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지음, 이준균 옮김 / 자연과생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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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뒤영벌이 있기에 풀꽃은 저마다 꽃가루받이를 수월히 한단다. 남새랑 들풀 모두 즐거이 열매랑 씨앗을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숲을 이루는 삶터를 짓는다면 걱정할 일이 없을 텐데 숲하고 멀어지면서 벌 한 마리를 아끼는 손길을 잃어버리지 싶다. 벌 한 마리 날갯짓을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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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7

 

 예쁜 토박이말

 

  ‘예쁜 토박이말’이나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살리자고 하는 얘기를 신문이나 책이나 방송에서 곧잘 다룹니다. 이런 얘기를 더러 읽거나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네 이런 말이 있었네 하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얼마 뒤에 몽땅 잊기 일쑤입니다.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하는 토박이말이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왜 머리에 안 들어오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예쁘기만 하거나 아름답기만 하기 때문은 아니랴 싶습니다. 삶을 짓거나 살림을 꾸리면서 여느 자리에 수수하게 쓸 만한 말이 아니라, 한국말사전 어느 구석에 숨은 말이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예쁘거나 아름다운 토박이말이라고 해서 더 낫지 않으며,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쓰임새를 잃은 말이라면, 또 우리 스스로 쓰임새를 잊은 말이라면, 이러한 말에는 새로운 숨결이 흐르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늘 마시는 바람처럼 쓸 수 있는 말일 적에는 이 말을 굳이 외우지 않습니다. 늘 마주하는 해님처럼 마주할 만한 말일 적에는 이 말을 놓고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고 따로 느끼지 않습니다.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늘 쓰는 수수한 말이기에 안 예쁘지 않습니다. 늘 쓰는 수수한 말이기에 내 삶으로 뿌리를 내리고 내 살림을 가꾸는 바탕이 되어 줍니다.


  말 한 마디가 예쁜 까닭은 ‘사전에 묻힌 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토박이말이기 때문에 더 예쁘지 않습니다. 어느 말 한 마디를 바라보거나 마주하거나 쓰는 사람이 스스로 예쁘게 마음을 가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즐겁게 삶을 짓고 기쁘게 살림을 가꾸며 곱게 사랑을 속삭일 줄 안다면, 우리 손과 입에서 흐르는 말은 늘 예쁠 만하리라 봅니다.


  말은 외워서 쓰지 못합니다. 말은 살면서 씁니다. 말은 예쁘거나 안 예쁘다는 틀로 가리지 못합니다. 말은 살림을 짓는 바탕이 되도록 슬기롭게 다스리면서 씁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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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에서 걸어온 피시방

 


  또렷이 말한다면 삼례에서 걸었다기보다 완주군 봉동읍 둘레를 걸었다고 해야지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제 삼례에 왔고, 삼례에서 자동차를 얻어타고 봉동면 신성리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낙평리를 지나 장기리라는 곳까지 왔어요. 처음에는 봉동중학교 앞에서 피시방을 하나 보았는데 그곳은 문을 닫았더군요. 그곳에서 십오분쯤 더 걸어서 비로소 면내 피시방을 찾았습니다. 아침에 사십오 분 즈음 걸어서 비로소 시골 피시방을 찾은 셈입니다. 셈틀 화면은 퍽 크고 자리도 널찍합니다. 다만 이 셈틀은 크롬 풀그림을 깔 수 없다고 합니다. 아마 피시방 셈틀에 ‘다른 풀그림을 못 깔도록’ 했구나 싶은데, 익스플로러 풀그림은 누리집에 글을 올릴 적에 줄이나 글꼴이 자꾸 깨져서 우리 집에서는 안 쓰지만, 오늘 아침에 이렇게 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이 대목으로 고마워하자고 생각합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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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나의 힘 창비시선 281
황규관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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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128

 

뙤약볕에 지친 할머니를 느티그늘이 품어 주네
― 패배는 나의 힘
 황규관 글
 창비 펴냄, 2007.12.14.

 

  나무가 선 곳에 새가 찾아듭니다. 새가 찾아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애벌레가 있습니다. 애벌레는 새한테 잡히기도 하지만, 새가 알아채지 못해서 씩씩하게 살아남기도 합니다. 새한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애벌레는 나비로 깨어나기도 하고 나방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새로운 몸으로 태어난 나비나 나방은 바지런하면서 기쁜 날갯짓으로 꽃을 찾습니다. 오랫동안 꿈을 꾸면서 잠만 자느라 몹시 배고프거든요. 이 꽃 저 꽃 수없이 찾아들며 꽃가루하고 꿀을 먹는 동안 나비나 나방은 어느새 꽃가루받이를 해 줍니다.


  가만히 보면 애벌레가 자라도록 해 준 나무는 나비나 나방이 깨어난 뒤에 즐겁게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어서 천천히 열매를 맺어 씨앗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나는 이승의 어떤 탐닉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 살이 얼었던 마음을 녹인다 / 살이 굳어버린 영혼을 살린다 / 강물 같은 살이 / 달빛 같은 살이 (흐르는 살)

 

아내가 사온 쌀은 여주쌀 / 20킬로그램 한 포대에 사만팔천원이나 한다 //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깻잎무침 오천원어치 / 구운 김 삼천원어치 등등, 이렇게 / 나는 금방 장에서 돌아와 쌀을 푼다 (쌀을 푸다)

  황규관 님이 빚은 시집 《패배는 나의 힘》(창비,2007)을 읽습니다. 시집 이름에 드러나기도 하는데, 황규관 님으로서는 이녁 삶에 ‘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일터에서도 지고, 곁님한테도 지고, 아이들한테도 지고, 또 술벗한테도 지고, 여기에서도 지고 저기에서도 지고, 더욱이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오며 병원삯을 변변히 보태지 못하는 살림에도 진다고 해요.


  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는 바람에 앞으로 다가올 날에도 자꾸 지겠구나 하고 여긴다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지고 자꾸 지면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그리 씩씩하지 못한 몸짓이라 하더라도 다시 아침을 맞이하면서 하루를 엽니다. 새 일자리를 찾으려고 기운을 내어 다시 이력서를 쓰고, 먼지를 수북히 먹은 자전거를 바라보면서 어릴 적 꿈을 되새깁니다.

왜 우리는 결핍에 시달리며 사랑을 해야 하나 / 봄비 그친 오늘 아침엔 / 마른 가지마다 어린잎이 입도 안 가리고 웃었다 / 그게 우주고 또 우리의 생활은 거기서 피어나는 것 (완전한 슬픔)

 

아침에 일어나 다시 뒷산을 걸어도 / 떡갈나무야, 나는 아직 아는 바가 없구나 / 분노보다도 슬픔에 익숙해진 이후라야 / 혼자 길을 갈 수 있을까  가난, 사랑, 바람, 잎사귀, 자벌레 / 이런 뭉게구름 같은 말들에 마음이 닿는지 / 옮겨적은 말씀이 가벼웁다 (금강경을 옮겨적다)


  새한테 잡아먹힌 애벌레는 얼핏 보기에 ‘삶에 진’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애벌레는 어느 모로 본다면 ‘새와 한몸이 된’ 모습일 수 있습니다. 내가 먹은 밥 한 그릇도 이와 같이 바라볼 수 있거든요. 내 몸이 되어 준 모든 밥, 모든 목숨, 모든 숨결, 모든 넋을 돌아본다면, 내 몸을 이루는 수많은 목숨과 숨결이란 언제나 나를 새롭게 이루는 꿈이나 사랑이라고 여길 만하다고 느낍니다.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가 기대 서 있다 / 큰애가 내리자 작은애가 한때 / 즐겁게 달렸던 낡은 자전거 / 중학교 삼년, 자전거만 타면 /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전거)

폐지수거하다 뙤약볕에 지친 / 혼자 사는 103호 할머니를 / 초등학교 울타리 넘어온 느티나무 그늘이 / 품어주고, (품어야 산다)

  뙤약볕에 지친 할머니를 느티나무 그늘이 지켜 주었다고 합니다. 지고 또 지는 삶에 지친 황규관 님한테도 이녁을 따사롭거나 시원하거나 너그럽거나 넉넉하게 지켜 주거나 돌보아 주는 느티나무 그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벚나무 그늘이나 구름 그늘이 있을는지 몰라요. 감나무 그늘이 있을는지 모르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기쁘게 그늘을 드리워 줄 수 있을 테고요.


  들판이나 시골에서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나비와 나방이 씩씩하게 깨어납니다. 조그맣고 수수한 빛깔인 나비와 나방도, 알록달록 곱거나 눈부신 무늬를 갖춘 나비와 나방도, 저마다 즐겁게 바람을 가르면서 아침을 엽니다. 새들도 먹이를 찾아 나무를 찾아듭니다. 우리도 저마다 새롭게 삶을 이루고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꿈꾸면서 아침을 엽니다. 지고 지고 거듭 지면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란 바로 우리 마음속에 꿈꾸는 샘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새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춤추는 마음이 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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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문명의 혜택

 

문명의 혜택에서 한없이 멀어져 있는 섬, 눈앞의 오지다
→ 문명 혜택에서 끝없이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 문명이란 혜택에서 매우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 문명에서 가없이 멀어진 섬, 눈앞에 있는 두메이다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121쪽

 

  “문명의 혜택(惠澤)”은 “문명 혜택”이나 “문명이란 혜택”으로 손볼 만하고, 이 대목에서는 ‘문명’으로만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한(限)없이 멀어져 있는”은 “끝없이 멀어진”으로 손질하고, ‘오지(奧地)’는 ‘두메’로 손질합니다.

 

독서의 치유 효과는
→ 독서로 치유하는 효과는
→ 책읽기로 마음을 달래기는
→ 책으로 마음을 다스리기는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79쪽

 

  이 글월에서는 ‘-의’를 ‘-로’로 고친 뒤, “치유 효과”를 “치유하는 효과”로 손보면 됩니다. “치유(治癒) 효과(效果)”는 “마음 달래기”나 “마음 다스리기”나 “마음을 달래는 보람”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형의 책을 출판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형 책을 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판으로 책을 냈다
→ 종이를 덜 쓰는 작은 책을 내놓았다
《몰리 굽틸 매닝/이종인 옮김-전쟁터로 간 책들》(책과함께,2016) 101쪽

 

  이 대목에서는 ‘-의’만 덜어도 되고, “작은 판으로”로 손보거나 “작은 책을”로 손볼 만합니다. ‘출판(出版)했다’는 ‘냈다’나 ‘내놓았다’로 손질합니다.

 

이른 봄에 먹이활동을 시작하는 여왕벌의 몸집은 크다
→ 이른 봄에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여왕벌은 몸집이 크다
→ 이른 봄에 먹이를 찾는 여왕벌은 몸집이 크다
《데이브 굴슨/이준균 옮김-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 81쪽

 

  “먹이활동(-活動)을 시작(始作)하는”은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이나 “먹이를 찾는”으로 손봅니다. 이 글월에서는 토씨를 알맞게 붙이지 못한 탓에 ‘-의’가 붙었습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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