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모눈글 (2016.6.12.)



  서울마실을 하면서 모눈이 새겨진 공책을 장만한다. 시골 읍내에는 이런 공책이 없다. 깍두기 공책은 있으나 모눈 공책이 없는 시골이다. 모눈 공책을 쓸 사람이 없으니 시골 읍내 문방구에서는 안 갖출 테지. 아이가 글씨를 조금 더 찬찬히 익히도록 도우려고 모눈 공책을 쓴다. 그냥 네모 칸을 채우는 글씨 쓰기가 아니라, 모눈으로 넉 칸에 맞추어 ‘보기 좋게 잘 차도록’ 글씨를 쓰도록 이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아이들만 하던 어릴 적에 모눈종이에 글씨를 썼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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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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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56



딸기 타르트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뒤

―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글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6.4.29. 13500원



  고등학교를 ‘수수하게’ 다니는 두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엘릭시르,2016)은 ‘소시민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이 소설을 쓴 분은 ‘고전부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도 고등학교 아이들이 학교 안팎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저희 나름대로 풀고 맺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고전부’ 이야기는 동아리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소시민’ 이야기는 사내와 가시내 두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목이 다릅니다. 그리고 ‘소시민’ 이야기는 이 이름처럼 ‘수수하게’ 지내면서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지내고픈 마음을 담아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수하게 살자고, 조용하게 살자고, 드러나지 않게 살자고, 남들 눈에 안 뜨이는 자리에서 살자고, 얌전하게 살자고 …… 하는 이야기를 고등학교 아이들이 나눕니다. 이제 막 피어나려는 풋풋한 아이들이 ‘수수함(소시민)’을 말합니다. 문득 내 열예닐곱 살 무렵을 떠올려 봅니다. 나도 그즈음에 이런 생각을 해 보았나 하고 떠올려 봅니다.


  굳이 남들 앞에서 튈 생각이 없이 지냈지만, 나를 숨긴 채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꿈을 품고 싶은 마음이었고, 꿈을 이루는 길을 가고 싶었어요. 수수한 삶이 아닌 즐거운 삶을 바랐고, 조용한 삶이 아닌 재미난 삶을 바랐어요. 그러나 학교에서는 힘들었어요. 학교에서는 대학입시만 생각하라고 했으니까요. 대학입시와 얽힌 일이 아니라면 마음을 쓰지 못하게 막은 학교였고, 입시 공부가 아니라면 아무 책도 읽지 말라고까지 하던 학교였어요.


  그러고 보니 대학입시에 짓눌려야 하던 무렵에 적잖은 동무는 ‘소시민’이 되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나도 그렇고요. 끽소리조차 내지 않는 ‘소시민’이 되고, 둘레를 살피지 않고 조용히 있는 ‘소시민’이 되고 맙니다. 괜히 일을 시끄럽게 벌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됩니다. 고작 열예닐곱 살인 짙푸른 숨결이 마치 애늙은이처럼 되고 말아요.



일상의 평온과 안정을 위하여, 나와 오사나이는 소시민을 관철한다. 물론 표현 방식은 조금 다르다. 오사나이는 숨는다.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22쪽)



  소시민이 되기에 하루가 차분하거나 고요할까요? 소시민으로 지내야 평온과 안정을 누릴까요? 어쩌면 우리는 ‘소시민’이라는 이름 뒤에 숨거나 웃음으로 얼버무리면서 ‘정작 스스로 즐기고 싶은 삶’을 잊거나 ‘막상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잃는 셈은 아닐까요? 오늘날 사회는 우리더러 ‘소시민’ 되기를 넌지시 밀어붙이면서 우리 스스로 삶을 새롭게 짓는 꿈이나 사랑을 잊거나 잃도록 하지는 않을까요?


  소설책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에 나오는 가시내(오사나이)는 어느 날 ‘일(사건)’을 하나 겪습니다. 더욱이 이 일은 한 가지로 그치지 않아요.


  처음에는 일이 술술 풀렸지요. 딱히 아무런 걱정이 없이 조용히 삶을 누리는 듯했지요.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를 장만해서 예쁜 상자에 담아 자전거 바구니에 실었어요. 이제 이 타르트 상자를 집으로 잘 가져가서 조용하면서 느긋하게 맛보면 되지요. 그렇지만 타르트 상자를, 게다가 봄철에 한정으로 나오는 딸기 타르트 상자를, 이 타르트 상자를 바구니에 실은 자전거를, 누군가가 훔칩니다. 코앞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습니다. 가시내 자전거를 훔친 사내는 타르트 상자가 든 짐바구니에 이녁 가방을 얹지요. 타르트 상자는 볼품없이 찌그러집니다.


  소시민으로 살겠다던 가시내는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를 잃었을 뿐 아니라 자전거를 잃습니다. 얼마 뒤에는 잔뜩 망가진 채 버려진 자전거를 봅니다. 자전거는 그냥 버려지지 않았어요. 앞뒤 바퀴를 발로 밟아서 찌그러진 채 버려졌어요.



이윽고 평소보다 훨씬 감정이 결여된 목소리로 오사나이가 물었다. “고바토, 어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째서 내 자전거가 이런…….” (216∼217쪽)



  자, 이런 모습까지 본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그냥 소시민으로 조용히 얌전히 지낼까요? “일상의 평온과 안정을 위하”자는 마음으로 모두 잊고 넘어가면 될까요?


  누군가 내 자전거를 훔쳤는데, 이 자전거 짐바구니에 담긴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까지 훔쳐 가서는, 이 자전거를 찌그러뜨려서 버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 끝까지 또는 우주 끝까지 그 녀석을 찾아내어 코가 늘어지도록 나무라 줄까요, 아니면 그냥 못 본 척 넘어갈까요?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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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39. 살림을 짓는 꽃님


  살림을 지으면서 하루를 엽니다. 살림을 지으려는 꿈을 품으면서 아침에 일어납니다. 낮이 흐르고 저녁이 되기까지 하루 내내 즐겁게 살림을 짓는 보람을 누립니다. 때로는 커다랗게 이루는 살림이 되고, 때로는 조그맣게 일구는 살림이 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기에 기쁩니다. 어떤 살림이든 스스로 짓는 손길 하나마다 새로운 숨결을 담습니다. 차근차근 살림을 짓는 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지어요. 꾸준하게 살림을 짓는 동안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어요. 너와 나는 저마다 살림을 지으면서 어우러지는 꽃님입니다.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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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짓는 놀이



  놀이는 어디에서 태어날까 하고 가만히 살펴보면 으레 손에서 태어납니다. 자그마한 손짓에서 놀이가 태어나고, 수수한 손놀림에서 놀이가 자라납니다. 다만 이 손은 대단한 놀이를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대단한 놀이를 바라지 않습니다. 따스한 손길로 짓는 재미난 놀이를 바랍니다. 즐거운 손길로 이루는 기쁜 놀이를 바라요.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이 손으로 놀이를 지으면 아이랑 어른은 언제나 함께 노래할 만하리라 느낍니다.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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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후 以後


 이후 벌어진 어떤 일에도 → 그 뒤 벌어진 어떤 일에도

 이후부터는 → 그 뒤부터는 / 그때부터는

 이후로 → 그 뒤로

 너를 만난 이후로 → 너를 만난 뒤로

 그 마지막 이후가 → 그 마지막 뒤가


  ‘이후(以後)’는 “1. 이제부터 뒤 2.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보다 뒤”를 뜻한다고 하는데, 한국말사전에는 “≒ 이강(以降)·이후(已後)”라고 해서 다른 한자말도 싣습니다. 그런데 ‘이강’이나 ‘이후(已後)’ 모두 “= 이후”로 풀이합니다. 비록 사전에 실린 한자말이라 하지만 이 낱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한국말로는 ‘뒤’로 적으면 되고, 때때로 ‘그때’나 ‘이다음’이나 ‘나중’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6.15.물.ㅅㄴㄹ



이후에도 숙길이는 자주 병치레를 해서

→ 그 뒤에도 숙길이는 자주 병치레를 해서

→ 이다음에도 숙길이는 자주 병치레를 해서

→ 나중에도 숙길이는 자주 병치레를 해서

《윤희진-고추장 담그는 아버지》(책과함께어린이,2009) 57쪽


그날 이후

→ 그날 뒤

→ 그날 뒤로

《홍윤숙-쓸쓸함을 위하여》(문학동네,2010) 68쪽


이후, 영국에서 영어는 암흑기에 들어간다

→ 그 뒤, 영국에서 영어는 어두워진다

→ 그때부터, 영국에서 영어는 깜깜해진다

《김동섭-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 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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