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고 미츠아키


 이와고 미츠아키(岩合光昭) 님 고양이 사진은 한국에도 제법 알려졌습니다. 이와고 미츠아키 님으로서는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사귀거나 마주하는 고양이를 담을 뿐인데,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담은 고양이 사진을 보는 사람 가운데 ‘고양이를 가장 잘 찍는’ 사진쟁이라는 이름이나 ‘골목고양이를 가장 잘 담는’ 사진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고양이나 골목고양이만 사진으로 찍을 턱이 없습니다만, 널리 알려진 당신 사진은 고양이요, 이 가운데에서도 골목고양이입니다. 그런데 이와고 미츠아키 님 사진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여느 길고양이나 골목고양이하고 사뭇 다르곤 합니다. 바닷가에 사는 바다고양이가 있고, 시골에 사는 시골고양이가 있어요. 다만, 들고양이는 없지 않느냐 싶은데,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 사진책으로는 들고양이 사진 또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고 미츠아키 님 사진에 나오는 고양이 가운데에는 집고양이도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집고양이이든 길고양이이든 골목고양이이든 바다고양이이든 시골고양이이든 똑같이 고양이입니다. 고양이 삶을 고양이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고양이 사랑과 꿈을 사진이야기로 살포시 옮깁니다.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 동네사람이든 마을사람이든 시골사람이든 도시사람이든 찍는다면 여느 사람 눈길이나 손길하고 사뭇 다를 테지요. 당신은 당신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결이 다르니까요. 더 가까이 다가선다든지 조금 멀찍이 떨어진다는 대목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하는 매무새일 뿐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은 똑같은 목숨이고, 사람과 사람도 한결같은 목숨입니다. 가난하든 가멸차든 서로 마찬가지인 사람이며, 잘났든 못났든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고양이 삶자락을 빌어, 서로 사랑하며 어울리는 예쁘며 고마운 다 다른 이야기를 사진으로 그리는 사람이 이와고 미츠아키 님이라고 말해야, 조금이나마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344.3.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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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가를 닦으며 책읽기


 두 달쯤 뒤에 태어날 아이를 생각합니다. 첫째 아이를 잠자리에 재우고 나서 볼과 이마에 뽀뽀를 하고 머리와 이마를 쓸다가는 가슴을 살포시 토닥이면서 생각합니다. 잠들기 앞서 방바닥에 곯아떨어진 아이를 품으로 바싹 안아들어서 옆방으로 옮기기 앞서 오줌그릇에 앉혀 쉬를 누도록 합니다. 아이는 자는 채로 쉬를 눕니다. 쉬를 누이기 앞서는 아이 코를 뚫고 입가와 얼굴을 소금물로 닦았습니다. 코에 물을 넣고 손수건으로 킁킁 하도록 했으나 코가 나오지 않아 솜막대기를 콧구멍에 넣고 살살 돌립니다. 요즈막에는 아이가 흥 하고 코풀이를 제법 하지만, 코풀이를 하더라도 안 나오는 코딱지가 안쪽 콧등에 붙기 일쑤입니다. 굵직한 건더기가 하나씩 묻어 나옵니다. 아이 코를 뚫기 앞서는 아버지가 하는 일인 1인잡지 만들기를 하느라 헌책방 길그림 하나를 그린다며 책상맡에 앉았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하는 양을 바라보며 저도 공부한다며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더니 아버지가 옆에서 책을 읽자 저도 제가 좋아하는 책을 무릎에 올려놓고 몇 장 펼칩니다. 이에 앞서는 밥을 차리고 새 반찬 한 가지를 해서 아이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이는 밥을 안 먹고픈지 자꾸 땡깡을 부리는데, 새 반찬으로 삶은달걀이랑 능금을 잘라 넣고 말린포도와 땅콩을 넣은 다음 상추를 썰어 버무림을 했기 때문에, 이 반찬으로 살살 부르니 아이는 저녁을 맛나게 먹어 줍니다.

 아이는 새근새근 잠들었습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겨우 한숨을 돌립니다. 아침부터 씨름하던 아이는 이제 꿈나라로 빠져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기지개를 켜면서 비로소 아버지 일을 할 만합니다. 아이가 깬 동안에는 참말 아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봄이니, 아이가 깬 동안에 논둑이나 멧자락을 따라 함께 거닐며 봄풀을 뜯어 새 반찬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저께 논둑을 두리번두리번 살필 때에는 아직 뜯을 만한 풀이 잘 안 보였습니다.

 잠든 아이 곁에서 공책에 글을 몇 줄 적습니다. 글을 몇 줄 적은 다음 책을 두어 권 조금씩 읽습니다. 그제부터 야금야금 읽던 책 하나는 이제 마무리짓습니다. 아이 낳기 앞서 얼른 읽을 책은 아직 다 못 읽었습니다. 새로 맞이할 이듬날에는 이불을 다 끄집어내어 털고 온 집안을 쓸고 닦으며 치우자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보면 아버지는 책읽기나 글쓰기는 영 할 수 없겠지요. 아버지로서 할 일이란 집살림하고 아이하고 놀기가 될밖에 없겠지요.

 그래, 아이 낳아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면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그야말로 악을 써야 합니다.

 그렇지만, 발버둥을 치는 삶이어야 한다지만, 발버둥으로 허우적거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나날이 되풀이되지만, 그냥 지쳐 나가떨어지고만 싶지는 않습니다. 악을 쓰듯 버티지 않고서야 책 한 줄 읽을 수 없습니다만, 악을 쓰면서 책을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용을 쓰고 견디지 않는다면 글 한 줄 쓸 기운을 내지 못합니다만, 그렇다고 용만 쓰는 글이란 나부터 그닥 재미나거나 신나거나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아이를 씻기고, 아이한테 밥을 먹이고,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아이하고 손을 잡으며 멧길을 거닐고, 아이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아이를 수레에 태워 자전거마실을 다니고 하면서, 오늘 하루 고마운 나날이었다고 돌이키며 ‘히유우, 힘들구나. 그래도 오늘 그림책 하나 함께 읽고 잠자리에 들자꾸나.’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읽기를 잇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고단하다며 이닦이마저 안 하고 잠들었으니 그림책조차 읽히지 못하는데, 곯아떨어진 아이 볼을 이리저리 살피며 소금물로 얼굴닦이를 했으니, 이 귀여운 얼굴이 꿈나라를 예쁘게 누비다가는 또 새 하루 새 아침에 싱긋방긋 웃으며 치마 입혀 달라고 달려들겠지요. (4344.3.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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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10. 

엄마뜨개 치마를 입고 마당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는 어린이. 무럭무럭 자라서 이 치마가 네 무릎 위로 올라올 때까지 예쁘게 입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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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55] BookDaily

 날마다 책을 읽으며 살아갑니다. 날마다 종이로 된 책을 몇 권씩 읽고, 날마다 사람 책을 여러 권씩 읽습니다. 종이로 된 책도 책이고, 사람들 누구나 책이며, 우리 멧골집 텃밭이든 멧길이든 풀과 나무이든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저로서는 ‘날마다책읽기’나 ‘날마다책’이나 ‘늘책’으로 살아가는 셈입니다. 날마다 책이야기를 몇 꼭지씩 쓰면서 생각합니다. 대단한 글이나 대단할 글이란 없고, 살가이 나눌 글이나 따스히 나눌 글만 있다고 느낍니다. 나 스스로 대단하다 싶은 글을 쓸 수도 없을 뿐더러, 쓰려고 생각할 일 또한 없으며, 나 스스로 내가 되읽을 때에 살갑거나 따스하다 싶은 글이 되도록 힘을 써야 즐거우리라 느낍니다. 저처럼 날마다 책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꾸리는 누리신문으로 ‘BookDaily’가 있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누리신문으로 ‘Ohmynews’가 있듯이, 이곳은 ‘BookDaily’입니다. 그러나 ‘Ohmynews’라 하더라도 여느 때에는 누리신문 이름을 한글로 ‘오마이뉴스’라 적습니다. 여느 기사에 알파벳으로 이름을 쓰면 사람들이 잘 못 읽거나 걸리적거리기 때문입니다. 대문에는 큼지막한 알파벳을 씁니다. ‘북데일리’도 여느 때에는 한글로 누리신문 이름을 씁니다. 그리고 대문에는 커다란 알파벳을 씁니다. 누리신문 이름부터 영어이기 때문에 ‘북 밴’이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BookDaily’라는 이름 밑에 “매일매일 재미있는 책뉴스”가 적습니다. 뜻밖에 ‘북뉴스’라 적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 조금이나마 생각을 깨우쳤다면 ‘책소식’이라 했겠지만, 또 ‘책행사’라는 게시판 이름을 볼 때면 ‘책뉴스’ 아닌 ‘책소식’이어야 했을 텐데, 누리신문 틀을 짜면서 알맞거나 바른 이름을 도무지 못 느끼는구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엠리치’ 같은 게시판(또는 다른 방) 이름이란 무엇을 나타낼까요. ‘아이엠리치’란 무엇일까요. 차라리 알파벳으로 적든지, 옳고 바른 우리 말로 옮겨적든지 해야지요. (4344.3.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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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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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석 장 느낌글 00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이 나오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땅 이웃마을 살가운 삶자락을 느끼면서, 애써 멀디먼 서양나라나 일본이나 중국 삶을 높이 섬기는 슬픈 모습을 깨달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 하나가 태어났기에 내 둘레 살가운 사람들을 조금 더 살뜰히 바라보는 눈썰미를 돌아보는 길잡이로 삼습니다. 따지고 보면, 나 스스로 느낄 고운 이웃이란, 내 이웃이 바라볼 때에는 바로 나입니다. 나는 내 이웃을 보고, 내 이웃은 나를 봅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이 이 땅 한국에서 아름다우며 좋은 발자국이며 손무늬입니다. 오래도록 살아남은 절집뿐 아니라 여느 초가삼간이든 골목집이든 한결같이 사랑스럽습니다. 높은 멧자락이든 얕은 민둥산이든 내 손길과 발길이 닿은 보금자리가 어여쁘며 반갑습니다. 유홍준 님은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17쪽).” 하고 말합니다. 틀리지 않는 말입니다. 스스로 겪지 않으면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에 사랑을 살포시 보듬는 삶이라면 겪지 않았어도 느끼고, 함께 겪으며 함께 웃거나 울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대로 느끼고, 살아가는 대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대로 아름답습니다. (4344.3.18.쇠.ㅎㄲㅅㄱ)

― 유홍준 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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