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라고는

 


  한창 끄집어내어 놀기 좋아하는 두 살 작은아이가 옷장 옷을 죄 끄집어내기도 하는데, 머잖아 책꽂이 책을 죄 끄집어내기도 하리라 느낀다.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가 이런 책놀이를 가끔 했으니까.


  어쩜 이렇게 어지럽히며 놀 수 있을까 싶지만, 놀 적에는 어지럽히기 마련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내가 이 아이들만 하던 때에 온갖 놀잇감을 방바닥에 좍 펼치면 내 어머니도 ‘뭔 녀석이 이렇게 어지럽혀!’ 하고 느끼지 않았을까. 게다가, 내가 느끼기에는 놀잇감이지만, 어머니가 보기에는 하나도 놀잇감이라 할 수 없을 만한 것들을 잔뜩 펼쳤다면…….


 책꽂이에서 책을 죄 끄집어내어 방바닥에 깐다든지 펼치는 일은 아주 조그마한 놀이요, 귀여운 짓이 되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큰아이더러 ‘네가 꺼내어 펼치고 놀았으니 네가 다시 예쁘게 꽂아 주렴.’ 하고 한 마디만 하면, 다 놀고 나서 참말 예쁘게 꽂아 놓는다.


  책놀이라고는 할 수 없을 놀이일는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책놀이라고 느낀다. 내가 안 보는 데에서 이렇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면서도, 내가 보는 데에서 이렇게 하며 놀기에 아이들 삶자락 하나를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지난 2012년 1월 29일 저녁 무렵. 새삼스레 들여다본 예전 사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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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보라 소꿉 들고 좋아

 


  누나랑 소꿉놀이를 하는데, 누나가 이 그릇도 저 그릇도 혼자 차지하며 놀려 하니 심통이 난다. 이러다가 소꿉 그릇 하나를 얻는다. 냄비받침에 소꿉 그릇 하나 올리고는 마루에서 부엌으로 나른다. 콧물 줄줄 흘리면서도 좋다고 웃는다. 너, 아버지가 밥상에 밥그릇 올려서 나르는 흉내 냈지?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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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자전거 태우는 어린이

 


  아직 키 작고 다리 짧은 작은아이가 세발자전거 앞자리에 앉으려 하니, 큰아이가 동생더러 뒤에 타라고 말한다. 이 말 들은 작은아이는 얌전히 뒤에 올라탄다. 큰아이는 한손에 하모니카를 쥐고 영차영차 자전거 발판을 구른다. 자전거가 움직이니 뒤에 탄 작은아이가 와와 좋아하며 노래를 부른다.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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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모니카 부는 자전거놀이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놀이를 하다가는, 동생더러 내리라고 말한다. 동생은 얌전히 자전거에서 내린다. 이 귀여운 아이들 다 있나. 그런데, 큰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는 한손으로 손잡이를 쥔 채 다른 한손으로 하모니카를 분다. 아, 그래, 너 한손으로 동생 태운 채 달리지는 못하니까, 한손으로 자전거 타며 하모니카를 불고 싶었구나. 작은아이는 누나 하는 놀이를 멀거니 바라본다. 저도 앞으로 이렇게 한손 자전거에 한손 하모니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까.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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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못 읽는 책읽기

 


  혼자서 순천마실을 하고 돌아오려다가 큰아이가 울면서 함께 가자고 보채느라 큰아이를 데리고 읍내로 나가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순천에 있는 헌책방을 다녀온다. 시외버스 오가는 두 시간 길에 책을 읽으려고 두 권을 가방에 넣는다. 읍내 버스역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큰아이한테 도시락 밥을 먹인다. 큰아이가 배부른지 버스역 이곳저곳 뛰고 달리며 노는 동안 살짝 숨을 돌리며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그런데,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다 읽은 책이다. 다 읽은 책을 또 읽을 수 있는 노릇이기는 한데, 예전에 읽으면서 그닥 사랑스럽지 못하다고 느낀 시집이다. 나 원,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싶다가, 예전에 읽을 때 마음속으로 아무 사랑을 느끼지 못했기에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살피지 않고 얼른 챙기자며 가방에 넣었구나 싶다. 그리고, 예전에 읽으면서 아무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기에 ‘한 번 더 읽고픈’ 생각이 안 들었겠지.


  시외버스 타기까지 35분을 기다린다. 아이한테 밥을 먹이고 오줌 누이고 낯 씻기고 하니 35분은 훌쩍 지나간다. 버스에 오른다. 아이는 조용히 있는가 싶더니 졸린 얼굴이다. 안전띠를 끌러 내 무릎에 누인다. 내 무릎에 누운 아이는 곧바로 눈을 감고 잠든다. 나도 졸음이 쏟아져 아이를 안은 채 잔다.


  이윽고 순천에 닿고, 순천 헌책방을 찾아간다. 졸린 아이는 품에 안고 걷는다. 순천 헌책방 골마루를 내달리며 놀던 또래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없단다. 시무룩한 아이는 다시 아버지 품에 달라붙으며 안긴다. 살짝 책마실을 하고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시외버스에 오르는데, 과자 반 봉지를 먹은 큰아이는 조금 개구지게 놀듯 노래를 부르며 흥얼흥얼하다가는 다시 졸린 얼굴이다. 아이 안전띠를 다시 끌르고는 무릎에 누여 재운다.


  이리하여, 시외버스로 두 시간 오가는 동안 책 한 줄 읽지 못한다. 순천에서 장만한 책 또한 한 줄도 살피지 못한다. 아이는 집에 닿아 다시 살아난다. 마음껏 노래하고 달리고 뛰고 긴다. 동생하고 다투기도 하다가는 동생이랑 재미나게 놀기도 한다. 아버지인 내가 너무 고단해서 제발 우리 잠을 자자고 불러 억지로 눕힌다. 더 놀려 하다가 큰아이가 스스로 불을 끈다. 아버지 곁에 눕다가 쉬가 마렵다느니 물을 마시겠다느니 한다. 마지막 일을 치르고 자리에 누운 아이는 몇 분 안 지나 깊이 곯아떨어진다. 잘 놀았니? 잘 논 하루가 맞니? 오늘 아버지는 오직 너만 바라보며 지냈구나. 네 동생은 오늘 하루 거의 못 바라보며 지냈네. 네 동생 밑을 씻기고 코를 닦고는 했지만, 네 동생은 얼마 못 안았구나. 그래도 모처럼 ‘아버지를 너 혼자 누리는 아버지’로 곁에 두고 놀았으니, 새근새근 잘 자고 아침에 다시 기운차게 놀자.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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