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꽃구경

 


  이웃마을로 자전거마실 나온 뒤, 사름벼리는 마을길 신나게 달리고, 산들보라는 꽃을 구경한다. 사름벼리는 늘 씩씩하게 뛰놀면서 옷이 곧 해지고, 산들보라는 누나가 입던 옷 가운데 덜 해진 옷을 물려받아서 입는다. 둘 모두 개구지게 뛰노니, 두 아이가 입은 옷은 다른 이웃 아이한테 물려주기 힘들다. 그래도 좋아. 너희가 마음껏 뛰고 놀고 달리고 뒹굴면 다 좋아.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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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35   좋아요 0 | URL
ㅎㅎ 귀여워요~^^
뛰노는 사름벼리도, 꽃을 구경하는 산들보라도, 산들보라 패션도요~^^

파란놀 2013-04-12 10:40   좋아요 0 | URL
모르는 사람들은 자매인 줄 알지만,
그저 모든 옷 누나한테서 물려받았을 뿐이랍니다~ ^^
 

모과잎 푸른 숨결 책읽기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모과라 하면 못생기고 딱딱하며 큼지막한 열매만 떠올린다. 이러면서 정작 모과잎이 어떤 모양이고 모과나무가 어떤 모습이며 모과꽃은 어떠한 줄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 모과나무 한 그루 있으니 이런 말 넌지시 할 수 있는데, 나도 우리 시골집 한쪽에 모과나무 있어 날마다 들여다본 지 세 해가 되는 이즈음 이런 말 할 뿐, 세 해 앞서만 하더라도 모과꽃이니 모과잎이니 모과나무이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찬찬히 살피지 못했다.


  우리 집 모과나무에서 새봄에 새롭게 맺는 잎사귀 바라본다. 앙증맞게 자라는 잎사귀 뜯어서 맛을 보고 싶지만, 힘껏 새잎 틔우는데 섣불리 건드릴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참말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들풀은 신나게 뜯어먹는데, 아직 그닥 안 굵은 나무에서 새로 돋는 봄잎은 쉬 건드리지 못한다. 이 나무가 더 우람하게 자라 굵은 줄기에서 숱한 새잎 돋으면 좀 홀가분하게 새잎 훑으며 봄나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모과꽃은 참 어여쁘다. 오늘날 여느 사람들이 모과열매 못생겼다 여기는 마음 돌아보면, 모과꽃은 그지없이 어여쁘다. 아무래도 모과꽃을 본 적 없이 모과열매만 보았으니 하나도 모르겠구나 싶다. 모과꽃 사진으로 담는다든지, 모과꽃 널리 알리거나 말하는 사람 없는 탓일 수 있을까.


  올해에도 모과꽃 기다린다. 새잎 돋고 나서 꽃망울 앙증맞게 맺히려는 때부터 보름쯤 기다리면 비로소 꽃송이 활짝 벌어진다. 달리 어떤 빛이름으로도 나타낼 길 없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후박꽃과 나란히 흐드러지게 벌어지면서, 벌과 나비와 새가 좋아하며 찾아드는 모과꽃이라고 할까. 모과꽃 필 무렵, 제비들은 새끼를 까서 먹이 나르기에 바쁘다. 이제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도 곧 새끼를 까겠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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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45   좋아요 0 | URL
아우~여리고 포롯포롯한 모과잎과 분홍빛 모과꽃이 참 예쁘네요.!
저는 모과나무를 좋아해서 가을이 오면, 길을 가다가도 남의 집 담장밖으로 나온
모과가 주렁주렁 열린 모과나무를 고개를 한껏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가던 길을 다시 가지요. ^^

파란놀 2013-04-12 10:4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모과나무는
열매도 꽃도 잎도
모두 싱그럽답니다.

봄날 모과꽃은 살구꽃이나 복숭아꽃 못지않게,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꽃이에요~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내놓는 1인잡지 <이야기밭>

오늘 스물한 권 부치면서 쓴 쪽글 가운데

몇몇 사진으로 남긴다.

 

모두들 즐겁게 받아서 즐겁게 읽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일구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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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뿍 담긴, 쪽글은 큰 기쁨이지요.*^^*

파란놀 2013-04-12 11:43   좋아요 0 | URL
쪽글 써서 넣느라 한 통 부치는 데에 품과 겨를 많이 들지만,
보낼 때에도 저부터 스스로 즐거워요~
 
 전출처 : 하루살이님의 "4월 8일-게으른 농부는 꿈이련가"

 

아무쪼록 무엇이든 즐겁게 배우시기를 빌어요.
즐겁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답니다.

 

저는 귀농학교나 귀촌자료 같은 것 하나도 본 적 없지만,
네 식구 즐겁게 시골(전남 고흥)에서 씩씩하게 살아가요.

 

'게으른'이라 말씀하시지만,
시골에서는 '게으름'이 아니라,
'내 삶에 맞게'일 뿐이에요.

 

마을 다른 어르신들 시간 흐름에 맞출 수 없는
'내 삶'이 있거든요.

 

시골에서 '게으르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시골에서 귀여운 딸아이랑 '즐겁게' 살겠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까,
천천히 즐겁게 아름답게,
이렇게 세 가지라고 느껴요,

덧붙이자면,
사랑스럽게 해맑게 씩씩하게,
이런 게 있겠지요.

 

다른 귀농일기에 '야생화' 사진 하나 있던데,
그 풀꽃은 야생화 아닌 그냥 풀꽃이고,
'봄나물'이랍니다.

꽃송이까지 다 먹어도 돼요.
나중에 한 번 냠냠 먹어 보셔요.
꽃송이와 줄기와 잎사귀가
내 몸으로 스며들며
아름다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시골에 땅만 있으면,
또 땅이 없어도,
봄부터 가을까지 안 굶어요 ^^;;;
들풀(들나물)만 먹어도
반찬 걱정 할 일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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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네는 ‘작은’ 것만 쓰나

 


  열아홉 살에 처음 글쓰기를 했고, 이제 서른아홉 살을 살아간다. 열아홉 살에 처음 하던 글쓰기를 돌이켜보면, 늘 ‘큰’ 것을 좇았다. 스물다섯 살 될 무렵, 내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아 주는 어느 분이 ‘큰’ 것은 내려놓으라고 넌지시 이야기해 준다. 며칠 아니 사흘 아니 이틀 아니 꼭 하루 생각했다. “왜요? 큰 것을 말해야지요?” 하는 목소리 나오려다가 하루 사이에 조용히 수그러들었다.


  서른 살에 모든 신문을 끊는다. 서른 살부터 아무 신문도 읽지 않는다. 이제 서른 살쯤 되고서야 비로소 ‘작은’ 것을 참말 작게 글쓰기로 담는 눈길을 조금 연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가 글쓰기를 열아홉 살에 할 수 있던 까닭은, 내 둘레에 있던 ‘큰’ 것 가운데 텔레비전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열아홉 살부터 텔레비전을 안 보았기에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스물다섯 살에 ㅈㅈㄷ신문을 모두 끊으며, 시나브로 내 삶길에서 붙잡을 글쓰기를 헤아릴 수 있었다. 서른 살에 다른 모든 신문 아낌없이 끊으며, 작은 것을 쓰는 삶길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바라보기는 하되, 아직 사랑하지는 못했다.


  서른네 살 무렵, 큰 것을 살짝 건드리다가 그만 살림 쫄딱 무너질 뻔했다. 서른아홉 살 된 오늘, 나는 맨 처음부터 작은 것 아니고서는 글쓰기를 할 수 없던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작은 것 쓰는 사람이 되려고, 지난 스무 해를 살았을까. 이제부터 작은 것 조곤조곤 쓰는 길 신나게 걷자며 지난 스무 해 있었을까.


  날마다 작은 것 사랑하며 작은 것 노래하고 작은 것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데, 틈틈이 나더러 작은 것 이제는 그만 쓰고 큰 것 쓰라 하는 사람 있다. 나쁜 뜻 아닌 참 좋은 뜻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느낀다. 그런데, 나는 작은 것이 참 좋다. 나한테는 작은 것이 꼭 걸맞는다. 작은 것을 말해도 얼마든지 큰 것을 빗댈 수 있기도 하고, 작은 것을 말하면서 지구별 이웃하고 사귈 수 있다. 작은 것을 말하면서 어느 결에 먼먼 옛날 옛적 내 한아비를 떠올리기도 한다. 작은 것을 말하던 어느 날, 아하 하면서 내 어머니 어린 나날을 그리고 내 어머니 나와 형을 낳아 돌보던 모습을 되새긴다.


  큰 것을 쓰면서도 내 어머니와 내 아버지 젊은 나날이나 어린 나날 헤아려 볼 수 있을까. 큰 것을 쓰다가도 우리 형 어린 나날이나 우리 옆지기 어린 나날 돌아볼 수 있을까. 아무렴, 하려면 할 수 있으리라. 큰 것을 쓰는 동안 우리 아이들하고 싱그럽게 웃으며 놀 수 있겠지. 아무렴, 하고프면 할 수 있을 테지.


  큰 신문사에서 기자를 할 수 있었고, 큰 신문사에서 큰 이름과 큰 돈과 큰 힘 거머쥘 수 있었다. 시골자락 시골사람으로 지내는 오늘 되돌아보면, 큰 신문사와 큰 기자와 큰 글쟁이 안 된 대목이 바로 내 오늘 일구는 사랑스러운 밑거름 되었다고 느낀다. 큰 글을 썼다면, 글을 쓰다가도 아이들 오줌기저귀를 간다든지 똥바지 갈아입히고 손빨래 한다든지, 하루 두 끼니 밥 차리느라 글쓰기 젖힌다든지, 아이들과 놀고 시골도서관 꾸리면서 헐레벌떡 하루하루 눈알 핑핑 돌아가는 나날 보낼 수 없었으리라. 큰 글을 썼다면, 자전거마실 누리며 두 아이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며 봄들 여름숲 가을메 겨울시골 즐기지 못했으리라. 큰 글을 썼다면, 우리 옆지기는 나랑 두 아이 시골집에 두고 스무 날 남짓 혼자 미국까지 공부하러 다녀오지 못했겠지. 큰 글을 썼다면, 그야말로 반쪽이조차 아닌 반반쪽이나 반반반쪽이마냥 서울에 남아 시골자락 숲지기 삶은 하나도 헤아리지 못하는 문자중독자 되었으리라 느낀다.


  작은 글 보듬으며 달빛 누린다. 작은 글 어루만지며 풀잎노래 듣는다. 작은 글 쓰다듬으며 제비똥 바라본다. 작은 글 얼싸안으며 쑥 뜯으며 쑥국 끓인다. 우리 아버지 오랜 글동무이자 동시와 동화 꾸준히 쓰는 고향동네 어르신이 몇 해 앞서 막걸리 한 사발 나한테 따라 주며 들려준 말, “왜 자네는 작은 것만 쓰나?” 하는 물음에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줄 수 있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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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54   좋아요 0 | URL
'작은 것이 아름답다'.-*^^*

파란놀 2013-04-12 11:42   좋아요 0 | URL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는 작은 것이라서
삶 이야기를 쓰면
'문학이 안 된다'고들 말하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저는 문학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