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 Fighting Bull, Hanmyung
윤현수 사진 / 눈빛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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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사랑하는 만큼 찍는 사진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28] 윤현수, 《한명이》



- 책이름 : 한명이
- 사진 : 윤현수
- 펴낸곳 : 눈빛 (2008.9.23.)
- 책값 : 35000원



 (1) 내 삶자리를 사랑하면서 사진 한 장


 사진쟁이는 사진을 찍고 그림쟁이는 그림을 그리며 글쟁이는 글을 씁니다. 연극쟁이는 연극을 하고 춤쟁이는 춤을 추며 노래쟁이는 노래를 합니다. 노래에는 여러 갈래가 있고 춤에도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글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 한편 그림에도 숱한 갈래가 있어요. 사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찍기에도 갖가지 갈래가 있어요.

 가지가지 다른 길을 걸으면서 하는 사진이며 그림이며 글이며 연극이며 춤이며 노래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걸으면서 할 수는 없는 사진이며 그림이며 글이며 연극이며 춤이며 노래입니다. 노래를 하는 이 가운데에는 레코드판이나 시디를 긁어서 소리를 새로 만드는 사람이 있을 테고, 전자장비를 만져 ‘지구에는 없는 소리’를 남달리 빚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 가운데에도 사진기와 필름과 메모리카드로 사진찍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필름만으로 사진을 하는 사람이 있고 갖가지 장치를 하거나 전자장비를 써서 사진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문화를 즐기거나 무슨 예술을 뽐내건 언제나 사진이고 그림이며 글입니다. 연극이며 춤이고 노래입니다. 이들 문화는 늘 내 삶자리에 바탕을 둡니다. 이러한 예술은 한결같이 내 삶자락에 뿌리를 둡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일구는 문화인 사진입니다. 내가 살아가고픈 대로 가꾸는 예술인 글입니다. 내 삶이 아닌 네 삶이 훨씬 좋아 보여 네 삶을 좇으며 따라하는 문화나 예술은 될 수 없습니다. 스승을 좇는다든지 동무를 따른다든지 할 수 없어요. 노상 내 모습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느긋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하는 모든 일에 느긋함이 뱁니다. 능금을 팔든 배추를 팔든 물고기를 팔든 이이가 장사하는 가게에는 느긋함이 어려 있어요. 더 많은 돈을 뽑아내고파 하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하는 모든 일에 돈내음이 뱁니다. 회사를 꾸리든 회사원으로 있든 이이 옷자락과 발걸음에는 돈내음이 물씬 납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하는 모든 말에 착한 기운이 서립니다. 기나길게 말을 하든 짤막히 말을 하든, 편지를 쓰든 보고서를 쓰든 착한 기운이 가득 서립니다. 자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이가 펼치는 모든 문학에 자랑하는 어깨춤이 깃듭니다. 사진을 찍든 노래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똑같습니다.

 아이 하나를 함께 낳아 함께 기르면서 하루 내내 아이를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 보여주는 모습은 어버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이가 내뱉는 말은 어버이가 아이 앞에서 내뱉는 말 그대로입니다. 아이가 먹는 밥은 어버이가 먹는 밥 그대로예요. 어느 하나 아이 스스로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지 않은 모습이 없습니다. 아이한테서 사랑스러움을 느낀다면 어버이로서 사랑스럽게 살아가기 때문이고, 아이한테서 밉살스러움을 느낀다면 어버이부터 밉살스레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아이랑 스물일곱 달째 살아가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아이 오늘 모습에 사랑스러움이 드러나는지 고단함이 드러나는지 착하며 고운 빛이 드러나는지 지루하며 골 부리는 몸가짐이 드러나는지 가만히 살핍니다. 겉보기로는 아빠가 아이를 찍은 사진이지만, 속보기를 한다면 아빠 된 어버이가 아이랑 복닥이는 하루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사진쟁이 작품을 언제 어디에서나 구경하거나 돌아볼 수 있는 오늘날입니다. 바야흐로 사진이 넘치는 이 나라 사진삶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예나 이제나 사진책은 잘 안 팔린다 하고, 예나 이제나 사진책 펴내는 출판사는 작품책 하나 선뜻 내놓지 못한다 하며, 예나 이제나 사진길을 고지식하게 파고드는 사람은 배를 곯는다 합니다. 그런데 잘 안 팔린다는 사진책이 나날이 더 많이 나오고, 펴내기 힘들다는 사진책 또한 꾸준히 많이 나오며, 사진 한길을 걷는 사람은 더 늘어납니다.

 고작 열 해쯤 앞서인 2000년을 생각하면, 또 1990년을 돌아보면, 사진책 하나 번듯이 내놓은 한국 사진쟁이는 얼마 안 됩니다.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진잔치 숫자는 썩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5년을 곱씹고, 2010년을 살피며, 다가올 2015년을 내다본다면, 사진책 하나 멋들어지게 내놓는 사람 숫자는 부쩍 는다 할 만하고, 사진잔치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할 만합니다. 갖가지 갈래 온갖 사진을 아주 많은 사진쟁이들이 다 다른 눈썰미와 손짓으로 이루어 냅니다.

 지난날에는 오로지 필름사진이었고, 이제는 필름사진과 디지털사진 두 가지입니다. 여기에 디지털사진이 아닌 만듦사진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틀은 ‘사진’을 빌지만 ‘예술’을 하는 이들이 퍽 늘었어요. 이름부터 ‘사진찍기’가 아닌 ‘사진빚기’를 하는 분들이 꽤 늘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예술을 뽐낸다고 하는 이들만 사진빚기를 하지 않습니다. 멈추어 있는 물건을 그리는 그림이 있고, 모델을 세워 놓고 그리는 그림이 있듯, 정물만을 찍거나 모델만을 찍는 사진빚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진은 이름은 사진찍기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진빚기입니다. 정물과 모델을 빌어 당신 생각과 목소리를 담는 예술로 거듭나는 사진빚기입니다.

 말 그대로 사진찍기를 하는 사진쟁이는 무척 줄었습니다. 앞으로도 말 그대로 사진찍기로 사진을 즐기는 사진쟁이는 더 줄어들리라 봅니다. 사진기 하나를 믿거나 기대어 나하고 마주하는 사람과 만나면서 삶을 일구는 사진쟁이는 그예 줄어들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나랑 마주보는 목숨과 물건과 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찍기로 거듭나는 사진쟁이는 자꾸 사라지리라 봅니다. 내 삶자리를 사랑하여 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쟁이를 만나기 힘들어지며, 내 삶자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가운데 사진빚기를 하는 사진쟁이만 수두룩하게 늘어난다 싶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사진은 사진이라 하겠지요. 이렇게 일해서 벌거나 저렇게 일해서 벌거나 돈은 돈이라 하니까요. 이마트 값싼 물건을 장만하여 아이를 먹이든, 동네 구멍가게나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사들여 아이를 먹이든, 생협에서 올바른 먹을거리를 마련하여 아이를 먹이든, 손수 땅을 일구어 아이를 먹이든, 어찌 되든 똑같이 밥이니까요.

 내 어머니를 사진으로 찍어도 내 어머니하고 깊디깊이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 장 두 장 고맙게 ‘얻는’ 사진을 어머니랑 웃음과 울음으로 ‘사랑하는’ 가운데 그러모아 선보이는 사진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지 못합니다. 내 어여쁘거나 잘생긴 짝꿍을 사진으로 담아도 내 짝꿍이랑 서로서로 어떤 길을 걸어오며 어떤 꿈과 보람으로 어떤 삶을 일구었는가를 톺아보는 가운데 참답고 착하며 고운 사랑을 길어올리는 사진 작품은 도무지 찾아보지 못합니다. 골목길을 찍든, 여자 고등학생을 담든, 대나무숲을 옮기든, 몸매 좋은 연예인을 그리든, 나라밖 인도나 티벳이나 몽골에서 티없는 웃음을 빼앗든, 너무 섣불리 지나치게 빨리 참으로 우악스럽게 ‘만드는’ 사진이 아주 많이 넘실거리는 한국 사진밭이라고 느낍니다.

 왜 우리는 이 나라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삶터와 이야기를 올망졸망 아기자기 알뜰살뜰 오순도순 ‘찍지’ 못하는가요. 우리는 내 곁에서 더없이 사랑스러운 님을 사진 한 장으로 ‘담을’ 수 없는지요. 구경하는 사진이나 뽐내는 사진이나 만드는 사진이 아니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숨결을 보듬는 사진을 이룰 수 없나요.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며 땀투성이가 된 채 싱긋빙긋 웃고 떠드는 사진을 즐길 수 없나 궁금합니다.

 사진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문학(글)도 삶이요, 노래도 삶이고, 춤도 삶입니다. 그림과 만화도 삶입니다. 연극과 영화도 삶입니다. 모두모두 내 삶을 살포시 어루만지어 나타내는 문화이자 예술입니다.

 사진은 삶입니다. 사진은 사랑하는 내 삶입니다. 사진은 사랑하는 내 삶과 함께 있는 고운 벗님과 살붙이랑 어울리는 신나는 삶입니다.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내 아이 얼굴이든 몸이든 모습이든 사진 하나로 찍지 못합니다. 내가 내 터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골목길이든 도심지이든 고샅길이든 바닷가이든 사진 하나로 담지 못합니다.

 사진은 예나 이제나 내 삶을 옮기는 일이지만, 그냥저냥 흐르는 내 삶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둘도 셋도 넷도 없이 아끼며 사랑하는 내 삶을 눈물콧물땀방울 뒤섞어 힘차게 옮기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이에요. 사랑하는 일이랍니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아무렇게나 할 수 없는 일이고요. 내 삶이고 내 사랑이며 내 사람이거든요.


 (2) 소 아닌 싸움을 찍은 ‘한명이’ 이야기


 사진책 《한명이》를 읽습니다. 《한명이》는 사진책인 만큼 사진은 ‘본다’고 해야 맞으나, 사진책 《한명이》를 읽습니다. 소 이야기나 소 삶을 다룬 사진이 아닌 소를 빌어 사람살이 싸움과 싸움판을 넌지시 보여주는 사진책 《한명이》를 읽습니다.

 사진책 《한명이》는 싸움소 가운데 ‘한명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가 싸움판에서 어떻게 싸우는가, 싸움판 바깥에서는 어떻게 지내는가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사진쟁이 윤현수 님은 싸움소 한명이를 빌어 당신이 하루하루 살아낸 발자국을 보여줍니다. 윤현수 님 사진감은 싸움소요, 싸움소 가운데 한명이입니다만, 정작 이 사진책 《한명이》에서는 싸움소 한삶이나 한명이 하루를 담지 않습니다. 오직 윤현수 님이 어떤 마음과 눈길과 몸짓으로 살아가는가를 당신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 무릇 산 것들 중 싸우지 않는 것이 있을까. 소가 우리 나라에 전래된 것은 약 2천 년 전 정도로 추정된다. 아마 그때부터 소싸움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싸움의 이유도 다양하였을 것이지만, 사람의 싸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금의 소싸움은 일종의 놀이다. 야생의 자연스런 소들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한 규칙과 약속에 의한 싸움놀이이다. 현재와 같은 민속놀이 소싸움은 아마 명절인 추석 때 풍년과 화평을 기리는 뜻으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진주 소싸움의 기원은 백제와 싸워 이긴 신라가 시작했다는 전승기념 잔치 설을 비롯하여 고려 말부터 자생했다는 고유의 민속놀이 설 등 다양하다 ..  (172쪽)


 사진쟁이 윤현수 님이자 씨이오라 할 만한 윤현수 님한테 사진은 ‘싸움’입니다. 아니 윤현수 님이 사진기를 들기 앞서 윤현수 님 삶은 ‘싸움’입니다. 윤현수 님이 아끼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싸움’으로 날을 지새웁니다.

 싸움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따질 수 없습니다. 어떠한 이야기이든 사진으로 알뜰히 담으면 넉넉합니다. 이런 이야기이든 저런 이야기이든 사진으로 담는 손길과 그릇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우면 즐겁습니다. 예쁜 꽃을 찍어야 예쁜 사진이 되지 않으니까요. 아픈 사람들을 찍는다고 아픈 사진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윤현수 님 사진에 담기는 소들, 싸움소들은 어떤 목숨인지 궁금합니다. 윤현수 님은 ‘우리 나라에 소가 처음 들어온 2천 년 앞서부터 소싸움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 나라에 소싸움이 벌어지기로는 ‘신라 때나 고려 때 즈음’이라고 (윤현수 님 스스로) 말합니다. 고려 때라면 육칠백 해쯤 앞서일 테고, 신라 때라면 즈믄 해쯤 앞서가 될까요. 그런데 참말 소싸움이 그무렵부터 있었는지 없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려나요. 소싸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돈과 힘이 있는 사람’이 즐길 뿐, 여느 농사꾼은 즐기지 않았다면 이를 어떠한 ‘문화’나 ‘삶’으로 보아야 할는지요. 지난날 농사짓던 사람 가운데 소를 부릴 만한 살림을 꾸린 이는 얼마나 되었을는지요.


.. 그래 끝장을 보아야 한다. 두 마리의 싸움소가 내뿜는 모래먼지 속에서 승패를 향한 그치지 않는 뿔 치는 소리는 〈비창〉 3악장의 팀파니 소리에 섞여 나의 이를 시리게 한다 ..  (177쪽)


 윤현수 님은 더 잘 찍은 사진이 아니고, 더 못 찍은 사진이 아닌, 꼭 윤현수 님이 좋아하는 삶결 그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윤현수 님 소싸움 사진에서 피가 튄다면 윤현수 님 삶에서 피가 튀기 때문입니다. 윤현수 님 소싸움 사진에서 짜릿함을 느낀다면 윤현수 님 삶에서 짜릿함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윤현수 님 소싸움 사진에서 아픔과 괴로움과 고단함이 엿보인다면 윤현수 님 삶에 아픔과 괴로움과 고단함이 늘 어려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책 《한명이》를 읽고 거듭 읽고 다시 읽으면서 제 마음이 썩 따스하지 못합니다. 윤현수 님으로서는 한명이라는 싸움소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사진을 찍어 책으로 여밀 때에 사람들하고 따스함을 나눌 마음이 아니었구나 싶거든요. 윤현수 님은 당신 삶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데에 알뜰합니다. 들여다보자면 소요 싸움소요 한명이입니다. 이름표는 틀림없이 ‘한·명·이’입니다. 그렇지만 알맹이는 ‘윤·현·수’예요. 윤현수 님은 사진이라는 매체 빛깔을 잘 헤아리면서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당신이 곧바로 쏟아낼 이야기보다는 사진이라는 옷을 입힌 문화나 예술로 당신 발자국과 걸음걸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있는 그대로 사람들 앞에 서기보다 한 꺼풀 옷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 수많은 싸움소들, 그들은 각자 나름의 이름을 가지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장을 누빈다. 그러다 싸움소로의 수명이 다하는 그날, 싸움소는 일반 비육우보다 훨씬 싼값에 넘겨진다. 억대에 달하는 이름값은 첫새벽 이슬처럼 사라지고, 다만 육질이 질긴 소로서 생을 마감한다 … 나도 그저 한 마리 소가 된다. 한명이가 된다. 덕성농장의 한 마리 싸움소가 된다. 내 피멍든 삶의 상처 속에 강씨 부자의 오줌찜질이 놓인다. 그들의 눈길과 손길이 청·홍·황빛의 묵은 광목이 지친 내 이름을 감싼다. 그곳에서 나는 아버지를 본다. 당뇨, 빨치기, 폐병. 세상의 병고 속을 우리 안의 한 마리 곰처엄 의연히 싸우다 가신 아버지가 보인다 ..  (180∼181쪽)


 “무릇 산 것들 중 싸우지 않는 것이 있을까?” 하고 묻는 윤현수 님입니다. 그래요, 아마 아직은 잘 안 보이실 테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부디 보거나 느끼거나 알아채 주시면 좋겠어요. 산 목숨 가운데 안 싸우며 사랑하는 예쁜 님이 무척 많답니다. 싸움이라는 낱말을 아예 모르는 사람 또한 몹시 많아요.

 팔리 모왓 님이 쓴 《잊혀진 미래》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셔요.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 쓴 《슬픈 미나마타》라는 책을 가만히 읽어 보소서. 그지없이 착하며 고운 사람들 삶자락이 알뜰히 서려 있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쓴 ‘말괄량이 삐삐’ 이야기이든 ‘떠돌이 라스무스’ 이야기이든 곰곰이 새겨 보셔요. 얼마나 따스하며 넉넉한 가슴으로 내 이웃을 보듬는 사람이 많은가를 놀랍게 깨달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무릇 살아가면서 사랑하지 않는 목숨이 있을까?” 하는 말마디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요. 우리는 사랑하며 어깨동무해요. 우리는 사랑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려요.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이 가득합니다. 사랑으로 아침밥을 차리고, 사랑으로 살붙이 빨래를 하며, 사랑으로 집식구 잠자리를 깔아 함께 잠을 잡니다. 사랑하는 동무들이랑 일을 하여 살림돈을 마련하고, 사랑하는 이웃들이랑 마을이나 동네를 이루며, 사랑스러운 뭇목숨 어우러진 숲과 들과 바다를 소담스레 돌보면서 이 땅 이 나라에 두 다리로 우뚝 섭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사진 또한 있고, 사랑이 없을 때에 사진 또한 없습니다. (4343.10.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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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집 들어서는 섬돌마다 칸칸이 놓인 꽃그릇에는 봄부터 겨울까지 온갖 꽃이나 푸성귀가 자랍니다. 배추가 다 자라서 뽑은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늦가을 국화 한 포기 심으며 한 해 갈무리를 하실 테지요. 

- 2010.10.7. 인천 중구 송월동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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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8
한스 피셔 지음, 유혜자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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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아빠로서 그림책 읽기
 [즐기는 그림책 15] 한스 피셔, 《피치》(시공사,1996)



 아이 엄마랑 아이 아빠가 보는 그림책은 같지 않습니다. 아이 엄마랑 아이 아빠가 같은 그림책을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마음은 다릅니다. 서로서로 참 좋다고 느끼는 그림책이 있고, 한 사람만 좋다고 여기는 그림책이 있으며, 서로 내키지 않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아이 아빠 된 사람으로서 아이 엄마보다 그림책을 더 잘 읽어 내거나 받아들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 아빠는 여러 가지 이론책을 읽었고,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이 아빠가 아이 엄마보다 그림책에 깃든 넋이나 땀을 한결 잘 알아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지식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면 아이 아빠가 할 말이 있겠지요. 그러나 지식이 아닌 삶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되거나 사랑을 나누는 그림책이 된다든지 믿음을 펼치는 그림책이라 한다면 사뭇 다릅니다. 아이 아빠는 아이 엄마한테 여러모로 배워야 합니다. 아이 아빠는 지식을 내려놓고 마음을 보듬어야 합니다. 비평이든 평론이든 곱다시 내려놓고 웃음과 눈물을 살며시 얼싸안아야 합니다.

 그나마 저는 집에서 몇 가지 집일을 꽤 하고 있어 여느 아이 아빠보다는 그림책을 조금 더 깊이 읽을 수 있구나 싶습니다. 그나마 거의 모든 아이 아빠들은 집일을 할 겨를이 없을 뿐더러, 집에서 느긋하게 오래도록 지낼 만할 때에도 집일을 잘 거들지 못합니다. 아이하고 놀아 주기는 할 테지만 ‘놀아 준다’뿐이지 아이하고 ‘함께 살며 놀지’는 못해요.

 그림책이든 어린이책이든 초등학교 교과서이든 으레 학자들이 쓰고 엮습니다. 집일을 하지 않거나 집일하고는 울을 쌓는 남자 학자들이 흔히 쓰고 엮습니다. 집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아마 거의 여자일 테지요)는 글을 쓸 틈이 아주 적으며 가까스로 글을 쓴다 하더라도 책으로 내주려는 곳이 몹시 드뭅니다. 정작 그림책을 아이랑 함께 읽는 사람은 ‘여자 어른(어머니)’이기 일쑤이지만, 아이랑 그림책을 같이 읽으며 살아가는 어머니 눈높이에서 ‘그림책 이야기 이론’을 들려주는 학자는 몇 안 된다고 느낍니다. 어머니는 이론도 모르고 추천도서도 모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가르치려고 들 뿐입니다.

 그림책 《피치》를 헌책방에서 만납니다. 헌책방 일꾼은 이 그림책 값을 셈하며 “꾸준히 들어오면서 금세 팔리는 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앙증맞은 그림이 좋으며 수수한 이야기가 사랑스럽다고 말씀합니다. 저 또한 이 그림책 《피치》에 나오는 어린 고양이 삶이 애틋하다고 느낍니다. 구불구불한 그림결이 썩 괜찮고, 애써 꾸미려 들지 않는 그림투가 살갑습니다. 나라밖에서는 이와 같은 그림책을 알뜰히 그려내는구나 싶어 놀랍습니다. 그림결이나 그림투도 남다르다 할 만하지만, 수수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빚는 솜씨하고 손길이 한결 반갑습니다. 온누리에 널리 사랑받는 그림책이라든지 세계명작으로 손꼽히는 그림책은 하나같이 수수하거나 투박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니, 그림책만 수수하거나 투박한 이야기가 명작으로 손꼽히지 않아요. 시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매한가지예요. 영화이든 연극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똑똑한 머리로 멋지게 지어낸 작품 가운데에도 훌륭하다 싶은 작품이 틀림없이 있는데, 똑똑하지 않은 머리일지라도 따스하며 넉넉한 가슴으로 빚은 작품은 거의 어김없이 착하고 참되며 곱습니다.


.. 피치는 잔뜩 겁에 질려서 더는 울지도 못하고 발발 떨고 있을 뿐이었어. 리제테 할머니는 피치를 안아서 집으로 데려갔어. 물기도 깨끗이 닦아 주고, 따뜻한 담요로 폭 싸 주었고. 그러고 나서 피치에게 우유병을 물려 주었어. 피치는 우유를 빨아먹었지! 리제테 할머니는 몹시 흐뭇해 했어 ..  (22∼23쪽)


 그림책 《피치》를 보며, 가녀린 고양이 한 마리를 비롯해 숱한 짐승을 아끼며 사랑하는 할머니 삶자락이 참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할머니가 오래도록 한식구로 여기며 살아가는 개가 고양이들을 괴롭히거나 해코지하지 않으며 알뜰히 돌보는 모습이 새삼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참말 좋은 할머니가 참말 좋은 삶을 일구며 참말 좋은 꿈을 나눈다고 느꼈습니다. 할머니는 제법 많은 나이인데에도 홀로 농사를 짓고 손수 밥을 하며 스스로 집안을 쓸거나 닦거나 치우며 살아갑니다. 무슨 일이든 몸소 하셔요.

 아마 이 할머니가 시골집이 아닌 도시집에서 살아가는 분이었다면 퍽 많은 나이인데에도 온갖 일을 즐겁게 알뜰히 하지는 못하지 않았으랴 싶어요. 어쩌면 도시에서 가난하고 수수한 사람들 골목동네에서 살아가신다면 집 안팎을 온통 꽃잔치로 가꾸면서 크고작은 텃밭을 알뜰살뜰 일구기도 하셨겠지요.

 그러니까, 그림책 《피치》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라든지 씩씩한 여러 짐승들은 바로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운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곱고 착한 기운을 받습니다. 할머니가 온몸으로 삭이며 살아온 이야기가 뭇 짐승 매무새에 살포시 깃들었어요.


.. (개) 벨로가 그것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들어왔어. 예쁘게 장식된 생크림 케이크였지. 피치는 등에 쿠션을 받치고 의자에 앉았어. 여전히 특별 대우를 받은 거야. 피치는 리제테 할머니를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어. “정말 좋은 분이야! 다시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고양이들이 식탁에 앉아 있는 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  (31쪽)


 그러나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쉽다고 느낀 대목이 있습니다. 왜 ‘피치’라는 어린 고양이는 다른 짐승들 모양을 좇으려고만 했을까요. 왜 피치라는 어린 고양이를 낳아 기르는 어버이 고양이는 피치를 고양이답게 사랑하며 돌보지 않았을까요.

 그림책 첫머리에는 “언제나 다른 것이 되고 싶어하는 고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피치는 수탉이 되고 싶어 하고 영양이 되고 싶어 하다가는 오리가 되고 싶어 하면서 물에 빠져 흠뻑 젖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무언가로 되고 싶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끼기로는 ‘다른 무언가’가 되고프다는 삶이라기보다는 ‘피치다운 피치가 되는 길’을 모르는 삶이 아닌가 싶어요. 고양이로서 즐겁게 꾸리는 삶을 모르고, 고운 목숨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어린이로서 신나게 일구는 삶을 모른다고 할까요. 퍽 철부지로 까불다가 큰코 다친다고 할까요.

 이런 철부지 고양이 피치인데 리제테 할머니는 ‘어린 고양이이니까 철부지일밖에 없겠지’ 하고 받아들입니다. 어린 고양이인데다가 아직 철부지이니까 더 사랑해 주고 한결 아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루 내내 아이하고 부대끼며 살림을 꾸리는 아이 아빠로서 생각합니다. 살림돈도 벌고 집살림도 꾸리며(참 어설피 꾸립니다) 아이랑 옆지기랑 사랑하며 살아가기란 몹시 만만하지 않다고. 이 땅에서 어머니라는 자리에 서서 살아온 분들이 얼마나 대단하며 거룩한가를 새삼 느끼겠다고.

 아버지들은 돈도 벌고 살림도 꾸리며 아이도 알뜰히 사랑하는 길을 잘 못 걷습니다. 어머니들은 돈은 돈대로 벌며 살림은 살림대로 꾸리는 가운데 아이는 아이대로 알뜰히 사랑하는 길을 퍽 힘들어 하면서도 슬기롭게 걷곤 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말썽을 피운다 하여도 아이는 아직 잘 모르니 ‘어른 눈으로 보기에 말썽을 부린다’ 할 만합니다. 아이 눈으로 헤아린다면 말썽이 아닌 ‘아이 삶’입니다. 아이는 어른 눈으로는 말썽처럼 보이는 짓을 하면서 하루하루 배우고 크며 튼튼해집니다. 아이한테는 다그침이나 손찌검이나 꾸지람이 밥이 아니에요. 아이한테는 사랑과 믿음이 밥입니다. 그리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사랑과 믿음이 밥입니다.

 한스 피셔 님이 일군 그림책 《피치》는 다른 무엇보다 할머니가 베푸는 고우면서 너르고 따사로운 사랑이 둘레 사람들을 얼마나 즐겁고 기쁘게 보듬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4343.10.20.물.ㅎㄲㅅㄱ)


― 피치 (한스 피셔 글·그림,유혜자 옮김,시공사 펴냄,1996.9.2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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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네이버까페에 오른 글을 읽으며 문득 적어 본다. 책이란 나 스스로 내가 읽고 싶을 때에 내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를 찾아 조용히 다리품을 팔면서 내 주머니 깜냥에 맞추어 장만한 다음 차근차근 되새기는 읽을거리라고 느낀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준다고 해서 한꺼번에 100만 원어치이든 1000만 원어치이든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주리라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꿈조차 꾸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 1000만 원어치 책을 나한테 사 준다 한다면, 이 가운데 200만 원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삯과 잠자는 방 삯으로 치러 주고, 나머지 800만 원으로는 간다 헌책방거리에서 책을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해 달라 이야기할 테지. 그렇지만 이런 일은 이루어지리라 여기지 않기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난 로또를 생각하지 않는데다가, 로또에 뽑힌들 내가 쓸 일조차 없으리라 느끼니까. 

 문학동네 출판사 깜짝잔치에서는 5만 원을 살짝 넘는 책값으로 헤아리며 책을 사 준다고 한다. 5만 원이라면, 요즈음 책값으로 보았을 때에 거의 돈이라 할 수 없는 돈이다. 지난주에 서울에 볼일 보러 간 김에 혜화동 이음책방에 들러 오윤 전집 세 권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책하고 북미 토박이 이야기책 하나를 샀더니 책값이 10만 원이 가볍게 넘었다. 오윤 전집은 판짜임이 썩 내키지 않을 뿐더러 펼쳐 보기 몹시 나쁘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판화쟁이 오윤 님 책이 드디어 전집으로 나왔기에 판짜임은 영 못마땅하더라도 기쁘게 샀다. 왜 오윤 님 책을 이렇게밖에 못 만드는지 슬프지만 한국땅에서는 그나마 오윤 님 책을 내어준 일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내 동무 한 사람이 책 5만 원어치를 내 생일선물로 사 줄 수 있겠지. 그러면 생일선물 5만 원어치 책으로 무엇을 받으면 좋을까? 사진책? 사진책이면 좋으나 사진책 한 권은 으레 7만 원 안팎인데다가 나라밖 사진책은 10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요새 여느 소설책조차 거의 2만 원 가까이 하기 일쑤이다. 새로 나온 헐먼 멜빌 소설책은 얼마나 비싼 값이 붙었는가. 그러면, 나는 그림책하고 만화책을 골라 볼까. 

나라밖 문학 - 《아와 나오코-손수건 위의 꽃밭》(문학동네,2010) : 9000원
그림책 - 《하세가와 요시후미-오늘도 화났어!》(내인생의책,2010) : 9000원
그림책 - 《주디스 커-친구 거위 찰리》(문학사상사,2003) : 7500원
사진책 - 《김지연-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2010) : 18000원
만화책 - 《심흥아-우리, 선화》(새만화책,2008) : 8000원

= 51500원

 

 

 

 

 

 

 

 

문학동네 해외소설 추천작품을 하나 고르라 하는데, 나는 추천작품보다는 어린이문학을 고르고 싶다. 어쩌면, 추천작품 아닌 책을 고르면 깜짝잔치에 붙을 일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도 난 추천작품보다 이 작품이 훨씬 좋다. 아와 나오코 님 문학은 어린이문학 테두리에 들 테지만, 크게 보면 어린이문학이 아닌 그냥 문학이요 그냥 소설이다. 사람들은 어린이문학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 가운데 하나.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고 <안돼 삼총사>로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을 만났다. 이제 세 번째 그림책을 만나려고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었는데, 마침 깜짝잔치를 한다기에 내 목록에 함께 담는다. 부드러우며 따뜻한 가운데 힘찬 그림에 너른 마음결이 살포시 담긴 그림책이라 좋다. 

 

 

 

 

 

 

주디스 커 님 그림책.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좋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좋은 문학(작품)으로 영글 수 있다. 멀리 나라밖으로 나간다든지 어디 별나라로 가야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문학책 줄거리가 태어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수수히 일굴 줄 아는 주디스 커 님이 아닌가 생각한다. 

 

 

 

 

 

 

2만 원짜리 사진책. 사진책으로 2만 원이면 몹시 싸다. 시골이나 골목동네 작은 가게 삶자락을 사진으로 차근차근 담은 책. 진작부터 사려고 했으나, 이음책방이나 풀무질 마실을 갔을 때에 이 책을 보지 못한 바람에 아직 사지 못했다. 누군가 선물을 해 준다면 아주 고맙게 받을 사진책 하나이다.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서울 홍대 앞 한양문고에 갔을 때에 이 만화를 못 보았다. 그러고 보니 2008년에도 못 보았다. 왜 못 보았을까. 새만화책 출판사 만화는 거의 다 사서 보는데. 성은 봉씨이고 이름은 선화인 아가씨가 살아온 발자국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자그마한 낱권 하나로 만화를 일구면서 만화밭을 튼튼히 다져야 비로소 참다운 만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 

깜짝잔치에 뽑히면 즐거울 테고, 뽑히지 않아도 나 스스로 내 선물목록을 만들어 보아도 즐겁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적바림했으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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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하고 옆산을 탄다. 아이를 아빠 품에 안고 산을 탄다. 산을 조금 타니 판판한 길이 나온다. 산길을 걷다가 아이 사진을 한 장 찍으려는데 아이는 언제나처럼 '세 살 브이'를 한다. 저 브이 모양을 어느 동네 언니가 하는 모습을 한 번 본 뒤로 내내 저 모양이다. 어찌 되었든 넌 산골아이야. 

- 201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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