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058 : -의 주관적 진실 -ㅁ을 주었


삐삐의 주관적 진실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 참한 삐삐를 보는 사람들은 놀란다

→ 착한 삐삐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놀란다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 2018) 20쪽


“삐삐의 주관적 진실”이란 무엇일는지 아리송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그린 이야기에 나오는 ‘삐삐’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언제나 참말을 합니다. 눈속임이나 뒷짓이 없는 삐삐는 그야말로 숨기지 않고 꾸미지 않습니다. 삐삐라는 아이한테는 “주관적 진실”이 아닌 “아이 그대로 맑고 밝게 빛나는 마음”이 흐릅니다. “삐삐 나름대로 착하거나 참한 빛”이 아닌, “그저 착하고 참한 빛으로 살아가는 삐삐”로 바라보아야 알맞아요. 이 일본말씨에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라는 옮김말씨가 뒤섞인 보기글입니다. “사람들은 놀란다”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주관적(主觀的) : 자기의 견해나 관점을 기초로 하는

진실(眞實) : 1. 거짓이 없는 사실 2.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3. [종교 일반] 참되고 변하지 아니하는 영원한 진리를 방편으로 베푸는 교의(敎義)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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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자연경제



 미래는 자연경제에 주목해야 한다 → 이제는 숲살림을 눈여겨봐야 한다

 자연경제를 망각한 인류는 → 제살림을 잊은 사람은 / 손살림을 버린 사람은


자연경제(自然經濟) : [경제] 화폐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거나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 실물경제·현물 경제



  일본말씨인 ‘자연경제’입니다. 돈으로 사고팔면서 돈을 쟁이거나 높이는 굴레가 아닌, 서로 살림길을 북돋우려는 매무새라는 대목을 헤아려 봅니다. 우리 나름대로 ‘숲살림·숲살림길·숲살이·숲살이길’이나 ‘들살림·들살이·들꽃살림·들꽃살이’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들빛과 숲빛인 살림이라면 저마다 손수 지을 테지요. ‘손살림·손차림’이나 ‘손수짓기·스스로짓기’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이때에는 ‘제살림·제살림길·제살림꽃’이나 ‘제삶·제삶길·제삶꽃’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자연경제에서 흐름의 원천이 태양이라면

→ 숲살림이 샘솟는 곳이 해라면

→ 숲살이가 흐르는 바탕이 해라면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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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실천방안



 물절약을 위한 실천방안을 소개한다 → 물을 아끼는 길을 밝힌다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방안으로는 → 숲을 돌보는 삶으로는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 뛰어들려고 한다 / 몸소 옮기려는 길이다


실천방안 : x

실천(實踐) : 1. 생각한 바를 실제로 행함 2. [철학] 인간의 윤리적 행위 3. [철학] 자연이나 사회를 변혁하는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모든 활동

방안(方案) : 일을 처리하거나 해결하여 나갈 방법이나 계획



  몸으로 옮긴다거나 삶으로 편다는 뜻인 한자말 ‘실천’이고, 어떻게 하겠다는 길을 가리키는 한자말 ‘방안’입니다. 뜻을 새기면 ‘실천방안’처럼 겹으로 쓸 만하지 않습니다. 둘 가운데 하나만 써도 되고, 우리말로 알맞게 다듬을 수 있어요. ‘곧바로·곧장·막바로·바로’나 ‘바로나서다·바로하다’나 ‘나서다·밝히다·보이다’로 다듬습니다. ‘냉큼·닁큼·대뜸’이나 ‘대들다·대척·댓바람·이웃맞이’나 ‘두말없다·들이밀다·들이받다·소매걷다·팔걷다’로 다듬어요. ‘마주받다·마주서다·마주하다·맞받다·맞서다’나 ‘매무새·뿌린씨·수고·안간힘·애쓰다·힘쓰다’로 다듬을 만하고, ‘땀·땀방울·땀꽃·땀구슬·땀빛·땀노래’나 ‘땀값·땀흘리다·피나다·피눈물·피땀·구슬땀’으로 다듬지요. ‘맨앞·맨 먼저·맨 처음’이나 ‘몸·몸소·몸으로·몸짓·몸지음·몸새’로 다듬고, ‘스스로·온몸·온힘·있는 힘껏’이나 ‘살다·삶·살아가다·살아내다·일·일하다’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마루·미르·처음·첨·첫자리·첫자락·첫째’나 ‘꼭두·꽃등·꽃찌’로 다듬지요. ‘앞·앞꽃·앞에서·앞에 있다’나 ‘앞길·앞목·앞줄·앞장·앞장서다’로 다듬고요. ‘지키다·지켜내다·펴다·펴내다·펼치다·옮기다’나 ‘뛰어들다·풍덩·하다·해내다·해오다·해두다·해보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ㅍㄹㄴ



《논어》의 한 구절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 《논어》 한 자락 ‘틈새두기’를 펼치자고 말한다

→ 《논어》에 나오듯 ‘알맞은 틈’이 되자고 밝힌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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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8. 새낫



  낫질을 가르치는 배움터는 몇 곳이나 있을까. 집에서 아이랑 함께 낫질하는 어버이는 얼마나 될까. 아니, 요즈음은 ‘낫’이나 ‘호미’ 같은 수수한 연장을 아예 못 보거나 이름조차 모르는 아이어른이 수두룩할 듯싶다.


  시골에서는 낫과 숫돌을 쉽게 산다. 나들가게(편의점) 구경이 어렵고, 나름밥(배달음식)이 없는 시골은 낫질로 신나는 풀밭이다. 낫질은 노래하면서 슬금슬금 석석 긋는 풀밭일이다. 낫질을 하되 노래없이 서두르거나 아예 안 쉬면서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면 으레 손가락이나 팔뚝을 슥 베고 만다.


  한 손에 낫을 쥐면, 다른 손은 풀을 쥔다. 한 손에 책을 쥐면, 다른 손에 바람을 쥔다. 한 손에 부엌칼을 쥐면, 다른 손으로 해를 쥔다. 한 손에 아이 손을 쥐면, 다른 손에 붓을 쥔다. 낫을 쥐고서 풀밭을 눕히면 여치 메뚜기 귀뚜라미 풀무치 사마귀 방아깨비 노린재 잎벌레 딱정벌레 무당벌레 들이 여기저기에서 뛴다. 때로는 풀개구리와 참개구리가 나란히 뛰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무서워하는 뱀도 만난다.


  나는 모든 풀이웃한테 속삭인다. “걱정 마랑께. 풀은 곧 새로 자라고, 너희 쉼터이자 삶터를 없앨 마음이 아니여. 조금만 눕힐 뿐이여. 조금만 풀내음 맡으며 놀다가 갈게.”


  구름이 끼면 날이 흐리다. 구름이 걷히면 날이 갠다. 가을낮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새낫 두 자루하고 새숫돌 하나를 이웃고장 이웃님한테 드린다. 이웃고장 이웃님은 여태 “낫을 갈아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한다. 빙그레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숫돌에 낫을 대고서 “이렇게 슥슥 날을 벼려요. 엄지손가락으로 날을 지긋이 누르면서 천천히 옆으로 움직여서 시퍼런 날이 반짝이도록 갈지요. 이렇게 죽 한쪽을 갈고 나서, 뒤집어서 맞은쪽을 갈지요. 조선낫은 쓰고 나서 꼭 갈아 놓고, 꾸준히 갈아서 쓰면, 낫 한 자루로 쉰 해쯤 잘 쓸 수 있답니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낫과 숫돌을 건네느라 비운 등짐은 책으로 그득히 채운다. 시외버스에서 달게 눈을 붙이고서 신나게 읽자. 시골집으로 돌아가면 여러 날에 걸쳐서 책가을 책하루 책노래를 흐벅지게 누리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뭐, 낫질과

숫돌질이란

바로 '멸종' 이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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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가난한 책읽기 . 전주하루



  순천에서 기차를 탈 적에도, 전주에서 기차를 내릴 적에도 사람물결이다. 전주 시내버스를 타려고 걷는데 시내버스나루도 사람물결이다. 택시나루도 엄청 밀린다. 전주마실을 하는 분이 많은 줄은 알지만 대단하다. 다만 서울에 대면 썩 많지는 않다. 아침저녁 서울은 그야말로 죽음터 같다.


  나는 어느 곳에서든 책집을 바라본다. 전주라면 마땅히 책집마실부터 할 노릇이다. 늦은아침은 늦은아침책을 살피고 들추고 새기고 읽는다. 책집에 들자 벼락비가 시원스레 들이붓는다. 빗소리를 끼고서 책빛을 헤아린다. 책집 골마루에 앉아서 서서 쪼그려서 거닐면서 책시렁을 둘러본다.


  한낮은 한낮책을 돌아보고 짚고 넘기고 읽는다. 이러고서 가볍게 노래수다(시쓰기교실)를 꾸린다. 오늘 이 고장에 번지는 가을비를 생각하며 노래를 여미고서, 삶말(삶을 담은 말·속담) 한 가지를 스스로 뽑아서 다음 노래를 써본다. 부산으로 가져가는 낫을 꺼내어 보여주고서 “낫과 ㄱ”을 볼는지, “낫과 벼베기”를 볼는지 곱씹는다.


  어느새 두 시간이 흐른다. 자리를 마무른다. 책집 골마루와 책시렁을 더 둘러보면 책을 더 집어서 헤아리다가 더 살 텐데, 다음에 새로 마실하자고 생각한다. 이만큼 누린 하루를 기뻐할 적에 새마실을 그리지. 더더 자꾸자꾸 누리려 하면 등짐이 찢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고르자.


  전주버스나루로 옮긴다. 시내버스 일꾼은 아지매이고, 1990년대 대중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자 콧노래로 따라부른다. 전주는 버스아지매가 콧노래를 즐기는구나. 콧노래아지매한테 노래책(동시집) 한 자락을 드리고 싶다고 느끼지만 오지랖 부리지 말자.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곳에 인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할배가 셋 둘러앉아서 꽤 시끄럽다. 왜 이렇게 떠벌떠벌 왁자지껄일까 하고 흘깃하고는, 등짐에서 책을 꺼내어 읽는다. 갑자기 펑 소리가 난다. 떠벌이 할배 가운데 한 분이 맞이칸 바닥에 술을 쏟는다. 이미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신 듯싶다. 전주에서 비싼술을 사서 집으로 가려는 길이지 싶은데, 콸콸콸 쏟아지며 술냄새가 번진다. 세 할배 가운데 한 사람이 뒷간에 가서 밀걸레를 챙긴다. 바닥을 닦는다. 그래도 치우는 손은 있구나.


  요즘 시외버스는 불을 다 끄기만 한다. 자리마다 불을 못 켠다. 곧 겨울이기에 일찍 해가 지니, 작은불을 챙겨야겠다. 어스름이 앉으면 시외버스에서 책읽기를 못 누리고, 글쓰기도 못 즐긴다. 요즘 시외버스는 불도 못 켜지만 미닫이를 짙게 덮어서 매우 어둡다. 버스길은 바깥구경조차 안 하면서 잠드는 곳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리 졸립지 않지만 눈을 감고서 고요히 꿈을 그려 본다. 부릉부릉 달리는 길이 아닌, 훨훨 구름을 가르고 별 사이를 지나는 새길이라고 그려 본다. 이 시외버스를 함께 탄 모든 손님도, 전주에서 놀러다니거나 일하는 모든 이웃도, 부산에서 살림하거나 고단한 모든 이웃도, 고흥에서 별바라기에 풀벌레노래를 즐기는 우리집 세 사람도, 나란히 파란하늘을 빛씨앗으로 품는 오늘 하루를 고이 마무르며 앞길을 밝게 열기를 바라는 꿈씨앗을 추스른다.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숲으로 노래하는 삶이다. 파랗게 쉬며 짓는 오늘이다. 세 시간쯤 흐르자 부산 노포나루에 닿는다. 뒷간에서 손낯을 씻는다. 전철을 갈아탄다. 아까 읽다 만 책을 마저 읽는다. 하루글도 조금 여민다.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 닿는다. 이곳 길손채에 깃들어 짐을 내려놓는다. 땀으로 흥건한 옷을 빨래하고 몸을 씻는다. 이제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곯아떨어진다. 2025.9.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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