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생 실험실 - 소비자로 살기를 멈추고 스스로 만들며 살아가기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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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57



날씨도 못 읽던 사람들이 살림을 새로 짓다

― 좋은 인생 실험실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 글

 황근하 옮김

 샨티 펴냄, 2016.6.10. 18000원



  아침에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요즈음 사회에서는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사람이 가장 많으리라 느끼는데,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자리부터 여미고, 손낯을 씻으며, 아침밥을 어떻게 차릴까 하고 생각합니다. 마당으로 내려서서 밤새 아이들이 오줌그릇에 눈 오줌을 비우고, 마당밭이랑 뒷밭을 돌아보며, 우리 집 나무한테 간밤에 잘 잤느냐고 속삭입니다.


  볕을 살펴서 파란 물병에 물을 담아서 내놓습니다. 모처럼 빗줄기가 그쳤으니 옷장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어 볕바라기를 시킵니다. 여름 내내 안 덮더라도 틈틈이 볕을 쐬어 줍니다. 재잘재잘 노래하는 아이들하고 나무꽃도 옥수수꽃도 함께 바라보다가 하루를 여는 공부를 하고,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맡은 다른 일을 찬찬히 붙잡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우리가 직접 만드는 대신 거의 사서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을 살지 결정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산 것과 똑같은 것을 사거나 광고에 귀를 기울였다. (59쪽)


손으로 만드는 물건에는 남다른 값어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기억과 경험, 지나온 삶에 대한 추억거리가 담긴 물건이라는 것이다. 얼굴 없는 컴퓨터와 산업 기계가 만든 상품에 사람들이 소중히 여길 만한 이야기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70쪽)



  내 하루는 즐거운 삶이 될 수 있을까요? 내 하루는 괴로운 삶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 하루는 어느 쪽으로든 얼마든지 흐를 만하리라 느낍니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에 즐거운 삶이 될 수 있고, 또는 괴로운 삶이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어제하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제하고 다른 마음’이라면, 어제에는 괴로웠어도 오늘은 즐거울 만합니다. 그리고 이와 거꾸로 ‘어제하고 다른 마음’이기에, 어제에는 즐거웠어도 오늘은 괴로울 만해요.


  날마다 똑같은 일터에 오가야 하는 삶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늘 달라지지 싶어요. 부산스럽거나 바쁘게 아침을 연다면 일터로 오가는 길에 이 부산스러움하고 바쁜 숨결을 그대로 이어서 괴롭거나 힘들 수 있어요. 차분하면서 고요하게 아침을 연다면 일터로 오가는 길에 차분하면서 고요한 몸짓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일으킬 테고요.



하늘을 보고 날씨 변화의 조짐을 읽는 법이라든지, 성냥 없이 불을 지피는 법, 식물을 키우는 법 같은 지식은 지금껏 접해 본 적이 없었다. (88쪽)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뭔가 빠졌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나와 인류 사이의 연결성, 나와 생명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 같은 본질적인 지식이었다. (223쪽)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 님이 쓴 《좋은 인생 실험실》(샨티,2016)을 읽어 봅니다. 이 책을 쓴 젊은 두 사람은 미국에서 도시 한복판을 떠나 두멧자락에서 ‘삶을 손수 짓기’로 누려 보자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똑같이 ‘미국에서’ 이처럼 도시를 떠나 두멧자락에서 수수한 삶을 손수 지으려 했던 이들이 있었지요. 이를테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니어링 부부가 있어요. 이들은 어수선하거나 어지러운 도시에서 늘 똑같은 하루가 흐르는 모습이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여겼어요. 스스로 도시를 떠났고 스스로 시골에 깃들었으며 스스로 모든 살림을 지었어요.


  스스로 모든 살림을 손수 짓는다고 할 적에는 ‘돈을 벌’지 않습니다. ‘살림을 짓’습니다. 살림을 스스로 짓기에 굳이 ‘돈을 벌어서 이 돈으로 살림을 장만해’야 하지 않아요. 돈을 버는 살림이 되면 ‘내가 벌어들인 돈으로 살림을 장만해야 하는 흐름’이 되지요.


  《좋은 인생 실험실》을 쓰기까지 퍽 오랫동안 미국 두멧자락에서 ‘손수 살림을 짓자’는 마음으로 살던 두 사람은 ‘빈틈없는 자급자족’까지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이루는 살림’이 되는 길을 걸으려 했다고 합니다.



해 보지도 않고 “나는 못해” 하던 마음가짐을 어떻게든 해나가면서 계속 뛰어넘었다. 우리는 실수를 했고, 그래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괜찮은 것들을 계속 만들었다. (121쪽)


지식은 머리만으론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식은 가슴을 통해서 얻는 것이며, 또 지혜의 원천인 생명에 다시 연결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27쪽)



  《좋은 인생 실험실》을 쓴 두 사람은 수수하게 털어놓습니다. 이제껏 기나긴 해를 들여 학교를 다녔지만 ‘살림짓기’를 배운 적이 없다고 해요. 학교를 아무리오래 다니고 책을 아무리 많이 읽었어도 ‘날씨읽기’나 ‘흙읽기’를 배우지 못했다고 해요.


  이리하여 처음부터 모든 것을 몽땅 손수 짓겠다는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이녁 길을 걸으려 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기로 합니다. 하다가 잘못된다면 잘못된 대로 새롭게 배우면서 이대로 즐거운 살림을 누리기로 합니다.


  흙을 만지면서 씨앗을 심을 적에도 이와 같아요. 어느 씨앗은 싹이 안 틀 수 있어요. 싹이 잘 터서 자라다가 그만 바람에 뚝 끊어질 수 있어요. 풀을 뽑다가 그만 ‘내가 심은 아이’를 뽑을 수 있어요. 저도 어제 밭에서 풀을 뽑다가 당근싹 하나를 잡아당기고 말았습니다. 비바람에 드러누운 옥수수를 세운다고 하다가 그만 옥수숫자루 하나를 끊고 말았어요.



부엌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면 그에 따르는 보상이 어마어마하다. 돈을 절약할 수 있고, 튼튼한 몸을 만들 수 있으며, 기쁨과 창의성이 솟아나고, 과학과 화학, 생물학, 식물학, 연금술 지식을 넓힐 수 있다. 음식과 약을 만들면 이제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277쪽)



  부엌에서 누리는 칼놀림이 재미납니다. 내가 어떻게 칼질을 하느냐에 따라 밥차림이 바뀌어요. 오이를 썰 적에 늘 똑같이 썰 수 있으나 재미나게 썰 수 있습니다. 능금도 배도 복숭아도 모두 다르게 썰 수 있어요. 국을 끓이면서 무를 세모나거나 네모낳게 썰 수 있고, 도톰하거나 조그맣게 썰 수 있으며, 둥그스름한 결을 살려서 큼직하게 썰 수 있습니다. 내 손길을 담아서 지은 밥 한 그릇을 온 식구가 함께 나누면서 새로운 하루를 열 만해요.


  뭔가를 스스로 ‘짓’기에 이 몸짓이 살림으로 거듭납니다. 뭔가를 스스로 생각하면서 지으려 하기에 이 몸짓이 어느새 살림으로 녹아듭니다.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어느새 ‘날씨읽기’를 해냅니다. ‘날씨읽기’도 ‘책읽기’하고 비슷하다고 느껴요. 늘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결을 느끼며 흙이랑 풀이랑 나무를 살피면, 어느새 날씨를 읽을 줄 아는 몸이 되어요.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기대지 않고서 스스로 짓는 살림이 될 적에 날씨뿐 아니라 삶과 사랑을 스스로 가꾸는 숨결로 거듭날 만해요.


  《좋은 인생 실험실》은 날씨읽기조차 못하던, 게다가 날씨읽기를 할 줄 모르는 줄마저 느끼지 못하던, 그냥 도시에서 돈을 꽤 많이 버는 일자리를 얼마든지 누릴 수 있던 사람들이 모든 물질을 ‘더 손아귀에 쥐려 하지 않’고 ‘더 재미난 살림으로 더 즐거운 삶을 누리려는 꿈’으로 다시 태어나는 발자국을 조곤조곤 보여줍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살림짓기입니다. 즐거우려고 하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즐거움으로 거듭나는 삶짓기라고 느낍니다. 2016.7.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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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



겨울에 온다던 동생이

찔레꽃 감꽃 국수꽃 콩꽃

달콤하며 맑게 피고

딸기알 새빨갛게 익는

오월 깊은 밤에

그만 서둘러서 왔대요.


손바닥만 한

아주 작고 가녀린 동생은

우리가 잠든

밤 세 시에 와서

아버지가 우리 집 뒤꼍

석류나무 곁을 호미로 파서

천천히 곱게 묻었대요.



2016.5.21.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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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26] 너그러이



  우리는 언제 너그러울까?

  어제? 지난해? 모레? 이듬해?

  아니면, 바로 오늘?



  처음이라면 잘못을 저지르거나 틀리거나 어긋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해 보았어도 아직 잘못을 저지르거나 틀리거나 어긋날 수 있어요. 꽤 오래 해 보지만 그대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틀리거나 어긋날 수 있어요. 우리는 언제 너그러울까요? 우리는 언제까지 너그러울까요?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너그럽되 미워하는 사람한테는 터럭만큼도 안 너그러울까요? 또는 내가 나 스스로를 너그러이 바라보지 못하는 나머지, 나를 둘러싼 수많은 이웃이나 동무한테도 너그럽지 못한 살림은 아닐까요? 2016.7.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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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바 모르는 다리



  네 시간 반째 달리는 자전거는 바닷가에 멈춥니다.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바닷놀이를 즐기고, 자전거를 이끌던 사람은 자전거 걸상에 몸을 맡긴 채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합니다. 그야말로 어찌할 바 모르는 다리입니다. 파란 바람이 되고, 파란 하늘이 되며, 파란 별이 되자고 마음속으로 노래합니다. 앞으로 사십 분쯤, 어쩌면 오십 분쯤 더 달려야 집에 닿을 테니, 어찌할 바 모르는 다리는 여기에서 끝내고 새롭게 기운을 내자고 다짐합니다. 아이들은 그저 신나게 뛰놀고, 이 싱그러운 웃음을 집까지 고이 모셔 가자고 생각합니다. 2016.7.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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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혼신의


 혼신의 힘을 쏟다 → 온힘을 쏟다

 혼신의 노력을 다하다 → 온힘 다해 애쓰다

 혼신의 힘을 바쳐 → 온힘을 바쳐 / 온몸을 바쳐


  한자말 ‘혼신(渾身)’은 “= 온몸”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온힘’이라 적으면 됩니다. “온갖 힘”이나 “모든 힘”처럼 손볼 수 있어요. 예부터 “젖을 먹던 힘”을 말했습니다. 아이가 용을 쓰는 “젖을 먹는 힘”이란 그야말로 온몸에서 힘을 다 하는 모습입니다. ‘온-’을 앞가지로 삼아서 ‘온마음’이나 ‘온몸’이나 ‘온땀’ 같은 새 낱말을 지어서 써 볼 만하기도 합니다. ‘젖먹다’는 따로 한 낱말로 없으나 “젖먹는 힘”이나 ‘젖먹이힘’ 같은 말마디도 새롭게 쓸 수 있어요. 2016.7.6.물.ㅅㄴㄹ



혼신(渾身)의 용기를 냈다

→ 마지막 기운을 냈다

→ 다부지게 기운을 냈다

→ 다시금 힘을 모았다

→ 젖먹던 힘까지 냈다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138쪽


혼신의 힘을 다해

→ 온힘을 다해

→ 모든 힘을 다해

→ 있는 힘을 다해

→ 마지막 힘을 다해

→ 낼 수 있는 힘을 다해

《나카노 고지/서석연 옮김-청빈의 사상》(자유문학사,1993) 164쪽


혼신의 힘을 다한다

→ 온몸에 있는 힘을 다한다

→ 온힘을 다한다

→ 젖먹던 힘을 다한다

→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0쪽


혼신의 힘을 쏟지 않으면

→ 온힘을 쏟지 않으면

→ 젖먹던 힘을 쏟지 않으면

→ 죽을힘을 쏟지 않으면

→ 온몸으로 땀을 쏟지 않으면

《현기영-똥깅이》(실천문학사,2008) 59쪽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생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 아주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려고 온힘을 쏟았다

→ 아주 짧은 동안에 책을 찍어 내려고 온통 힘을 쏟았다

→ 아주 짧은 사이에 책을 지으려고 온갖 힘을 쏟았다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12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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