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26] 종이두루미



  집에서 종이로 노는 아홉 살 아이는 곧잘 종이접기를 하고 싶어서 책을 펼칩니다. 책에 나온 ‘종이학’ 접기를 해 보려는데 잘 안 된다면서 자꾸 도와 달라 합니다. 한 번 두 번 돕다가 아이한테 말합니다. “책을 덮으렴. 책을 보면서 하면 아예 못 접어.” 나는 책 없이 접는 손놀림을 아이한테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은 대로 종이를 네모반듯하게 자르고, 세모를 두 번 접어서 자국을 내며, 네모를 두 번 접어서 또 자국을 냅니다. 다시 세모를 접고, 잇달아 수많은 세모를 넣어 자국을 낸 뒤에 비로소 하나씩 새로운 꼴로 접습니다. 이러는 동안 어느새 예쁜 ‘종이두루미’가 태어납니다. 종이두루미를 다 접고 나서는 거꾸로 ‘펼친 종이’가 되도록 하나씩 풉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손으로 만지면서 몸에 익혀야 눈을 감고도 접을 수 있어.” 한나절 동안 함께 종이를 접고 나서 ‘종이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종이학’ 접기인데, 일본에서는 ‘오리츠루(おりづる·折り鶴·折鶴)’라는 이름을 써요. “접는 두루미”라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종이접기를 ‘오리가미(おりかみ·折り紙·折紙)’라고 말해요. 종이로 두루미를 접는 놀이가 일본에서 건너왔어도 ‘두루미’라는 이름을 쓰면 되었을 텐데, 처음에 ‘학(鶴)’이라는 한자를 쓴 바람에 이제는 ‘종이학’이라는 이름만 널리 퍼졌구나 싶습니다. 2016.5.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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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꿈



  오늘 서울로 마실을 간다. 마포FM에 찾아가서 책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고, 얼마 앞서 새로 낸 책을 조촐히 기리는 조그마한 모임을 열기로 했다. 엊저녁부터 이래저래 살림을 챙기면서 생각에 잠겨 본다. 오늘 서울마실을 다녀오면서 무엇을 이루어야 할까 하고. 무엇보다도 곁님이 올 칠월에 한 달 동안 미국에 배움마실을 다녀올 배움삯을 모을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미국돈으로 삼천 달러 남짓 들 텐데, 이만 한 돈을 벌자면 책을 몇 권쯤 팔면 될까? 이제껏 곁님이 배움마실을 다녀오도록 할 적에 카드값으로 대고 여러 달이나 여러 해에 걸쳐 이 빚 저 빚으로 갚았는데, 올해에 곁님은 카드값이 아닌 맞돈을 통장에 모았을 때에만 가겠노라 하고 말한다. 이 말이 참으로 옳지. 지난 몇 해 동안 배움삯을 이리저리 빌리고 갚느라 퍽 고단한 모습을 늘 지켜보았으니까. 오늘 서울마실을 가는 길에 꿈을 꾼다. “서울로 살림을 옮기는 꿈”이 아니라 “서울에서 즐겁게 여러 가지 일을 슬기롭게 마치고 배움삯을 넉넉히 벌어들여 곁님이 홀가분하게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몸과 마음을 한결 따사로이 추스를 수 있는 꿈”을 꾸어 본다. 새벽에 곁님더러 “어제 자전거로 읍내에서 실어 온 수박 반 통을 우리 집 돼지 셋이 한꺼번에 다 먹지 말고 이틀에 나누어서 먹으셔요.” 하고 말했다. 자, 이제 아침을 짓고 가방 메고 바지런히 길을 나서자. 2016.6.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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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64. 2016.6.27. 뒤늦게 한 접시



  단출하고 밥이랑 국이랑 김치랑 동글배추무침을 밥상에 올리는데 무언가 하나 안 올린 듯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작은아이가 동글배추무침이 맛있다면서 거의 비울 무렵 “그래, 토마토를 안 썰었네!” 하고 깨닫고는 뒤늦게 한 접시를 올린다. 자, 이제 단출하면서도 즐거운 밥상은 다 되었지? 배부르게 천천히 먹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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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능숙 能熟


 외국어에 능숙하다 → 외국말에 익숙하다 / 외국말을 잘하다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다 → 일을 솜씨 있게 하다

 영어가 능숙하여 영어로 대화한다 → 영어가 훌륭하여 영어로 얘기한다

 의사 못지않게 능숙한 수완을 발휘해 → 의사 못지않게 빼어난 솜씨를 뽐내어

 컴퓨터를 능숙히 다루다 → 컴퓨터를 잘 다루다 / 컴퓨터를 훌륭히 다루다


  ‘능숙(能熟)하다’는 “능하고 익숙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능(能)하다’는 “어떤 일 따위에 뛰어나다”를 가리키니, ‘능숙하다’는 ‘뛰어나다’나 ‘익숙하다’를 나타낼 적에 쓰는 한자말인 셈입니다. 때로는 “솜씨 있다”나 “솜씨 좋다”라 할 만하고, ‘훌륭하다’나 ‘빼어나다’나 ‘잘하다’가 어울리는 자리가 있을 테지요. 2016.6.29.물.ㅅㄴㄹ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잰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날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훌륭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30쪽


가장 지역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능숙한 대응을 함으로써

→ 가장 지역에 맞고 곧바로 솜씨 좋게 마주하면서

→ 가장 마을에 맞고 곧장 손 쓸 만한 길로 알뜰히 마주하면서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58쪽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의 능숙함을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 솜씨를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이 솜씨 있으리라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이 잘해 주리라 믿었다

《리 호이나키/부희령 옮김-아미쿠스 모르티스》(삶창,2016) 21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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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이색적


 이색적 풍습 → 남다른 풍습 / 새롭게 느낄 풍습

 이색적 제안을 하다 → 남다른 제안을 하다

 이색적인 풍경 → 남다른 모습 / 유난스러운 모습

 퍽 이색적이다 → 퍽 남다르다 / 퍽 유난하다


  ‘이색적(異色的)’은 “보통의 것과 색다른 성질을 지닌”을 뜻한다고 합니다. ‘색(色)다르다’는 “동일한 종류에 속하는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이 있다”를 가리키니, ‘이색적 = 보통의 것과 보통의 것과 다른’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또는 두 낱말은 거의 같거나 서로 같다고 할 만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이색’이라는 한자말에서 ‘異’는 ‘다르다’를 가리켜요. 그러니 ‘이색·이색적’이나 ‘색다르다’는 그냥 같은 말을 짜임새만 다르게 쓰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이색적’이라고 하는 말마디는 ‘남다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또는 ‘유난하다’나 ‘유난스럽다’로 손질할 만해요. 남다르거나 유난한데 도드라져 보인다면 ‘돋보이다’나 ‘도드라지다’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어요. 2016.6.29.물.ㅅㄴㄹ



이색적인 풍경에 심취한 나머지

→ 남다른 모습에 깊이 빠진 나머지

→ 유난스러운 모습에 깊이 빠진 나머지

→ 재미난 모습에 푹 빠진 나머지

《리타 골든 겔만/강수정 옮김-나는 유목민, 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눌와,2005) 101쪽


누구나 우선 이색적인 눈길로 보았는데

→ 누구나 먼저 남다른 눈길로 보았는데

→ 누구나 으레 유난한 눈길로 보았는데

《이숙의-이 여자, 이숙의》(삼인,2007) 243쪽


다소 이색적이라고

→ 꽤 남다르다고

→ 퍽 눈에 띈다고

→ 다른 작품과는 꽤 다르다고

→ 여러모로 새롭다고

→ 제법 돋보인다고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우리와 안녕하려면》(양철북,2007) 5쪽


이색적인 경관에 걸맞게

→ 남다른 경관에 걸맞게

→ 남달리 아름다운 모습에 걸맞게

→ 유난히 빼어난 모습에 걸맞게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1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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