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은 참 멋있다



  2015년 시월에 서울에 마실을 온 뒤, 2016년 5월 끝무렵에 서울에 마실을 왔다. 고속버스역에서 버스를 내린 뒤 전철을 갈아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데, 이동안 마주친 서울사람은 참 멋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차림도, 자전거 타는 매무새도, 머리카락도 모두 멋있구나 하고 느꼈다. 나는 거울을 안 보는 사람이라서 내 모습이 얼마나 시골스러운지를 알 길이 없다. 길가에 가방을 내려놓고 다리쉼을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땅값도 집값도 비싸다고 하는 서울이지만, 물건값만큼은 무척 싸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원룸이라고 하는 데가 달삯 육십만 원조차 ‘싸다’고 한다. 어쩌면 월세방 같은 곳은 달삯이 백만 원 즈음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가 둘 있는 집이라면 서울에서 월세를 살려면 다달이 백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어쩌면 이백만 원이 웃도는 돈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아직 내가 이만한 살림돈을 못 벌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살 수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텐데, 서울사람은 돈도 잘 벌고 돈도 잘 쓰고 멋도 잘 부리고 그야말로 삶을 마음껏 누리는 모습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재미있다. 곧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갈 텐데, 서울에는 참 사람이 많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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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6-01 21:35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사는것이 좋지만은 않아요ㅜ.ㅜ
 

열두 시에 먹는 저녁



  어제 고흥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 닿아 다섯 시 사십 분 즈음부터 출판사 대표님하고 디자인회사 대표님이랑 ‘거의 최종 편집 디자인 교정’을 보는데, 이 일이 열한 시를 넘겨서 끝난다. 이리하여 우리 세 사람은 거의 열두 시가 될 무렵 저녁밥을 먹을 곳을 찾았는데,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밤 열두 시에도 ‘밥 먹을 데’가 있다.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저녁밥을 먹다가 돌아보니, 어제 나는 아침이나 낮에 한 끼니도 따로 먹지 않았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느라 밥을 안 먹기도 했지만, 거의 여섯 시간 동안 편집 디자인 교정을 함께 보는 동안 밥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늦은 때에 비로소 ‘늦은 저녁’을 먹겠다며 서울 홍대 언저리를 걷는 동안 그때가 ‘밤 열두 시’인 줄마저 생각하지 못했다. 그무렵 밥을 먹고 보리술을 한잔 마시자면서 새로운 자리를 알아보려고 하던 때는 새벽 두어 시 무렵. 삼십 분 넘게 이리저리 홍대 언저리를 걷고서야 그때가 몇 시 즈음 되는 줄 뒤늦게 알았는데, 그 늦은 밤에도 서울 곳곳은 불빛이 환했다. 별빛이나 달빛은 깃들지 않아도 전등불빛이 환한 서울에서는 때를 알기는 어려운 하루가 흐른다고 할까. 그렇지만 때를 알기 어렵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을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흐른다고도 할 수 있을 테지. 이튿날 아침 여덟 시가 된 이때에 어제 하루를 돌아보다가 괜히 웃음이 나온다. ‘아니, 어제 밤 열두 시에 저녁을 먹으러 나왔잖아? 게다가 밤 두 시 넘은 때에 보리술 한잔 하자면서 술집을 찾아다녔잖아?’ 하는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온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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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놀이



  손등에 그림을 그리며 논다. 손등에 즐거운 이야기를 앙증맞게 그리며 논다. 이 손그림은 꼭 하루만 간다. 하루가 저무는 저녁에 손이랑 발이랑 낯을 씻으며 모두 지워진다. 그러나 이렇게 손그림을 그리며 논 하루는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기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모든 놀이는 언제나 온몸을 기울여서 즐긴 뒤에 온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북돋우는 씨앗이리라 본다. 2016.5.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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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첫 서울마실



  2016년 들어 첫 서울마실을 한다. 올 1월부터 5월에 이르는 동안 고흥집에서 글을 쓰고 텃밭을 일구며 아이들하고 새로운 배움노래를 부르느라 내내 바깥으로 안 다녔다. 오늘 ‘가제본 교정지’를 들고 서울에 간다. 열흘 뒤에는 인천에 ‘책잔치 초대’를 받아서 바깥일을 본다.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면서 안팎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보는 셈이라고 느낀다. 새벽 빨래를 하고 짐을 챙긴다. 아이들이 오늘 하루 재미나고 즐겁게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지. 2016.5.30.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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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나를 볶는 꼬투리



  바야흐로 ‘새 사전 원고’ 끝손질을 하는데, 오늘 두 가지 낱말을 새로 보태야 하느라 손이 많이 간다. 첫째 ‘볶다’라는 낱말을 보태고, 둘째 ‘꼬투리’라는 낱말을 보탠다. 흔히 쓰는 이 두 가지 낱말이 올림말에서 빠졌기에 아차 하고 무릎을 치면서 부랴부랴 보태려 한다. 그래도 이 원고를 다시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며 이제서야 깨달았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느낀다. 끝손질을 하기까지 두 낱말이 빠진 줄 알아채지 못했으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아이들이 고이 잠들어 준 밤에 기운을 내어 마저 교정종이를 넘긴다. 2016.5.2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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