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한사람님의 "...인간다운 생각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사람들은 '배운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바보짓을 해요.

 

사람들은 '느낀 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길들어져요.

 

아이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 까닭은, 아이들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아닌 '몸과 마음이 느끼는 결'을 고스란히 따르며 살아가기 때문이에요.

 

사랑이든 믿음이든 늘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데, 사랑이라면 이렇게 되야 하거나 믿음이라면 저렇게 되야 하는 듯 자꾸 한쪽으로 내모는 '교육을 제도권에서 주입'시키고 '책으로 읽히'며 '지식으로 가두'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배울수록 바보가 돼'요.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말'고, 스스로 손에 호미를 쥐어 들판에서 몸을 놀리며 풀내음 흙내음 햇살내음 바람내음 물내음을 받아들이며 '삶을 익혀'야, 비로소 '마음을 슬기롭게 쓰며 착하고 참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길'을 스스로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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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네 손 책읽기

 


  2012년 5월 19일, 둘째 아이 첫돌 이틀 앞둔 날, 곰곰이 지난날을 되새기며, 새벽 네 시 오십팔 분부터,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들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데, 인천에서 나고 자란 다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고, 군대에서 스물여섯 달을 썩고서는, 돌아가신 이오덕 님 글과 책을 갈무리하는 일을 맡느라 네 해 남짓 충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냈는데, 서재도서관을 처음 연 2007년부터 인천에서 다시 살았고, 인천에서 옆지기를 만났고, 도시인 인천 골목동네에서 첫째 아이 낳은 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이제 나는 도시에서 살던 일이 너무나 아스라한 이야기처럼 느낀다.


  시골에서 살아간 지는 이제 이태째. 우리한테는 작은 집 하나만 있고, 시골에서도 똑같이 꾸리는 서재도서관은 아직 빌려서 쓰며, 밭이나 논으로 삼을 우리 땅 또한 아직 없다. 땅 없고 밭일 제대로 못하는 우리는 시골사람이라 할 만하지 않다고들 말하는데, 나로서는 내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아이들과 놀고 하루하루 지내는 터가 시골이라면, 이곳에서 꼭 하루만 살았더라도 시골사람이라고 느낀다.


  고향 인천에서 붙박이를 만나기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나로서는 나부터 인천 붙박이요 내 동무들 모두 인천 붙박이인 터라, 여기를 가든 저기를 가든 몽땅 인천 붙박이였다. 조용히 살림 꾸리는 사람은 하나같이 붙박이였구나 싶다. 정치를 하거나 문화를 하거나 예술을 하거나 교육을 하거나, 또 돈을 벌려 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으레 인천 아닌 다른 데에서 찾아왔구나 싶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인천에서 지낼 때에 ‘인천으로 옮겨 산 지 얼마 안 되었다’ 말하는 이들한테 ‘아니에요. 인천에서 하루를 살았더라도 인천사람이에요.’ 하고 말했다. 골목을 잘 모르고 역사를 잘 모른대서 인천사람 아닐 수 없다. 삶터가 인천이면 모두 인천사람이다. 삶터가 인천 아니면 인천사람 아닐 뿐이다. 곧, 잠자리는 인천이되 일하러 지옥철 타고 서울을 드나들며 서울에서 놀고 서울 동무 사귀는 이들은 인천사람 아닌 서울사람이다. 사는 곳(주소)은 인천이되 서울사람이다.


  이리하여, 나는 인천사람이었다가 서울사람이 되었고, 서울사람에서 양구사람이 되었으며, 양구사람에서 다시 서울사람이 되다가, 충주사람이 되기도 했지만, 이내 인천사람으로 돌아왔고, 다음으로는 음성사람이 되었는데, 이제는 고흥사람으로 살아간다. 내 마음도 내 생각도 내 사랑도 내 얘기도 온통 고흥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며 잎을 틔운다.

 

 ..


  마당에서 마음껏 자라는 들풀에 판을 기대어 뜨개옷을 매만지는 두 사람 네 손이 곱다. 후박나무 밑 풀밭에서 후박꽃 내음과 들풀 소리를 함께 느끼며 뜨개옷을 어루만지는 두 사람 네 손길이 예쁘다. 예쁜 손을 바라보기에 내 손은 덩달아 예쁘게 바뀐다. 고운 손을 쓰다듬기에 내 손은 시나브로 곱게 거듭난다. (4345.5.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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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19 21:28   좋아요 0 | URL
뜨게옷 너무 이쁘네요.
무엇을 짜신건가요? 저렇게 판에 대고 다듬으시는건가봐요....

아하, 아래 그림 보고 답을 알았습니다.
너무너무 이쁘네, 벼리도 옷도..

파란놀 2012-05-20 02:00   좋아요 0 | URL
뜨개옷도 손길도 풀도 다 예뻐요.
좋은 하루랍니다.

저건, 어깨에 걸치는 '티핏'이라 하더라구요~
 

 

 뜨개질 글쓰기

 


  손으로 빚는다. 손을 놀려 빚는다. 손은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내 마음이 따사로이 흐를 때에 내 손은 따사로이 움직인다. 내 마음으로 착한 꿈을 담을 때에 내 온몸은 착한 이야기 차곡차곡 담으며 살가이 움직인다.


  아이한테 입힐 옷 뜨는 어버이는 나쁜 넋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아이한테 먹일 밥 차리는 어버이는 궂은 얼로 칼질을 하지 못한다. 아이한테 말 한 마디 건네는 어버이는 모진 생각으로 살림을 꾸릴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한테 읽히고픈 마음일까. 글을 쓰는 사람은 이 글을 읽을 사람이 어떤 마음이 되면 좋거나 기쁘거나 아름답거나 예쁘거나 사랑스럽거나 믿음직스러우리라 생각할까. 누군가를 북돋우는 글을 쓰든, 누군가를 안쓰러이 바라보는 글을 쓰든, 누군가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든, 누군가하고 꿈을 나누는 글을 쓰든, 글쓴이는 읽는이하고 어떤 삶을 꽃피우고 싶을까.


  뜨개질을 하는 손은 언제나 알맞춤하다. 익숙하면 재게 놀린다지만, 칼질이 익숙한 사람은 손이 안 보일 만큼 빠르. 뜨개질을 하는 손은 늘 정갈하다. 익숙하면 가벼이 놀린다지만, 비빔질이 익숙한 사람은 빨래를 척척 금세 해낸다. 뜨개질을 하는 손은 노상 차분하다. 익숙하면 이야기꽃 피우며 손을 놀린다지만, 어머니들은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아이 뒷머리를 묶으면서도 이야기꽃 예쁘게 피운다.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기에, 누군가는 글꽃을 피우며 온누리에 어여쁜 빛과 내음과 열매와 무늬를 베푼다.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삶이기에, 누군가는 글화살을 쏘며 이웃과 동무 가슴에 생채기를 내려 한다. 마음에 따라 거듭나는 삶이기에, 누군가는 글밭을 일구며 서로 맛나게 먹을 푸성귀와 곡식과 열매를 돌본다. 글이란 왜 쓰는가. 글을 누가 쓰는가. 글이란 어디에서 쓸 때에 빛날까. 글을 어떤 삶으로 써야 글답게 싱그러울까. (4345.5.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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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대나무 빙 두른
밑으로
봄볕 먹으며
하얗게 피어난
딸기꽃
잔뜩 흐드러진다.

 

질경이 쑥
이 풀
저 꽃
우거진 사이
멧개구리 빼꼼
고개 내민다.

 

노랑할미새 제비 멧비둘기
살근살근 지저귀고
아이들은 기고 달리며
풀잎 뜯고
나뭇잎 줍는다.

 


4345.4.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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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빛 모 책읽기

 


  모내기를 앞둔 시골마을 논자락에는 모판에서 볏모가 푸르게 자란다. 볍씨에서 막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올리는 볏모는 포근하며 시원한 논으로 옮기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더 높이 줄기를 올리겠지. 푸른 들판은 푸른 숨결을 내뿜으며 여름을 난다.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몸을 살찌우며 겨울을 맞이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벼에서 알맹이를 먹는다지만, 벼 알맹이를 먹기 앞서까지 논에서 푸른 빛깔 드러내던 볏잎 숨결을 먹었다. 벼 알맹이를 먹을 때에는 한 알이 뿌리내려 수백 알이 되는 너른 목숨을 먹는 셈이다. 한 포기씩 알뜰히 건사하며 모를 낸다. 열 포기 백 포기가 모여 논자락을 이룬다. 사람들은 벼 한 포기가 긴긴 여름부터 가을까지 받아들인 햇살을 함께 먹고, 벼 한 포기가 오래오래 마신 빗물을 함께 마시며, 벼 한 포기가 언제나 쐬던 바람을 함께 쐰다. 볏포기에 스미는 사랑은 숟가락 들어 밥그릇 비우는 사람들 가슴으로 새삼스레 천천히 되스민다. (4345.5.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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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9 08:01   좋아요 0 | URL
아, 벌써 모판이...
밥 먹을 때 쌀알에 숨어 있는 그 숨결, 바람결, 햇살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그런 마음결이면 참 좋겠습니다.

파란놀 2012-05-19 08:04   좋아요 0 | URL
날마다 잘 헤아려 보셔요.
그러면 더 즐겁게 밧맛이 나요.

..

눈치가 빠른 분은 알아보셨을 텐데,
이 글은 '사름벼리' 딸아이한테 바치는 글이에요.

사름벼리 이름 가운데 '사름'은 바로
모내기하고 얽힌 말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