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67 :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비非, 4B 일종의 운동 실현 결심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이 네 가지 비非, 4B를 일종의 운동으로 실현하겠다고 결심한다

→ 안 만남, 안 섞음, 안 맺음, 안 낳음, 이 네 가지 ‘안’, ‘네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한다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 14쪽


일본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퍼뜨린 ‘비국민’이나 ‘비애국자·비충성’ 같은 한자말을 바탕으로 ‘비(非)-’를 붙이는 끔찍한 말씨가 퍼졌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런 굴레말을 못 털 뿐 아니라, 안 턴다고까지 느낍니다. 만나지 않으면 “안 만남”이라 하면 되고, 몸을 안 섞으면 “안 섞음”이라 하면 됩니다. 짝을 안 맺으면 “안 맺음”이요, 아기를 안 낳으면 “안 낳음”이에요. 네 가지를 안 하겠다는 뜻이라면 ‘네안’입니다. 네안을 일으키려고 다짐합니다. 네안을 펼치려고 생각합니다. 네안으로 새길을 찾자는 마음입니다. ㅍㄹㄴ


비(非) : ‘아님’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연애(戀愛) :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성관계(性關係) : 남녀가 성기를 통하여 육체적으로 관계를 맺음. 또는 그 관계

결혼(結婚) :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출산(出産) : 1. 아이를 낳음 = 해산 2. 만들어 내거나 생겨남. 또는 그 물건

일종(一種) : 1. 한 종류. 또는 한 가지 2. 어떤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어떤, 어떤 종류의’의 뜻을 나타내는 말

운동(運動) : 1.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2.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 3. 일정한 규칙과 방법에 따라 신체의 기량이나 기술을 겨루는 일. 또는 그런 활동 4. [전기·전자] 물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공간적 위치를 바꾸는 일 5. [철학] 시간의 경과에 따른 물질 존재의 온갖 변화와 발전

실현(實現) : 꿈, 기대 따위를 실제로 이룸. ‘실제 이루어짐’으로 순화

결심(決心) :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함 ≒ 결의(決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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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968 : 종류의 질문 한 번 던져


같은 종류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에게 던져본다

→ 나한테 똑같이 물어본다

→ 스스로 똑같이 묻는다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 179쪽


“질문을 던지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같은 종류의 질문”은 잘못 쓰는 일본말씨예요. 굳이 늘어뜨리면서 “같은 종류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에게 던져본다”라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나한테 똑같이 물어본다”처럼 단출히 말하면 됩니다. “스스로 똑같이 묻는다”처럼 조촐히 말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종류(種類) : 사물의 부문을 나누는 갈래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한번(-番) : 1. 지난 어느 때나 기회 2.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 3. 기회 있는 어떤 때에 4.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5. 일단 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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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
변한다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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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9.

까칠읽기 80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

 변한다

 느린서재

 2023.9.18.



장마비가 더위를 씻는 한여름 한복판을 지나간다. “인생이 변하는 독서일기”라 하고, “도망칠 곳이 필요할 때마다 책 속으로 숨었다”고 하는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를 읽었다. 굶주렸기에 살아남으려고 책을 읽는다면, 달아날 곳을 찾아서 책을 판다면, 오히려 더 굶주리고 더 달아나게 마련이라고 느낀다. 굶주릴 적에는 오히려 더 조금 훨씬 천천히 밥술을 들어야 몸을 천천히 살린다. 오래 굶주린 몸에 허겁지겁 밥을 몰아넣으면 그만 배앓이를 하다가 죽기까지 하고, 외려 모두 게우게 마련이다. 달아나고 싶어서 숨을 곳을 찾으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가두게 마련이니, 살아나거나 피어날 길을 스스로 가리고 만다.


배고플 적에는 우리 몸마음을 새로 돌아볼 수 있다. 여러 날을 굶거나 열흘을 굶어 보았다면, 보름이나 달포를 굶어 보았다면 알리라. 배가 고플수록 오히려 넋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몸에 밥을 덜 넣거나 안 넣을 적에 뜻밖에 마음이 맑게 트이면서 생각이 차분하게 자라난다.


남보다 배고프다고 여기는 바람에 이 책 저 책을 찾아서 게걸스레 먹어치우듯 읽으려고 할 적에는, 줄거리부터 제대로 못 삭인다. 삭일 틈이 없이 다음 책을 읽어치우려는 매무새이니, 줄거리에 흐르는 이야기나 속뜻은 으레 놓칠 수밖에 없다. 남하고 나를 안 견준다면 배고플 일도 까닭도 없다. 남하고 나를 견주느라 자꾸 배고프고 더욱 외롭다고 여긴다.


밥살림이건 책살림이건 같다. 스스로 살리는 길이란 ‘빨리·많이·크게’가 아니다. ‘느긋이·너르게·알맞게’이다. 굳이 천천히 안 읽어도 된다. 굳이 조금 읽어야 하지 않고, 애써 작게작게 줄여야 하지 않다. 느긋이 헤아리다 보면, 하루에 열 자락이나 스무 자락에 이르는 책도 술술 읽어낸다. 너르게 돌아보노라면, 한 달에 즈믄 자락 책을 가볍게 읽고서 속을 꿰뚫는다. 알맞게 가다듬는다면, 한 해에 사읽는 책이 꽤 빛날 만하다.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는 스스로 막바지나 벼랑에 몰렸다는 마음으로 얼마나 불꽃튀며 책을 읽었는가 하는 하루를 들려준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푸른별에는 구석도 가장자리도 한가운데도 없다. 모든 곳은 ‘이곳’이면서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다. 글쓴이는 “우린 신이 아니다(70쪽)”처럼 말하는데, 그냥 틀렸다. 우리는 모두 하늘(신)이다. 우리는 하늘(바람)을 마시기에 목숨을 잇는다. 한자말 ‘공기’라는 낱말에 얽매이기에, 우리가 늘 무엇을 마시면서 숨결을 잇는지 까마득히 모르기 일쑤이다. 우리는 바람을 먹으면서 누구나 하늘이다. 하늘을 머금으며 숨빛을 읽는 사람이 하늘(신)이 아닐 수 있을까?


한 해 가운데 여름에 꽃이 가장 많이 핀다(144쪽)는 대목도 아리송하다. 여름꽃도 많기는 하지만, 봄꽃이 훨씬 많을 텐데? 그러나 어느 철이나 어느 달에 꽃이 더 많이 핀들 대수롭지는 않다. 사람은 모두 하늘일 뿐 아니라, 사람은 저마다 꽃인 줄 알아보아야 할 노릇이다. 어느 사람은 봄꽃이고, 어느 사람은 여름꽃이고, 어느 사람은 가을꽃이고, 어느 사람은 겨울꽃이다. 우리는 다 다른 하늘이자 꽃이면서, 모두 나란한 하늘이자 꽃이다.


눈치(남눈)에 얽매인 채 허둥지둥 살아남으려고 굶주려서 읽어치우는 책으로는 나부터 못 살린다. ‘눈치’가 아닌 ‘눈(나눈)’을 뜰 노릇이다. 눈을 뜨면서 눈빛을 밝히고, 눈길을 펴서, 눈꽃을 피우고, 눈씨(눈길씨앗)를 심으면 된다.


ㅍㄹㄴ


들어가 보지 않고 겪지 않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요즘 질풍노도의 격변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아들을 보며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의 마음속 한켠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1쪽)


근데 간과하는 게 있다. 우린 신이 아니다. (70쪽)


1년 중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이 여름이란다. (144쪽)


반면교사도 수시로 하면 지겹다. 주의해야 할 것은 나는 절대 아니라고 방심하거나 시건방을 떨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190쪽)


백날 나는 날세, 나여야만 하네, 외치면 뭐 하나.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보는 눈’이다. (217쪽)


+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변한다, 느린서재, 2023)


이 책을 쓰던 중 저는 배에 걸리적거리던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 저는 이 책을 쓰다가 배에 걸리적거리던 혹을 잘라냈고

→ 이 책을 쓰다가 배에 걸리적거리던 주머니혹을 도려냈고

12쪽


독서의 세계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책누리에 오셔서 반갑습니다

→ 책밭에 오셔서 기쁩니다

13쪽


중고서점에 날름 팔아버렸다

→ 헌책집에 날름 팔아버렸다

→ 오래책집에 날름 팔아버렸다

20쪽


내 독서는 첫 회사 입사 이후 시작됐다

→ 나는 첫 일터에 들어가면서 읽었다

→ 나는 일터에 가던 날부터 책을 읽었다

22쪽


나의 아버지는 달랐다

→ 아버지는 달랐다

→ 우리 아버지는 다르다

42쪽


나는 일찌감치 배드 걸이 되었다

→ 나는 일찌감치 나쁜이가 되었다

→ 나는 일찌감치 놈이 되었다

→ 나는 일찌감치 막놈이 되었다

→ 나는 일찌감치 몹쓸것이 되었다

55쪽


쓸데없는 잡념과 걱정으로 귀한 시간을 낭비하려는 생각은 없다

→ 쓸데없이 걱정으로 하루를 버리고 싶지 않다

→ 걱정하며 쓸데없이 이 삶을 잃고 싶지 않다

60쪽


술 같은 젯밥에 치중된 것에 실망해 독수공방 나홀로 읽었던 그동안의 세월은 잠시 제쳐두고

→ 술 같은 고물에 기울기에 싫어 나홀로 읽던 그동안은 살짝 제쳐두고

→ 술 같은 뒷밥에 얽매이니 보기싫어 나홀로 읽던 그동안은 제쳐두고

94쪽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 가지런히 심은

→ 가지런한

101쪽


아마추어는 일희일비하고, 프로는 총욕약경, 즉 나와 관련된 총애나 욕됨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르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 풋내기는 들뜨고, 빛님은 차분하다는

→ 어리숙하니 출렁이고, 솜씨꾼은 참하다는

149쪽


내 주위의 일잘러들로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무수히 많이 들어왔던 말

→ 둘레 일잘꾼한테서 오래오래 숱하게 들어온 말

→ 이곳저곳 일잘꾼이 오래오래 숱하게 들려준 말

155쪽


덜 영향을 받는 존재being가 되기 위해 행동doing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 덜 휘말리는 나로 살자면 온몸으로 나를 보여줘야 한다

→ 덜 물드면서 살자면 스스로 움직이며 나를 밝혀야 한다

178쪽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 배웁니다

→ 배워요

→ 한창 배워요

→ 요새 배워요

191쪽


막걸리 하나로 호형호제할 수 있는 걸걸함도 탑재되어 있었다

→ 막걸리 하나로 사귈 수 있을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어울릴 수 있을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서로하나일 만큼 걸걸했다

→ 막걸리 하나로 동무할 만큼 걸걸했다

213쪽


뽑아줬더니 민생은 들여다보지 않고

→ 뽑아줬더니 살림은 들여다보지 않고

→ 뽑아줬더니 삶은 들여다보지 않고

286쪽


한순간에 직장에서 직을 잃고

→ 갑자기 일터에서 자리 잃고

→ 느닷없이 일자리를 잃고

31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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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7.18. 따라쓰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난 석 달에 걸쳐서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라는 노래꾸러미(시집) 글손질을 신나게 했습니다. 지난 석 달은 마치 부산사람인 마냥 고흥하고 부산 사이를 뻔질나게 오갔고, 이러면서 서울·부천·인천을 곁들여서 움직이고, 고흥에서도 어린이를 만나서 노래쓰기를 이끌었어요. 땀을 빼면서 뛰어다닌 보람인지, 2025년 올해에는 돈시렁(계좌)에 꾸준하게 ‘100만 원’이 넘게 찍힙니다. ‘석자리 만 원 돈시렁’을 한 해 내내 잇다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깁니다. 앞으로는 ‘1000만 원’이나 ‘10000만 원’처럼 ‘너덧자리 만 원 돈시렁’을 돌보는 살림을 그립니다.


  더 많이 벌어들이는 일이 나쁘지는 않으나, 보금숲을 둘러싼 푸른터에서 마주하는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돌흙모래가 들려주는 속마음을 읽고 느끼고 새기는 길을 더 눈여겨봅니다. 올해 장마는 엿쨋달(6월)이 아닌 일곱쨋달(7월) 한복판에 오리라 얼핏 살갗으로 느꼈는데, 일곱쨋달 한복판에 이르니 참말로 올여름 장마가 이어갑니다. 마을에서 논밭에 풀죽임물을 신나게 뿌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날 저녁이나 이튿날에 비가 시원하게 적셔요.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던 하늘이어도 풀죽임물을 씻어내려고 어느새 먹구름이 몰리더군요. 이런 일은 벌써 여러 해 되었습니다.


  노래꾸러미인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에는 모든 풀꽃나무 이야기를 담지 않습니다. 추리고 솎은 만큼 담았고, 2011년부터 짓는 시골살림을 누리면서 풀꽃나무한테서 배운 이야기를 열여섯 줄 노랫자락으로 갈무리했어요. 오늘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첫줄부터 끝줄까지 찬찬히 짚어서 펴냄터에 여쭈면 늦여름에 곱게 태어나리라고 봅니다. 기지개를 켜고서 쉰 다음에 기운을 차려서 마저 일해야겠습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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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좌파생활 - 우리, 좌파 합시다!
우석훈 지음 / 오픈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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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9.

다듬읽기 265


《슬기로운 좌파생활》

 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1.21.



  왼길에 서기에 훌륭하지 않고, 오른길에 서기에 착하지 않습니다. 훌륭하게 삶을 짓기에 훌륭하고, 착하게 살림을 꾸리니 착합니다. 우리나라 벼슬자리에 예전에 ‘좌의정·우의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에는 ‘왼오른’이라기보다 그저 임금을 섬기는 자리일 뿐입니다. 오늘날에는 왼오른으로 갈라서며 목소리를 내는 듯싶기는 하지만, 막상 무엇이 왼날개이거나 오른날개인지 아리송합니다. 이른바 ‘강남 좌파’는 왼켠이 아니면서도 마치 나라(정치권력)하고 맞서는 가멸이(부자)로서 허울만 내세우는 이름인데, 숱한 왼목소리나 오른목소리는 으레 ‘쥔놈(기득권)’이게 마련이더군요. 《슬기로운 좌파생활》을 곰곰이 읽었으나 왼살림이 무엇인지 하나도 알기 어렵습니다. 글쓴이한테 어린이나 푸름이가 “페미예요?” 하고 묻는 말에 제대로 대꾸를 못 하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책’은 어려워서 읽기도 힘들지만 안 읽는다고 밝히는데, 이러면서 “좌파에게 남녀평등은 기본”이라고 첫머리에서 힘주어 말하니, 여러모로 갸우뚱할밖에 없습니다. 글쓴이 스스로 어떤 왼길을 가는지 ‘삶’과 ‘살림’으로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왼삶과 왼살림을 가꾸는 대목은 한 자락조차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왼길을 가는 사람이기에 쇠(자가용)를 안 몰아야 하지는 않되, 뚜벅뚜벅 신나게 걸어다닐 뿐 아니라, 손으로 밥하고 빨래하고 살림짓는 매무새가 아니라면, 으레 입으로만 쉽게 외치고 맙니다. 왼쪽하고 너무나 먼 박근혜라는 사람은 오히려 ‘자녀수당·근로장려금’이라는 틀을 마련했습니다. ‘이레일(주7일노동)’을 하면서도 일삯은 쥐꼬리만큼 받는 숱한 일벌레한테 해마다 쏠쏠히 이바지하는 밑돈입니다. ‘시골 논밭’은 참말로 시골에 뿌리를 내려서 살아갈 사람만 사들여서 일굴 수 있는 틀은 이미 예전에 섰습니다만, 숱한 이쪽저쪽 모두 시골 논밭을 슬금슬금 사들여서 쟁여 놓기 일쑤입니다. 오늘날 왼쪽이라 밝힌다거나 새길(진보)을 소리높이는 분들치고 시골살이를 들여다보거나 헤아리는 사람은 아주 못 봅니다. 그리고 왼눈으로 보자고 말하려면, 먼저 ‘말글’부터 쉽게 가다듬어야 할 텐데, 왼갈래에 서는 이들은 오른갈래에 서는 이들보다 글을 훨씬 어렵게 씁니다.


ㅍㄹㄴ


《슬기로운 좌파생활》(우석훈, 오픈하우스, 2022)


나의 믿음이다. 좌파에게 남녀평등은 기본이다

→ 나는 믿는다. 왼쪽은 누구나 어깨동무이다

→ 나는 믿는다. 왼길은 무릇 너나우리이다

10쪽


데이트할 때 비용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자기효용만큼 지불하면 된다

→ 만날 때 돈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곧, 쓰는 만큼 치르면 된다

→ 만나서 돈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먼저, 쓰임새만큼 내면 된다

13쪽


비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 이 네 가지 비非, 4B를 일종의 운동으로 실현하겠다고 결심한다

→ 안 만남, 안 섞음, 안 맺음, 안 낳은, 이 네 가지 ‘안’, ‘네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한다

14쪽


같은 종류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에게 던져본다

→ 나한테 똑같이 물어본다

→ 스스로 똑같이 묻는다

179쪽


그 순간부터 별의별 욕이 가열차게 벌어진다

→ 그때부타 갖은 막말이 불타오른다

→ 그때부터 온갖 말로 깎고 괴롭힌다

280


혁명의 시대는 갔어도 취미의 시대는 아직 가지 않았다

→ 너울날은 갔어도 좋은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 불꽃날은 갔어도 즐김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302


어차피 이번 생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사는 게 마지막 남은 숙제이고, 정말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지옥에 가지 않는 정도 아닌가 싶다

→ 뭐 이 삶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살자고 여기고, 참말로는 불구덩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

340


부디 내일의 좌파는 오늘의 좌파보다 “좌파인데요”라고 말하는 게 덜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 부디 다음 왼날개는 오늘 왼날개보다 “왼쪽인데요” 하고 서슴없이 말하는 나날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 부디 이다음 왼쪽은 오늘 왼쪽보다 “왼길인데요” 하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나라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35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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