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숲에서 푸른 바람을 마십니다. 땡볕도 뙤약볕도 가리는 푸른 바람을 마십니다. 여름에도 차디찬 물이 흐르는 숲에서 푸른 바람을 마십니다. 누구나 이 숲바람을 마시던 때에는 누구나 이 푸른 숨결로 삶을 짓고 사랑을 속삭이며 살림을 돌보았으리라 느낍니다. 숲이 늘 책이고, 숲이 늘 노래이고, 숲이 늘 웃음이며, 숲이 늘 이야기가 되는 보금자리를 가만히 그립니다. 이 숲에서 모든 넋이 고요히 숨을 쉬거든요.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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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조용히 있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골짜기로 마실을 갑니다.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버스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모든 소리와 바람을 잊고서 빠져듭니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을 적에는 막걸리 한 잔을 밥상맡에 올립니다. 꼭 한 잔이면 됩니다. 두 잔도 석 잔도 아닌 한 잔을. 즐겁게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고, 즐겁게 읽는 동안 즐겁게 몸을 쉽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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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이 가는 곳



  밥을 지어서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맨 먼저 손이 가는 데가 다릅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다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먹고 싶은 밥에 눈길을 보내고 손길을 뻗습니다. 무엇을 먹든 마음으로 사랑하는 숨결이 되자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가장 좋아할 만한 밥을 맨 먼저 먹어도, 가장 덜 좋아할 만한 밥을 맨 나중 먹어도, 모두 사랑스러운 꿈이 깃든 숨결이라는 대목을 생각합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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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0. 오징어장갑


  겨울이 저물 즈음 곁님이 장갑을 떴어요. 한겨울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가 새봄을 앞두고 장갑을 떴어요. 아이들은 새봄을 앞두고도 장갑을 끼면서 놉니다. 장갑도 그냥 장갑이 아니라 ‘오징어장갑’입니다. “내 손이 오징어가 되었네?” 하면서 두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노는데, 장갑 한 켤레도 새롭고 재미난 놀잇감 구실을 합니다.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지은 살림은 알뜰한 살림살이가 되면서 살가운 놀잇감이요, 우리 곁에서 늘 기쁜 웃음을 베푸는 선물과 같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무엇을 사진으로 찍으면 되느냐 하고 묻는 분이 있다면 ‘우리가 손수 짓는 살림을 손수 사진으로 찍어 보셔요.’ 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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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짓기 (사진책도서관 2016.6.1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 주었습니다. 이제 막 새로 나온 책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책을 한 권씩 써낼 적마다 늘 반가우면서 기뻤는데, 이 도톰한 책은 새롭게 반가우면서 기쁩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마음속으로 품은 ‘내가 쓰고 싶던 책’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아직 한국말사전다운 사전이 없다고 여긴 지 스물다섯 해 만에 이런 책을 내 손으로 쓸 수 있어서 더욱 기쁩니다.


  첫걸음처럼 선보이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손에 쥐고 읽을 이웃님들이 넉넉하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이 되어 말·넋·삶을 살찌우는 길에 밑돌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책을 받자마자 먼저 ‘도서관 평생 지킴이’인 이웃님한테 책을 부치기로 합니다. 한평 지킴이와 두평 지킴이인 이웃님한테도 모두 책을 부치고 싶으나 모두한테 부치지는 못합니다. 너그러이 살펴 주실 테지요?


  도톰한 책을 봉투에 싸서 주소를 적고 테이프로 휘감습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칩니다. 책을 싸느라, 나르느라, 또 부치느라 품이나 돈이 퍽 많이 듭니다. 만만하지 않은 택배삯을 치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책 한 권을 택배로 부치는 값이 ‘책값 가운데 1/5’이나 된다면, 다섯 권 부칠 값이면 한 사람한테 더 선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손수 봉투질을 해서 부치면 책 안쪽에 연필로 ‘아무개 님한테 드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데, 이 글을 몇 줄 쓸 수 있는 값이 좀 비싸구나 싶어요. 다음에 이 책을 이웃님한테 선물할 적에는 인터넷책방 손을 빌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574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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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o 2016-06-1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전을 손수 펴낸다는건 어떤 느낌일까요. 부럽고 대단하다 싶고 감사합니다. ㅎㅎ

파란놀 2016-06-17 10:55   좋아요 1 | URL
사전...이란 쉽게 내기 어려운 책이니
아무래도 쉽게 느끼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요 ^^;;
그러나 이 사전이 나온 지
아직 며칠 안 되어서
아직은
˝그동안 고단했네. 이제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만 듭니다 ^^;;;;

Clou:Do 2016-06-1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잘은 몰라도 상상이 갑니다. 달콤한 쉼을 누리세요.

파란놀 2016-06-17 16:13   좋아요 1 | URL
네, 독자님도 기자님도
모두 이 책을 장만해서 읽으시고는,
˝이야 멋지네!˝ 하고 웃음으로 노래하면서
즐겁고 새롭게 한국말을 생각하고
마음도 꿈도 사랑스레 살찌우실 수 있다면
그야말로 달콤하게 쉴 만하리라 하고 느껴요
^__^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