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보물이야! 푸른숲 그림책 8
사사키 마사미 글, 이은경 옮김, 사타케 미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8



걸레를 빨아 줄 만큼 대견하게 자란 아이들

― 너는 나의 보물이야!

 사사키 마사미 글

 사타케 미호 그림

 이은경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2012.3.5. 9800원



  누군가 나한테 한 마디를 묻는다면, 이를테면 ‘아이들이 언제 이쁜가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들고 가만히 그분을 바라보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따로 이쁜 때란 없고, 따로 안 이쁜 때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 이쁘다 싶은 때가 없고, 따로 안 이쁘다고 할 만한 때도 없구나 하고 느껴요.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들입니다. 어른은 언제나 어른입니다. 이러면서 둘은 함께 살림을 짓는 사이좋은 삶벗이나 길벗이나 사랑벗이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으면서 즐거운 아이들이요, 사랑을 주면서 기쁜 어른이라고 느껴요.


  먹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서로 즐겁고 기쁩니다. 함께 놀고 일하고 쉬고 마실하면서 함께 즐겁고 기뻐요. 아이들은 내 곁에서 배우고, 나는 아이들 곁에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나한테 수수께끼를 물으면서 가르침을 베풀고, 나는 내 나름대로 수수께끼를 풀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길을 이끕니다.



작은 입을 벌리고 네가 하품하는 것만 봐도 엄마 아빠는 행복했단다. (4쪽)


네가 조용할 때는 무언가 일을 저지르고 있었지. (10쪽)



  사사키 마사미 님이 글을 쓰고, 사타케 미호 님이 그림을 빚은 《너는 나의 보물이야!》(푸른숲주니어,2012)라는 그림책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한 번 스윽 보더니 딱히 더 들여다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너무 마땅한 이야기라서 그러할 수 있고,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 여겨서 그리 재미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즐거울 만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스스로 기운을 내면서 아이들을 더욱 따스한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북돋우는 ‘어른 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돌보다가 몹시 고단하거나 힘든 날, ‘그래, 이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 보물이지!’ 하는 마음을 되새겨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만해요. 아이들이 골을 부리거나 떼를 쓴다고 느낄 적에, ‘아니야, 차분히 생각해 봐. 이 아이가 왜 골을 부릴까? 이 아이가 왜 떼를 쓸까? 이 아이는 나(어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고 이런 모습을 보일까?’ 하고 가르치는 길을 되새기라고 이끄는 그림책이라고 할 만해요.



네가 단추를 하나씩 스스로 채우더니, (20쪽)



  작은아이가 밤에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혼자 불도 안 켜고 씩씩하게 쉬를 눕니다. 그러고는 다시 혼자 씩씩하게 잠자리에 눕습니다. 작은아이가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시골집에서 밤오줌을 가리기까지 여섯 해가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다섯 해 동안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잘 눌 수 있도록 언제나 밤마다 깨어서 쉬를 봐주었다는 뜻입니다.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한테도 이렇게 했고요.


  이제 두 아이는 저희 옷을 저희 스스로 챙겨서 입을 만큼 자랐습니다. 아직 작은아이는 많이 서툴지만, 내가 옷을 다 빨아서 말려서 방으로 들이면, 큰아이는 손수 옷을 개어 손수 제자리에 갖다 놓을 줄 압니다. 이럴 때면 참으로 대견하구나 하고 느낄 만한데, 가끔 설거지를 거든다든지, 밥을 하다가 “누구 솔(부추)을 마당에서 뜯어 줄 사람?” 하고 부를 수 있다든지, 방을 훔치다가 “누구 걸레를 빨아 줄 사람?” 하고 부를 수 있을 적에도 몹시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새봄에 밭을 일구면서 “새로 심은 씨앗에 누가 물을 길어서 부어 줄래?” 하고 물어요. “여기에 심으려고 미리 꺼내 놓은 씨앗 좀 가져다줄래?” 하고도 묻지요. 밭일에 쓰는 연장을 갖다 달라고 시키고, 큰 나무를 옮겨심을 적에 붙잡아 달라고 맡기기도 해요. 씨앗심기를 하고 나면, 두 아이는 서로 꽃삽을 들고 뒤꼍 빈터를 마음대로 파고 쌓고 하면서 놀아요. 아직은 흙놀이요 소꿉놀이인데, 머잖아 이 아이들은 손수 집을 짓고 살림을 지을 씩씩한 숨결로 거듭나리라 하고 느껴요.



벌써 이만큼 자라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구나! 엄마 아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그리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32쪽)



  아이들이 스스로 배웁니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서 스스로 배웁니다. 어버이도 언제나 함께 스스로 배웁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하루를 지으면서 이때에는 이렇고 저때에는 저렇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하나하나 새롭게 배웁니다.


  곁에 있는 보배는 사랑스러운 보배일 뿐 아니라, 배움동무이고 삶동무입니다. 나는 아이들 곁에서 보배로운 어버이가 되면서 슬기로운 배움동무하고 삶동무로서 더욱 씩씩하게 웃자고 다짐합니다. 내가 아이들을 자랑스레 여길 수 있는 마음이라면, 아이들도 저희 어버이를 자랑스레 여길 수 있어야겠지요.


  잠자리 이불깃을 여미고,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고, 함께 밭을 짓고, 함께 나무를 심고, 함께 들길하고 숲길을 걷고, 또 함께 자전거를 달려서 골짜기로 마실을 가면서, 우리는 서로서로 더없이 고운 보배라는 대목을 싱그러이 깨닫습니다. 2016.4.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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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ㄹ) 글손질(교정)을 다시금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나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사전》이라고 임시로 이름을 붙인 새로운 책을 놓고 눈이 빠지게 글손질을 다시금 한다. 오늘은 (ㄱ∼ㄹ)을 마쳤다. 이튿날이나 주말에 나머지도 교정지가 나올 테니, 또 뒤쪽을 신나게 글손질을 해야 할 테지.


  글손질을 하려면 오직 이 교정지만 들여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괜히 내 마음이 뾰족뾰족거린다. 걸핏하면 집에서 골을 부린다. 아무래도 글손질에 온마음을 못 쏟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로구나 싶다. 이러면서 밭을 더 일구어야 하는데 밭일에도 손을 제대로 못 쓰니,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또 골을 부리네 하고 깨닫는다.


  (ㅁ∼ㅎ) 교정지가 나오면 하루쯤 집에서 나와 읍내 피시방에라도 가서 조용히 일을 해야 할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나 스스로도 그렇고, 아이들하고 곁님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2016.4.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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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5 07:52   좋아요 0 | URL
이 책 관심이 갑니다. 저뿐 아닐거예요.
마지막 다듬질까지,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파란놀 2016-04-15 08:28   좋아요 0 | URL
말씀 고맙습니다.
사전인 책이기 때문에
교정을 그야말로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면서
자꾸 다듬고 손질하는 일이 끝나지 않아요 ^^;;
원고지 3000장 가까이 되는 글을 다 돌아보며 다듬자면
며칠씩 걸리는데 ㅎ까지 다 보고 나서도
한 번 더 보아야 하니...
아무튼 5월에는 태어날 수 있도록 더 기운을 낼게요.
고맙습니다 ^^
 


 빗물과 선거 (사진책도서관 2016.4.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국회의원을 뽑는 날입니다. 나와 곁님은 ‘미리 하는 선거날’에 한 표를 찍었습니다. 어제는 뒤꼍에 나무 한 그루를 옮겨심었고, 오늘은 어제 구덩이를 두 차례 깊게 파고 나무를 나르느라 고단한 등허리를 가만히 쉬어 줍니다. 비가 그친 저녁에 곁님 먹을 고기를 사러 면소재지에 다녀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빗물을 훔칩니다. 도서관이 깃든 건물은 많이 낡아서 해마다 빗물이 더 많이 샙니다. 빗물이 새는 데에 맞추어 책꽂이 자리를 바꾸거나 옮기기도 했는데, 새로운 자리에서 옴팡지게 빗물이 새니, 책꽂이를 또 옮겨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선거에 나온 분 가운데에는 우리 도서관 지킴이가 한 분 계십니다. 사진책도서관이라고 하는 책터를 열려고 할 즈음 맨 처음으로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신 분인데, 그무렵에 평생지킴이로 해 주셨어요. 갓 사진책도서관을 열 무렵에 목돈이 들 일이 많았는데 큰 힘이 되었지요. 인천에서 처음 도서관을 열면서 책꽂이를 더 들이고, 유리창이나 이런저런 곳을 손보면서 드는 돈을 고맙게 잘 쓸 수 있었어요. 우리 도서관 지킴이 가운데 한 분인 고운 이웃님은 서울 마포 을에 후보로 나오셨고, 씩씩하게 뽑히셨습니다.


  사월비가 지나간 자리는 사월볕이 드리우면서 한결 싱그러우면서 푸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심은 씨앗은 하나둘 싹이 틉니다. 우리 집 나무에도, 마을 나무에도, 조롱조롱 새싹이 트고 새잎이 돋습니다. 먼발치에서 도서관 지킴이로 지내 주시는 이웃님들 모두 이녁 보금자리와 살림자리에서 저마다 뜻하는 일을 슬기롭고 즐겁게 이루시리라 생각해요. 종이로 된 책에서도 슬기를 얻고, 사진으로 이루어진 책으로도 기쁨을 얻으며, 밥짓기나 옷짓기나 아이키우기 같은 손길에서도 노래를 얻으리라 생각해요. 시골마을에 깃든 이 도서관에서 태어나는 따사롭고 너그러운 바람이 골골샅샅 보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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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 (조영권) 철수와영희 펴냄, 2016.4.21 18000원



  우리가 사는 이 터에는 수많은 벌레가 있다. 우리가 이 벌레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또 우리가 이 벌레를 바라보든 안 바라보든, 벌레는 벌레 나름대로 저희 한살이를 이루면서 지구별을 보듬는 수많은 숨결로 이 터에 있다. 벌레가 있는 터는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터가 된다. 벌레가 없는 터는 마치 모래벌처럼 후끈후끈 뜨거우면서 아무것도 살아남기 어려운 터라고 할 만하다. 사람들은 도시를 세워서 풀밭이나 숲이 없는 데에서도 삶자리를 일군다고 하지만, 벌레는 풀밭하고 숲이 어우러지는 터전에서 저희 삶자리를 일군다. 왜냐하면, 풀하고 나무가 있을 때에 먹이가 있고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는 줄 아니까. 사람들이 세운 도시도 그냥 도시만으로는 버티지 못한다. 시골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야 한다. 제 나라이든 다른 나라이든, 시골에서 지은 먹을거리를 배나 자동차나 기차나 비행기로 실어 날라야 비로소 도시가 버틴다. 《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는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하고 벗이 되어 늘 곁에 있던 수많은 벌레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고작은 벌레마다 어떤 숨결인가를 돌아보고, 이 많은 벌레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어떤 님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가를 밝힌다. 사람과 늘 함께 있으면서 흙을 흙답게 북돋우는 벌레를 상냥하게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2016.4.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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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
조영권 글.사진 / 철수와영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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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4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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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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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읽기 삶읽기 246



‘값나가는 그림’이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아요

―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글

 송은주 옮김

 살림 펴냄, 2016.3.14. 15000원



  나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늘 가방에 둡니다. 아이들하고 늘 시골집에서 하루 내내 붙어서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혼자서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와야 할 적에는, 미리 가방에 둔 ‘아이들 그림’을 만지작거리면서 새삼스레 들여다봐요. 아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려서 아버지한테 선물한 조그마한 그림은 언제나 나한테 새롭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느낍니다.


  나도 아이들한테 때때로 그림 선물을 합니다. 큰아이 모습도 작은아이 모습도 조그맣게 종이인형으로 오려서 건네요. 소꿉놀이를 할 적에 쓰라고 선물로 줍니다. 여느 때에도 늘 싱그러이 웃고 노래하는 고운 숨결로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건넵니다.



그가 램프를 들어 올렸을 때 희미한 불빛 속에 빛나는 것은 결혼 초기에 에두아르가 그려준 내 초상화였다. 탐스러운 머리숱을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화사하게 피어난 맑은 피부에 사랑받는 사람의 차분한 태도로 앞을 응시하는, 결혼 첫 해의 내가 있었다. (16쪽)


독일군에게 요리를 잘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러 망치기도 겁이 났다. 오븐에서 구운 닭을 꺼내 육즙을 끼얹으면서 언젠가는 이 음식을 눈으로만 보면서도 즐길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혼잣말을 했다. (48쪽)



  조조 모예스 님이 쓴 소설책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살림,2016)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나오고, 여러 나라가 나옵니다. 줄거리를 놓고 보자면,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이름이 붙은 그림 한 점을 둘러싼 사람들이 나온다고 할 텐데, 소설이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림을 둘러싼 사람들 이야기’ 하나하고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 이야기’ 둘이지 싶습니다.



처음 한 달이 지나면서 사령관을 다른 이들에 대해 생각하듯이 짐승, 독일놈으로 치부해 버리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독일인들은 전부 다 야만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들에게도 아내와 어머니, 아기가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86쪽)


“그림과 남편의 자유를 맞바꿀 수 있을까요? 아니면 …… 저와 남편의 자유를 맞바꿔야 하나요?” (147쪽)



  먼저, 그림을 둘러싼 사람들로는 프랑스 시골마을에 있는 사람들하고, 이 프랑스 시골마을로 쳐들어온 독일 군인들입니다. 작은 시골마을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독일 점령지’가 된 마을에서 숨을 죽여야 합니다. 젊은 사내는 프랑스 군대로 끌려가든 독일 부역병으로 끌려가든 해야 합니다. 마을에는 아이랑 가시내랑 늙은 할배가 남을 수 있을 뿐입니다.


  첫째 세계대전이라 하는, 유럽에서 터진 커다란 싸움판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중앙집권을 이룬 나라는 군대를 키워서 이웃나라로 쳐들어갑니다. 왜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느냐 하면, 돈을 더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하자원을 가로채고, 사람들을 종처럼 부리며, 땅(나라땅·국토)을 넓히겠다는 뜻이에요.


  소설책에 흐르는 줄거리를 돌아봅니다. 점령지가 된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사람들은 독일 군인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누군가는 독일군한테 빌붙으면서 한결 나은 살림을 이루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독일군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한숨을 짓습니다. 누군가는 독일군 앞에서 씩씩하게 삿대질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이 쿵쾅거립니다.


  군대를 키워서 이웃나라로 쳐들어간 독일은 참말로 가난한 나라였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나라살림은 군대나 전쟁무기가 아닌 ‘사람들 살림살이 가꾸는 길’에 썼다면, 중앙집권 권력을 키우지 말고 수수하게 오순도순 짓는 고운 나라살림이 되도록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하자원을 더 얻어서 경제를 북돋우는 길 말고는 살림살이를 펴는 길이 없었을까요?



모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남자들은 참 이상해요. 당신이 전혀 문제없다는 말은 아니지만요. 아, 제기랄. 시간 좀 봐. 당신은 미친 달릭하러 나가야지요. 3시에 돌아와서 레스토랑에는 전화로 아파서 못 간다고 할게요. 우리 변덕이 죽 끓는 사내새끼들 욕이나 실컷 해 주고 그놈들한테 어룰릴 중세 형벌이라도 생각해 봐요.” (297쪽)



  다음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로는 독일군 사령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책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에서 두 겹 얼거리를 이루는 2010년대 사람들이 있어요. 1910년대 프랑스 시골에서는 ‘아내와 아이를 고향에 두고’ 프랑스에서 군인으로 일해야 하는 독일군 사령관이 ‘그림에 깃든 멋과 꿈’을 사랑스레 알아차립니다. 2010년대 영국 런던에서는 ‘남편을 일찍 여읜 아주머니’가 이 그림을 더없이 사랑합니다. 남편이 선물한 뜻깊은 그림일 뿐 아니라, 돈값이 아닌 그림결로 마음을 사로잡아서 언제나 이 그림을 바라보지요. 2010년대 런던에서 사는 아주머니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림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저 이 그림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그런데 백 해를 사이에 둔 두 나라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일 하나가 불거집니다. 1910년대 프랑스 시골마을에서는 ‘교화소에 갇혔다는 남편’을 찾고 싶은 아주머니가 독일군 사령관한테 이 그림을 주고, 이 그림뿐 아니라 ‘다른 것’도 줄 테니 남편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빕니다. 2010년대 영국 런던에서는 ‘뒤늦게 그림값이 치솟은 어느 무명화가였던 사람이 남긴 작품’을 찾아내어 목돈을 손에 쥐려고 하는 ‘유족이라고 밝히는 사람들’이 그림을 찾아내려고 해요.



“그 사람들은 그 전까지는 소피 고모에 대해 관심도 없었어요. 이제 와서 왜 그들이 고모를 팔아서 이득을 봐야 합니까? 에두아르의 가족은 자기들 말고는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어요. 오로지 돈, 돈, 돈뿐이지. 그들이 소송에서 졌으면 좋겠소.” (371쪽)



  500쪽 남짓 되는 소설책은 백 해라고 하는 틈을 어느 만큼 채울 수 있을까요. 이 소설책은 그림 하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마음과 삶과 사랑과 생채기와 꿈과 슬픔을 얼마만큼 달랠 수 있을까요.


  총칼하고 군홧발을 내세운 서슬퍼런 군인들 앞에서 시골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목숨이 날아간다고 하는 마당에 누가 ‘부역자’라고 할 만한가 하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경매에서 사고팔리는 값’이라든지 ‘그림을 그린 사람이 드날리는 이름값’은 하나도 따지지 않고 그저 그림을 사랑하는 숨결을 우리는 어느 만큼 받아들일 만한가 하는 대목을 생각합니다. 전시관이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걸려야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일까요? 여느 살림집 한쪽 벽에 걸어서 늘 바라보는 그림은 ‘안 훌륭하거나 안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점령지 군인이 가로챈 유물이나 그림이라면, 이 유물이나 그림을 되찾으려고 하는 몸짓은 매우 마땅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점령지 군인이 휘젓거나 짓밟은 자국 때문에 생긴 생채기를 씻으려고 하는 몸짓도 매우 마땅해야 하겠지요.



그의 팔을 잡은 손아귀 힘이 놀랄 만큼 억세다. “맥캐퍼티 씨, 당신에게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요, 인생에는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잔뜩 있다는 거예요.” (482쪽)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라는 이름을 얻으려고 태어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사랑하는 고운 숨결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으로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사람은 누구나 군인이나 ‘돈에 마음을 빼앗긴 채’ 태어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아끼고 보살피려는 따사로운 사랑을 곱게 품은 채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이 늘 그리는 아기자기한 그림을 다시 바라봅니다. 잘 보이려는 뜻도 없고, 돈을 받고 내다 팔려는 뜻도 아닌, 그저 즐거워서 그리는 그림을 바라봅니다. 내가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줄 적에도, 아이들하고 함께 텃밭을 일구어 씨앗을 심을 적에도, 우리는 늘 즐거운 살림과 삶을 생각합니다. 소설책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에 나오는 사람들도 모두 ‘마음에 심을 따스한 사랑’을 되새기려고 하는 몸짓이리라 하고 헤아려 봅니다. 비록 어느 한때에는 돈에 눈이 팔릴 수 있고, 어느 한때에는 그만 남이 시키는 대로 휘둘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아갈 길이란 서로 아끼면서 보살필 줄 아는 따스한 사랑이리라 생각합니다.


  군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이 소설책에서 2010년대 주인공으로 나오는 ‘리브’라는 아주머니는 아주 뜻있는 일을 한 가지 합니다. 1910년대를 살던 ‘소피’라는 아주머니가 남긴 자취 가운데 두 가지를 불로 태워서 없애 주어요. ‘소피’라고 하는 아주머니가 1910년대에 ‘그런 사람으로 살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두 가지 자취를 불에 태우지요. ‘리브’는 이 일을 하고 나면 남편이 남겨준 집에다가 그림까지 몽땅 빼앗기고 마는 줄 알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2016.4.1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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