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띄우기

 


  마을 빨래터 청소 하러 갈 적에 고무신 신겨 갔더니, 큰아이가 고무신을 물에 띄우며 논다. 고무신이 물에 잘 뜨는 줄 언제 알았을까. 청소를 거의 마쳤기에 신 다 말리면 잘 신고 돌아갈 생각을 했더니, 큰아이는 다른 생각이다. 놀 때에 실컷 놀자는 생각이다. 참 잘 노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큰아이는 제 고무신으로 오래도록 물놀이를 하니 고무신이 안 마르고, 큰아이는 고무신이 안 마르니 아무렇지 않게 맨발로 척척 집으로 돌아간다. 얼씨구. 하기는, 너희들 집에서도 마당에서 놀 적에 으레 맨발로 뛰어다니니, 젖은 고무신 손에 쥐고 맨발로 마을길 걷는 일도 대수롭지는 않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맨발로 마을 어귀까지 달음박질하곤 하니까. 4346.5.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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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옆구리 삽 한 자루
바구니에 호미 두 자루
짐받이에는 어머니.

 

봄바람 살랑살랑
포근한 햇볕 받으며
들길 달린다.

 

논흙 뒤집고
논둑 나물 캔다.

 


4346.4.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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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장미꽃

 


  우리 집 장미꽃 핀 지 며칠 된다. 장미나무는 퍽 조그맣지만, 이 장미나무 곁에 서면 장미내음 물씬 풍긴다. 아직 많이 어린 우리 아이들은 장미나무하고 키가 엇비슷하니, 아이들은 그저 선 채로 장미내음 한껏 들이켤 만하다.


  장미꽃송이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릴 적에 장미나무 있는 집을 떠올린 적 있던가. 장미내음 향긋하며 아름답다고 느낀 적 있던가. 장미는 서양나무로 여겨 안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나는 꽃나무를 썩 안 좋아했다고 떠오른다. 나무를 심자면 열매나무 심을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고 스무 살 서른 살 먹으며 아이들과 하루 이틀 지내는 동안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열매나무를 심어도 꽃이 피고, 꽃나무를 심어도 꽃이 핀다. 열매나무는 사람들 먹을 만큼 제법 커다란 알맹이 낳는다면, 꽃나무는 멧새가 즐겁게 먹을 만한 나무열매 맺는다. 멧새는 나무열매뿐 아니라 꽃봉오리도 먹고, 꽃가루도 먹는다.


  숲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 목숨을 돌아본다. 나무를 어떻게 돌보거나 아낄 때에 즐거을까. 오월 해님 기울어 차츰 저무는 저녁나절, 마을 참새 예닐곱 마리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서 논다. 너희들 무얼 찾으러 우리 집에 왔니. 초피꽃 먹으러 왔니. 초피꽃 지면서 맺는 아직 푸른 열매 먹으러 왔니. 후박나무 새 잎사귀 먹으러 왔니.


  나무가 있어 사람이 있고, 나무가 자라 새들이 있다. 나무 둘레로 풀이 우거지고, 나무와 함께 바람이 상큼하다.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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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결

 


  찔레나무 오월에 하얗게 꽃을 피우며 하얀 물결 이룬다. 해마다 찔레꽃 물결 더 하얗고 환하게 넘실거린다. 해마다 새 찔레열매 땅에 드리워 어린 찔레나무 하나둘 늘어난다. 내가 찔레나무 심은 적 없지만, 찔레 울타리 차츰 넓어진다. 이곳에 이 나무들 곱게 자라도록 지켜보면 앞으로 쉰 해 백 해 오백 해 무럭무럭 자라 우람한 찔레나무로 설 수 있겠지. 우리 나라 곳곳에 오백 해나 천 해나 삼천 해쯤 자란 나무들 튼튼하고 씩씩하게 우거지는 날 손꼽아 기다린다. 얘들아, 조그마한 찔레꽃들아, 너희가 오백 살 찔레나무 되는 첫 걸음마 당차게 내딛어 주렴.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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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잎과 찔레꽃

 


  찔레잎을 뜯어서 먹으면 찔레맛이 난다. 찔레꽃을 톡 따서 먹으면 찔레빛이 혀끝에 어린다. 푸른 잎사귀도 하얀 꽃잎도 모두 찔레나무 이루는 고운 숨결이다. 잎사귀는 푸른 맛과 숨결을 나누어 준다. 꽃은 하얀 맛과 숨결을 베풀어 준다. 아이들은 맑은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를 나누어 주고, 어버이는 깊은 사랑과 너른 믿음을 베풀어 준다.


  살랑 오월바람 불어 찔레잎 건드린다. 푸른 잎사귀는 한껏 푸르게 자라고, 하얀 꽃잎은 더 하얗게 빛난다. 찔레꽃 하얗게 흐드러지는 둘레에 곧 딸기알 붉게 맺혀 하얗고 붉은 오월빛 펼쳐 보이겠구나. 4346.5.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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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15 10:5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글과 찔레꽃이 어우러져,
오늘도 찔레꽃들이 하얗고 깨끗하게 피어있군요. ^^
장사익님,의 '찔레꽃'을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

파란놀 2013-05-16 00:11   좋아요 0 | URL
오월에는 푸른 물결 사이에
하얗게 넘실거리는
찔레꽃이
곧 다가올
여름을 알리는구나 싶어요