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며 따스한 봄바다가 재미있어

[시골노래] 밭일을 쉬고 봄바다 마실



호미 한 자루로 밭일을 신나게 하다가 등허리를 펴려고 호미를 내려놓습니다. 아이들은 밭일 하는 아버지 둘레에서 꽃삽으로 흙을 파면서 놉니다.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도 나는 그대로 밭일을 하지만, 아이들은 “아, 덥다!” 하면서 나무 그늘 밑이나 평상에 가서 앉습니다. 이러다가 아버지만 뒤꼍 밭자락에 혼자 두고 집으로 들어가지요.


이렇게 부산한 봄철을 밭일로 보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때때로 골짜기를 가고, 때때로 마을 어귀 빨래터에서 물이끼를 걷고, 때때로 들마실을 하는데, 이제 바야흐로 바닷마실을 할 때가 되었겠구나 하고요.


밭일을 하루 미룬다기보다 하루쯤 밭일을 한 시간만 가볍게 합니다. 이러고 나서 손을 털고 자전거를 살핍니다. 가고 오는 데에 삼십 킬로미터 길이니, 체인하고 바퀴를 더 꼼꼼히 살펴요. 물을 챙기고 도시락을 챙깁니다. 이렇게 다 챙기고 나서 “오늘은 올해 들어 새로운 데에 가 볼까?” 하면서 자전거를 달리자고 말합니다. “어디 가는데?” “어디를 갈까?” “놀이터?” “아니.” “골짜기?” “아니.” “우체국?” “아니.” “그럼 어디야?” “가면서 한번 생각해 봐.”


마을 앞에서 논둑길로 접어든 뒤에 천천히 달립니다. 면소재지 한복판을 가로지릅니다. “어, 우체국이 아니네?” 면소재지 바깥으로 나서면서 왼쪽 오르막으로 접어들 즈음, “아, 바다에 가는구나! 바다 가고 싶었어. 겨울 동안 바다 생각 했어!” 하는 소리가 뒤에서 터져나옵니다.


두 아이는 해마다 무럭무럭 자라니, 집에서 바닷가까지 달리는 십오 킬로미터 즈음 되는 길은 해마다 조금씩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큰아이는 몸이 크는 만큼 힘살도 붙어서, 큰아이가 샛자전거에 앉아 발판을 구르는 힘도 커져요. 그러니 두 아이 몸무게가 느는 만큼 힘이 들어도 큰아이가 새롭게 받쳐 주기에 오르막도 고갯길도 한결 씩씩하게 오릅니다.


나무가 길가에 선 길이 오른쪽으로 나오고, 나무가 없이 바다로 더 빨리 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옵니다.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오른쪽으로 갑니다. 오른쪽은 돌아가는 길이요, 내리막하고 오르막이 이어지느라 자전거로 가기에는 더 힘들어요. 그래도 이 ‘나무 길’은 바람이 시원하고 꽃내음도 좋아요.


봄바다에는 으레 손님이 없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천막을 치고 유행노래를 크게 튼 손님이 있네요. 우리는 봄바다에 물결소리를 듣고 바람내음을 마시러 오지만, 물결하고 바람보다는 고기랑 술이랑 유행노래를 실컷 즐기고픈 손님들이 꼭 있구나 싶어요.


이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모래밭에 구덩이를 내고 산을 쌓으면서 놉니다. 봄바다가 얼마나 차가운가 하고 맨발로 들어가서 느껴 봅니다. 참말로 봄바다는 아직 차가워서 맨발로 들어가서 조금 걷다가 “발 시렵네” 하면서 물러나옵니다.


큰아이는 몸을 쏘옥 집어넣을 만한 구덩이를 맨손으로 팝니다. 작은아이는 팔을 쑥 밀어넣을 구멍길을 팝니다. 바닷물이 일렁이는 데까지 달렸다가 모래를 한 줌 쥐어서 공처럼 뭉친 뒤에 던집니다. 넓은 모래밭에서 서로 공을 던지면서 놀다가 도시락을 먹고, 발을 씻습니다.


두 시간 즈음 놀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볼까?” “벌써? 더 놀고 싶은데.” “그래, 더 놀고 싶지? 너희는 시간을 아직 몰라서 더 놀고 싶을는지 몰라. 그렇지만 조금 더 있으면 해가 기울어. 마당이나 집에서 두 시간 놀 적하고 바닷가에서 두 시간 놀 적에는 힘이 다르게 들지. 아마 집에 돌아가면 너희는 더 놀 기운이 없이 곯아떨어질걸?”


두 아이는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해서 바다로 왔지만 두 시간밖에 못 놀고 돌아간다니 서운합니다. “얘들아,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얼마든지 바다에 또 오면 돼. 다음에 또 오자.”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듭니다. 큰아이도 슬슬 졸려 합니다. 그러나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서 끝까지 함께 달려야 합니다. 두 아이는 ‘자가용 아닌 자전거로 마실을 다닐 적’에는 ‘집으로 돌아갈 기운’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대목을 조금은 깨달았을까요? 조용하며 따스한 봄바다에 곧 다시 나들이를 가자고 생각하며 씩씩하게 발판을 구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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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9. 모래구덩이 (2016.4.2.)



  삽을 안 쓰고 오직 손으로만 파고 또 파고 다시 파고 자꾸 파면서도 몸이 쏙 들어가도록 깊은 구덩이를 낸다. 우리 손은 참으로 놀랍고 재미있지? 이 손으로 참말 무엇이든 멋지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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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5-12 08:10   좋아요 0 | URL
정말 맘것 노네요. 맘이 풍요롭겠어요

파란놀 2016-05-13 02: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 모두 마음이 넉넉하도록 잘 놀고 잘 일하며 살아야겠어요 ^^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 처음 만나는 사전 시리즈 1
이상권 지음, 김중석 그림 / 한권의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 읽는 삶 148



코피가 날 적에 쑥잎을 써 보렴

―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

 이상권 글

 김중석 그림

 한권의책 펴냄, 2014.7.10. 13500원



  갈대, 강아지풀, 개구리밥, 개망초, 괭이밥, 국화, 꽃다지, 나팔꽃, 냉이, 달맞이꽃, 달래, 도라지, 며느리밑씻개, 봉숭아, 민들레, … 잔디, 제비꽃, 질경이, 코스모스, 토끼풀, 패랭이꽃, 할미꽃, 이렇게 서른여섯 가지 풀이나 꽃을 알려주는 어린이 인문책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한권의책,2014)을 읽습니다. 풀이나 꽃을 잘 모르는 채 자란다고 할 만한 도시 아이들한테 길동무가 되도록 빚은 책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이나 꽃은 무척 많지만,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려서 서른여섯 가지를 추려서 엮어요.


  그런데 이 책에 실은 풀이나 꽃을 살펴보자면 “들꽃 사전”보다는 “풀꽃 사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대나 강아지풀은 들꽃이 아니고, 개구리밥도 들꽃이 아니거든요. 나팔꽃이나 봉숭아나 잔디도 들꽃이라 하기는 좀 어려워요. 도라지도 그렇고, 할미꽃도 들꽃이라는 이름이 안 어울려요. 도라지는 나물 쪽에, 할미꽃은 깊은 숲에서 자라는 멧꽃 쪽에 넣어야지 싶습니다. 쇠뜨기나 쇠무릎도 들꽃보다는 들풀이라 할 만하고, 뱀딸기나 쑥이나 억새도 들꽃이라 묶기에는 어쩐지 안 어울려요. 그러니까 ‘들꽃’보다는 ‘풀이랑 꽃’을 다루는 “풀꽃 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일 적에 아이들도 ‘풀이랑 꽃’하고 한결 살가이 다가서도록 도울 만하리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다가 지치거나 입이 심심해지면 괭이밥 이파리를 따서 씹어 먹었어요. 괭이밥 이파리는 부드럽고 새콤하니 신맛이 나거든요. 아이들은 ‘고양이싱아’라고 불렀지요. ‘싱아’라는 말에는 ‘시다’라는 뜻이 들어 있어요. (27쪽)



  나는 어릴 적에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 같은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1980년대에는 이만 한 책이 한국에서는 나온 적이 없거든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른들은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 몰랐고, 학교 선생님도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 모르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 어머니를 ‘풀 선생님’이나 ‘꽃 선생님’으로 모셨어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는 “어머니, 이 풀은 뭐예요?” 하고 물으면 거의 척척 알려주셨어요. 다만, 어머니가 이름을 알려주셔도 고개를 돌리고 나면 곧 잊었습니다.



친구하고 싸우다가 코피가 나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쑥 좀 찾아보자.” 하고 말했어요. 쑥 이파리를 뜯어다가 둘둘 말아서 코를 막으면 흐르던 피가 멎거든요. (95쪽)


잔디밭은 곤충들의 천국이에요. 농약만 치지 않는다면 잔디밭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끝없이 펼쳐진 천국이나 다름없지요. 방아깨비, 섬서구메뚜기, 풀무치, 팥중이, 콩중이, 밑들이, 사마귀 들이 바글바글해요. 아이들은 놀다가 지치면 메뚜기를 잡는다며 뛰어다녔어요. (115쪽)



  생태동화를 꾸준히 쓰는 이상권 님은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이라는 이쁜 책을 빌어서 어린이가 이 땅에서 풀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권 님이 어릴 적에 보고 겪고 만지고 누리던 풀하고 꽃 이야기를 이 책에 가만히 풀어놓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도시에서 들풀이나 들꽃이나 숲풀이나 숲꽃을 만나기 어렵다 하더라도, 도시 아이들이 도시에서 들나물이나 멧나물을 마주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이 책을 빌어서 ‘풀 한 포기가 사람한테 베푸는 싱그러운 바람’을 함께 마실 수 있기를 바라지요.


  그러고 보면 오늘날은 예전보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어른’이 훨씬 많아요. 아무리 어른이라 하더라도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 모르기 일쑤예요. 일부러 배우지 않으면 모르고, 애써서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지요.



이파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서 손으로 만지기도 힘든 풀이었어요. 며느리는 아픔을 참으면서 시어머니가 준 이파리로 밑을 닦았답니다. 그래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54쪽)



  그나저나 이쁜 생태도감이라 할 수 있는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인데, 풀이름을 놓고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며느리밑씻개’하고 얽힌 이야기인데,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은 일본사람이 일본 옛이야기를 빌어서 붙인 풀이름(繼子の尻拭い)입니다. 우리 겨레 이야기가 아니지요. ‘며느리밑씻개’하고 이름이 비슷한 ‘며느리배꼽’도 잘못 알려지고 잘못 퍼진 풀이름 가운데 하나예요.


  한국 풀이름은 ‘사광이아재비’하고 ‘사광이풀’입니다. ‘며느리밑씻개’가 아니라 ‘사광이아재비’라고 해야 올바르고, ‘며느리배꼽’이 아니라 ‘사광이풀’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일본 학자가 일본 옛이야기를 빌어서 ‘재미나게’ 또는 ‘슬프게’ 붙인 이름을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쓸 수 있겠지요. 이런 일본 옛이야기도 한국에서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고요. 다만, 한국 풀이름이 버젓이 있다면, 이 풀이름을 찬찬히 살펴서 왜 ‘사광이’라는 이름을 쓰는가를 생각해서 아이들한테 알려줄 수 있으면 더 나으리라 생각해요. ‘사광이’는 ‘삵(살쾡이)’에서 온 말이라고 해요. 사광이아재비나 사광이풀이나 어린 싹부터 날카로운 가시가 줄기에 잔뜩 돋거든요.


  아무쪼록 온누리 아이들이 온갖 들풀하고 들꽃을 사랑하는 싱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들나물을 즐겁게 먹고, 들꽃을 곱게 사랑하면서, 들바람을 해맑게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빕니다. 2016.5.1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 인문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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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민들레씨 (사진책도서관 2016.5.9.)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도서관 소식지 《삶말》 23호를 보내면서 흰민들레씨를 함께 부치기로 합니다. 지난 4월부터 바지런히 모은 흰민들레씨를 다섯 톨씩 노란 한지에 쌉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다 하다가 어느새 큰아이가 옆에 붙어서 흰민들레씨를 담아 줍니다. 비님이 오시는 날 빗소리를 들으면서 소식지를 마흔네 통 꾸렸습니다. 손으로 봉투에 주소를 적느라 품이 제법 들어서 여러 날에 걸쳐서 천천히 꾸립니다. 이주에는 소식지를 다 보내려고 생각합니다. 따스한 고장인 고흥에서 돋은 흰민들레에서 나온 씨앗이지만, 오뉴월 날씨라면 서울 언저리에서도 흰민들레씨가 싹이 틀 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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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 그들과 함께 살아본 일 년
헬렌 러셀 지음, 백종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53



총을 들지 않고 케익을 굽는 덴마크 남자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헬렌 러셀 글

 백종인 옮김

 마로니에북스 펴냄, 2016.4.15. 15000원



  헬렌 러셀 님이 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마로니에북스,2016)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 덴마크라는 나라를 떠올려 봅니다. 이 책 하나로 덴마크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덴마크 이주 생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깨너머이기는 해도 덴마크 사회와 사람과 삶을 짚어 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영국사람이지만 덴마크로 건너가서 살림을 꾸린다고 해요. ‘덴마크 레고 회사’에서 일하는 곁님하고 덴마크로 건너가서 ‘덴마크에서 자그마한 도시’에 집을 얻어서 열두 달을 살아내는 동안 겪은 일을 열두 갈래로 나누어서 쓴 책입니다.



직장을 옮기는 것이 연금 혜택이나 휴가일수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덴마크에서는 직장을 바꾸는 데 대한 어떤 장애도 없다. 사람들은 직장을 여기저기로 옮겨 다닐 수 있고 동일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휴가일수도 누적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오늘날 덴마크의 실업률을 5퍼센트에 머물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다. (82쪽)



  영국에서 살다가 덴마크로 건너간 글쓴이는 처음부터 한 해가 되는 날까지 ‘영국하고 터무니없도록 다른 삶과 사람’을 만나면서 모든 자리에서 늘 놀랐다고 밝힙니다. 영국에서는 으레 밤새워서 일하고, 여섯 시 퇴근이나 여덟 시 퇴근도 쉽지 않았다는데, 덴마크에서는 다섯 시 퇴근은커녕 세 시 퇴근조차 흔하다고 해요. 글쓴이는 영국에서 ‘혼인 휴가’를 어렵사리 이레 남짓 얻었을 뿐, 제대로 휴가다운 휴가를 누린 적이 없지만, 덴마크에서는 한꺼번에 넉 주를 쉬는 휴가가 있을 뿐 아니라, 여느 때에도 무척 쉽게 일을 쉬며 집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비를 대느라 수없이 알바를 했고, 아직 대학 학자금을 다 갚지 못했다고 하는 글쓴이는 덴마크 교육제도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무척 놀랐다고 해요. 덴마크는 학비가 들지 않는 나라일 뿐 아니라, 의료비도 들지 않는 나라라고 해요. 더욱이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학자금 제공’을 해 주기도 하니까, 덴마크에서는 대학교에 가려서 알바를 하거나 빚을 져야 할 일이 없는 셈입니다.



“만약 당신이 덴마크 사람이고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 밖의 세상에서 누구도 당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다른 언어를 배워야만 합니다 … 항상 머리를 사용하고 자신에게 도전하세요. 평생 배워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104쪽)



  그러면 덴마크는 어떻게 이런 교육과 복지와 의료를 할 수 있을까요? 바로 50퍼센트가 넘는 세금이 있으니 이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50퍼센트는 여느 직업인이 내는 세금이고, 벌이가 늘어날수록 세금은 훨씬 높아져서,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 내는 비율이 더 높아져’서 75퍼센트에 이르는 세금을 내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그리고 이 같은 세금을 누구나 기꺼이 내고, 무엇보다도 덴마크 국방비는 1퍼센트를 살짝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이 15퍼센트에 이르지요. 더군다나 한국은 덴마크하고 달리 ‘탈세’가 많고, ‘많이 번다고 세금을 많이 내지’도 않지만, 이러한 세금이 교육이나 복지나 의료로 잘 가지 않는 얼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서 덴마크하고 한국(남·북녘) 국방비와 평화지수 같은 통계를 찾아봅니다. 덴마크는 지구에서 다섯손가락에 들 만큼 ‘평화로운 나라’로 꼽힌다고 합니다. 국방 예산은 거의 안 쓴다고도 할 만하지만 전쟁하고는 가장 동떨어지면서 평화로운 곳이라고 해요. 이와 달리, 북녘은 지구에서 국방비를 가장 높게(GDP 비율로) 쓰는 나라이면서 ‘가장 안 평화로운 나라’라고 합니다. 이제 남녘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익히 알지만, 북녘은 복지나 문화에서도 그리 넉넉하거나 아름답지 못하다고 하지요. 국방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붓기 때문에 다른 데에 쓸 돈이 모자라니까요.


  그러니까, 전쟁무기를 많이 갖추도록 국방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평화롭지 않다는 뜻이고, 자유롭거나 아름답거나 즐거운 나라가 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을 만하리라 느낍니다. 전쟁무기를 많이 갖추기에 ‘평화하고는 동떨어진 채 더 으스스한’ 나라가 되는 셈이라고 할까요.



맥이 풀릴 정도로 높은 이혼율은 적어도 덴마크인들이 선택권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택할 수 있고, 그들의 삶이 그들이 희망했던 것과 다를 경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유롭고, 이혼이 행복을 주진 않아도 자유가 그들에게 행복을 준다. (189쪽)



  영국 부부는 처음에는 딱 한 해만 덴마크에서 ‘살아 보기’로 했지만, 한 해를 살고 나서 ‘한 해 더’ 살기로 했고, 덴마크에서 ‘둘째도 낳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마 ‘한 해 더’는 해마다 되풀이할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쓴 분은 영국에서 밤낮 없이 바쁘게 일하며 살 적에는 ‘아기를 배려고 그토록 애썼’어도 아기를 밸 수 없었다고 해요. 말 그대로 밤낮 없이 일하고 휴가나 주말이 거의 없이 살았으니 몸이 못 버티고 마음도 느긋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랴 싶어요. 두 부부는 덴마크에 살면서 남편이 ‘두 주짜리 배우자 출산휴가’를 받을 뿐 아니라 ‘십 주짜리 양육휴가’를 얻는다는데, 휴가만 받지 않고 ‘육아 교육’까지 함께 받았다고 합니다. 마땅한 소리일는지 모르겠는데, 휴가를 받는 동안 ‘여느 때처럼 월급이 똑같이 나오’고 ‘아버지가 받는 육아교육비’도 나라에서 모두 대고요.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적에 아버지는 무엇을 하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맞벌이부부 가운데 아버지는 ‘출산휴가’나 ‘양육휴가’를 며칠이나 받을 만할까요? 그리고 휴가를 넘어서 ‘육아 교육’은 제대로 받기나 할까요? 이러한 휴가가 모두 지나간 뒤에 ‘한국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얼마나 아기를 돌보면서 집살림을 맡을 만할까요?



두 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마치고 레고맨(레고 회사를 다니는 남편)은 그의 아기를 위한 십 주 간의 휴가를 내기 전 일을 마무리하려고 일터로 돌아갔다 … 그의 회사는 아이를 돌보도록 임금을 그대로 주면서 휴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장려하는 회사다. 레고맨은 목욕시간과 취침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아기 엄마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시간의 숙면과 샤워를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화요일 오후 2시, 거의 돌 것 같은 상태가 되는 아기 엄마의 기분을 이해했다. 그는 하루 24시간 아기를 돌보는 것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나 무자비하게 힘든 일이라는 것도 배웠다. (321쪽)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쓴 분은 ‘덴마크 남자가 모두 케이크를 굽지’는 않지만 ‘웬만한 덴마크 남자는 그들 나름대로 케이크를 구울 줄 아는 솜씨’가 있다고 적습니다. 덴마크 남자는 한국 남자와는 달리 ‘군대에 끌려가야 할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평등하고 평화로우면서 자유로운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생각하는 데에 시간과 품을 쓴다고 할 만하구나 싶어요.


  여러모로 살피면 덴마크는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싶어요. 다만, 덴마크에서 살려면 ‘덴마크말’을 할 줄 알아야 해요. 덴마크사람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런데 덴마크에는 ‘이주민한테 덴마크말을 가르치는 제도’도 훌륭히 있다는군요. 게다가 덴마크말을 배울 적조차 나라에서 모두 돈을 댄다고 합니다. 2016.5.1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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