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것’ 같은 일은 없다



  ‘안 될 것’ 같은 일은 무엇일까? 스스로 ‘안 될 것’이라고 여기는 일이 바로 ‘안 될 것’ 같은 일이지 싶다.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안 되거나 못 할 만한 일이 있을까? 안 된다고 여기면 안 되기 마련이고, 못 한다고 여기면 못 하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다시 말해서, 된다고 여기기에 되고, 한다고 여기기에 한다. 스스로 금을 긋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마음이기에 될 일도 안 되고 할 만한 일도 못 하는 셈이라고 느낀다.


  나는 이름난 어떤 사진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없을까? 나 스스로 즐겁게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라면 이름난 어떤 사진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름난 그 사진가는 아직 찍지 못한 다른 모습을 찍을 수도 있다. 사진찍기뿐 아니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에서도 매한가지이다. 스스로 품는 생각에 따라서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는 결에 맞추어 몸이 달라지며, 몸이 달라지는 흐름이 고스란히 삶으로 드러난다.


  못 할 만한 일이란 없고, 못 쓸 만한 글이란 없다. 못 할 만한 사랑이란 없고, 못 이룰 만한 꿈이란 없다. 하려고 하지 않기에 이제껏 못 했을 뿐이고, 하자는 생각을 씨앗으로 마음에 심은 적이 없으니 여태 이루지 못 한 셈이라고 본다. 나는 ‘사전(한국말사전)’을 짓는 일을 하면서, 그러니까 말을 다루어 말을 풀이하고 알려주는 글을 쓰면서 ‘안 될 것’ 같은 일은 없다고 늘 새롭게 배운다. 2016.3.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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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 완결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15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즐겁게 노래하기

―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

 토우메 케이 글·그림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6.2.25. 6000원



  아이들은 저희하고 함께 노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하고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할 일이 있기에 좀처럼 아이들하고 놀 겨를을 못 내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먹여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놀이보다는 으레 일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저희랑 함께 놀 어버이를 기다립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저희를 마주보면서 기쁨으로 좋아해 주며 함께 놀 날을 가만히 기다립니다.



‘먼 길을 돌아서 수많은 굴레를 짊어지고 왔구나. 우리들.’ (10쪽)


“도쿄로 돌아가고 싶지?” “이제 됐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는 여기서 자랐기 때문에 이곳에 애착이 있어. 하지만 오빠는 저쪽에 소중한 사람이 있잖아?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은 여기서도 할 수 있어. 오빠가 희생하면 그이도 마음이 불편할 거야. 그런 건 아버지도 바라지 않으실 테니까.” (57쪽)



  토우메 케이 님이 빚은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학산문화사,2016) 열한째 권을 읽습니다. 열다섯 해 남짓 잇던 이야기는 이제 마무리를 짓습니다. 권수로 치면 열다섯 해 남짓에 걸쳐 열한 권이니, 무척 더디게 이야기가 흘렀다고 할 만합니다.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이 맺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이고, 이 사람하고 저 사람 사이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다가 서운한 바람이 부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입니다. 이제 마지막 열한째 권에 이르러 ‘저마다 좋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뚜렷하게 한 걸음씩 떼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면서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씩씩하게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모습이 나와요.



“이 주변에는 볼 게 없는데.” “괜찮습니다. 산이나 들, 논밭을 구경하고 싶어요.” (73쪽)


‘이것저것 고민해도 결국 다다르는 곳은 내 영혼이 원하는 장소.’ (190쪽)



  어느 모로 본다면,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 곁에도 있고 저 사람 곁에도 있을 만합니다. 여러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로 동무가 되어 함께 지낼 만해요. 사람살이가 꼭 짝짓기를 해야 하는 얼거리가 아니니, 굳이 ‘너랑 나만’이라고 하는 틀에 사로잡혀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살이에는 ‘짝’만 있지 않고 ‘동무’가 함께 있어요. ‘이웃’이 있지요. 동무도 ‘너나들이’ 같은 이가 있으며, 말동무나 길동무나 일동무나 꿈동무가 있어요.


  그러니 내 마음에 드는 어느 한 사람이 있을 적에, 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여러 사람이 있을 적에 잘 살피거나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짝’으로 두려는가? 모든 사람을 ‘동무’로 사귀려는가? 오직 한 사람만 ‘짝’으로 두려는가? 다른 동무가 없이 짝꿍만 있으면 되는가?



“나는, 나를 받아들여 준다면 당장이라도 갈 거야. 내가 도망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미나토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잖아.” (82쪽)


“곁에 있어 주면 그걸로 충분해. 멀리서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아. 곁에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그렇잖아. 곁에 있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84쪽)



  만화책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는 가장 훌륭하거나 멋진 길을 밝히거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서 몇 가지를 넌지시 짚습니다. 첫째,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내 넋이 가장 포근하게 쉬면서 즐거운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내가 살아가는 기쁨은 바로 내가 스스로 찾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셋째, 마음에 드는 모든 사람을 짝꿍으로 혼자 차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름다운 이웃하고 동무를 즐겁게 아끼면서 살뜰히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 되자고 말해요.



“어중간한 어른인 우리들은, 머리로만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다 할 인생 경험이 없으니까. 그렇지?” (142쪽)


“‘행복’이란 뭘까요?” “그건 하루(주인공 이름, 그러니까 주인공 스스로)가 아니면 알 수 없어.” (164쪽)



  사랑은 머리로 알 수 없습니다. 아무렴, 그렇겠지요. 사랑은 가슴으로 알 테지요. 사랑은 마음으로 알 테고, 사랑은 깊은 넋으로 깨닫겠지요. 머리로 이모저모 아무리 따진들 사랑을 알 길이 없으리라 느껴요.


  기쁨도 이와 같아요. 기쁨을 머리로 알 수 없으리라 느껴요. 돈이 많아야 기쁨일까요? 이름을 드날려야 기쁨일까요? 엄청난 힘을 부려야 기쁨일까요? 아니겠지요?


  아이들은 두 손을 꼬옥 잡고 마당에서 빙글빙글 돌아도 까르르 웃음꽃입니다. 아니, 아이들은 내가 손가락 하나만 들어서 옆구리를 살짝 찔러도 깔깔깔 웃음바다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춤잔치나 노래잔치를 베풀어 주어야 웃지 않습니다.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웃음이 퍼집니다.


  즐겁게 밥을 짓고, 즐겁게 빨래를 합니다. 즐겁게 씨앗을 심어 밭을 돌봅니다. 즐겁게 자전거를 몰며 나들이를 누립니다. 즐겁게 뒷산에 올라 봄꽃을 만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기쁨을 새롭게 되새기면서, 오늘 하루도 빙그레 짓는 ‘웃음살림’을 가만히 그립니다. 2016.3.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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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김동섭) 책미래 펴냄, 2016.3.10. 14000원



  영어라는 말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떤 뿌리를 내렸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살피는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를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이 책에 붙인 이름은 두 가지 뜻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두 가지를 찬찬히 다룬다. 그 두 가지란 무엇인가 하면, 영국에 영어는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영국은 영어를 쓰기도 했고 안 쓰기도 했다. 자, 그러면 이게 뭔 소리일까? 권력자나 지식인 자리가 아닌 수수한 영국사람은 예나 이제나 늘 영국말(영어)을 썼다. 이와 달리 권력자하고 지식인 자리에 있는 이들은 스스로 ‘영국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고 ‘영국말(영어)’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 영국이라는 곳에서 권력자하고 지식인은 이녁을 스스로 뭐라고 여겼을까? 그들은 ‘영국사람’이 아닌 ‘임금’이나 ‘왕족’이나 ‘귀족’으로만 여겼다. 그래서 임금답고 왕족다우며 귀족다운 말을 쓰려고만 했으며, 지난날 그 사람들이 붙잡은 말은 ‘라틴말’하고 ‘프랑스말’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한국 사회에 맞대어서 살피면 여러모로 비슷하다. 오늘날 한국에서 권력자나 지식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떤 말을 쓸까? 그들이 쓰는 말은 ‘한국에서 수수하게 사는 사람들이 쓰는 말’하고 한자리에 놓일 만할까? 아니면 참으로 서로 다른 말일까? 2016.3.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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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언어 전쟁
김동섭 지음 / 책미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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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96] 무엇을 아는가



  살림하는 대로 배우고

  사랑하는 대로 배우며

  삶을 짓는 대로 배우네



  흙을 만지면서 일하는 사람은 흙말을 배웁니다. 흙을 만지작거리면서 노는 아이는 흙말을 스스로 익힙니다. 글을 쓰다 보면 글하고 얽혀서 배우고, 책을 읽다 보면 책하고 얽혀서 배워요. 사람을 사귀는 동안 사람한테서 배우고, 나무를 어루만지는 사이에 나무한테서 배웁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바람을 바라보면 바람결로 날씨도 철도 삶도 배우겠지요. ‘무엇을 아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마다 ‘사는 대로 스스로 배워서 아네!’ 하고 말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2016.3.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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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45
케빈 헹크스 글 그림, 맹주열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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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3



달덩이를 먹으며 달웃음 짓는 눈썹달

―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케빈 헹크스 글·그림

 맹주열 옮김

 비룡소 펴냄, 2005.6.3. 8500원



  저녁에 두 아이를 재우며 이마를 쓸아넘기고 볼을 토닥일 적마다 으레 생각합니다. 통통한 이 아이들 볼은, 얼굴은, 머리는, 마치 달덩이 같구나 하고요. 잠자리맡에서 살살 볼을 쓰다듬다가 때때로 입을 왕 하고 벌리며 아구아구 먹는 시늉을 합니다. 눈을 감으며 스스르 잠들려던 아이들은 입을 쩍 벌린 아버지가 냠냠 아구아구 하는 시늉을 보면서 달눈썹이 되어 웃습니다. 달덩이 같은 얼굴을 먹히니 달눈썹이나 달웃음이 되는 셈일까요.



어느 날 밤, 아기 고양이는 보름달을 처음 보았어요. ‘하늘에 조그만 우유 접시가 있네.’ 고양이는 우유가 마시고 싶어졌지요. (2쪽)



  케빈 헹크스 님이 빚은 그림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비룡소,2005)를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 고양이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아직 겪은 일이 매우 적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궁금한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보름달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보름달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하니, 초승달도 반달도 아직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을 처음 보았다면 봄이나 여름은 알더라도 가을이나 겨울은 아직 모를 만해요. 한 해가 흐르는 철도 아직 모를 테고요.



아기 고양이는 다시 힘을 냈어요.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다가 현관 맨 위 계단을 딛고 힘껏 뛰어올랐지요. (8쪽)



  달은 때때로 노랗게 빛납니다. 달은 어느 때에는 바알갛게 빛납니다. 그리고 달은 퍽 자주 하얗게 빛납니다. 동그랗고 하얗게 빛나는 달을 본 아기 고양이는 저 노랗고 동그란 것이 ‘접시에 담긴 우유’이리라 하고 여겨요.


  아하, 이 어린 고양이는 집고양이인가 보군요. 집고양이인 터라 ‘접시에 담긴 우유’를 알 테지요. 어린 고양이가 혼자 바깥 나들이를 나와서 달을 보았군요. 그런데 어린 고양이는 바깥 나들이를 나와서 달만 보지 않았어요. 달이 밝게 뜬 밤에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개똥벌레도 봅니다. 커다랗고 동그란 달은 커다랗고 맛난 우유 접시로 여긴 아기 고양이는 개똥벌레는 작으면서 맛있는 남다른 것이 아닐까 하고 여깁니다. 그렇지만 엑, 개똥벌레는 그리 맛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달을 잡으려고 계단 짬에서 뛰어올랐지만 땅바닥에 나자빠져서 뒹굴고 말아요.



아기 고양이는 가장 높은 나무로 달려가서 맨 꼭대기까지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어요. 하지만 우유 접시에는 아직도 닿을 수가 없었지요. 아기 고양이는 덜컥 겁이 났답니다. (18∼19쪽)



  아기 고양이는 털을 고르면서 기운을 차립니다. 다시 해 보려고 합니다.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봅니다. 못물에 비친 달을 보고는 못으로 뛰어들어 보기도 합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무서움에 떨기도 하고, 못물에 빠져서 홀딱 젖기도 합니다. 어린 고양이로서는 그야말로 고단한 나날인 셈입니다. 이것을 해도 안 되고 저것을 해도 안 되어요.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달 우유’는 못 먹겠네 하고 여기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가지요. 자, 이 하루는 어린 고양이한테 어떤 날로 마음에 남을까요? 해도 해도 안 되던 날로 남을까요? 수많은 새로운 일을 겪은 날로 남을까요? 나중에 동무가 생기면 이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아니면 어미 고양이한테 오늘 겪은 일을 찬찬히 들려줄 만할까요? 어린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다른 고양이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아기 고양이는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26쪽)



  그림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에 나오는 아기 고양이는 ‘달을 먹지’는 못 합니다. 달을 먹으려 했을 뿐입니다. 달을 먹으려 하면서 숱한 일을 겪었고, 나무도 꼭대기까지 씩씩하게 올라갔어요. 다만, 꼭대기에서 덜덜 떨기는 했어도 말이지요. 더욱이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이 어린 고양이는 못물에 당차게 뛰어들었어요. 아직 못물인지 몰랐기 때문일 수 있는데, 고양이로서 못물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헤엄도 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일을 잔뜩 겪었고, 이러는 동안 생각이 늘고, 이야기가 자라며, 몸이랑 마음도 부쩍 큽니다.


  달덩이를 먹으며 달웃음 짓는 눈썹달로 잠드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은 밤새 곱게 꿈나라를 누비다가 아침에 번쩍 눈을 뜹니다. 아이들은 참말로 번쩍 하고 눈을 떠요. 어제 했던 놀이는 모조리 잊고, 아침부터 새로운 놀이로 접어듭니다. 어제 하다가 잘 안 되던 놀이를 다시 하면서, 오늘은 조금 더 잘 해 보자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마음이 됩니다. 어제까지 잘 못 하던 놀이를 새롭게 붙잡으면서 어느새 모든 놀이를 익숙하게 해냅니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며, 더 힘차게 걷습니다. 더 활짝 웃고, 더 신나게 노래하며, 더 싱그러이 춤춥니다.


  아이들은 차츰 밥을 더 먹습니다. 아이들은 차츰 더 오래 놉니다. 아이들은 차츰 더 말을 많이 합니다. 밥을 먹고 사랑을 먹으며 온갖 일(경험)을 먹습니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말을 먹고, 수많은 이야기를 먹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 고양이도, 나를 둘러싼 아이들도, 온누리에 저마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자라는 어여쁜 아이들도, 아침저녁으로 새로우면서 기쁜 꿈을 지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2016.3.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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