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가지를 치면
무화과알이
더 많이 더 굵게
맺힌다는데

 

가지는 고이 두고
늘 살뜰히 어루만져도
무화과알은
달고 굵은 선물을
해마다 여름 가을에
실컷
베푸네

 


2016.7.11.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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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묵은 집에 글 한 줄

 


  즐겁게 묵은 집에 글 한 줄을 적어 놓고 길을 나섭니다. 즐겁게 묵은 집에서 무엇을 할 만할까 하고 돌아보니, 설거짓감이 있어서 설거지를 합니다. 달리 할 만한 일이 없어서 깨끗한 종이를 한 장 꺼내어 글을 적어 봅니다. 이 집 뒤쪽에 무화과나무하고 석류나무가 함께 자라던데, 이 무화과나무를 놓고 이야기를 하나 지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손길을 살가이 받으면서 살뜰하게 자랄 수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숨결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글선물을 빚었습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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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더 많은 책이 아닌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말 그대로 더 많은 책을 읽었을 뿐입니다. 책을 몇 권 안 읽었으면, 말 그대로 책을 몇 권 안 읽었을 뿐입니다. 책을 더 많이 읽었기에 더 훌륭해지지 않습니다. 책을 몇 권 안 읽었기에 안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에 서린 숨결을 읽으면서 이러한 숨결을 내 삶으로 맞아들여 기쁘게 새로운 꿈을 짓는 노래로 거듭날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어마어마한 책을 날마다 읽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만 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자기계발이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살림을 새롭게 짓는 몸짓일 적에 비로소 ‘자기계발’입니다. 인문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문 지식을 쌓지 않아요. ‘인문 지식’이란 스스로 삶을 지어서 살림을 가꿀 줄 아는 몸짓이에요. 책으로 쌓는 지식은 그저 책 지식일 뿐이에요. 아이하고 오랫동안 지내 보았기에 아이를 슬기롭게 돌보거나 따스하게 사랑할 줄 알지 않습니다. 아이를 슬기롭게 돌볼 줄 아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슬기로운 어버이입니다. 아이를 따스히 사랑할 적에 비로소 사랑스러운 어른입니다. 언제나, 더 많은 책이 아닙니다. 더 많은 책으로는 늘 ‘더 많은 책’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그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책’도 ‘더 많은 돈’도 아닌 ‘즐거운 사랑’과 ‘즐거운 이야기’와 ‘즐거운 돈’과 ‘즐거운 웃음’으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노래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한손에 책을 쥐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호미를 쥐어요. 한손에 책을 들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부엌칼을 들어요. 한손에 책을 집었다면 다른 한손에는 아이들 손을 살며시 어루만져요.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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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목소리

 


  아버지는 군내버스를 타고 혼자 웁내로 갑니다. 읍내에서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에서는 삼례로 가는 기차를 탑니다. 이날 하루 두 아이는 아버지하고 떨어진 채 시골집에서 낮이랑 저녁을 누립니다. 밥상맡에도 집에도 잠자리에도 아버지가 없는 하루입니다. 아이들은 밤이 되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면서 전화를 겁니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아버지 언제 와요?” “우리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늘 마음으로 볼 수 있는걸? 아버지는 하루 자고 이튿날 집에 가요.” 오늘날 우리 삶터에는 손전화라고 하는 무척 놀랍고 재미난 기계가 있어서 참으로 멀리 떨어진 데에서도 목소리를 나눌 수 있습니다. 나라밖에서까지 목소리를 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런 기계가 없더라도 서로 마음으로 아끼고 보살피는 숨결이 되면, 며칠 못 보더라도 한동안 멀리 떨어지더라도 마음으로 한가득 따스한 바람이 불지 싶어요. 아이들아 꿈을 꾸렴. 우리는 늘 꿈에서 하나로 만나거든. 아이들아 꿈을 꾸자. 우리는 서로 꿈으로 맺고 이어지는 노랫가락이야.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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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8] 소꿉밭

 


  어린이는 어른이 짓는 살림을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소꿉놀이를 합니다. 어른은 살림살이를 장만해서 살림을 짓고, 어린이는 소꿉을 갖추어 소꿉놀이를 해요. 자그마한 그릇이나 조개껍데기나 돌이나 작대기는 모두 소꿉이 됩니다. 그런데 어른 가운데에는 아직 야무지지 못한 몸짓으로 살림을 짓는 사람이 있어요. 어설프거나 엉성한 모습으로 살림을 짓는다고 할까요. 어린이가 소꿉놀이를 하듯 살림을 다스리는 어른이 있다면 이때에는 ‘소꿉살림’ 같다고 할 만해요. 어린이는 놀이를 하니까 ‘소꿉놀이’일 텐데, 어른은 일을 ‘소꿉일’처럼 한다고 할 테지요. 밭이나 논을 일구기는 하는데 작게 일구는 밭이나 논이라면 ‘소꿉밭·소꿉논’이라 할 수 있어요. 흙일이 익숙하지 않다든지 땅뙈기가 얼마 없는 텃밭살림이라면 이때에도 ‘소꿉밭’을 일군다고 할 테고요. 앞으로는 야무지거나 알찬 살림을 꿈꾸면서 ‘소꿉꿈’을 꿉니다. 어설프거나 엉성한 손짓이지만 앞으로는 슬기롭고 알뜰하게 지을 사랑을 마음에 담으면서 ‘소꿉사랑’을 키웁니다. 2016.6.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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