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갈색 褐色


 갈색 머리 → 밤빛 머리

 갈색 피부 → 흙빛 살갗 / 짙누런 살갗

 짙은 갈색으로 그을린 → 짙은 흙빛으로 그을린 /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낙엽이 다 떨어져 갈색으로 보이는 → 가랑잎이 다 떨어져 누렇게 보이는


  ‘갈색(褐色)’은 “검은빛을 띤 주홍색”이라 하는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 다색(茶色)”처럼 비슷한말을 올립니다. ‘다색(茶色)’을 찾아보면 “= 갈색(褐色)”으로 풀이해요. 이래서는 ‘갈색’이 어떤 빛깔인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밤빛(밤색)’을 찾아보면 “여문 밤의 겉껍데기 빛깔과 같이 검은색을 띤 갈색빛”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밤빛’이요,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갈색’이나 ‘다색’인 셈입니다. 밤알 빛깔은 때로는 ‘흙빛’이라 할 수 있어요. ‘도토리빛’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까무잡잡하다’가 어울릴 수 있고, ‘누렇다’나 ‘짙누렇다’가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2016.6.21.불.ㅅㄴㄹ



앨피는 낡은 갈색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흙빛 구두를 신어요

→ 앨피는 낡은 밤빛 구두를 신어요

《셜리 휴즈/조숙은 옮김-앨피에게 장화가 생겼어요》(보림,2002) 6쪽


조그만 갈색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고 있으려고요

→ 조그만 밤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 조그만 흙빛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으려고요

《헬렌 레코비츠/박혜수 옮김-내 이름은 윤이에요》(배동바지,2003) 18쪽


음, 오렌지색, 녹색, 빨간색, 갈색, 보라색인데

→ 음, 오렌지빛, 풀빛, 빨간빛, 흙빛, 보라빛인데

→ 음, 귤빛, 풀빛, 빨간빛, 도토리빛, 보라빛인데

《사노 요코·키시다 쿄코/엄기원 옮김-잠깐만 기다려》(한림출판사,2004) 24쪽


꽃이 진 자리에는 갈색이나 짙은 보라색 열매가 맺혀 있었다

→ 꽃이 진 자리에는 흙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 꽃이 진 자리에는 밤빛이나 짙은 보라빛 열매가 맺혔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146쪽


피부색을 진한 갈색으로 바꾸기 위해

→ 살빛을 짙은 밤빛으로 바꾸려고

→ 살갗을 짙은 흙빛으로 바꾸려고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83쪽


가을이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갈색 도토리가 될 거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흙빛 도토리가 될 테야

→ 가을이면 반짝반짝거리는 짙누런 도토리가 될 테야

《이성실·권정선-참나는 참 좋다!》(비룡소,2012) 25쪽


껍질 벗기면 내 몸은 갈색으로 변하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누렇게 바뀌지요

→ 껍질 벗기면 내 몸은 누런 빛으로 바뀌지요

《박승우-생각하는 감자》(창비,2014) 8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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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제3의/제삼의


 제3의 물결 → 셋째 물결 / 새로운 물결 / 새물결

 제3의 눈 → 셋째 눈 / 새로운 눈 / 새눈

 제3의 길 → 셋째 길 / 새로운 길 / 새길

 제3의 시각 → 셋째 눈길 / 새로운 눈길

 제3의 멤버 → 셋째 멤버 / 새로운 사람

 제3의 직업 → 셋째 직업 / 새로운 일


  셋째를 가리키는 ‘제삼(第三)’하고 어울리는 일본 말투로 ‘제삼의’가 여러모로 쓰입니다. 이는 ‘셋째’로 손보면 되는데, 셋째를 가리키는 ‘제삼의’는 셋째라는 자리뿐 아니라 ‘새로운’ 자리를 가리키곤 합니다. 꼭 셋째가 아니어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나타내려 할 적에 이런 말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셋째’나 ‘새로운’이나 ‘이제까지와 다른’으로 손볼 만한데, 이밖에 ‘또 다른’이나 ‘그 다음’으로도 손볼 수 있습니다. ‘아주 다른’이나 ‘아주 새로운’처럼 손보아도 잘 어울려요. 그래서 ‘처음·다음·그 다음’이나 ‘처음·다른·또 다른’처럼 쓰면서 ‘제일의·제이의·제삼의’를 손볼 수 있어요.


  그리고 ‘번(番)’은 ‘째’하고 같은 말이라서 ‘째번’이나 ‘번째’는 같은 말을 잇달아 쓴 셈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같은 말투가 어느새 사람들 입에 익었어요. ‘첫째·둘째·셋째’로 쓰면 넉넉하지만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같은 말도 함께 쓰입니다. “제3의 물결”은 “셋째 물결”로 손질하면 되는데 “세 번째 물결”처럼 손질해 볼 수도 있습니다. 2016.6.21.불.ㅅㄴㄹ



제3의 새롭고 더 좋은 자아

→ 또 다르며 새롭고 더 좋은 나

→ 여태와는 달리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껏 없던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더 좋은 나

《김재준-죽음으로 산다》(사상사,1975) 17쪽


충청북도 제3의 도시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

→ 충청북도에서 셋째로 큰 도시

→ 충청북도 셋째 가는 도시

→ 충청북도 세 번째 도시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183호(2006) 86쪽


다음의 예가 보여주듯이 제3의 방법이 있다

→ 다음 보기처럼 또 다른 길이 있다

→ 다음 보기가 말하듯이 새로운 길이 있다

→ 다음처럼 셋째 길이 있다

→ 다음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또 다른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와 같은 셋째 길이 있다

→ 다음에서 살필 수 있듯이 길은 더 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4쪽


제3의 목소리였다

→ 셋째 목소리였다

→ 세 사람째 목소리였다

→ 또 다른 목소리였다

→ 그 다음 목소리였다

→ 새로운 목소리였다

《시모무라 고진/김욱 옮김-지로 이야기 3》(양철북,2009) 121쪽


미간이 열려야 제3의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 눈썹 사이가 열려야 셋째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 눈썹 사이가 열려야 새로운 눈도 열리는 법입니다

《사이토 히토리/하연수 옮김-부자의 운》(다산3.0,2012) 28쪽


인간은 이제 새로운 제3의 차원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셋째 차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셋째 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셋째 길을 새롭게 얻었을 뿐만 아니라

→ 사람은 이제 새로운 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칼 슈미트/김남시 옮김-땅과 바다》(꾸리에,2016) 12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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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시공 청소년 문학 11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푸른책과 함께 살기 125



아버지랑 딸이서 먼 여행길에 올라

―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마르야레나 렘브케 글

 김영진 옮김

 시공사 펴냄, 2006.9.29. 7500원



  아이들은 대문 밖에만 나서도 활짝 웃습니다. 아니, 아이들은 마당에 서서 달리기나 술래잡기만 해도 깔깔 웃습니다. 마을 한 바퀴를 걷자고 해도 웃고, 골짜기나 바다를 다녀오자고 하면 펄쩍펄쩍 뜀박질을 하면서 크게 기뻐합니다. 나들이를, 마실을, 그야말로 매우 좋아하면서 반겨요.



아빠는 설레는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그러는 것처럼 양 볼이 발개졌다. 아빠의 눈은 벌써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빛났다. 아빠는 남들이 아빠에게 꿈을 이루라고 말해 준 것에 대해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11쪽)


어느 날 저녁 아빠가 내게 말했다. “오늘 우리 공장에서 네 일자리를 찾았단다.” “공장 안에서요? 거긴 더럽고 먼지투성이잖아요.” “난 그 먼지들로 너희들을 먹여 살린다.” (37쪽)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이 쓴 청소년소설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시공사,2006)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핀란드사람인 마르야레나 렘브케 님은 북유럽에 우거진 드넓은 들과 숲을 자동차로 천천히 가로지르는 두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청소년소설에 나오는 두 사람은 아버지와 딸입니다. 오롯이 둘이서 여행길에 나서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살림돈을 버는 일을 하느라 늘 바쁜데, 그렇다고 살림돈을 넉넉하게 벌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아주 가난하지는 않으나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살림이라고 해요. 온 식구가 여행길에 나서는 일이 드물고, 어버이가 아이하고 오롯이 먼 여행길에 나서는 일도 드물다고 합니다.



자기 아빠랑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나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아빠도 우리가 단둘이 보내야 할 기나긴 시간이 겁나고 걱정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71쪽)


“이건 낯선 곳에서 펼쳐지는 네 첫 번째 여행이야. 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장과 숲과 벌판을 지날 거란 말이야. 날씨가 화창해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 넌 지금 책을 읽겠다는 거니?” (77쪽)



  북유럽 여느 살림집하고 한국 여느 살림집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를까요? 여느 살림집에서 여느 아버지는 이녁 여느 딸하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요? 아버지하고 아들 사이에서는, 또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는, 또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 만할까요?


  열다섯 살에 이르도록 함께 여행길에 나서지 못했다고 해서 둘이 주고받을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될 테니까요. 집안에서나 집밖에서나 똑같아요. 집안에서 못하던 일을 집밖에서 잘하기 어렵고, 집안에서 안 하던 일을 집밖에서 갑자기 하기란 어려울 테지요.


  그렇지만 두 어비딸은 여행길에 나섭니다. 무척 긴 여행길에 나섭니다. 이 여행길은 아버지가 꼭 나서고 싶다 하던 여행길이라 하고, 아이는 아버지하고 먼 여행길을 함께하는 동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한다고 합니다.



“뭔가를 새로 알고 싶으면 잘 들여다봐야 해 … 열다섯 살은 그냥 열다섯 살인 거야. 하나도 흠잡을 거 없는 나이지.” (82쪽)


“얘야, 긴장을 좀 풀려무나! 힘을 좀 빼! 웃어 보렴! 춤은 사형 선고가 아니라 즐거움이야!” (109쪽)


“너한테는 여기가 너무 조용해서 익숙하지 않을 거야. 여긴 사람 목소리라곤 없으니까. 난 말이야, 네가 이런 고요함을 좋아하길 바란단다. 사실은 고요하지 않은 이 고요함 말이야. ‘조용히 귀 기울여 듣는 법’만 배우면 돼.” (123쪽)



  아이가 본 어버이 모습은 아이가 태어난 자리에서 본 모습입니다. 아이는 이녁 어버이가 아이로 지내던 모습을 알 길이 없습니다. 아이는 이녁 어버이도 저랑 똑같이 아기였고 아이였으며 웃고 울면서 무럭무럭 자랐구나 하고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녁 어버이가 어떤 사람한테 둘러싸여서 살고 자라고 생각하고 사랑했는가를 알기는 어려울 테지요.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에 나오는 딸아이는 먼 여행길을 아버지하고 둘이서 가는 동안 ‘새로움’을 느낍니다. 이제껏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던 ‘아버지 살붙이’를 처음으로 만납니다. 이렇게 ‘우리 집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아버지가 나고 자란 어린 나날 발자취’가 짙고 깊게 새겨진 대목을 처음으로 헤아립니다. ‘일만 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삶이 있고 사랑을 꿈꾸던 한 사람’인 모습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내가 핀란드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아빠는 러시아어로, 볼프강은 하모니카를 바닥에 내려놓고 독일어로 노래를 불렀다. (142쪽)


“나야 아래쪽 카렐리야에 있었으니까. 나는 독일사람을 동지로도, 적으로도 만난 적이 없어. 어쨌거나 볼프강의 용기는 알아줘야 할 것 같다. 제 아버지들이 그토록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른 곳을 혼자서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다니 말이야 … 전쟁을 잊어버리는 데 15년이란 세월은 충분치 않단다.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은 평생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156쪽)



  독일이 일으켰다는 전쟁이 끝난 뒤 열다섯 해가 흐른 무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이니, 1960년 언저리 북유럽 모습을 이 책에서 엿볼 만합니다. 유럽을 불태운 싸움이 수그러든 지 열다섯 해 뒤에도 사람들은 그 끔찍한 싸움을 잊기 어렵다고 하는데, 1960년대 한국이라면 어떠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이를테면, 1960년 언저리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찾아와서 무전여행을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런데 전쟁은 ‘무전여행을 하는 젊은이’가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이 젊은이를 낳은 어버이가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테고요. 이 젊은이를 낳은 어버이는 전쟁을 거스르려던 씩씩한 어른이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전쟁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려 하던 허수아비였을 수 있겠지요. 젊은이는 어버이와 달리 너르면서 맑고 착한 넋으로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어른들로서는 끔찍한 전쟁을 잊을 길이 없지만, 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아이들은 전쟁을 떠올리는 삶이 아니라 평화를 그리면서 사랑하는 살림을 배울 노릇이지 싶습니다.



나는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았다. 신문 배달이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 날이 밝았고,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마티 오빠한테 꾼 돈을 갚자 내 스스로 신뢰 있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86쪽)



  1960년대 핀란드와 노르웨이를 가로지르는 청소년소설을 읽다가 생각해 보니, 나도 우리 집 큰아이(딸)하고 느긋하게 먼 여행길을 다닌 일이 매우 드뭅니다. 아예 없지는 않지만 큰아이가 아주 어리던 때에 둘이서 짧게 여행길을 다녀온 적이 있기는 한데,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고 느긋하게 삶을 돌아보며 따사롭게 사랑을 들려주는 여행길은 아직 나서지 못했구나 하고 느낍니다.


  굳이 먼 여행길에 나서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는 않습니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려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집안에서든 집밖에서든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고서 차분하게 생각을 꽃피울 적에 비로소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합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주고받으려는 이야기가 아닌 삶과 살림을 사랑으로 일깨우려는 이야기를 어버이로서 아이하고 나눌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 어버이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없었든, 나는 오늘 우리 아이들 앞에서 어버이라는 자리에 있는 만큼, 슬기롭고 즐겁게 이야기를 밝히고 꿈을 밝히며 사랑을 밝힐 수 있어야지 싶어요.


  우리가 갈 길은 기쁨이 되도록, 서로 손을 잡고 나아갈 길은 노래가 되도록,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갈 길은 고운 꿈이 되도록, 오늘 하루도 마음속으로 웃음이라고 하는 씨앗을 심으려 합니다.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청소년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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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딸기 두 톨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골짜기 한쪽에 나무딸기가 있군요. 우람한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들딸기가 저물어도 이곳에는 아직 나무딸기가 새빨간 열매를 내놓는구나 싶군요. 큰아이를 부릅니다. “벼리야, 여기 보렴. 나무딸기야.” “우와, 맛있겠다. 새빨개!” 야무진 열매 두 톨을 훑어서 큰아이 손바닥에 얹습니다. 동생하고 한 톨씩 먹으라고 이릅니다. 석 톨이 있다면 세 사람이 나누어 먹었을까요? 아니요. 두 톨은 작은아이 몫이 되었을 테지요. 넉 톨이 있다면 이때에는 세 사람이 나란히 먹었을까요? 아니요. 넉 톨이라면 두 톨씩 두 아이가 나누었을 테지요.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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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으로 하는 일



  내 이 손은 사람을 사랑하려는 손이다. 이 손이 닿는 자리마다 따스한 기운이 흐르면서 즐거운 노래가 흐드러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내 손은 나한테 사랑이요, 네 손은 너한테 사랑이지. 내가 짓는 밥에는 내가 빚는 사랑이 서리고, 네가 짓는 밥에는 네가 엮는 사랑이 어려, 우리가 누리는 밥마다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내가 차려서 먹는 밥도, 네가 차려서 주는 밥도, 참말 언제나 즐겁고 고마우면서 반갑다.


  내 이 손은 살림을 지으려는 손이다. 이 손으로 만지는 것마다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면서 기쁜 웃음이 터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손수 김치를 하고, 손수 밭을 일구고, 손수 자전거를 몰고, 손수 빨래를 하고, 손수 연필을 쥐어 글을 쓴다. 이 손으로 하는 일이란 이 손으로 보금자기를 가꾸는 기쁜 몸짓이다. 흙내음 나는 손으로 밥을 짓고, 밥내음 나는 손으로 빨래를 하고, 물내음 나는 손으로 아이들과 놀고, 땀내음 나는 손으로 글을 쓰고, 종이내음 나는 손으로 다시 호미를 쥐면서 하늘을 마신다.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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