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 살림 YA 시리즈
로알드 달 지음, 퀀틴 블레이크 그림 / 살림Friends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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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날고, 비행기와 휘발유까지 거저라니!

―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

 로알드 달 글·사진

 퀸틴 블레이크 그림

 최지현 옮김

 살림Friends 펴냄, 2016.3.30. 11000원



  하늘을 날아오를 적에 어떠한 느낌인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두 손을 맞잡고 빙빙 돌려 주면 무척 좋아해요. 몸이 바닥에서 붕 뜬 채 ‘낮기는 해도’ 하늘을 날거든요. 어른이 어른 손을 맞잡고서 ‘하늘돌리기’를 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른이 아이 손을 맞잡고서 하는 ‘하늘돌리기’는 아주 가뿐해요.


  마당에서 두 아이를 하나씩 하늘돌리기로 바람을 가르도록 해 주면서 가만히 내 어릴 적을 돌아봅니다. 살갑고 상냥한 어른이 하늘돌리기를 해 주면 무척 신납니다. 찌릿찌릿 온몸이 새롭게 깨어나는 느낌입니다. 짧은 동안이지만 이렇게 바람을 가르면서 생각해 보곤 해요. 어른 손에 기대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지 않고, 내 힘만으로 홀가분하게 바람을 가르면서 저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신날까 하고요.



“대머리인 게 나쁜 건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난 네 생각을 묻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약속하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32∼33쪽)


“무솔리니가 아비시니아를 점령하려고 수십만의 군대를 그곳에 보냈죠. 이제 그 군인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이탈리아 여자를 배에 실어 보내는 거요.” “농담이시겠죠.” “저렇게 잔뜩 실어 날라서 일반 사병들 모두에게 여자 한 사람씩, 그리고 대령에게는 두 사람씩, 장군에게는 세 사람씩 배당하죠.” “제발 농담 좀 그만해요.” “정말 저들은 군인에게 보내지는 거예요. 아무 의미도 없고, 근거도 없는 전쟁이죠. 군인은 모두 전쟁을 싫어해요. 비참한 아비시니아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데 신물이 나 있어요. 그래서 무솔리니가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고 여자들 수천 명을 보내는 거요.” (39∼40쪽)



  로알드 달 님이 갓 스무 살을 넘길 즈음 겪은 일을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하게 담아낸 이야기책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살림Friends,2016)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2010)하고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는 로알드 달 님이 1920∼30년대에 학교를 다니면서 영국 학교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했는가 하는 대목을 ‘발칙·유쾌’라는 말마디로 에둘러서 그린 이야기라면, 《위대한 단독 비행》은 1930∼40년대에 아프리카로 가서 일을 하다가 전쟁통에 갑자기 군인이 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겪어야 했던 삶을 ‘위대·단독’이라는 말마디로 간추려서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로알드 달 님은 왜 ‘위대’랑 ‘단독’이라는 이름을 넣어서 ‘공군 조종사’ 삶을 이야기했을까요? 이 이야기는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2012)이라는 평전에서 아주 낱낱이 다루는데,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배에서 겪은 일이라든지,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난 ‘노예(하인)’라든지, 아프리카에서 마주친 뱀이나 사자라든지, 더욱이 독일하고 영국 사이에 전쟁이 불거지면서 ‘군사훈련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이 총자루를 손에 쥐’고는, 그동안 그냥 이웃으로 지내던 독일사람을 ‘전쟁포로’로 사로잡아야 하는 일을 ‘위대’하면서 ‘단독’으로 해내거나 치러야 했습니다.



요리사가 아내에게 먼저 다다랐고 이어서 로버트 샌포드와 내가 차례로 도착했다. 난 도무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자의 끔찍한 이빨이 여자의 허리와 배를 두 동강으로 찢어 놓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자는 땅에 앉아서 요리사 남편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던 것이다 … “없어요, 브와나. 사자는 제가 마치 새끼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물고 여기까지 왔어요. 하지만 옷은 빨아야겠어요.” (61, 62쪽)


“모두 소탕해 버려. 기관총이 있지 않나? 기관총 하나가 소총을 가진 500명을 쳐부술 수 있지.” 나는 점점 긴장했다. 난 포르투갈령 동아프리카로 이어진 먼지 나는 연안도로에서 500명의 시민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재량껏 처리해야겠지.” 대위는 논쟁을 피하고 있었다. (87쪽)



  로알드 달 님은 어찌저찌 독일 ‘시민’을 전쟁포로로 잡습니다. 죽을 고비까지 아슬아슬하게 넘기면서 ‘첫 임무’를 가까스로 마칩니다. 이런 뒤 공군으로 자원했고, 차근차근 훈련을 받아서 ‘공군 부대’로 갑니다. 그런데 로알드 달 님은 손수 전투기를 몰고 부대로 가는 길에 헤매지요. 아니, 길을 잃어요. 사막 한복판에 그만 처박힙니다. 전쟁터로 가서 싸우기도 앞서 그만 혼자 죽을 고비에 빠집니다.


  수술을 받고 몸을 다스리면서 여섯 달을 더 기다린 끝에 비로소 부대로 들어가는데, 공군 조종사 로알드 달이 간 곳에 있는 영국 전투기는 열 몇 대뿐입니다. 열 몇 대뿐인 영국 전투기는 수백 대나 수천 대에 이르는 독일 전투기하고 맞서서 싸워야 합니다. 전투기도 조종사도 워낙 적은 탓에, 하늘에서 그냥 죽든지 아니면 그냥 몸바쳐서 이슬로 사라지든지 해야 하지요. 열 몇 대뿐인 전투기로는 함께 작전임무를 하지 못합니다. 늘 혼자 움직이면서 여러 대나 수십 대에 이르는 독일 전투기하고 맞붙어야 합니다. 참말로 ‘위대’한 ‘단독’ 비행인 셈이지요.



단독 비행을 한 후 나는 허가를 받고 짧은 시간을 혼자 비행할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케냐 같은 아름다운 나라의 하늘을 씽씽 솟구쳐 오르며 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운 좋은 젊은이가 얼마나 있을까. 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묻고 또 물었다. 심지어 비행기도, 휘발유도 공짜고 말이다! (122쪽)



  쉽게 헤아려도 으레 1:50으로 싸우는 셈인데, 로알드 달은 갓 스물 나이에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죽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멋지고 아름다운 하늘’을 혼자서 마음껏 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고 기쁜가 하고 생각했다고 해요. 키가 몹시 커서 조종칸에서 늘 구부려 앉아야 했고, 때로는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하지만, 홀로 하늘을 가르면서 바라보는 아프리카나 그리스 하늘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고 해요.


  ‘천재 이야기꾼’은 이런 바탕에서도 태어났겠구나 하고 느껴요. 소름이 돋도록 무섭고 끔찍한 학교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야 한 뒤, 감옥 같던 학교에서 풀려나 아프리카를 누비고 ‘사람 잡는 사자’하고 ‘사람 잡는 큰 뱀’을 보다가 ‘전투기 조종사’로 혼자서 하늘을 가르는 동안 젊은이 가슴에는 어마어마한 꿈이 피어났으리라 느껴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로알드 달 님은 “심지어 비행기도, 휘발유도 공짜!”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대요. 얼마나 “운 좋은 젊은이!”인가 하고 외쳤대요.



난 아직 어리고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어서 이 그리스에서의 탈출이 멋진 모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거다. 이 나라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란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173쪽)


독일 전투기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종종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게 분명했다. 반면 우리는 수가 적어서 오히려 많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햇살이 반짝이고 비행장 풀밭에는 야생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이 아름다운 땅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난 생각했다. (205쪽)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에 나오는 대로, 영국 공군은 전투기가 몇 대 없었습니다. 마지막 ‘하늘싸움’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스 전선 영국 전투기’ 열 대 남짓이 오백 대가 넘는 독일 전투기하고 함께 맞붙었다고 합니다. 비행기 몸통에 총알 구멍이 수없이 박혔어도 로알드 달 님은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총알하고 기름을 다시 채우고 구멍을 새로 메운 뒤에 끝없이 다시 오르고 또 오르면서 하루 내내 하늘싸움을 했다는데, 이동안 독일 전투기를 몇 대 떨어뜨렸는지 알 길은 없지만(셀 겨를이 없었겠지요), 그 하늘싸움에서 용하게 살아남은 몇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 아슬아슬한, 살이 떨리는 고빗사위를 글줄로 찬찬히 풀어놓습니다.


  살아남았기에 쓸 수 있는 글입니다. 살아남았기에 그무렵을 떠올리면서 쓸 수 있는 글이에요. 무엇보다도 ‘그냥 살아남’지 않고, ‘위대한 단독 비행’을 언제나 기쁘게 맞아들이면서 눈부신 하늘과 땅을 마음껏 마주할 수 있었기에 쓸 수 있는 글입니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리고 뭔가가 간절히 필요하면 얻게 되는 법이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더니 내 등을 철썩 때렸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군요. 하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으니까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268쪽)


버스는 아직도 100야드 밖에 있는데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는 대문 밖에서 버스가 오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어머니는 아마도 한두 시간 전부터 버스가 지나는 것을 보며 그곳에 서 계셨을 것이다. 3년이나 기다렸는데 한 시간 아니, 세 시간이라 한들 뭐가 문제겠는가? (281쪽)



  아프리카에서 일하다가 공군 조종사가 되어 ‘어머니가 사는 나라’하고는 세 해 즈음 떨어져서 지냈다고 합니다. 이야기책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 마지막에는 어머니한테 찾아가는 모습이 흐릅니다. 세 해를 기다린 어머니한테 세 시간이 뭐가 대수롭겠느냐 하고 적는 글 한 줄이 덤덤합니다. 덤덤할 수 없을 테지만 덤덤합니다.


  스스로 연 꿈길이기에 덤덤하게 글로 풀어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사자한테 잡아먹힐 뻔한 사람을 본 다른 사람이라면 ‘무서워서 아프리카에서 일 못 한다!’고 할 만해요. 커다란 뱀이 사람을 집어삼키려는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본 다른 사람이라면 이때에도 ‘무서워서 그런 곳에 어떻게 있느냐!’ 하고 말할 만합니다. 어제까지 민간인이던 이웃을 총으로 윽박질러서 전쟁포로로 삼으라고 하는 명령을 받을 적에도, 1:50이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로 싸워야 하는 공군 조종사 노릇도, 어느 눈길로 보면 ‘말도 안 되고 끔찍하며 괴로운 삶’으로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로알드 달 님은 이런저런 모든 일을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새로운 길’로 여깁니다. 삶을 새롭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동안 ‘적군 비행기를 쏘아 맞히지 못하면 내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어야 하는 노릇’이지만, 로알드 달 님은 이런 생각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과 땅’을 먼저 보고 오래 생각하면서 마음에 담아요.


  꿈길을 걷듯이 하루하루 맞이하기에 새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할 만합니다. 꿈길을 보듯이 하루를 ‘기쁨과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보았기에 언제나 씩씩하게 허리를 펴면서 활짝 웃는 몸짓으로 재미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조금이라도 ‘지겹거나 괴롭거나 고단한 눈’이었다면 천재 이야기꾼도, 《로알드 달의 위대한 단독 비행》 같은 책도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하고 느낍니다. 2016.4.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 사진은 살림프렌즈 출판사에서 보내 주어서 함께 붙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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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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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19



깊은 새벽에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며

―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안현미 글

 창비 펴냄, 2014.5.23. 8000원



  깊은 새벽에 아이들 이불깃을 여밉니다. 한밤에도 으레 아이들 이불깃을 여밉니다. 하루 내내 신나게 뛰논 아이들은 꿈나라에서 뛰노느라 잠자리에서 이리저리 구릅니다. 온 하루를 개구지게 뛰논 아이들은 잠자리에서 무척 고단한지 자꾸 뒹굴면서 내 옆구리를 차고 이불을 걷어찹니다. 그러니 나는 밤새 잠을 살짝 옆으로 미루고 틈틈이 이불깃을 여미면서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으면 아이들은 밤새 저희가 어떻게 잤는가를 하나도 모릅니다. 알 턱이 없기도 할 테고, 알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밤새 무슨 꿈을 꾸었느냐 하고 물으면, 두 아이는 언제나 대단히 신나게 온갖 놀이를 다 하면서 놀았다고 해요. 그래, 그렇게 꿈에서도 뛰어놀고 날아다니니까 밤새 이불을 차고 구르면서 잘 테지요.



악어가죽 가방을 든 여자가 도착한다 결정적으로 코를 빠뜨린 녹색 카디건을 입고 있다 비에 젖은 트렁크에선 빗물이 떨어지고 호텔 로비의 괘종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다 (백 퍼센트 호텔)


곤드레나물밥을 먹는다 / 곤드레나물밥을 먹으며 지나가는 시간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 우리는 잠시 사는 것 (불혹, 블랙홀)



  안현미 님이 빚은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창비,2014)를 읽습니다.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산다는 안현미 님은 시를 쓰는 사람이면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2001년에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에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집을 찬찬히 펼치다가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같은 말마디를 봅니다. 아하, 이녁은 낮밤을 길디길게 보내는 살림이로군요. 집살림을 꾸리려고 낮에는 몸으로 뛰고, 마음살림을 가꾸려고 밤에는 온힘을 기울이는 하루이지 싶어요.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구리)


우리는 선천적으로 두개의 음악을 가지고 있다. 들숨과 날숨!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정치적인 시)



  〈정치적인 시〉라는 노래에서 들려주듯이, 우리한테는 누구나 두 가지 노래가 있다고 느낍니다. 들숨하고 날숨. 마시는 숨하고 내쉬는 숨. 숨을 쉬며 사는 우리 가운데 ‘늘 숨을 쉰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척 드물는지 모르는데, 사람은 누구나 1초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목숨이 끊어져요. 사람뿐 아니라 벌레하고 짐승도 숨을 아주 살짝이라도 안 쉬면 죽습니다. 풀하고 나무조차도 숨을 못 쉬면 그예 죽습니다. 이른바 ‘진공’이라는 데에 들어가면 누구라도 곧바로 죽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숨을 살피면, 들숨하고 날숨은 ‘같은 바람’을 마시더라도 다른 결입니다. 들이마실 적하고 내쉴 적에 다르게 흐르는 바람이에요. 참말로 두 갈래 노래입니다. 마시는 노래요 내쉬는 노래입니다. 받아들이는 노래요 내보내는 노래입니다. 받는 노래요 주는 노래예요.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아이한테 주고, 아이한테 주는 사랑을 새삼스레 아이한테서 받습니다.



그리하여 그도 그렇겠다 글렌 굴드를 듣는다 당신은 가벼울 필요도 없지만 무거울 필요도 없다 내 생의 앞 겨울을 당신을 훔쳐보면서 설레었으나 그 겨울은 거울처럼 깨져 버렸고 깨진 거울의 파편을 밟고 당신은 지나갔다 (그도 그렇겠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밥상이 날아가고 핸드폰이 날아가고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던 삼겹살이 날아가고 소주병이 날아가고 (축 생일)



  아줌마 시인인 안현미 님은 낮밤으로 바쁘게 하루를 지으면서 시를 씁니다. 나는 낮밤으로 바쁘게 살림을 꾸리면서 글을 씁니다. 나는 낮에 밥하고 빨래하고 집 안팎을 건사하고 마을도서관을 열고 아이들을 이끌면서 놀이를 하다가는, 밤이 되어 고단한 몸을 움직여 글 몇 줄을 신나게 씁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슬그머니 일어날라치면 아이들은 “아버지 곧 와?” 하고 묻습니다. 잠든 척하고 잠들지 않은 아이들은, 깊은 밤에도 꿈나라에서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우리는 늘 마음으로 함께 있어.” 하고 속삭이고는 이불깃을 다시 여미어 줍니다.


  사월에 사월답게 피고 지는 꽃하고 잎을 바라보면서 사월스러운 노래를 듣습니다. 어느덧 꽃잎이 다 떨어진 매화나무 곁에서 새롭게 돋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이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매화나무는 꽃잎을 모두 떨구었지만, 나뭇잎을 먼저 내놓은 뒤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과나무는 이제 막 꽃잎을 한껏 벌립니다. 모과나무에 피는 모과꽃이 머잖아 꽃가루받이를 마치고 하나둘 눈송이처럼 떨어질 무렵에는, 이 나무 곁에 있는 다른 나무인 찔레나무에서 새하얀 꽃이 잔치를 벌여요. 그리고, 찔레나무 찔레꽃이 질 무렵에는 우리 집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가 퍽 느즈막하게 꽃을 터뜨리면서 온 마을 새하고 나비를 부릅니다.



새벽 5시, 세탁기를 돌린다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세탁기를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는 8가구 다세대주택의 새벽을 돌린다 (1인 가족)


엄마는 노루모산을 끼고 살았다 / 신이 되려는 중인지 (화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서 쌀을 씻어서 불립니다. 오늘 아침은 어떤 밥으로 지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합니다. 어제 먹고 남긴 국을 들여다보고, 어젯밤에 등허리가 결리도록 마련한 밑반찬을 살핍니다. 오늘도 새로 밑반찬을 하나 해 볼까 하고 어림하다가는, 살며시 트는 동에 따라 아침부터 바지런히 날아다니는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에 귀를 기울입니다.


  나는 시골에서 새하고 풀벌레하고 나비하고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옆에 끼고 삽니다. 그리고 두 아이가 하루 내내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들려주는 노래를 곁에 끼고 삽니다. 아줌마 시인 안현미 님네 어머님은 노루모산을 끼고 살면서 하느님이 되려고 하셨다면, 나는 숲노래를 듣고 아이들 놀이노래를 끼고 살면서 하느님이 되려고 하는지 모릅니다. 이틀 동안 내린 비가 밤에 비로소 그쳤으니 오늘은 아침부터 사흘치 빨래를 하면서 열어야겠군요. 어제부터 불린 옥수수 씨앗도 뒷밭에 가지런히 심어야겠고요. 바쁜 사월에 시집 한 권을 동무처럼 책상맡에 놓습니다. 2016.4.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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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훔친 꼬마 악마 - 리투아니아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4
고향옥 옮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우치다 리사코 글 / 비룡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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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5



가난한 이웃한테 ‘귀한 것’은 훔치지 않아

― 빵을 훔친 꼬마 악마

 우치다 리사코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펴냄, 2014.10.17. 9000원



  읍내마실을 아이들하고 나간 다음에 집으로 돌아올 적에 두 군데에서 군내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한 곳은 읍내 시외버스역이고, 다른 한 곳은 읍내이면서도 읍내 거의 끝자락입니다. 읍내 시외버스역은 늘 사람이 붐비고 차가 많을 뿐 아니라, 우리가 쉬거나 앉을 만한 자리도 없습니다. 읍내에서 끝자락에 있는 버스역은 자동차가 그리 많이 오가지는 않으면서 읍내 초등학교 옆에 있습니다.


  우리는 으레 읍내 끝자락 버스역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곳에는 둘레에 냇물이 흐르고 풀밭이 있는데, 요즈막 새봄에 큰아이는 이 풀밭에서 ‘네잎토끼풀’을 찾느라 바쁩니다. 잎이 넷인 토끼풀을 찾아서 기쁨을 한가득 누리려는 마음으로 버스가 들어오기 앞서까지 풀밭에 쪼그려앉아서 눈알을 굴려요.


  지난주에 큰아이가 찾은 네잎토끼풀은 큰아이가 내내 손에 쥐고 놀다가 어느새 시들더니 잎이 톡 끊어졌습니다. 오늘 큰아이가 찾은 네잎토끼풀은 큰아이가 더 손에 안 쥐고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지난주에 큰아이한테 “그 네잎토끼풀을 책 사이에 끼우고 잘 누르면 오래도록 예쁜 모습을 이을 수 있단다.” 하고 말해 주었을 적에는 안 들었지만, 오늘 큰아이는 지난주 일을 겪은 뒤 ‘또 이 네잎토끼풀을 그냥 버리지 않아야겠다’고 느끼면서 바로 아버지한테 주는구나 싶어요.



“야호, 야호! 이것 좀 보세요. 멍청한 나무꾼의 빵을 슬쩍 가져왔어요!” 꼬마 악마는 자랑스럽게 말했어. 그러자 큰 악마들이 불같이 화를 냈지. “네 요놈, 무슨 짓을 한 게냐! 가난한 나무꾼의 귀한 빵을 훔치다니! 당장 가서 잘못을 빌지 못할까!” (6쪽)



  우치다 리사코 님이 글을 쓰고, 호리우치 세이치 님이 그림을 빚은 《빵을 훔친 꼬마 악마》(비룡소,2014)라는 대단히 멋진 그림책을 읽습니다. 일본에서 1979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2014년에 나온 그림책인데, 나는 이 그림책이 대단히 멋지다고 느낍니다. 일본사람이 담은 리투아니아 옛이야기 그림책인데, 이 그림책을 보면 ‘일본스러움’뿐 아니라 ‘리투아니아스러움’이 함께 흘러요. 참 마땅한 일일 테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빚은 사람은 일본사람이요, 이야기 바탕은 리투아니아이니까요.


  그나저나 이 그림책이 왜 대단히 멋진 그림책인가 하고 느끼느냐 하면, 나는 이 그림책 겉그림만 보고도 아주 재미나겠구나 하고 느꼈고, 책을 장만해서 처음 받아서 펼칠 적에도 이야 참 재미있네 하고 느꼈으며, 우리 집 두 아이 모두 날마다 한두 차례씩 이 그림책을 펼치면서 깔깔거리며 읽는 모습에서도 참말로 재미있네 하고 생각했어요. 더욱이, 그림책에 나오는 ‘꼬마 악마’는 아주 조그마한 몸집이지만 꾀도 바르고 힘도 세며 슬기로울 뿐 아니라, 아주 착한 마음이에요. 이야기에서는 ‘악마’로 나오지만 더없이 착한 마음이랍니다.



나무꾼이 웃으며 말했어. “빵을 가져왔으니 됐다. 어서 돌아가거라.” “무슨 일이든지 할게요. 시켜만 주세요.” 꼬마 악마가 울음을 터뜨렸어. 나무꾼은 깜짝 놀라 골똘히 생각하더니, 꼬마 악마에게 말했지. “그럼, 나를 따라오너라.” (9쪽)



  그러고 보니까, 리투아니아 옛이야기에 나오는 ‘꼬마 악마’는 참말 ‘악마’입니다. 그런데, 이 꼬마 악마는 마음이 착해요. 개구쟁이에 장난꾸러기라서 ‘멍청한 나무꾼 도시락’인 빵 한 조각을 훔치기는 했는데, ‘수많은 어른 악마’는 이 개구진 장난꾸러기 꼬마 악마를 아주 무시무시하도록 나무랍니다. 얼른 그 빵을 돌려주고 잘못을 뉘우칠 뿐 아니라 나무꾼을 도운 다음에야 ‘악마네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해요.


  이렇게 놓고 보면 악마는 ‘나쁜 짓’을 일삼는 넋이 아니라, ‘바탕은 착한 마음’이면서 ‘나쁘게 사는 사람’한테 그 나쁜 짓 좀 그만하라고 일깨우는 ‘착한 숨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악마’라는 이름은 ‘악마가 아닌 악마’한테서 ‘무시무시하게 꾸지람을 들은 사람’이 심통이 나서 붙인 이름일는지 모르지요.



나무꾼이 땅 주인의 허락을 받고 돌아오자마다 꼬마 악마는 서둘러 일을 했어. 커다란 나무들을 모조리 뽑아내고, 물을 단숨에 쭈욱 들이마셨지. 그런 다음, 땅을 평평하게 갈았어. 꼬마 악마는 땅에 보리 씨앗을 골고루 뿌렸어. 나무꾼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지켜보다가 함께 씨앗을 뿌렸지. (14∼15쪽)



  그림책 《빵을 훔친 꼬마 악마》에 나오는 나무꾼 아저씨는 착하고 수더분합니다. 꼬마 악마가 빵을 훔치든 말든 그리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빵이 사라졌어도 그저 한 끼니를 굶고서 조용히 지나갈 만한 마음결입니다. 꼬마 악마가 나무꾼 아저씨한테 꿈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무엇이든 시키라고 할 적에도 이 나무꾼 아저씨는 돈을 달라거나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못 쓸 땅’으로 여기는 자리를 꼬마 악마한테 가리키면서 이 자리에 보리를 심는 보리밭으로 가꾸고 싶다고 말할 뿐이에요.


  아이들 사이에서 그림책을 얼핏설핏 보다가, 아이들이 잠든 뒤에 혼자서 가만히 그림책을 더 들여다보다가, 나중에 큰아이가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줄 적에 나도 곁에 함께 앉아서 큰아이 목소리로 이 그림책을 새삼스레 자꾸자꾸 다시 들여다보다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꼬마 악마가 내 둘레에서 나한테 해코지를 했다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찾아오면 나는 꼬마 악마한테 무엇을 바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여러 날, 여러 달 생각해 보았는데, 나도 이 그림책에 나오는 나무꾼 아저씨하고 비슷하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다만, 나는 보리밭보다는 숲을 가꾸고 싶다는 말을 했으리라 생각해요. 큰길마다 아름드리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고, 골짜기마다 짙푸른 숲으로 아름다워서 시골사람뿐 아니라 도시 이웃도 숲바람을 즐겁게 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뜻밖에 부자가 된 나무꾼은 눈물 흘리며 기뻐했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꼬마 악마가 말했어. “나무꾼 님, 그런 말 마세요. 이제 나무꾼 님의 귀한 빵을 훔친 저를 용서해 주시는 거죠?” (30쪽)



  가난한 이웃한테 ‘귀한 것’이란 무엇일까요? 금은보화일까요? 아니지요. 엄청난 보배일까요? 아니지요. 자가용이나 아파트일까요? 아니지요. 은행계좌일까요? 이도 아니지요. 가난한 이웃한테 ‘귀한 것’이란 수수한 아침저녁 한 끼니 밥입니다. 그리고, 수수한 옷 한 벌입니다. 그리고, 이 수수한 밥을 차리는 사랑스러운 손길이요, 이 수수한 옷을 짓는 따사로운 손매예요.


  우리 집 큰아이가 풀밭에 한참 쪼그려앉아서 찾아내는 네잎토끼풀이 대수롭다고 느낍니다. 네잎토끼풀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새봄을 맞이해서 거의 날마다 한 줌 가득 훑어서 까르르 웃고 즐기는 들꽃이 더없이 대수롭다고 느낍니다. 우리 집 마당에 떨어지는 곱고 빨간 동백꽃잎을 아이들이 머리에 얹고서 그야말로 맑게 웃으면서 노는데, 이 동백꽃잎이 참으로 대수롭다고 느낍니다.


  리투아니아라고 하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먼먼 옛날부터 이어온 이야기에 나오는 ‘꼬마 악마’ 이야기란 바로 이 대목을 조용히 밝히지 싶습니다. 우리가 이웃하고 동무 사이에서 아끼면서 보듬을 자리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옛이야기요, 어른이자 어버이라는 나 스스로 아이들 앞에서 무엇을 살뜰히 보살피면서 하루 살림을 지을 때에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밝히는 옛이야기이지 싶어요. 사월을 맞이해서 내린 비가 논을 흠뻑 적시니 해가 떨어질 무렵부터 개구리 노랫소리가 우렁찹니다. 2016.4.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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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사전 (사진책도서관 2016.3.3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한 권 펴내려고 하면서 삼월 마지막 한 주를 집에서 ‘글손질’로 보냅니다. 원고지로 2800장 남짓 되는 글을 낱낱이 되읽으면서 뜻풀이를 가다듬고 보기글을 새로 붙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펴내려는 한국말사전은 ‘비슷한말 사전’이기에, 비슷한말을 풀이하거나 다루면서 자칫 돌림풀이가 된 대목이 없는가 하고 살피는데, 자꾸 이곳저곳이 보입니다. 예전에 이 글을 쓰면서 손보고 거듭 손볼 적에는 안 보이던 대목이 새삼스레 보입니다.


  월요일부터 하던 ‘글손질’은 화요일과 수요일을 지나는 사이에도 끝날 낌새가 보이지 않더니, 목요일과 금요일까지 온통 바쳐야 하는구나 싶도록 손질할 데가 드러납니다. 글손질을 하며 생각해 보았지요. 이 글꾸러미가 지난해나 지지난해에 책으로 나왔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그때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전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너무 부끄러운 책이 되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돌림풀이를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 텐데,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해도 내가 눈치를 챈다면 부끄럽지요. 이 글꾸러미가 두 해 즈음 묵고서 이제 바야흐로 책으로 나올 수 있으니 이모저모 손질할 곳을 느끼고 찾아내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무튼 새벽부터 밤까지 글손질에 꼬박 매달리는 동안 도서관에는 거의 한 발짝도 디디지 못하고,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놀아 줍니다. 설렁설렁 차리는 밥에도 아이들이 맛나게 먹어 주고, 머리를 식히고 몸을 쉬려고 살짝 바람을 쐬는 길에도 아이들이 잘 뛰어놉니다. 글을 도맡아서 쓰고 손질하기로는 나 한 사람이지만, 이 한국말사전이 오월에 눈부신 햇살을 받고 태어난다면, 이 새로운 한국말사전 한 권은 바로 우리 네 식구 숨결이 고이 깃드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 사전에는 ‘글쓴이’ 자리에 ‘숲노래’ 이름도 함께 넣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





*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에 오실 적에는 먼저 전화해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에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ㄱ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ㄴ : 지킴이로 지내며 보탠 돈이 200만 원을 넘으면 된다

* 도서관+배움터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배움터 지킴이가 되신 분은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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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1
장성익 지음, 홍자혜 그림 / 분홍고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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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31



우주에서 보면 티끌보다 작은 지구

― 있다! 없다!

 장성익 글

 홍자혜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5.8.19. 12000원



  마음 가득 즐거운 생각을 스스로 품을 때에 즐겁구나 하고 느낍니다. 즐거움은 남이 일으켜 주거나 선물해 주지 않아요. 밥을 짓든, 빨래를 하든, 길을 걷든, 노래를 부르든, 그냥 웃든, 하늘을 보든, 밥을 먹든, 잠을 자든, 참말 스스로 즐겁게 바라보고 마주할 때에 비로소 즐거울 수 있어요.


  억지로 놀라고 한들 즐겁게 놀지 못해요.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이 되어서 놀아야 비로소 즐거워요. 어른들이 하는 일에서도 이와 같아요. 억지로 시켜서 해야 하는 일보다는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에서 즐거움이 피어나고 보람이 생겨난다고 느껴요.


  스스로 즐거울 수 있기에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해요. 왜냐하면, 교실에 앉아야만 배우지 않고, 책을 펴야만 배우지 않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을 스스로 고이 품을 수 있으면, 교실에 앉지 않아도 배울 만해요. 새로운 살림을 꿈꾸는 마음을 스스로 기쁘게 헤아릴 수 있으면, 책을 펴지 않아도 배울 만할 테고요. 그래서 내가 스스로 즐거우려 하지 않으면 즐겁지도 않은데다가, 내가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으면 배우지도 못하는 하루가 어제하고 똑같이 되풀이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이 먹이사슬에서 메뚜기가 멸종되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또는 뱀이 그렇게 된다면? (19쪽)


어쩌면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나 분자로 이루어졌으니까요. (26쪽)



  장성익 님이 글을 쓰고 홍자혜 님이 그림을 그린 《있다! 없다!》(분홍고래,2015)를 읽으면서 즐거움과 배움이라는 대목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있다! 없다!》는 어느 한 가지를 ‘한쪽 눈’으로만 보지 말고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하도록 이끄는 어린이 인문책입니다. 사회라든지 책이라든지 언론에 나오는 ‘한쪽 눈’을 넘어서, 사회나 책이나 언론이 안 짚거나 안 다루는 ‘다른 한쪽 눈’도 헤아려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꾸러미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있다! 없다!》에서 다루려 하는 ‘두 눈’은 ‘속눈’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겉눈’으로만 볼 적에는 “있다!” 하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속눈으로 함께 볼 적에는 “없다!” 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겉눈으로만 볼 적에는 “없다!” 하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속눈으로 다시 볼 적에는 “있다!” 하고 새삼스레 알아차릴 수 있어요.



현대 산업 문명은 무조건 많이 생산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필연적으로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60쪽)


20세기 초 정도까지만 해도 우주가 이렇게나 넓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태양과 우리 지구가 속한 은하계가 우주 전부라고 알고 있었어요. (42쪽)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언제부터 저곳에 있었을까요? 밤하늘에 별을 보기 어렵도록 매캐한 하늘을 등에 이고 사는 사람들(어른과 아이 모두)은 별이 있는 줄 없는 줄 얼마나 알 만할까요? 깊은 시골에 사는 사람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사는 사람은 ‘별이 얼마나 있다’고 여길 만할까요? 또, 서울 한복판에서 사는 사람하고 숲에 깃들어 사는 사람은 ‘자동차가 얼마나 있다’고 여길 만할까요?


  우리한테는 무엇이 있을 때에 즐거움이 함께 있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이 있도록 이 삶터를 가꾸고 우리 마을이나 살림터를 돌볼 적에 서로 즐겁거나 아름다울 만할까 하고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돈이 있고 없는 모습이란 무엇일까요. 집이 있고 없는 모습이란 무엇일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군수나 시의원이나 군의원을 뽑는 자리란 무엇일까요. 해마다 봄이 되어 밭을 갈고 논을 갈아 씨앗을 심는 시골지기란 누구일까요. 우리는 이 봄을 어떠한 마음이나 몸짓이나 생각으로 맞이할 만할까요.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은 오늘날 한국에서 5%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 5%로도 우리는 어디에서나 늘 먹고 마실 수 있는 삶이에요. 그러면 우리한테는 무엇이 있거나 없는 셈일까요. 앞으로 이 5%가 1%나 0%가 되어도 우리는 넉넉히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삶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생각은 대체로 우리가 사는 지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방금 살펴봤듯이 지구는 우주 전체 차원에서 보면 그야말로 티끌보다도 훨씬 더 작습니다. (45쪽)



  생태사슬에서 파리가 사라지면 똥이 온 지구에 넘치고 맙니다. 생태사슬에서 날벌레 한 가지가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그만 끊어집니다. 새 한 가지가 사라질 적에도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숲짐승 한 가지가 사라져도 먹이사슬이 끊어져요.


  얼마 앞서까지 사람들 누구나 수천 가지에 이르는 씨앗을 저마다 심어서 온갖 곡식이나 열매를 골고루 누렸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손꼽는 씨앗이나 열매 가짓수는 몇 가지 안 돼요. 이러면서 가게마다 과자나 빵 가짓수는 자꾸 늘어납니다.


  우리한테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얻으면서 무엇을 잃을까요. 《있다! 없다!》를 빚은 두 어른은 어린이들한테 ‘우주에서 보면 티끌보다 작은 지구’라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려 합니다. 너무 많은 어른들이 ‘우주 눈길’을 잃을 뿐 아니라 ‘지구 눈길’조차 잃고, 지구뿐 아니라 ‘아시아’라든지 ‘한국’이라든지 ‘마을’이라는 눈길마저 잊는 대목을 곰곰이 짚어서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 집’이나 ‘우리 보금자리’라는 눈길까지 잃거나 잊은 채 너무 바쁜지 몰라요. 집을 손수 짓고 살림을 손수 가꾸며 아이들을 손수 가르치고 사랑하는 삶을 어느새 잊거나 잃었다고 할 만한지 모르지요.



신자유주의 세계화 경제는 ‘자유로운 경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문제는 자유로운 경쟁만 강조하면 힘센 쪽만 계속 이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린 유치원생 아이와 다 큰 대학생 청년을 똑같은 출발선에 세워 놓고 ‘자유롭게’ 달리기 경주를 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102쪽)



  우주라는 테두리에서 지구를 바라보자고 하는 까닭은, ‘우리가 티끌’이라는 대목을 깨닫자고만 하는 이야기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주 테두리에서는 티끌일 수 있는데, 우리 몸을 가만히 헤아리면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원자와 분자’로 치자면 ‘우리 몸도 우주 가운데 하나’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나 ‘우주’이면서 ‘티끌’인 숨결인 셈이에요. 크면서도 작고, 작으면서도 크다고 할 만해요. 이리하여 내가 선 자리를 찬찬히 바라보고, 내가 갈 길을 가만히 꿈꾸며, 내가 지을 삶을 하나하나 이룰 때에 바야흐로 즐거움하고 기쁨을 손수 일으킬 만하다고 느껴요.


  남들이 시키는 대로 가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길을 갈 때에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있다 없다’라는 두 눈으로, 그러니까 겉눈뿐 아니라 속눈으로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길을 갈 때에 기쁘게 웃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고요히 눈을 감고서 속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가만히 속눈을 뜨고서 마음으로 서로 아낄 수 있기를, 느긋하게 속마음을 열고서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있다! 없다!》라는 책을 되새겨 봅니다. 2016.4.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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