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필름으로 사진 찍는 이들한테는

이 사진기가 무척 남다르며 애틋할 텐데,

두 아이와 살아가면서

이 사진기를 건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한참 망설인다.

(사진기 사진을 지난 2012년 10월 28일에 찍고

 오늘 12월 8일에서야 겨우 갈무리한다)

 

어렵사리 장만한 지

반 해가 지났으나,

다섯 살, 두 살 아이들과 부대끼며

집살림을 도맡는 동안

정작 이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겨를이 거의 없다.

 

그래도, 먼 앞날을 헤아리며

이 사진기를 알뜰히 건사하는 쪽이 나을까,

오늘 내가 안 쓰는 사진기라면

오늘 이 사진기를 쓰고픈 누군가 있을 때에

내 '살림돈(생활비)'을 벌면서

이 사진기를 파는 쪽이 나을까.

 

이 사진기는 300만 원에 샀으니,

앞으로 이 사진기를 팔아서

다시 사야 한다면

이보다 더 웃돈을 주어야 살 수 있으리라.

 

내가 이 사진기를 판다면,

개인과 개인으로 직거래를 할 때에는

250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사진기를 잘 묵히면,

이 사진기로 우리 고흥 시골마을 땅뙈기를 살 돈이 될까.

 

마음은 팔아야 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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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눈

 


  태어난 날 먹는 떡은 생일떡이라면, 태어난 날 맞이하는 눈은 ‘생일눈’이 될까. 12월부터 2월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생일눈’ 맞이하기 좋으리라. 나는 12월 가운데에서 ‘큰눈’ 절기인 양력 12월 7일에 태어났기에, 나 태어난 날에 큰눈 좀 맞이할 일이 많을까 싶기는 했지만, 아직 나 태어난 날에 큰눈 맞이한 적은 두 차례쯤밖에 안 된다. 이날 나와 나란히 태어난 다른 이웃도 나와 비슷한 생일을 맞이했겠지. 어젯밤은 구름 거의 없이 맑고, 오늘 아침은 뿌옇더니, 열한 시를 넘어가면서 하나둘 눈송이 날리더니 함박눈이 된다. 요즈음 전남 고흥에서는 눈을 보기 힘들지만, 뜻밖에 아침부터 한낮까지 눈발이 퍼붓는다. 어인 일일까. 올겨울은 몹시 추운 나날이 되려나.


  해가 사라진 하늘에서 퍼붓는 눈은 논이며 밭이며 숲에 흐드러지게 떨어진다. 그렇지만 쌓이지는 않는다. 포근한 날씨에 내리는 남녘땅 눈발이니까. 한 시쯤 될 무렵 해가 방긋 고개를 내밀고, 두 시쯤 되니 눈이 모두 녹는다. 숲에는 드문드문 눈자국이 남는다. 고흥 위쪽 벌교나 보성이나 순천만 하더라도 눈이 제법 쌓였으리라 생각한다. 구례를 지나 임실쯤 되면 눈이 수북수북 쌓였겠지.


  모처럼 찾아든 생일눈을 고맙게 구경한다. 고흥 시골마을 눈밭 모습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 하던 이웃한테 사진 몇 장 보여줄 만하다. 한껏 퍼붓던 눈발 사이를 뚫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우리 보금자리 도화면 동백마을 모습을 담는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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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감귤 먹기

 


  껍질까지 먹어도 되는 감귤을 궤짝 하나 얻어 대청마루에 두고 먹는다. 작은아이는 곧잘 귤먹기놀이를 한다. 딱 제 입만 한 귤을 하나 들고는 입을 앙 벌려 척 꽂는다. 그러고는 입에 문 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러면서 온 집안에 귤껍질을 흩어 놓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온 집안 비질하라는 뜻이니.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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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1

 


  튼튼한 빵상자를 안 버리고 건사했더니 큰아이가 인형집처럼 쓴다. 그러고 보니, 인형 하나 눕힐 만한 크기이다. 큰아이는 인형도 눕히고, 인형 이불도 놓고, 오뚝이랑 여러 가지 살림살이를 함께 담는다. “아버지 밥 드셔요. 국도 드셔요.” 하면서 ‘빈 물감병’이나 작은 통을 내밀곤 한다. 아이들 놀이 가운데 소꿉은 그야말로 어른들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살뜰히 보여준다. 아이들 예쁜 놀이 예쁜 사랑을 그리려 한다면, 틀림없이 어른인 나부터 스스로 예쁜 꿈 예쁜 빛이어야겠다고 느낀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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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쓰는 글

 


  다섯 살 큰아이가 방바닥에 제 이름 넉 자 적은 모습을 문득 본다. 아침에 일어나 방바닥을 훔치다가 이 글월을 본다. 어느새 이렇게 방바닥에 글을 그렸댜? 온 집안 벽과 문에 이런 그림 저런 글을 가득 그리더니, 이제 방바닥에까지 무언가 그리니? 키가 닿으면 천장에다가도 무언가 그리겠네?


  옛날 옛적을 더듬는다. 내가 우리 집 큰아이 나이만 하던 어린 나날, 나 또한 방바닥 종이 장판에 이렇게 무언가 끄적이거나 그리지 않았나 하고 더듬는다. 우리 집뿐 아니라 이웃이나 동무네 집에 찾아갔을 적에 방바닥에 연필로 이리저리 무언가 그리지 않았나 곰곰이 더듬는다.


  연필로 방바닥에 신나게 그림을 그리다가 지우개로 바지런히 지우는데, 그만 방바닥 종이 장판이 지지직 찢어진 일이 떠오른다. 깜짝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풀을 꺼내 서둘러 다시 붙이고는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 모르는 척하던 일을 떠올린다.


  이웃이나 동무네 집 어머님께서 ‘방바닥 종이 장판 찢어진 자국’을 못 알아챌 수 없으리라. 날마다 방바닥을 훔치든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방바닥을 훔치든,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노라면 으레 ‘방바닥에 뭔가 일이 생긴 줄’ 알아챈다. 당신들께서는 ‘어린 것들이 하고많은 종이를 두고 왜 방바닥에까지 이런 짓인고!’ 하고 나무라거나 꿀밤 몇 대 먹일 만했을 텐데, 모두들 너그러이 보아넘겼구나 싶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 집 다섯 살쟁이 큰아이를 예쁘고 귀여우며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따사로이 얼싸안으라는 말씀을 말없이 물려주었을까.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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