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산골에서 열린어린이 그림책 9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다이앤 구드 그림, 박향주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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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67



시골에서 놀며 자랄 수 있는 기쁜 하루

― 어릴 적 산골에서

 신시아 라일런트 글

 다이앤 구드 그림

 박향주 옮김

 열린어린이 펴냄, 2005.10.25. 9800원



  더운 여름날 우리 집 아이들은 집에서 시원한 물로 마당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골마을에서 흐르는 물은 여름에 더욱 차가워요. 집에서 물을 받아서 놀지 않더라도 마을 어귀에 있는 빨래터에 갈 수 있습니다. 이제 마을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어르신은 없습니다만 우리 식구가 보름에 한 번씩 물이끼를 걷어내면서 물놀이를 하고, 여느 때에도 틈틈이 물놀이를 하거나 빨래놀이를 할 수 있어요.


  마을 뒤쪽으로는 골짜기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살랑살랑 즐겁게 나들이를 해요.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자면 숨이 가쁘지만, 골짜기에 닿아 발만 담가도 더위가 한달음에 사라집니다. 다리를 담그고 몸을 담그면 땀까지 모조리 사라져요.


  오늘 낮에도 자전거를 이끌고 골짜기에 가서 골짝물에 몸을 담그면서 가만히 눈을 감아 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들이 곁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소리마저 잠재우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가문 날이 길어도 골짝물은 그치지 않을 뿐더러 물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소리는 이 물소리에 잠기고 마는데, 때때로 우렁차게 울리는 멧새 노랫소리가 살몃살몃 섞이곤 합니다.



어릴 적 산골에서 나와 동생은 수건을 챙겨 들고서 목장을 가로지르고 숲을 지나 작은 호수로 갔지요. 호수는 깨끗하지 않고 끈적거리는 데다 때때로 뱀도 나왔어요. 그래도 우리는 풍덩풍덩 잘도 뛰어들었답니다. (8쪽)



  신시아 라일런트 님이 글을 쓰고, 다이앤 구드 님이 그림을 그린 《어릴 적 산골에서》(열린어린이,2005)를 아이들하고 조용히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은 이름 그대로 “어릴 적에 멧골에서 보낸 나날”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그림책에는 아이들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옵니다. 아이들 어미나 아버지는 이 그림책에 나오지 않아요. 그렇지만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그림책에 나오지 않더라도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 낯빛은 늘 맑으면서 밝습니다.



어릴 적 산골에서는 해질녘이면 개굴개굴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침에는 딸랑딸랑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 방울 소리에 잠을 깼고요. 때로는 마당에서 검은 뱀이 나왔지요. 그럴 때면 할머니가 곡괭이를 들고 뱀을 쫓으셨어요. (21쪽)



  아이들이 멧골에서 듣는 소리는 바람이 부는 소리입니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입니다. 새가 노래하는 소리입니다. 풀잎하고 나뭇잎이 살랑이는 소리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나 잎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예요. 여기에 할머니가 빵을 굽거나 밥을 짓는 소리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우리 집 소리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나는 우리 시골집에서 어떤 소리를 짓는 어버이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소리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즐거움으로 스며들까 하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밤에 더위를 타지 말고 곱게 잘 자기를 바라면서 부채질을 해 주는 소리는 또 아이들한테 어떤 숨결로 깃들까 하고도 생각해 봅니다.



어릴 적 산골에 살 때는 바다에도 가고 싶지 않았고 사막에도 가고 싶지 않았답니다. 이 세상 다른 어디에도 가고 싶은 적이 없었어요. 내가 산골에 살았기 때문이죠. 그곳에서는 언제나 모든 것이 가득했으니까요. (27쪽)



  《어릴 적 산골에서》에 나오는 할머니하고 할아버지는 늘 웃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도 늘 웃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할머니하고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늘 사랑으로 감싸고 따스하게 어루만집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기쁘게 누리고, 아침마다 환한 얼굴로 일어나서 재잘재잘 노래를 부릅니다.


  문득 아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멧골에서 살기 때문에 즐거운 나날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아이들은 멧골이라는 멋진 터전에서 삶을 지을 수 있기에 즐거울 뿐 아니라, 언제나 따스한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있기에 즐겁습니다. 두 가지가 아름답게 있으니 맑은 웃음하고 맑은 노래를 누릴 수 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지은 밥이기에 즐거우면서도 맛나게 먹지요. 사랑스러운 손길로 지은 밥이기에 사랑스러우면서도 맛나게 먹어요. 이 대목을 다시금 되새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시골이라는 보금자리를 앞으로도 곱게 가꾸는 살림으로 나아가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하루하루 새롭게 짓는 삶으로 나아가면서, 우리 집 아이들도 앞으로 “어릴 적 시골에서 누린 삶”을 기쁜 함박웃음으로 떠올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7.9.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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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45. 바위에 눕지 (2016.6.26.)



   골짜기에서 신나게 물살을 헤치며 놀던 아이가 문득 바위에 눕는다. 이야, 그 바위는 너한테 꼭 맞네. 아버지한테는 그저 앉을 만한 바위인데 말이야. 앞으로 네 바위로 삼아서 놀다가 힘들 적에 그 바위에 드러누워서 한숨을 돌리면 되겠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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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66. 2016.6.3. 앵두순이



  지난해 받은 앵두나무는 올들어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 새빨갛게 익기까지 기다린 끝에 한꺼번에 신나게 훑는다. 자, 우리 앵두잔치를 벌여야지. 이제 이만 한 열매는 너희 손으로 알뜰히 훑어 보렴. 훑으면서 입에 넣어도 되고, 그릇에 담아도 돼. 그릇에 담은 앵두는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어도 되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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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65. 2016.6.3. 버찌순이



  바다로 자전거마실을 가는 길에 버찌가 잔뜩 맺힌 나무를 본다. 우리가 심어서 돌본 나무는 아니지만 버찌를 맛보기로 한다. 자 손을 벌리렴. 한 알 두 알 따서 꽃순이 손에 가득 채운다. 씨앗은 크니까 잘 훑어서 먹은 뒤에 뱉어야 해. 그런데 이 버찌가 떫다면서 몇 알 못 먹는다. 나도 먹어 본다. 처음에 떫기도 하나 이내 단맛이 돈다. 우리 집 벚나무였으면 떫은맛이 적거나 없으면서 단맛이 셌을 테지. 길에서 자라는 벚나무한테서 이만 한 단맛이라면 먹을 만해. 즐겁게 노래하면서 먹어 봐, 맛이 달라져.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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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손



  아침에 세 시간 즈음 풀을 뽑았습니다. 이 풀로 풀물을 짤 수도 있지만 밭에 도로 돌아가서 새로운 흙이 되기를 바라면서 신나게 뽑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마당에서 무화과나무를 오른쪽에 끼고 뒷밭으로 올라서 모과나무를 왼쪽으로 끼면서 고개를 숙여 돌다가 오른쪽에서 석류나무를 만나서 방긋 웃음을 짓고는 새삼스레 왼쪽으로 가서 뽕나무 줄기를 어루만지고는 커다란 감나무 앞에 이르러 얌전히 절을 한 뒤에 마음껏 나무타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낫이나 호미를 안 쓰고 맨손으로 풀을 뽑으면 등허리가 살짝 결릴 만하지만, 맨손으로 풀포기를 잡아당겨서 뿌리까지 송두리째 뽑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납니다. 풀포기 사이에 숨은 거미를 보고, 내 앞에서 날아오르는 무당벌레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꽃가루를 먹다가 깜짝 놀란 나머지 내 허벅지를 톡 쏘는 벌을 마주하거든요. 직박구리하고 딱새가 저 아저씨 뭐 하나 하고 기웃거립니다. 해가 머리 위로 오르기 앞서 일을 마칩니다. 이 일을 마치고서 아이들을 불러 함께 뒷밭을 거닐어 봅니다. 내 두 손은 풀물이 짙게 배어 시커멓게 되고, 손바닥이랑 손가락은 환삼덩굴하고 사광이아재비 가시에 긁혀서 군데군데 찢어졌습니다. 손톱에 낀 흙은 씻어도 빠지지 않습니다. 2016.7.9.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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