는 한국말이 이럭저럭 있으나, ㄴ부터 ㅎ까지 보면 한자말이 훨씬 많습니다. ‘ㅊ’이나 ‘ㅍ’에서는 한국말이 아예 한 가지도 없습니다. ㅊ이나 ㅍ에서는 어려운 한국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가운데’나 ‘이야기’나 ‘하루’ 같은 낱말을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에서 다루는 만큼, ㅊ이나 ㅍ에서도 어린이가 한국말을 깊고 넓게 살피도록 이끌 만한 한국말을 올림말로 뽑았어야 하리라 느껴요.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실린 낱말을 바탕으로 엮습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실린 낱말이 으레 한자말이고, 더욱이 ‘쉽지 않은 한자말’이라는 뜻을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구나 싶어요.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는 한국말을 좀 슬기롭게 가려서 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도 ㅊ이나 ㅍ뿐 아니라 이모저모 골고루 한국말을 슬기롭게 다룰 수 있으리라 느껴요.


  한자말을 쓰느냐 안 쓰느냐를 따져야 하기보다는, 어린이가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가꾸도록 북돋우는 말을 우리 어른들이 잘 살펴서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한자말을 저 한국말로 풀이하는’ 틀에서 벗어나고, ‘이 한국말을 저 한자말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요. 생각을 담는 말이듯이, 생각을 담는 말을 적는 글이듯이, 이 대목을 환하게 밝히면서 말살림을 가구는 새로운 책을 기다려 봅니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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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5. 살림짓기



  살림을 짓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연다. 살림을 가꾸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살림을 일으키자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살림을 노래하자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살림을 꿈꾸려는 뜻으로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림을 사랑하려는 손길로 이모저모 짓거나 만진다. 나는 마당에서 갓잎을 뜯고 솎아서 갓김치를 담는다. 아이들은 갓김치를 담는 아버지 곁에서 책을 읽고 흙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달리기를 하고 춤을 추고 …… 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준다. 서로서로 사이좋게 하루를 지낸다. 다 같이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서 오순도순 잔치판이 된다. 참 그렇다. 언제나 온 하루는 웃음잔치 일잔치 놀이잔치 노래잔치 꿈잔치와 같고, 밥잔치 기쁨잔치 사랑잔치이지 싶다. 어버이로 사는 하루란 바로 ‘날마다 잔치’인 줄 배우는 나날이로구나 싶다. 살림짓기를 하면서 누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신나는 꿈노래로 거듭나지 싶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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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시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환 옮김 / 삼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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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16



달빛에 어린 매화꽃잎 같은 시를 읽다

― 에드거 앨런 포 시전집

 에드거 앨런 포 글

 김정환 옮김

 삼인 펴냄, 2016.3.3. 12000원



  새벽에 일어나서 뒤꼍에 서는데 샛노란 달이 저쪽 하늘에 있습니다. 아주 동그란 보름달입니다. 구름이 제법 짙게 꼈으나 아주 동그란 보름달이 내뿜는 환한 빛이 몹시 짙습니다.


  달빛이 살며시 어리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뒤꼍에 서서 매화나무를 바라봅니다. 새봄에 잎보다 먼저 피어난 작고 어여쁜 꽃송이는 하나둘 떨어집니다. 마치 눈발처럼 날리는 꽃잎은 ‘꽃눈’이나 ‘눈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송이는 아쉬움 하나 남기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서 곱게 춤추면서 뒤꼍을 꽃잎밭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산 흙에서 내가 처음 들이쉬었다, 생명을: / 테를레이의 안개가, 흘렸다 / 밤마다 이슬을, 내 머리 위에. (타메를란)


네 영혼이 보니 그 자신 홀로일 게다 / 잿빛 묘석의 어두운 생각들 와중― / 어느 하나, 그 모든 무리 중, 엿보지 않는다 / 내 비밀의 시간을. (죽은 자 유령들)



  에드거 앨런 포 님이 쓴 시를 그러모은 《에드거 앨런 포 시전집》(삼인,2016)을 읽으면서 삶이란 어떤 무늬나 결인가 하는 대목을 새삼스레 되짚습니다. 한국말로 옮기기 퍽 까다로웠겠구나 싶은 에드거 앨런 포 님 시를 읽으면서, ‘시 전집’이라고 하지만 모두 48꼭지에 140쪽 부피인 자그마한 시집을 읽으면서, 달빛이 어리면서 춤추듯이 떨어지는 매화꽃잎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시 한 자락은 달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꽃잎과 같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시 두 자락은 꽃잎이 가득 떨어진 밭자락을 꽃삽으로 파면서 노는 아이들 손놀림하고 같지 않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시 세 자락은 밥 한 그릇 맛나게 비우고는 새롭게 놀이를 찾아서 마당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들 낯빛하고 같지 않을까 하고 되뇌어 봅니다.



아! 무엇이 백일몽 아니겠는가, / 그, 두 눈이 자기 주변 사물을 / 바라보는 그 광선이 / 과거로 돌려져 있는 사람한테? (꿈 (2))


소리가 좋아한다 여름밤 한껏 즐기는 것을: / 들어보라구 속삭임, 잿빛 황혼의, / 살그머니 스며들던, 귀, 에이라코에서. (알 아라프)



  《에드거 앨런 포 시전집》을 읽으면서 ‘한국말로 옮긴 글’ 말고 ‘영어로 적힌 글’이 무척 궁금합니다. ‘시 전집’이기도 하고, 시 갯수가 그리 많지 않다면, 또 한국말로 옮기기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면, 영어로도 함께 실어 놓으면 이 까다롭다고 하는 영시를 조금 더 새로우면서 깊게 돌아볼 만할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한국말에서는 ‘:’라든지 ‘―’ 같은 기호를 곳곳에 넣으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않거든요. 글로 적힌 말인 시이기도 하기에, 어떠한 숨결과 넋으로 이렇게 온갖 기호를 수없이 넣고 글꼴도 바꾸어 가면서 시를 썼는가 하는 대목을 민낯(영어 원문)으로도 나란히 놓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한국말하고 서양말은 말짜임이 달라요. 그래서 서양말로 나온 시를 서양말 짜임새대로 옮기면, 이 영시를 한국사람이 읽다가 숨이 턱 막히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소리가 좋아한다 + 여름밤 한껏 즐기는 것을”이라든지 “들어보라구 속삭임 + 잿빛 황혼의”처럼 쓸 테지만, 한국말은 이러한 짜임새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말을 영어로 옮기면 어떤 꼴이 될까 하고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한국시를 영시로 옮길 적에 ‘한국말 짜임새’대로 옮길까요, 아니면 ‘영어 짜임새’대로 옮길까요? 낱말만 영어로 적으면 되는 한국시일까요, 아니면 낱말도 말투도 말결도 영어대로 적으면 마음으로 느껴서 읽을 수 있는 한국시가 될까요.



꺼졌다―꺼졌다 빛들―꺼졌다 모두! / 그리고, 각각의 떨리는 형태 위로. (정복자 벌레)


내가 대답했다: “이건 꿈꾸는 것에 불과해. / 우리 계속하자구 이 떨리는 빛으로! / 우리 멱감자구 이 수정의 빛으로! (울랄루메―발라드 하나)



  에드거 앨런 포라는 분은 1809년에 태어나 1849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길다고 하면 길 테지만, 짧다고 하면 아스라이 짧다고 할 만한 발자국입니다. 스물일곱 살 나이에 열세 살 사촌 여동생하고 짝을 지어서 살았다 하고, 열세 살 사촌 여동생은 열여덟 살 즈음부터 결핵을 앓아 몸져누웠다 하며, 에드거 앨런 포 님은 퍽 어릴 적부터 술에 기대어 살았다고 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 시전집》에 흐르는 이녁 싯말은 모두 이녁 스스로 걸어온 길에서 하나하나 적바림한 이녁 삶이지 싶습니다. 눈물도 담고 웃음도 담고 괴로움도 담고 술내음도 담는구나 싶습니다. 환한 웃음도 담고 시커먼 눈물도 담아요. 죽음보다 괴로운 삶도 담으며, 술방울로 이 삶을 잊으려고 하는 몸부림도 담고요.



“좀체 우리가 볼 수 없지.” 말씀하신다 솔로몬 저능아 씨가. / “되다 만 생각을 가장 심오한 소네트에서 / 엉성한 것들 전부를 한목에 꿰뚫어 우리가 보잖나 즉시 / 손쉽기 나폴리 보닛을 통해 보는 것과도 같이― (수수께끼)


내가 애석한 것은 쓸쓸한 자들이 / 나보다 더, 사랑아, 행복해서 아니고 / 네가 슬퍼해서다 나의 운명, / 지나가는 자인 나의 그것을. (―에게 (2))



  새벽은 곧 저뭅니다. 바야흐로 아침입니다. 해님은 온누리를 골고루 비추면서 따스한 기운까지 골고루 베풉니다. 아픈 이한테도 튼튼한 이한테도 모두 똑같은 해님입니다.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모두 똑같은 해님이에요.


  바람도 골고루 붑니다. 바람은 시골에만 불지 않아요. 바람은 서울에도 부산에도 고흥에도 익산에도 불어요. 바람은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불지요. 이 지구라는 별에 사는 누구나 똑같은 해랑 바람을 먹으면서 살아요. 그리고, 해님이 지는 밤이 되면 누구나 똑같은 별빛을 받으면서 잠자리에 들어 꿈을 꾸고요.



흐릿한 계곡들―그리고 그늘진 큰물― / 그리고 구름처럼 보이는 숲, / 그런데 그 형태를 우리가 발견할 수 없다 / 눈물, 온통 뚝뚝 흘러내리는 그것 때문에: / 엄청난 달들이 거기서 차고 이지러진다― (요정의 나라)



  달빛이 어리는 꽃잎 같은 시를 읽습니다. 수수께끼가 가득한 시를 읽습니다. 실마리를 찾을 길이 없다고 여기면서 헤매는 듯한 몸부림을 느끼면서 시를 읽습니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아침밥을 차리려 합니다. 쌀을 씻어서 불리고, 국거리를 손질합니다. 마당에서 뜯은 풀을 다듬고, 찬찬히 솟는 해를 바라보면서 하루 일을 헤아립니다. 텃밭에 콩을 심기 앞서 갓을 솎아서 갓김치를 담아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밥을 짓고 김치를 담는 동안 아이들은 오늘 하루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마당이며 뒤꼍이며 홀가분하게 뛰고 달리겠지요.


  꿈을 꾸듯이 하루가 찾아오고, 꿈을 꾸는 사이에 하루가 저물어요. 이 하루를, 이 삶을, 이 살림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에드거 앨런 포 님은 이녁 스스로 “지나가는 자”라고 여깁니다. 아마 나도 이 삶을 지나가는 숨결 가운데 하나일 수 있어요. 그러면 나는 이 삶을 어떻게 지나갈 적에 즐거울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오늘 하루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즐거운 꿈으로 아로새길 수 있도록, 오늘 하루에 즐거운 노래가 흐를 수 있도록, 새삼스레 몸짓을 가다듬어 봅니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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