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무를 다듬으면서



  마당 한쪽에서 알타리무를 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다듬기를 힘들어 할 까닭도 지겨워 할 까닭도 없지만, 손이 오래 많이 가는 일이니,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이 일을 못하겠네 하고 느낍니다. 알타리무뿐 아니라 그냥 무도, 배추도, 열무도, 오이도, 어떤 김치를 담근다고 하더라도 이 남새를 알뜰히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흔히들 가게에서 남새를 장만하지만 지난날에는 밭에서 모두 손수 심어서 돌본 뒤에 거두었어요. 다듬기 하나만 치자면 아주 조그마한 일이요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여러 달 살뜰히 돌보면서 키우기에 비로소 얻는 남새예요. 이 같은 김치를 손수 담그느냐, 김치를 그냥 사다가 먹느냐, 집에서 김치를 담가 주는 사람이 있어서 젓가락만 손에 쥐면 되느냐, 김치를 담글 적에 옆에서 거드느냐, 이도 저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느냐에 따라서 살림뿐 아니라 삶이나 사랑은 틀림없이 달라진다고 느낍니다. 흥얼흥얼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알타리무를 다듬습니다. 다듬은 것들은 옥수수 둘레에 뿌려 줄 생각으로 따로 건사해 놓습니다. 2016.7.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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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야 멧딸기 받으렴



  사름벼리야 멧딸기 받으렴. 네가 노래하던 딸기가 여기 가득 있고, 너는 네 손으로 얼마든지 훑을 수 있지만, 물살이 빠른 냇물 건너편 딸기는 아버지가 물에 들어가서 훑어야 하니까 말이야. 두 손에 소복하도록 두 아이한테 몇 번씩 딸기를 훑어 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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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골짝물 시원히 마셔



  맑은 물을 마신다. 냇물을 마신다. 골짝물을 마신다. 샘처럼 솟으면서 우렁차게 흐르는 물을 마신다. 숲을 노래하는 물을 마신다. 하늘 같은 물을 마신다. 두 손으로 떠서 싱그러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마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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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표하다 表


 사의를 표하다 → 그만두겠다고 말하다 / 물러나겠다고 하다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다 → 유족한테 안됐다고 말하다

 찬성의 뜻을 표하다 →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내다 / 찬성한다고 밝히다

 경의를 표하다 → 우러른다고 말하다 / 받들어 모시다

 엇갈린 의사를 표하고 → 엇갈린 뜻을 밝히고 / 엇갈린 생각을 드러내고


  ‘표(表)하다’는 “태도나 의견 따위를 나타내다”를 뜻한다고 하는데, 이 낱말 앞에 ‘사의(辭意)’나 ‘조의(弔意)’나 ‘경의(敬意)’나 ‘의사(意思)’ 같은 낱말을 넣으면 겹말이 됩니다. 왜냐하면 ‘사의·조의·경의·의사’ 같은 낱말에 쓰인 ‘意’는 바로 ‘의견(意見)’이라는 말마디에 쓰인 ‘意’하고 같기 때문입니다.


  뜻을 바깥으로 나타내거나 드러낼 적에는 ‘나타내다’나 ‘드러내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밝히다’를 써도 되고, 수수하게 ‘말하다’라고 해도 됩니다. 2016.7.13.물.ㅅㄴㄹ



내 의견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 내 뜻을 기꺼이 따르는 쪽도 아니었다

→ 내 뜻이 옳다고 힘주어 말하지도 않았다

→ 내 생각이 맞다고 힘껏 밝히지도 않았다

→ 내 생각에 손뼉치며 맞장구치는 모습도 아니었다

→ 내 뜻에 힘껏 손뼉치며 맞다고 하는 쪽도 아니었다

→ 내가 하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매무새도 아니었다

→ 내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들었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오숙희-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그린비,1991) 12쪽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참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 참말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더없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 무척 고맙다는 뜻을 밝히고 싶다

《제인 구달/박순영 옮김-희망의 이유》(궁리,2000) 9쪽


의문을 표하는 학자들

→ 궁금해하는 학자들

→ 묻는 학자들

→ 물음표를 찍는 학자들

→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자들

→ 고개를 갸웃거리는 학자들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2004) 33쪽


어미에게 늘 존경을 표했다

→ 어미를 늘 섬겼다

→ 어미를 늘 깍듯이 모셨다

→ 어미를 늘 고이 모셨다

→ 어미를 늘 우러렀다

→ 어미한테 늘 얌전히 굴었다

《엘케 하이덴라이히/김지영 옮김-검은 고양이 네로》(보물창고,2006) 17쪽


늘 감사를 표했다

→ 늘 고마워 했다

→ 늘 고맙다고 인사했다

→ 늘 고맙다고 노래했다

→ 늘 고맙다고 얘기했다

《조지프 코캐너/구자옥 옮김-잡초의 재발견》(우물이 있는 집,2013) 223쪽


축하해. 경의를 표한다

→ 축하해. 너를 우러른다

→ 축하해. 우러를 만하다

→ 축하해. 훌륭하다

《이시키 마코토/양여명 옮김-피아노의 숲 26》(삼양출판사,2016) 1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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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 깨끗하게 키우려다 병 얻는다
김나나 지음 / 인사이트윙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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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이 고스란히 땅과 물로 돌아가는 줄 알던 옛날에는 깨끗한 것으로 몸과 살림을 다스렸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우리가 쓰는 것이 모조리 땅과 물로 돌아가서 다시 우리한테 오는 줄 잊기에, 무시무시한 것으로 껍데기만 반드르르 꾸민다. 이 책은 세제 하나를 살며시 건드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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