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청소 (사진책도서관 2016.7.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비가 쏟아집니다. 장마철이라고 합니다. 이런 날씨에 도서관에 비가 새는 데가 있을까 싶어서 아이들하고 우산을 쓰고 찾아갑니다. 비가 세게 몰아칠 적에는 빗물이 떨어지는 자리에도 빗물이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건물에 적에 튀기라는 뜻으로 돌을 올려놓는데 빗물이 쏟아지면 돌멩이도 빗물에 쓸려서 떨어집니다. 돌멩이가 빗물에 쓸려서 떨어지면 엄청난 빗물은 건물 벽을 타고 안쪽으로 스며듭니다.


  돌이 빗물에 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단단히 여밉니다. 이러고 나서 밀걸레를 쥐고 골마루를 닦습니다. 빗물로 밀걸레를 빨아서 신나게 골마루를 닦습니다. 교실 넉 칸을 혼자 밀걸레질을 하자니 어깨가 꽤 저립니다. 걸레를 빨고 닦고 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맺힙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얌전하다가도, 어느새 우산을 받고 물웅덩이를 찰방거리면서 개구지게 놉니다.


  빗물청소를 마친 뒤에 걸상에 앉아서 숨을 고릅니다. 부디 빗물이 돌에 튕겨서 건물 안쪽으로 스며들지 않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도서관에 들어오려는 풀개구리는 살짝 손짓을 하며 바깥으로 내보냅니다. 창문에 매달린 풀개구리한테도 너희는 풀밭에서 놀아야지 하고 속삭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한 폭의


 한 폭의 동양화 → 동양화 한 폭

 한 폭의 수채화 같은 → 마치 수채화 같은


  ‘폭(幅)’은 “1. = 너비 2. 자체 안에 포괄하는 범위 3.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 널, 천 따위의 조각 4. 하나로 연결하려고 같은 길이로 나누어 놓은 종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길이를 잴 적에는 ‘너비’로 쓰면 되고, 천이나 종이를 살필 적에는 ‘조각’이나 ‘자락’으로 쓰면 돼요. 그리고 “그림 한 폭”이나 “그림 두 폭”처럼 쓸 수 있을 테지요.


  흔히 쓰이는 말투 “한 폭의 그림 같다”를 헤아리면 “아름답게 그린 그림과 같다”이지 싶습니다. 단출히 손보자면 “그림 한 폭 같다”처럼 쓸 만합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펼쳐 본다면 “그림처럼 아름답다”라든지 “그림같이 아름답다”처럼 말할 만해요. 더 단출하게 “아름다웠다”나 “곱다”나 “멋지다”나 “훌륭하다”처럼 말할 수 있고요. 2016.7.3.해.ㅅㄴㄹ



나무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참고 있었다

→ 나무들은 마치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았다

→ 나무들은 그저 그림처럼 둘러서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참기만 했다

《윌리엄 스타이그/서애경 옮김-도미니크》(아이세움,2003) 187쪽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그림 한 폭 같았다

→ 그림과 같았다

→ 그림 같았다

→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그림을 보듯 아름다웠다

→ 그림으로 그려지듯 아름다웠다

→ 아름다운 그림과 같았다

→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느꼈다

→ 아름다웠다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46쪽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다

→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나왔다

→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빚었다

→ 아름다운 그림을 지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편집부 옮김-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 332쪽


창문을 열면 한 폭의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한 폭 들판이 풍경화가 되던 집

→ 창문을 열면 들판이 마치 풍경그림이 되던 집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2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행여 幸-


 행여 도움이 될까 → 어쩌면 도움이 될까 / 그래도 도움이 될까

 행여 돌아올까 → 어쩌면 돌아올까 / 설마 돌아올까

 행여 감기 들까 → 어떠면 감기 들까 / 이러다가 감기 들까

 행여 기회를 놓칠까 → 어쩌면 기회를 놓칠까 / 자칫 기회를 놓칠까

 행여 남이 볼까 → 어쩌다 남이 볼까 / 자칫 남이 볼까


  ‘행여(幸-)’는 “어쩌다가 혹시”를 뜻한다고 합니다. ‘혹시(或是)’는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겹말입니다. ‘어쩌다가’나 ‘어쩌면’을 뜻하는 ‘혹시’라는 한자말을 빌어서 ‘행여’를 “어쩌다가 혹시”로 풀이한다면 “어쩌다가 어쩌다가”로 풀이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행여’이든 ‘혹시’이든 손쉽게 ‘어쩌다가’나 ‘어쩌다’나 ‘어쩌면’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2016.7.3.해.ㅅㄴㄹ



행여나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어쩌면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앞으로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 설마 그 토끼들이 돌아올까 싶어

《마저리 윌리엄즈/이옥주 옮김-인형의 꿈》(비룡소,1998) 29쪽


행여 끝나지 않을까

→ 어쩌면 끝나지 않을까

→ 설마 끝나지 않을까

→ 이제 끝나지 않을까

《김진-밀라노…11월 1》(허브,2004)  131쪽


행여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 설마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듯이

→ 마치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는듯이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51쪽


행여 농사꾼 흉내 같은 건 내지 마라

→ 짐짓 농사꾼 흉내 따위는 내지 마라

→ 앞으로 농사꾼 흉내는 내지 마라

→ 이제 농사꾼 흉내는 내지 마라

《오제 아키라/최윤정 옮김-나츠코의 술 9》(학산문화사,2011) 43쪽


행여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방해할까 봐

→ 자칫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헤살할까 봐

→ 어쩌다 셔터소리가 연주가를 성가시게 할까 봐

《이은주-인연의 향기》(오픈하우스,2012) 81쪽


그러다 행여 지나는 사람이

→ 그러다 문득 지나는 사람이

→ 그러다 어쩌다 지나는 사람이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7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403 : 속요량으로 헤아려



속요량으로 헤아려

→ 속으로 헤아려

→ 속셈을 해


요량(料量) : 앞일을 잘 헤아려 생각함

속요량(-料量) : 앞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헤아림



  ‘요량’이든 ‘속요량’이든 ‘헤아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두 낱말을 “헤아려 생각함”으로 풀이하는군요. 이 풀이는 겹말입니다. ‘헤아리다’나 ‘생각하다’는 모두 같은 뜻을 나타내니까요. 이 글월에서 글쓴이가 ‘속요량’이라는 낱말을 쓰고 싶다면 “속요량을 해 보았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굳이 ‘요량’ 같은 한자말을 안 써도 된다면 “속으로 헤아려”나 “속셈을 해”처럼 쓰면 돼요. ‘셈’은 ‘헤아림’하고 같은 낱말입니다. ‘세다’와 ‘헤다’는 말밑이 같아요. 2016.7.3.해.ㅅㄴㄹ



슬그머니 속요량으로 헤아려 보았었다

→ 슬그머니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 슬그머니 속셈을 해 보았다

《여림-비 고인 하늘을 밟고 가는 길》(최측의농간,2016) 5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할아버지 할머니



옅노랗게 달콤하며 작은 꽃

조롱조롱 달리다가

바람에 하나둘 떨어지더니

가을에 바알갛게 달고 굵은 알

주렁주렁 맺는

감나무는

할아버지가 심었고,


겨우내 푸르며 싱그러운 잎

꼿꼿하게 세우다가

함박눈 이고도 씩씩하더니

뽁뽁 뽑는 꽃대가 맛나고

주먹만 한 덩이가 쪽쪽 쪼개지는

마늘은

할머니가 심었네.


푸르게 부는 잎바람

파랗게 이는 꽃바람

환하게 솟는 웃음

이쁘게 짓는 노래



2016.5.5.나무.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