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30 : 도유(塗油)



도유(塗油) : 1. = 데유 2. 기름을 바름


도유(塗油)의 의식

→ 기름을 바르는 의식

→ 기름 붓기 의식



  영어 anointing을 풀이하는 영어사전은 ‘도유’만 적어 놓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국에서 치르는 의식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도유’라는 한자말을 쓰는구나 싶어요. 그러나 이처럼 ‘도유’라고만 적으면 알아볼 만한 사람이 매우 드무니, 묶음표를 치고 ‘塗油’를 덧달 테지요.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나오지는 않으나, 예배당에서는 ‘기름붓기’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도유’란 바로 ‘기름붓기’를 가리켜요. 기름을 ‘붓는다’고도 할 수 있으나 ‘바른다’고도 할 만하니 ‘기름바르기’처럼 새로운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기름바르기·기름붓기’ 같은 낱말을 쓰면 매우 쉽고 환할 뿐 아니라, 느낌까지 또렷하게 잘 살아납니다. 2016.6.19.해.ㅅㄴㄹ



영국 왕은 먼저 도유(塗油)의 의식을 치르고 대관식 예복을 입는다

→ 영국 임금은 먼저 기름을 바르는 의식을 치르고 대관식 옷을 입는다

→ 영국 임금은 먼저 기름 붓기를 하고 대관식 옷을 입는다

《김동섭-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 10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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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따뜻해졌다 문학동네 동시집 20
오인태 지음, 박지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시를 사랑하는 시 83



혼자서 집 보는 아이가 마음으로 짓는 꿈

―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오인태 글

 박지은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2.3.30. 8500원



  작은아이는 마실길에 돌멩이를 줍는 일이 드뭅니다. 큰아이는 마실길에 으레 땅바닥을 살피면서 돌멩이를 주우려 합니다. 큰아이는 때때로 소리를 칩니다. “와! 예쁜 돌이다!”라든지 “아버지! 여기 봐요! 사랑돌이에요!” 하고 외치지요.


  큰아이가 외치는 ‘사랑돌’은 돌멩이가 꼭 사랑 무늬(♥) 같대서 사랑돌입니다. 돌멩이가 이런 무늬로 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 큰아이 눈에는 가끔 나타납니다. 대여섯 달에 한 번쯤 나타나지요.


  돌멩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노라면, 돌멩이를 몹시 좋아하던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도 어릴 적에 늘 땅바닥을 살피면서 예쁘거나 멋진 돌멩이를 모으고 싶었습니다. 내 주머니는 돌멩이로 늘 불룩했어요. 물로 깨끗이 씻고 늘 손으로 만지작거리니, 주머니에 든 돌은 반들반들해지지요. 돌멩이를 손에 쥐면 이 돌멩이가 살아온 기나긴 숨결이 마치 내 몸으로 스며드는 듯하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한 시, 두 시, 세 시 넘어도 / 식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 혼자서 집 보는 날 // 몰랐다 / 우리 집이 이렇게 넓은 줄을 (혼자서 집 보는 날)


딩동! /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 // 되도록 천천히 열쇠를 넣고 돌리자 / 철컥! // 또 아무도 없구나! (아파트 문 열기)



  오인태 님 동시집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문학동네,2012)를 읽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외롭거나 쓸쓸한 도시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파트에서 혼자 집 보는 아이라든지, 집에 혼자 가서 열쇠를 혼자 따는 아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어느 때에는 외롭거나 쓸쓸한데, 어느 때에는 마음이 아픕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어떻게 아직 이런 일이 있겠느냐고 할 만한 ‘푸대접’에 마음이 멍드는 아이가 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오빠하고 저(가시내)를 가르는 어머니 모습 때문에 멍드는 아이입니다.



우리 엄만 / 내가 크레파스 산다 하면 / 벌써 다 썼니? / 운동화 산다 하면 / 조금 더 신어라 / 천 언짜리만 달랑 내보이시면서 // 오빠는 / 말도 안 하는데 / 아직도 그 책이니? / 학원비 낼 때 되지 않았니? / 몇만 원 몇십만 원도 / 쑥쑥 내주신다. (엄마 지갑)



  외롭거나 쓸쓸한 아이는 모처럼 어머니하고 집에 있어도 마음이 멍들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학교에서도 마음에 멍이 들고 말아요.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이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틀에 박힌 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이끌려고 하면서, 아이들은 꿈날개를 펴지 못하고 말아요. 교과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이끌어야 하다 보니, 아이들은 새롭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배울 틈이 없기도 해요.



노란색 하늘이 어디 있니? // 미술 시간 / 하늘을 노랗게 칠하다가 / 선생님께 핀잔 들었다. // 조금 전 쉬는 시간 / 창문 너머 하늘을 / 노랗게 덮었던 그건 뭘까? (미술 시간)


어디서 날아온 풀씨 하나와 바위가 / 누가 세나 내기를 했는데 // 석 달 열흘을 꿈쩍 않던 바위가 / 끝내 입을 쫙 벌리며 (바위꽃)



  아이들은 주머니에 돌멩이를 넣고 싶습니다.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놀고 싶습니다. 이 돌멩이로 땅바닥에 금을 그으면서 뜀뛰기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돌멩이를 던져서 톡톡 쓰러뜨리는 돌치기(비석치기)를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모래바닥에 작은 돌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놀고 싶은 아이입니다. 꿈꾸고 싶은 아이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요, 사랑하고 싶은 아이예요. 이 아이들을 꾸밈없이 바라보아 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을 가없는 마음으로 넉넉히 안아 줄 수 있을까요?



땅콩 한 알에는 / 땅콩 한 포기의 눈이 있다 // 밤 한 톨에는 / 밤나무 한 그루의 눈이 있다 (눈이 마주칠 때)



  마음에 있는 눈을 뜰 때에 아이들을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지 싶어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마주할 적에 비로소 사랑스러운 눈길이 될 만하지 싶어요.


  파란 하늘도 노란 하늘도 빨간 하늘도 모두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파란 마음도 되고 노란 마음이나 빨간 마음도 되면서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땅콩 한 알에 깃든 눈을 바라보아요. 밤나무 한 그루에 서린 눈을 바라보아요. 아이 마음을 바라보고, 어른 마음을 돌아보아요. 서로 즐거운 눈이 되고, 서로 고운 눈이 되기를 바라요. 다 함께 노래하는 눈이 되고, 다 같이 웃음짓는 눈이 되기를 바라요. 2016.6.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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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1. 귀여운 인형


  아이들이 주머니 있는 옷을 좋아합니다. 지난겨울부터 유난히 주머니 있는 옷을 찾습니다. 여름이 찾아와도 주머니 있는 조끼를 굳이 걸치려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주머니에 장난감이나 인형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머니가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내 어릴 적이 떠오릅니다. 나도 새옷을 얻을 적에는 주머니가 있느냐 없느냐부터 살피곤 했어요. 아이들 눈으로는 주머니에 넣는 인형이 귀여울 텐데, 내 눈에는 이렇게 주머니에 큰 인형을 넣고 아끼는 손짓이랑 몸짓이 귀엽습니다. 그러니 내 손은 어느새 사진기를 쥐면서 슬그머니 한 장 남기지요. 2016.6.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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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19] 그림 예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꿈을 지으려는 마음

  사랑을 노래하려는 넋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가리켜 ‘화가’라고도 합니다만, 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란, 이 모습 그대로 ‘그림님’이나 ‘그림지기’라고 느껴요. 그림을 그리는 님(임)이기에 그림님이요, 그림을 그리며 삶을 짓기에 그림지기예요. 꿈을 짓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사랑을 노래하려는 넋으로 그림을 그리지요. 예술을 하려는 화가가 아니라, 문화를 떨치려는 화가가 아니라, 작품을 팔려고 하는 화가가 아니라, 그저 꿈과 사랑을 마음 가득 보듬으면서 그림님이요 그림지기라고 생각합니다. 2016.6.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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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반사적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 곧바로 엎드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 곧장 고개를 돌렸다

 반사적 행동 → 반사 행동 / 맞몸짓

 반사적 본능이다 → 문득 나오는 본능이다


  ‘반사적(反射的)’은 “어떤 자극에 순간적으로 무의식적 반응을 보이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순간적(瞬間的)’은 “아주 짧은 동안에 있는”을 뜻한다 하고, ‘무의식적(無意識的)’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바로 그대로”쯤을 가리키는 ‘반사적’이로구나 싶습니다. 이러한 느낌이나 뜻이라면 ‘바로’나 ‘그대로’로 손질할 만하고, ‘저절로’나 ‘대뜸’이나 ‘곧장’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라든지 “아무 생각 없이” 같은 말마디가 어울리는 자리도 있어요.



막내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 막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 막내는 저절로 손을 들었다

→ 막내는 불현듯 손을 들었다

→ 막내는 번쩍 손을 들었다

《한승헌-그날을 기다리는 마음》(범우사,1991) 39쪽


반사적으로 서식지를 오염시키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저도 모르게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스스럼없이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53쪽


반사적으로 명료한 답이 돌아온다. “행복하려고요.”

→ 바로 뚜렷한 말이 돌아온다. “즐거우려고요.”

→ 곧장 똑똑한 말이 돌아온다. “즐겁게 지내려고요.”

→ 이내 또렷한 말이 돌아온다. “즐겁게 살려고요.”

《강윤중-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2015) 132쪽


반사적으로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 대뜸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 바로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요네자와 호노부/김선영 옮김-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엘릭시르,2016) 15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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