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마실길

  두 아이를 이끌고서 벌교마실을 했습니다. 벌교중학교 푸름이한테 직업하고 진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열넷에서 열여섯 사이인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치 우리 집 아이들 같네 싶도록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벌교라는 시골을 스스로 아끼면서 마음 가득 곱게 꿈을 키우는 넋으로 산다면 참으로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 아이들한테 들려준 마지막 말은 "즐겁게 살림하며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신나는 생각을 꿈꾸기"입니다. 2016.6.1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벌교마실



  벌교중학교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며칠 앞서 인천·서울마실을 하느라 들인 기운을 천천히 되찾았으니, 오늘은 아이들을 이끌고 즐겁게 다녀올 만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침에 밥도 지었고 김치찌개도 끓였으며 아이들한테 줄 샛밥도 챙겼습니다. 새벽바람으로 빨래까지 마쳤고요. 작은아이가 먼저 일어나서 옷을 꿰었고, 큰아이는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마당을 씁니다. 이 귀여운 아이들이란. 짐은 다 꾸렸고,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잘 타고, 읍내에서 벌교로 가는 버스도 잘 잡으면 됩니다. 머스마만 있는 중학교 아이들한테 재미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웃음꽃처럼 나누자는 마음으로 아침을 엽니다. 2016.6.1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차 없는 시골길에서 마음껏 걷네

[시골노래] ‘뒤로 걷기’ 놀이 즐기기



군내버스가 두 시간에 한 번 지나갑니다.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여덟 대 있습니다. 버스가 참 적다고 여길 만하지만, 버스가 하루에 넉 대만 다니는 마을도 있고, 하루에 꼭 한 대만 다니는 마을도 있어요. 두 시간에 한 대씩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퍽 많다’고 여길 만하지 싶어요.


군내버스가 드문드문 지나가는 우리 마을이나 이웃 마을 큰길은 무척 조용합니다. 이 길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일도 무척 드뭅니다. 마을에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면 이 찻길을 달릴 자동차도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넓고 조용한 이 길에서 아이들이 “이제 그만 내려서 걸을래.” 하고 말하곤 합니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달리느라 고단할 테니 쉬게 해 주려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하고 싶어서 자전거에서 내리려 합니다.


바로 ‘뒤로 걷기’ 놀이를 하고 싶거든요.


마당이나 마을 고샅길보다 훨씬 넓은 찻길인데다가 자동차도 거의 안 다니니까, 이곳은 아이들이 뒤로 걷기를 하면서 놀기에 참 좋아요. 그리고 뒤로 걷다 보면 저 앞에서 자동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알아볼 만하겠지요.


사뿐사뿐 가볍게 뒤로 걷습니다. 누나가 뒤로 걷는 모습을 보면서 동생도 뒤로 걷기를 따라하려 합니다. 뒤로 걷다가 고무신이 벗겨져서 멈춥니다. 다시 신을 꿰고 나서 우뚝 섭니다. 왜 서나 하고 지켜보니 둘이서 속닥거립니다. “아버지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가까이 다가오면 달아나자.” 속닥거리는 소리 다 들리네?


까르르 깔깔 터뜨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시골길을 걷습니다. 나는 자전거를 끌면서 걷고, 두 아이는 뒤로 거닐면서 놉니다. 제법 먼 길을 지치지도 않고, 기운이 빠지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새롭게 놀이를 찾아내어서 씩씩하게 한 발 두 발 내딛습니다.


좋아, 좋아, 참 좋구나. 해가 기울면서 더위도 가시니 한결 좋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6-12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6-06-13 04: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말씀 고맙습니다 ^^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 창비시선 129
이영진 지음 / 창비 / 199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말하는 시 126



여름에 옥수수잎을 매만지다가

―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

 이영진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5.2.1.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이영진 님이 1995년에 선보인 조그마한 시집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를 읽습니다. 봄은 어느덧 저물고 후끈후끈한 더위가 차츰 짙어지는 여름에 시집을 펼칩니다. 책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숲이 어린 짐승을 기르는’ 길을 가만히 마음속으로 헤아리면서 한 줄 두 줄 읽습니다.



내 본적지엔 지금도 한세상 징역 살듯 늙어가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뜰 앞엔 무화과나무 한그루 블록 담벼락을 가리운 채 소리 없이 가슴에 돋는 피를 삭이고 있습니다. (본적지)


소나기가 그쳤다. 헛간 처마 끝으로 구름이 느리게 지나간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데 세계는 자꾸 앞으로 밀려 나아간다. (연꽃)



  유월이 무르익는 요즈음 시골집 돌담 곁에서 자라는 무화과나무는 꽃알이 무척 굵습니다. 아이들 주먹만큼 굵습니다. 꽃이면서 씨방이자 열매라 할 무화과나무 꽃송이라서 ‘꽃알’이라고 할 만하다고 느끼는데, 이 여름에 후끈후끈한 볕하고 시원한 빗물을 마시면서 한결 굵고 달콤하게 익을 테지요.


  사월에 바알갛고 작은 꽃을 잔뜩 터뜨렸던 모과나무도 단단하며 야무진 열매를 맺는데, 이 열매는 나날이 굵어집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알이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울퉁불퉁 커다란 열매로 거듭나요.


  오월에 살그마니 꽃송이를 내밀다가 톡톡 소리를 내며 꽃송이를 떨구던 감나무는 그무렵 떨구지 않은 꽃송이가 진 자리마다 조그맣고 푸른 알이 맺습니다. 여름 내내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듬뿍 머금으면서 가을에 새빨갛고 달달한 열매로 거듭나겠지요.



지나갔다. 돌이킬 수 없이 / 창작과비평사 문을 나와 / 합정동 버스정류장 쪽을 향해 / 걷는 김남주의 뒷모습. 싸구려 파카와 어깨에 걸친 / 낡은 가방 하나를 / 나는 어제도 보았고 / 오늘도 본다. / “어이! 남주형 이따 점심시간에 만나.” / “뭐, 그냥 내장탕이나 한그릇 하자구.” (슬픔)



  구름으로 온통 하얀 하늘을 바라보며 아침에 일어나서 풀을 뜯었습니다. 뒤꼍으로 오르는 길목에 돋은 풀을 맨손으로 뜯어서 그 자리에 고이 내려놓습니다. 이틀 동안 집을 비웠을 뿐이지만 모시랑 젓가락나물이랑 보리뺑이가 쑥쑥 올라왔습니다.


  풀을 뜯고 나서 여름비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짓습니다. 아이들은 비 오는 마당에서 달리고 뛰면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옵니다. 부엌에 어느새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배고프다 노래합니다. 손이랑 낯을 씻고 밥상맡에 앉아서 수저를 듭니다. 배고픈 아이들은 바지런히 수저질을 합니다.


  빗소리가 구성진 한낮이 조용히 흐릅니다. 깊은 시골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두 시간에 한 번 길게 바퀴 소리를 내는데, 이 바퀴 소리를 빼고는 거의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 땅의 모든 길들이 증오를 향해 / 열려 있었다. / 오직 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 사랑에 이를 수 없었던 수많은 날들. (증오는 추억이 아니다)



  밥 한 그릇이란 무엇일까요. 서울에 있는 어느 출판사 문턱을 드나들던 시인 한 사람하고 낮에 내장국을 먹던 일을 아스라이 되새기는 시 한 줄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을 미워하던 권력, 이 권력을 미워하던 사람, 서로 얼크러진 미움을 시로 짓는 사람, 이 시를 엮어서 펴낸 시집, 이 시집을 읽는 사람, 이 모두 어떤 마음으로 이어지는 셈일까요.


  어린 목숨이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랍니다. 숲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목숨은 어느새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된 목숨은 이제 숲을 떠날까요, 아니면 앞으로도 숲에서 살림을 지을까요.


  해남에서 나고 자랐다가 서울로 가서 시를 쓰던 한 사람을 그려 봅니다. 장성에서 나고 자랐다가 서울로 가서 시를 쓰던 한 사람을 헤아려 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치던 두 시인을 생각해 봅니다. 해남말하고 장성말이 어우러지면 어떤 말이 태어났을까요? 이른봄에 심은 옥수수에 어느새 꽃대가 나려 합니다. 2016.6.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음꽃 온세상 그림책
하마다 케이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미세기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63



웃음은 기쁘며 재미난 마음에서 피어난 꽃이야

― 웃음꽃

 하마다 게이코 글·그림

 고향옥 옮김

 미세기 펴냄, 2016.5.13. 9800원



  하마다 게이코 님이 빚은 그림책 《웃음꽃》에는 두 어린이가 나와요. 한 어린이는 ‘형’이고, 한 어린이는 ‘동생’입니다. 형인 어린이는 늘 동생하고 재미나게 놉니다. 형 가운데에는 동생을 때린다거나 괴롭히는 어린이도 있을 테고, 동생하고는 안 놀아 주려는 어린이도 있을 테지요. 이 그림책에 나오는 형은 늘 동생하고 사이좋게 놀 뿐 아니라, 동생을 재미나게 북돋아 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동생은 한 가지가 마음에 안 들어요. 뭐가 마음에 안 드느냐 하면, 형하고 날마다 하는 ‘눈싸움’을 늘 진단 말이지요. 여태 한 번도 형을 꺾지 못했습니다. 눈싸움을 벌이는 형은 늘 다르면서 우스꽝스러운 낯빛이 되어 동생을 웃기기 때문입니다. 그냥 째려보는 눈싸움이 아니라, 웃음이 터져나와서 도무지 견딜 수 없도록 하는 눈싸움을 동생한테 온몸으로 보여주고 가르치는 형이라고 할까요.



나는 잠자기 전에 주문을 걸었어. 내일은 웃지 않는다. 내일은 웃지 않는다. 내일은 웃지 않는다. (4쪽)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어느 날 밤에 굳게 다짐을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똑같은 말을 수없이 되풀이합니다. “내일은 웃지 않는다.” 하고요.


  아이는 참으로 온힘을 기울여서 이 다짐을 마음에 굳게 새깁니다. 아이는 반드시 형을 눈싸움으로 꺾겠다는 마음이 되어 이 다짐을 되새기고 또 되새깁니다.


  자, 이튿날 아침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제 동생은 형을 처음으로 꺾을 수 있을까요?



나나미가 나에게 꽃을 주었어. 두근두근했어. 그런데 나나미가 이렇게 말하지 뭐야. “겐지, 안 좋아?” (13쪽)



  새롭게 찾아온 아침에 형은 어김없이 아주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동생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동생은 조금도 웃음을 터뜨리지 않습니다. 동생을 웃기려고, 동생이 눈싸움에서 또 지게 하려고 하던 형은 그만 지칩니다. 제풀에 지쳐요. 드디어 동생이 처음으로 눈싸움을 이겼어요.


  그런데 동생은 눈싸움을 이긴 뒤로도 ‘웃지 않는 얼굴’ 그대로예요. 아차. 그렇지요. 동생은 “내일은 웃지 않는다”라고 다짐을 새겼어요. ‘형하고 눈싸움을 할 적에 웃지 않으면서 반드시 꺾는다’ 같은 다짐을 새기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동생 얼굴은 하루 내내 ‘안 웃는 얼굴’이 되고 맙니다. 여느 때에는 언제나 맑고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는데, 이 아이는 하루 내내 안 웃는 얼굴이 되었고, 이 얼굴을 본 어머니나 아버지나 동무들은 모두 걱정스러워 합니다. “어디 아프니?” “안 좋은 일이 있니?” “힘드니?” 하고 묻지요.



웃음은 기쁘고, 재미있는 기분을 전하는 거구나. 웃음은 ‘씩씩해, 괜찮아.’라고 알려주는 거구나. 나는 다시 주문을 걸었어. 내일은 웃는다. 내일은 웃는다. 내일은 웃는다. (24쪽)



  웃음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터져나오는 웃음일까요? 아니면 이 웃음이란 기쁜 마음을 나타내는 꽃과 같을까요?


  그림책 《웃음꽃》은 ‘그냥 웃음’이 아닌 ‘웃음꽃’을 다룹니다. 웃음꽃이 ‘웃음사랑’이 되고 ‘웃음살림’이 되며 ‘웃음노래’가 되는 이야기를 다루어요.


  여기에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다루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안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고 나서 뒤늦게 깨달았지요. ‘안 웃는 얼굴’이 얼마나 무섭거나 무시무시하거나 골이 난 듯한 모습인가를 깨닫고 배워요. 이리하여 이날 밤 잠자리에 들기 앞서 새롭게 다짐을 새겨요. 바로 “내일은 웃는다.”라는 다짐입니다.


  마음에 꿈을 그리면서 밤에 고요히 잠들어요. 마음에 그린 꿈을 이튿날 아침에 기쁘게 이루어요. 온힘을 기울여서 그리는 꿈을 늘 새롭게 이루면서 하루를 맞이해요.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똑같으리라 느껴요. 스스로 웃지 않으려 하기에 그만 웃음이 사라져요. 스스로 웃으려 하기에 그야말로 신나게 웃어요. 스스로 즐거우려 하지 않기에 그만 즐거움이 사라져요. 스스로 즐거우려 하기에 참말로 활짝 피어나는 웃음꽃이 가득한 즐거움으로 아름다운 삶을 이루어요. 2016.6.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